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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사람] "다양성의 이상을 실험하는 장이 되겠습니다."

국립한국재활복지대학 김형식 학장

본문

국립한국재활복지대학이 지난 3월 5일 첫 입학식과 함께 개교했다. 재활복지대학은 차별과 편견이 없는 고등교육을 통해 장애를 가진 학생과 일반 학생들의 사회참여 확대를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며, 현재 250여 명의 학생들이 재활복지과, 수화통역과, 의료보장구과, 에니메이션과 등 4개 계열 10개 학과에 입학해 자신의 희망을 만나고 미래를 계획하는 짧지 않은 여행을 시작했다.
재활복지대학의 개교를 맞아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된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또 다른 분리가 아니냐는 우려의 의견이 있는 가운데 김형식 학장을 만나 학교 설립이 갖는 의의와 학교 운영에 대한 계획을 들어보았다.

▲김형식학장

 

 

재활복지대학이 보여주는

실험적입 파급효과 기대

국립한국재활복지대학 설림이 결정된 것이 3, 4년 전이라면 당시에 이미 특례입학제도가 시행되고 있지 않았습니까? 고등교육 기회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특례입학제도를 더욱 활성화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특례입학에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장애우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특별한 방법이나 처우로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 과연 성공했는지, 오히려 의도했던 것 보다 부정적인 결과를 낳지는 않았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애우의 욕구나 문제를 특례입학이나 특별법이라는 방식으로 해결하다 보면 장애우는 항상 특별한 위치에 속할 수밖에 없는, 특별히 처우하지 않으면 안 되는, 특별한 관리의 대상이 됩니다. 이것은 철학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아요.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지요. 너무 특별한 처우를 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이지 않을까요?

 

재활복지대학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라고 말씀하신 분도 계시더군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교육기관이 대학에도 필요한가 라는 의미겠지요. 서두에 이야기했듯이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일반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입학의 문호를 확대하는 것이 더 의의가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저는 제가 장애를 가졌기 때문이라기 보다 학자로써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이 대학의 학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30년 후에는 이 대학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바램입니다. 우리 대학이 보여준 실험적인 파급효과로 인해 일반 대학들의 문호가 넓어져서 우리 재활복지대학이나 다른 대학이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공부하기에 별 다른 차이가 없을 정도로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30년 후에는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우리 대학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상황이 존재하지요. 특히 편의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아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일반대학에서 공부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시각장애나 청각장애, 지체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강의를 받을 때에 일정 정도의 학습지원이나 강의지원이 필요하고요.

그런데 한국대학의 80퍼센트가 사립이거든요. 그런데 국가가 사립대학을 지원해주는 금액이 전체예산의 10퍼센트도 안 되거든요. 사립대학이 갖고 있는 재정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야기지요. 이런 대학들이 장애우가 필요로 하는 편의시설에 대한 투자를 하고, 교수를 훈련시켜 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욕구에 맞는 특별한 교수법을 개발하기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재정부담도 큽니다, 30년을 기다려도 이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배경 때문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불가피하지 않았는가 하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충분한 교육 환경을 조성해 다른 학교들에게 선례가 되는 것이 이 학교의 역할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네요.

그렇지요. 앞으로 소프트웨어도 개발할 예정입니다만 강의할 때 수화통역이 있고 속기로 처리되어 자막으로 올라가거든요. 더 나아가 강의하는 내용이 곧장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문자로 변환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늘 하는 이야기지만 장애우에게 편리한 것이 일반인에게도 편리하지요. 교육공학의 차원에서 대학교육의 수준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우리 대학에서 하면 다른 대학에서도 아! 그것 편리하다. 그야말로 선진적인 교육방법 아니냐. 우리도 해야 겠다고 한다면 그만큼 장애우들이 공부하기 편리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겠어요? 그리고 우리 대학에 오신 교수님들은 이 대학이 어떤 대학인 줄 알고, 어느 정도의 소신과 준비를 하고 오셨음에도 불구하고 학기가 시작한 지 두 주밖에 되지 않은 지금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다고 말씀하시거든요. 그야말로 여러 가지로 준비를 잘했다는 우리 대학도 막상 시작하니 많은 문제들을 접하게 되는데, 하물며 수천 명의 학생이 함께 공부하는 일반대학에서 열 명 미만의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욕구를 얼마나 잘 수용할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특례입학이라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외국처럼 장애를 가진 학생을 전담하는 사회복지사나 교육전문가 등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만으로는 많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지요.

 

교육적 과제 달성을 위해 기업과 사회의 자원 절실히 필요

재활복지대학의 개교에 즈음해 일각에서 나타난 우려의 목소리를 불식시키고 학생들은 이 학교에 정말 잘 들어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인재를 배출해 이 사회에서 큰 공헌을 하는 요람이 됐다는 평가를 받기 위한 학장으로서의 과제와 포부를 간추려 말씀해 주십시오.

교육적인 과제와 사회적인 과제 이렇게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교육적인 과제 차원에서는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는 식으로 하루아침에 명문이 되거나 경쟁력을 가질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요. 우리가 한국에서 손꼽아 자랑할 수 있도록 한 두 학과는 선도학과로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그리고 대학의 역할 중 하나인 산업체나 사회가 요구하는 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도 매진할 것입니다. 또 재활복지대학이라는 정체성에 맞도록 재활복지분야의 전문가와 지도자를 육성하고 국내외 관련 있는 대학과 협력관계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 학생은 에니메이션학과가 좋아서 왔는데 마우스를 움직이기조차 힘들어 실제 수업을 하기에 버거운 경우가 있어요. 이런 경우 전과가 가능한 학사운영도 생각할 수 있지요. 그래서 학칙같은 것을 너무 고집하거나 경직되게 적용하지 않고 융통성있게 운영할 계획입니다. 또 장애가 너무 심한 경우 컴퓨터를 이용한 재택교육이 가능하도록 방안을 강구할 예정입니다.

우리 대학이 의도하는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육내용도 훌륭해야겠지만 재정도 필요합니다. 장애우들이 수업을 받는데 다른 대학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비싼 기자재가 필요하거든요. 물론 국가가 재정비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만 기업이나 사회 구성원의 역할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예산 이외에 기업들도 사회환원의 차원에서 장애를 가진 학생들과 일반 학생들이 공동체적 삶을 살면서 어떤 특별한 목적을 달성하고 싶어하는 이런 곳을 지원했으면 하는 바램을 갖습니다. 이곳에서의 시도가 사회적으로 지지받을 명분도 충분히 있다고 보고요.

이 이야기는 꼭 장애 쪽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상당히 경쟁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사회거든요. 상당히 물질 중심적이고 천민자본주의 요소가 많지요. 그래서 경쟁에서 떨어지는 힘없고 약한 사람들, 장애우, 가난한 사람, 여성, 이주노동자. 소위 마이너리티에 대해 처절할 정도로 인심이 박합니다. 경쟁적이고 물질중심적인 요소들을 없애고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생활화하는 것이 선진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지요. 저는 이런 관점에서 우리 대학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지원하는 것이 선진 사회로 가는 여정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대학이 교육적인 과제와 더불어 사회적인 과제도 가지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어렵지 않게 우리 대학을 찾아오셨기를 바랍니다만 지역사회에서도 재활복지대학을 아무도 몰라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장애인대학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그때서야 아, 장애인특수대학...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제가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를 붙들고 이 대학 이름이 뭡니까? 물어보면 잘 몰라요. 그래서 제가 이 곳은 한국재활복지대학입니다 라고 말씀드립니다. 정원일 하시는 분들이나 택시 운전하시는 분들, 인터체인지의 요금 받는 분들께도 우리 대학을 알릴 겁니다. 지역사회에 우리 대학을 알리는 것이 저에게는 상당히 큰 도전이지요.

 

도덕적이고 철학적인 차원의 장애담론이 필요한 시기

학장 취임사에서도 이곳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학습교육시설에 좀더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대학이지 이 자체가 장애우시설이 아니다 라고 말씀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더불어재활이라는 단어도 뗐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하셨지요. 저는 이 대학이 마치 장애를 가진 사람을 중심으로 한 교육기관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면 학교발전에 저해가 될 수 있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론적으로 맞는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저는 재활이라는 개념이 근대화의 산물이 아니겠는가 생각하는데요. 장애를 가진 사람을 문제가 있다고 보고 보호하고 훈련시켜 사회에 복귀시킨다는 개념은 상당히 제도화되고 시설화된 측면이 많거든요. 더구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대상으로 보는 측면도 있지요.

앞으로의 포스트모던 시대는 그런 개념이 더 이상 의미를 갖기 어려울 것입니다. 재활이 끝나 사회로 나오면 또 체제가 30년쯤 앞서 있는데, 그렇게 되면 또 재활을 받아야 하잖아요? 이제는 장애를 갖게 된 이후에도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삶을 모색해야 할 시기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전에는 장애문제를 쟁점화하고 정치화시키는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장애에 관한 담론을 도덕적이고 철학적 차원으로 확대시켜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삶은 무엇인가. 삶의 질은 무엇인가. 생명은 무엇인가. 이런 부분들을 다시금 짚어 볼 시기라는 겁니다. 자연환경을 이야기하면서 생명사상을 이야기하지만 장애와 연결시켜 생명을 이야기하지는 않거든요. 장애의 담론을 도덕적, 철학적 차원까지 끌어내야 학문적으로나 이론적으로 한 차원 뛰어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지금까지 제도적이고 기능적인 차원의 담론들을 생명의 철학이라는 차원으로 확대해 가야지요.

 

사회복지, 인권의 관점에서 재해석해야

장애문제에 대한 새로운 담론의 필요성을 말씀하시니까 학장님께서 번역하신 인권과 사회복지 실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좋겠습니다. 칠팔년 전에 연구소 내부에서도 인권과 사회복지를 주제로 깊이 있는 논쟁이 진행된 적이 있습니다. 복지도 권리다. 복지의 확대는 곧 인권을 확보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라는 의견을 가진 쪽도 있었고 복지는 인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의 지향은 인권이어야 하며 복지는 인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서비스나 정책을 사회권으로 담보해내는데 필요한 부분이다 라는 의견을 가진 직원들도 있었습니다. 이 논의가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연구소는 전반적으로 인권을 우리의 지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권에 대한 논의가 아직은 활발하지 않은 우리 나라에서 이 책의 출간은 많은 의의를 지닌다고 보는데 어떤 계기로 이 책을 번역하게 되셨는지요?

저는 이전부터 시민적 권리와 사회정책이라는 차원에서 복지와 인권의 문제가 상당히 맞물려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정치상황은 인권의 문제를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지요. 인권과 사회복지의 관계에 대해서 짐 아이프 교수가 사회복지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는 한 시혜적인 요소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인권의 차원으로 접근하면 인간의 기본권과 존엄을 강조하는 것이므로 훨씬 근본적이다. 욕구의 패러다임이 지난 50년 동안 사회복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 인권에 대한 주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인권의 패러다임이 그만큼 폭이 넓은 거지요. 개인적이고 사회적이며 구조적인 차원까지를 포함하니까요. 심지어는 사회복지가 별로 연관시키고 싶어하지 않는 정치적인 차원의 개입도 요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상당히 도전적인 주제입니다. 이 책이 인권과 사회복지를 어떻게 접목시킬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교과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한국전쟁 때 장애를 갖게 돼

학장님께서 살아오신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원래 고향은 어디신지요?

황해도 해주입니다. 한국전쟁 때 남쪽으로 피난오다가 폭격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저는 왼손을 다쳤습니다. 그때가 다섯 살이었지요. 이후 대구에 있는 고아원에서 지내기도 했고 미군부대에서 생활하기도 했고요. 대학교 들어갈 때 입학원서를 못 썼어요. 그 나이까지 호적이 없이 살았던 거지요.

지금 강원도 황지 예수원에 계시는 대천덕 신부의 아버지이신 토리 박사를 만나면서 제 삶이 획기적으로 변했습니다. 그 분께서 한국 최초의 장애우재활원인 한국장애인직업보도원 이라는 곳을 세우셨는데 정확한 명칭은 한국절단자직업교도원 입니다. 재미있는 이름이지요. 전쟁 때 다친 사람들 모아서 농업기술, 재봉, 양재, 철공 등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우는 직업훈련소였어요. 한글은 성경책으로 배웠고요. 장애우들은 직장을 갖기 힘드니까 직업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해서 설립된 그곳에서 저는 돼지 기르고 토끼 기르는 농업기술을 배웠는데 어린 마음에 농사 짓는 것 말고 공부를 해야겠다 싶더라고요. 마침 미국이나 영국 쪽에서 조금씩 학비를 보내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그 돈으로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거지요.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경남 거창으로 내려가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많은 과중에서 사회복지학과를 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가난하니까 가난이 싫고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겠다는 마음이 있었지요. 저처럼 가난하고 장애를 가졌고 고아인 사람들이 다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정말 고생을 많이 하잖아요?

늘 배고프고 갈데 없고. 그래서 사회복지를 공부하면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사회사업가를 많이 보면서 오래 병을 앓는 사람이 의사들을 늘 만나듯이, 사회사업가들 사이에서 살았으니까 나도 되어야 되나 보다 했지요.

 

대학 졸업하시고 영국으로 유학을 가신 이후 계속 해외에서 생활하신 거네요.

영국에서 5년 공부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으로 갔지요. 그곳에서 박사학위과정을 하다가 호주에서 교수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이력서를 내서 75년에 조교수로 발령을 받아 호주 퀸즈랜드대학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외국 대학은 한국처럼 평생직이 아니라 3년 계약직이거든요. 부지런히 논문을 써서 한 단계 높여 다른 곳으로 응시합니다. 저는 퀸즈랜드 대학과 멜버른에 있는 모나쉬 대학, 서부 호주 대학에서 교수활동을 하며 20년 가량 생활했습니다.

 

어떤 인연으로 다시 한국에 오시게 되었는지요?

저는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에 왔다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학문적인 주제를 어느 나라에서든지 활용할 수 있잖아요? 미국과 홍콩에서도 교환교수를 한 경험도 있고 지금도 전공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곳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인이라는 생각보다 코스모폴리탄, 세계시민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독일과 영국, 호주에서 살았기 때문에 독일어와 영어에 익숙해 어느 나라에 가서든지 소신껏 연구하고 자유롭게 배운 것 가르칠 수 있으면 족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나라는 폐쇄적인 면이 많아요. 국제화를 이야기하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장애우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식,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이 우리가 국제화가 덜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다양성의 이상을 실현하는 대학이 되었으면

저는 이 대학이 다양성의 이상을 실현하는 장이었으면 하는 욕심을 가집니다. 장애를 가진 학생이나 일반학생, 외국인학생들이 함께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지구촌나눔운동이라는 국제 NGO단체에서 지뢰피해장애우 사업을 함께 하고 있는데요. 제 어렸을 때의 배경과 관련이 있어요. 전쟁이나 지뢰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는데 이는 전쟁과 평화의 문제이고 결국 복지는 평화의 문제로 귀결되거든요. 저는 우리대학의 의료보장구학과를 나온 학생들이 영어훈련을 받아 캄보디아, 아프카니스탄, 미얀마 등에 보장구를 만드는 기술자가 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북에도 조선불구자협회라는 단체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곳 사람들이 와서 보조기를 만드는 기술을 배워 가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사회가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대학과 그것을 하려고 하는 학생들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학장님이 생각하시는 비젼이 자원의 연결을 통해 현실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들도 과거처럼 자원을 투입하면 바로 결과가 나온다고 보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에 대한 전략을 세우니까요. 재활복지대학의 사명과 기업이나 사회의 요구가 만나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어떤 곳에서도 흉내낼 수 없는, 이 대학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담당하면 좋겠다는 바램을 갖습니다.

우리 모두 국립한국재활복지대학에 거는 기대와 기대만큼의 우려를 하는데요. 이것들에 대한 책임이 유독 크실 학장님께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영어에 문제는 해결방법이 있는 것이고, 어려움은 특별한 해결방법이 없지만 견디어 나가는 것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지요. 어느 것은 빨리 해결되고, 어느 것은 시간이 걸리겠지요. 어느 것은 고통을 겪지 않고서는 태어난 아기의 기쁨을 알 수 없는 산고와 같은 과정일 수 있고요. 저는 이 대학이 달성하고자 하는 사명을 잊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나 일반학생이 차별 없이 평등하게 고등교육을 받아 입학하기 전보다 자신들의 부가가치를 더 높일 수 있고, 졸업한 후에도 권리뿐만 아니라 의무도 담당하는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 태어난다면 우리 대학이 할 일은 다하는 것입니다.

 

 

 

 
대담 김정열 편집주간/사진 정리 이수지 기자

작성자이수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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