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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이 만난 사람] "민주노총이 장애우 2%고용 앞당길 겁니다"

권영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본문

[함께걸음이 만난 사람]

 


권영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민주노총이 장애우 2%고용 앞당길 겁니다

 


  민주노총 권영길 위원장은 "노조의 진정한 역할은 임금인상이나 근로조건 개선을 뛰어넘은 사회개혁"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그이의 신념이 반영된 듯, 민주노총은 지난해부터 장애우복지를 비롯한 사회전반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문제에 관심을 갖고 문제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흐름의 하나로 민주노총은 지난해부터 매년 노동조합이 사업주와 체결하는 단체협상을 통해 장애인고용촉진법에 의한 장애우 2% 고용의무를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산업재해노동자에 대한 재활사업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장애우에 대한 차별이 있는 한 민주노총이 바라는 평등사회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권 위원장을 산재장애우 문제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노동과건강연구회"의 김은희 대표가 만나 그이의 장애우관과 노동운동지도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민주노총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본다.

 

 


노조본연의 의미는 사회개혁

 


김은희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지금까지 노동조합은 임금인상이나 근로조건 개선에 주력해왔는데 지난해부터 민주노총이 사회개혁에 중점을 두고 구체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노동조합이 장애우문제를 비롯한 사회복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는지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사회개혁을 주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들려주시지요.

 

권영길   말씀하신 대로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노동조합은 임금인상이나 근로조건 향상만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민주노총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물론 노동조합의 본연의 의무가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이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활동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보다 더 중요하게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운동을 앞장서서 해 왔습니다. 특히 장애우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단순히 "함께 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장애우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똑같은 입장에 설 수 있는 평등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민주노총이 기본적으로 지향하는 바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해에는 장애우단체간 협의체인 "한국장애인 복지공동대책협의회"와 자매결연을 맺기도 했습니다.

 

김은희   95년 보건사회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장애우가 1백만 명에 이르고 이중 노인과 어린이 등 비경제인구를 제외한 47만 명에 달하는 경제인구의 실업률이 27%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평균 실업률이 1.5% 내외인 것과 비교해 볼 때 약 15배 정도의 높은 수치입니다.

  더욱이 UN이나 장애우단체가 추정하는 우리나라 장애우 수가 4백만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는데, 장애우고용과 관련하여 관심을 갖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는지 말씀해 주시지요.

 

권영길   민주노총은 지난해부터 노조와 사업주가 체결하는 단체협상안에 "장애인고용촉진법에 의한 장애우 2%고용 의무준수"를 포함시키고 이를 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또한 산하 노조차원에서도 사업장 안에서나 지역사회 안에서 장애우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이밖에도 산재문제와 관련하여 그동안은 예방에만 중점을 두어오던 것을 이미 산재를 당한 분들을 위한 재활사업에도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지난 5월 21일에는 사회복지의 발전을 위한 노조의 올바른 역할을 고민하는 "참사회복지, 그리고 노동조합"이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주최하기도 했습니다.

 

김은희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계신데, 특히 단협안에 장애우 2% 고용의무준수를 요구한 것은 지금까지 장애우고용문제에 무관심했던 일반 근로자나 사업주에게 있어 획기적인 사안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관철이 쉽지 않을 텐데 지금까지의 추진현황이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권영길   올해 들어 사무노련 사한의 한국보증보험노조가 회사측하고 그 조건이 포함된 단협안의 체결에 성공했는데, 이것이 첫번째 성공사례입니다. 이밖에도 저희 연맹산하의 사무노련 소속 전 노조와 자동차연맹 소속의 만도기계노조, 아폴로노조, 금속연맹소속인 대우조선노조와 현총련산하의 현대자동차노조, 그리고 전체 제조업산하노조로 확대되어 장애우 2% 의무고용을 실천하려고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김은희   한국보증보험노조가 단협체결에 성공했다고 하셨지만 일단 단협이 체결된 후에도 사업주가 이를 어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이에 대한 대책은 어떻게 마련되어야 할까요.

 

권영길   사실 단협으로 체결은 되었어도 사측에서 어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우 2% 고용의무의 경우 그 동안의 관행으로 보아 이행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만, 일단 사업주가 이를 어겼을 경우 노동조합의 단협 위반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이행요구 등의 조치가 자동적으로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 사례를 모범사례로 하여 산하 전체노조와 사회전반에 확대해 나갈 계획이기 때문에 한국보증보험사례의 의미는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김은희   노동운동이나 장애우운동 같은 사회 개혁운동이 중간중간 이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도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관건일텐데요. 이를 위해서는 밖에서 그 문제를 지원하고 전담하는 조직이 항상 긴장관계를 유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장대협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권영길   사실 이번 단협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도 산하노조에서는 장애우문제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니까 장애우2% 의무고용을 요구함에 있어 사업주가 체결을 거부할 때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득해나가지 못하고 "단지 법에 규정돼 있으니까 지키라"는 정도에서 빈약한 논리를 내세울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장대협 뿐 아니라 장애인고용촉진공단 같은 장애우고용을 위한 전담기관에서 도와주셔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원진은 빙산의 일각, 계속 싸워나갈 것입니다

 


김은희   장애우고용을 촉구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에서도 모범을 보여야 할텐데, 현재 민주노총에서 일하시는 분들 중에 장애를 가진 분들이 계신지도 궁금한데요.

 

권영길   네, 중앙회에서 저와 함께 일하시는 분도 계시고 산하연맹, 그리고 특히 각 단위 노조에서 산재문제를 담당하시는 분들은 산재로 장애를 입으신 분인 경우가 많습니다.

 

김은희   지난번 노동법개악국면에서 민주노총이 한국의 정치를 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보는데요. 이런 흐름에 이어 사회 전반의 문제에 참여하시겠다는 의지가 반갑게 들립니다. 특히 그 동안은 주로 산재 노동자들이나 산재관련단체들이 재활문제의 중요성을 제기해 왔었는데 민주노총이 산재노동자의 재활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기로 하셨다니 산재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기대가 큽니다.
단위사업장에서 장애우 2%고용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당해 사업장의 산재장애우를 재고용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시는지요.

 

권영길   자기 집 식구도 챙기지 못하면서 다른 집 식구를 챙긴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에 지적하신 대로 산재장애우에 대한 재고용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앞장서서 요구해 나갈 것입니다.

 

김은희   최근까지 싸움이 계속되어왔던 원진 레이온 피해자들의 경우 직업병으로 인한 뇌장애와 신경장애로 40∼50대의 나이인데도 보통 70∼80대 노인들과 같이 노화현상을 보이고, 심한 중풍증세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기본적인 1차적 치료나 요양은 물론이고, 나름대로의 능력이나 욕구에 맞는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권영길   지난번에 원진에 있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분들은 최근 산업은행에서 특수 병원을 지어주기로 협상을 마치고 모두 끝났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러나 원진은 전체적으로 있는 산업공해와 직업병환자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단지 원진이 직업병 산재업체의 하나로 부각되어지고 원진환자들이 직업병 환자의 하나로 알려졌던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원진은 실제적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원진의 산업병피해자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직업병환자가 없는 사회가 되도록 계속 싸워 나갈 것입니다.

 


 

노동법총파업 때문에 딸의 결혼식 지켜보지 못해

 


김은희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오랫동안의 기자생활을 청산하고 노동운동가로 돌변하셨는데 이 과정에서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가 있는데 방향을 바꾸신 계기에 대해 들려주시지요.

 

권영길   전직 언론인에서 지금의 저로 바뀌게 된 과정에 대해서 궁금해하시는 분이 많더군요. 오랫동안 기자생활을 하면서 저는 언론의 본연적 사명을 사회계도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흔히 언론의 역할에 대해 언론은 객관적 보도를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언론의 사회개혁적 역할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기는 합니다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노동운동에 있어서도 일반적으로 노동운동이 노동조건 개선과 임금인상에 국한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노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사회정의구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즉,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문제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제가 보는 입장에서 언론과 노동운동의 두 가지 역할은 서로 상치되는 것이 아닌 것이죠. 따라서 제가 언론인에서 노동운동가로 이동하게 된 것은 몸담고 있는 곳만 달라졌을 뿐이고 그 안에서 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전혀 다른 바가 없는 일이기 때문에 특별한 계기는 없었으며, 그저 당연한 이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은희   얼마 전 노동법개악을 반대하는 총파업 기간에 따님 결혼식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그 당시 딸의 결혼을 지켜보지 못하는 아버지 입장에서 여러 가지 개인적인 고뇌가 많으셨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문제를 비롯해 그동안 노동운동을 해오면서 어려움이 많으셨을 텐데,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였는지 궁금합니다.

 

권영길   건방진 소리겠지만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었어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저는 노동운동 하면서 제가 "복받은 사람"이 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요즘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보통 나이 육십이면 다 살았다고 보고 인생을 정리할 시기라고 생각하잖아요. 제 나이가 4년 후면 육십이 되는데 통념적 사고에서 보면 인생을 정리해야 될 시점에서 인생을 다시 시작한 것이니 복받은 것이지요. 어쨌든 저도 사람이니 힘들었던 순간이 물론 있었죠. 지난 총파업 기간 내에 상황마다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당시에는 단식 중이라 담배를 피울 때가 아닌데도 어떤 날은 어쩔 수 없이 밤새 담배만 피워댔으니까요. 딸아이 결혼식에 가지 못했던 날도 밤새 담배를 피우며 뜬눈으로 보내야 했어요. 무엇보다 동성동본끼리의 결혼이어서 집안의 반대 등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혼하던 딸아이에게 아버지로서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이라는 것이 그런 건지 꼭 그 말을 해야 할 때가 지나고 나니 할 수가 없어서 결국 못했습니다.

 

김은희   개인적인 삶과 일상사보다는 올바른 공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셨다는 생각이 들어 존경스럽습니다. 총파업 이후 민주노총이 형식적으로는 합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시지요.

 

권영길   민주노총의 합법화와 관련해서 많은 논란이 있지만 "노조의 설립이 법에 의해 제한"되어지는 것은 본질적으로 잘못된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민주노총이 그냥 합법노조로 인정되었다면 사람들이 "법으로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합법화와 관련해서 민주노총이 겪어온 과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신고하면 그것으로 끝나야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질서인 "결사의 자유"가 지켜지는 것입니다.
  즉 누구나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으면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복수노조"라는 말을 잘못 사용하는데 "복수노조"라는 말 역시 정권이나 자본측에서 "법으로 노동조합설립을 규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만든 말입니다. 국제노동기구에서도 우리나라에 "복수노조를 허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결사의 자유"를 허용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OECD에서도 "결사의 자유"를 허용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거꾸로 "복수노조"를 허용하라고 말하는데, 이는 스스로가 모순된 논리를 인정하는 자가당착의 잘못된 것이지요. 사상과 결사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구성 요인입니다. 따라서 사상과 결사의 자유가 인정되지 않는 나라는 민주주의가 아닌 나라인 것입니다.
  앞으로 민주노총은 이러한 민주주의의 원칙이 지켜지고 누구나 차별 받지 않고 평등한 나라를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정리/ 박숙경기자  

사진/ 김상준(객원사진기자)

 

 

[권영길 위원장 약력]
  "죽음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을 살고 싶다"는 좌우명으로 험난한 민주노총 위원장의 길을 걷고 있는 권영길 위원장은 1941년 경남 산청에서 출생했다. 60년 서울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신문사 기자로 입사한 그이는 81년 파리특파원을 지내기도 했다.  

  언론 본연의 사명을 다하고 사상과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88년부터 3년 동안 언론노동조합연맹 1, 2, 3대 위원장으로 언론노동운동을 이끌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90년 권 위원장은 전국업종노조회의 공동대표와 93년 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 공동대표를 거쳐 95년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선출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만난 사람/ 김은희 (노동과건강연구회 공동대표)
  서울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보건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은 김은희 대표는 서울 대학병원 간호사와 구로의원 산업보건상담실 상담원, 노동과건강연구회 사무국장을 거쳐 1992년부터 현재까지 노동과건강연구회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산업재해 문제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작성자박숙경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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