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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의사회 이선주 활동가

장애우 배제한 요양보장제도는 껍데기

본문

지난해 말 요양보장제도와 관련된 희망적인 소식 하나가 장애계에 들려왔다.
장애우를 배제한 채 ‘노인’만을 위한 요양보장제도로 추진돼 오는 2월 발의될 예정인 정부안에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정부는 여전히 장애우를 포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이 정부안을 지지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안인 ‘노인수발보장법(안)’의 국회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함께걸음>이 ‘국민요양보장제도 쟁취를 위한 장애인공동대책위원회’(이하 장애인공대위)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선주(행동하는 의사회) 활동가를 만나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 보았다.

▲행동하는 의사회 이선주 활동가

장애계에서 왜 이 법안에 주목하고 있나.
최소한의 일상생활조차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장애우가 상당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요양보장제도를 도입하면서 65세 이상의 노인에만 초점을 맞춰 장애우를 배제했다. 이 법안이 어떻게 도입되느냐가 장애우 평생의 삶의 질을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장애계의 독자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주목하게 됐다. 또 아직도 개인의 사적문제로 취급되는 장애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계기도 될 것이다.
현재 ‘국민요양보장제도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에 들어온 여러 시민단체가 이 제도의 급여대상에 장애우를 포함시키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받아 안고 함께하고 있다. 장애인공대위는 장애우의 특화된 요구를 장애계가 직접 모아내기 위해 별도로 구성됐다.

얼마 전 연대회의 측에서 열우당의 이목희 제5정조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안다. 여당의 분위기가 장애우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고 들었는데 자세히 얘기 좀 해 달라.
지난 해 말 연대회의에서 이목희 의원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목희 의원이 “열우당이 복지부에 장애우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수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이미 기획예산처를 비롯해 관련부처와 협의가 끝난 상황에서 장애우를 포함하도록 법안을 수정할 경우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며 반대해 난항을 겪고 있다.“
고 전해 열우당이 장애우를 급여대상에 포함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여당이 정부와 다른 의견을 내는데서 느끼는 부담 때문에 별도의 법안을 내기보다는 정부 법안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견해차가 커서 당정협의를 위한 실무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 때문에 아직 당정협의조차 안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복지부의 법안(노인수발보장법)은 법제처에서 검토 중이며 2월경에 발의할 예정이지만 여당이 장애우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결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추진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말고도 요양보장법안을 준비하는 곳이 많다. 어디서 법안을 준비하고 있고 얼마나 진행된 상태인가.
실제 발의된 법은 아직 없지만 현재 복지부 외에도 열린우리당(이하 열우당) 김춘진 의원,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과 안명옥 의원, 그리고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의 경우 아직 포괄적인 뼈대만 나온 상태라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선 급여대상에 65세 이상 혹은 45세 이상 65세 미만의 노인성 질환자만을 포함하고 있으며, 요양서비스 공급자에 의료기관도 들어와 있고 의사소견서를 의무화해서 기본 방향이 의료 공급자의 입장에 서 있다고 평가된다.
열우당 김춘진 의원의 경우에는 급여대상에 장애우를 포함하고 있지만 본인부담금의 비율이 20%이고 현재 의료보험의 사각지대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판단된다.
현재로서는 민노당이 내놓은 법안이 시민단체의 안과 가장 비슷하다. 장애우를 급여대상에 포함하고 있고, 본인부담금 비율이 10%이며 보험료부담은 최저생계비 120%이하의 차상위계층까지는 전액면제, 150%이하의 차차상위계층은 보험료의 50%만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이 처음 장애계에서 논의될 때 장애인자립생활지원법과 관련해 논란이 있었다. 어떻게 정리가 됐나.
현재는 최소한 동의할 수 있는 부분만 동의해 가는 상황이다.
장애인자립생활지원법은 장애인복지제도로서 정부가 제공해야 하는 사회서비스다. 따라서 100% 조세로 제공될 계획인데, 요양보장제도는 설사 정부 부담이 50%가 될지라도 사회보험방식을 혼합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 재원 자체가 다르다.
또, 게다가 재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에 필요한 사회적 인프라와 서비스 공급자가 있어야 하는데 요양보장제도에 장애우가 포함되면 이러한 인프라 확충문제와 재원확보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될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자립생활제도에서도 이러한 부담을 상당부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도 이 두 제도가 충돌되는 것처럼 생각하거나 요양보장제도가 도입되면 국가가 장애인자립생활제도까지 만들겠냐며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립생활지원법은 지금 시범사업이 들어갔지만 현재로서는 재원규모가 크지도 않고 실제 시행이 되려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반면에 이 법안은 2008년에 당장 시행이 되는 법이다. 얼마 전에 보도된 함안의 장애우 동사자처럼 현재 집안에 방치돼 이러한 수발서비스라도 당장 필요한 사람들은 이 법에 장애우가 포함되면 2008년부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요양보장제도는 보험방식이다. 사각지대의 위험은 없나.
빈곤관련 단체들이 여기에 관심이 많은데, 장애우도 빈곤층이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이 중요하다. 어떤 제도든 사각지대가 있기 마련이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요양보장제도는 기본적으로 의료보험과 비슷한 사회보험방식을 따르기 때문에 동일한 사각지대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의료보험에서 3개월 이상 체납할 경우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처럼 요양보장제도 역시 비슷한 이유로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이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저소득계층의 경우 이는 심각한 문제다.
또, 현재 정부법안은 20%의 본인부담금을 규정하고 있다. 제공되는 서비스가 100만원일 때 본인이 20만원을 내면 정부가 나머지 80만원을 제공한다는 말인데, 가난한 사람들의 경우는 20만원이 없어서 나머지 80만원어치의 서비스도 못 받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저소득계층의 경우 보험료 면제나 본인부담금을 낮추는 방안과 연체기간을 조정하거나 벌칙을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이 제도가 애초의 의도와 달리 오히려 돈 많고 오래 사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가 될 수도 있다.

현재 논의되는 법안에서 우려되는 지점은 무엇인가.
우선 정부가 내놓은 법안의 재가서비스가 예산 문제로 기존 10종에서 5종으로 축소돼 요양보장제도가 생활시설서비스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또, 기존의 요양시설이 노인을 위주로 구성된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열우당과 민노당 법안이 장애우의 장기요양급여 제공기관을 현재의 장애인생활시설로 명기하고 있는데 이 경우 기존 장애인생활시설에 있던 생활자가 요양보장제도에서 등급판정을 받지 못할 경우 시설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다.
또 다른 문제로는 요양보장제도는 현물급여이기 때문에 책정된 급여를 보험수급자에게 직접 지급하지 않고 서비스 제공기관에 지급하게 돼있는데, 이 경우 시설요양서비스에 대한 관리 감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도 생활시설 내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리감독이 안되는데, 시설이 요양급여라고 해서 그에 상당하는 서비스를 실제로 제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한 관리시스템이 시급하다.
그리고 치매나 지적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서비스 계약 문제 때문에 대리인 제도 등의 관련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일본의 경우도 이 때문에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장애우의 경우 생활시설뿐만 아니라 이용시설도 지역사회와 분리된 장소에 주로 있어서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 따라서 초기에 예산을 투자해 지역사회에서 장애우가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확대해야 한다. 적어도 주간보호, 단기보호 시설들은 빠른 시간 내에 마련돼야 제대로 된 제가서비스가 가능하다.

말한 것처럼 장애우에게 상당히 필요하고 시급한 법안인데도 장애계에서 공감대도 폭넓게 형성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가.
안타까운 부분이다. 우선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고 있는 민노당의 법안이 완성되면 전국적인 법안 설명회나 간담회 등을 가질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대략 2월 중에 법률안에 대한 대중적인 홍보와 국회의원 압박 활동을 하고 이후 5월까지는 지자제 선거를 활용해 대응할 계획이다.
법안 준비과정은 민노당과 함께 하지만, 열우당이나 한나라당과도 끊임없이 논의 테이블을 만들어서 우리의 요구를 전달하고 의견을 조정하게 될 것이다. 어쨌든 열우당이 급여대상자를 장애우를 포함한 전국민으로 확대하려고 하고 있고 그 부분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협의를 만들고 논의하는 자리는 앞으로도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터뷰·사진 조은영 기자

 

작성자조은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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