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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람들] “저 정말 평범한 사람이에요”

「천하무적 홍대리」의 작가 홍윤표

본문

 무작정 만화를 좋아했던 한 소년이 있다. 어렸을 때야 누구나 다 만화광이었지만 이 소년의 경우 다른 아이들보다 만화에 열중했던 기간이 오래였던 것은 확실하다. 하루 종일 만화만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보던 만화책의 주인공들을 곧잘 베껴 그려보기도 했지만 그럭저럭 공부도 잘했던 그는 남들처럼 대학에 갔고 졸업 후에 괜찮은 직장에 자리를 잡기도 했다. 결혼도 하고 자신을 닮은 아이가 쑥쑥 자라는 것을 보고 사는 보람도 느꼈으리라.
  그런데도 가슴 한 쪽에서는 자신이 가닿지 못한 만화 언저리의 세계에 대한 허기가 느껴졌을까. 계속 그의 손에는 만화가 들려 있었고 그 정도가 심한 편이었다. 회사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만화책방에 가서 ‘이제 그만 들어가야 할텐데’ 하는 걱정을 했다가도 ‘다음 권에 계속’ 이라는 말에 중독돼 점심시간에 나가서 퇴근 무렵까지 땡땡이를 치기도 했다.
  이것이 홍윤표(33)씨의 바로 예전의 모습이다. 항간에 입에서 입으로 꼬리를 무슨 화제를 피어올리고 있는 ‘천하무적 홍대리’ 를 낳은 홍윤표 씨는 바로 얼마 전까지 그렇게 무작정 만화를 좋아했던 ‘아마추어’ 매니아였다. 지금은? 몇 군데 만화를 고정적으로 기고를 하는 입장이 됐지만 사실 아직 세상이 말하는 대단단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다. 만화와 전혀 상관없는 직장에도 계속 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홍윤표 씨가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꿈에 다가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홍대리’ 가 연재되는 지면을 통해 그런 그의 발걸음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기자는 홍대리가 연재되는 월간 ‘작은책’ (일하는 사람들의 글 모음지를 표방한다)에서 독자와의 만남이 자리를 마련하면서 첫 번째 손님으로 홍윤표씨가 모셔진다고 해서 우선 이를 매개로 해 반갑게 그를 만났다. 만화 속 홍대리는 홍윤표씨가 아니라는 걸 잘 알지만 혹 홍대리와 닮은 점은 없는지 왠지 자꾸만 그의 얼굴을 뜯어보게 됐음을 고백한다.

 


‘홍대리’ 사내 전자게시판 통해 유명해져

 

- ‘작은책’에 연재되던 ‘천하무적 홍대리’가 책으로 묶여나온 게 지난 해 말이죠? 어떠세요, 이제 유명세를 좀 느끼고 계신가요?
“사실 만화를 통해서만 익숙해 있다가 그 만화를 그린 만화가의 모습을 봤을 때 만화의 느낌까지 망치게 된다고 해서 얼굴이 노출되는 걸 꺼리시는 만화가들이 적지 않아요. 저도 사실 되도록 여기 저기 얼굴을 내밀지 않으려고 해요. 원래 사진찍는 것도 싫어 하구요. 또 저를 만나기 전에 만화만큼 되게 웃기는 사람일 거라는 상상들을 하시는데 저 웃기지도 않구요, 보시다시피 정말 평범한 사람이거든요.”

 


  홍윤표 씨는 언론에서 자신을 놓고 만들어내는 이미지 -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쨌든 만화가라는 꿈을 이뤄가는 사람이라고 꽤 그럴싸하게 부풀려 꾸며 놓는 것에 대해 적지 않은 부담과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렇지만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의 그가 부러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 ‘현재’에 있기 위해. 그리고 현제에도 그가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의 틈바구니에서 다른 사람들처럼 얼마나 동분서주하는지. 그에 더해 스스로 자칭한 ‘창작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는 무지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지는 몰라도.

 


- 만화를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셨겠죠?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만화 그리는 건 아주 좋아했어요. 어렸을 대는 다른 친구들처럼 ‘마징가Z" 같은 로봇 나오는 만화들을 베껴 그리곤 했죠. 제가 고등학교 대 ’보물섬‘ 이라는 잡지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그 때 다른 친구들이랑 같이 되지도 않는 만화를 처음 꾸며 보기도 했어요. 그러다 대학 들어와서는 저한테 많은 영향을 준 만화책들을 볼 수 있게 됐는데 만화책방에 나가보시면 모리쌍이라는 프랑스 만화가의 작품들이 있거든요. 한 칸짜리 초현실주의적 만환데, 도저히 현실에서는 나올 수 없는 황당한 얘기들을 만화로 끌여들여서 사람들이 웃을 수 있게 만든 만화예요. 그걸 보고 내가 생각하는 것하고 방향이 비슷하다. 이런 만화는 내가 그릴 수 잇겠다 싶어서 한 칸짜리 만화를 조금씩 그려 봤구요.”


- 그럼 정식으로 만화를 배우신 게 한겨FP문화센터에서가 처음 이셨나요?
“예. 그렇게 조금씩 그려봐도 제 그림실력이 너무 형편없어서 그런 제 만화들을 모아만 놓고 만화가가 꿈은 꿈인데, 현실화시키기는 너무나 어려운 꿈인가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만화학교를 연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다행히 회사원도 다닐 수 있게 저녁 7시부터 시작을 했어요. 거기에서 워낙 유명하신 이두호, 박재동, 오세영 선생님 같은 분들을 강사로 저희를 가르치셨어요.

  처음엔 그런 유명한 분들이 어떻게 생활하시고 어떻게 만화를 그리시는지를 가까이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됐죠.“


- 책의 발문을 써주신 박재동 화백은 평가시간에 홍윤표 씨 작품을 보고 강사들이 모두 뭔가 될 사람이라는 느낌을 똑같이 가졌다고 했던데 그래도 거기서 수강생들 중 단연 두각을 나타내셨나봐요?
“그 때 수업을 받던 96년도에는 주로 공상과학만화를 그렸는데 적성에 안 맞았어요. 상상력의 한계도 있고 하니 주위에서 늘 접하는 소재를 만화로 옮기는 것이 편하다고 해서 처음 그려본 것이 책의 맨처음에 나오는 ‘카운트다운’이란 만화에요. 그것도 일부러 그렇게 그릴려고 그렸던 게 아니라 출판만화학교 다니는 사람들을 한 명씩 소개한다고 한 페이지씩 채우라고 해서 강제로 쥐어 짜낸 거죠. 그렇게 한 페이지를 그렸는데 사람들이 괜찮다고 계속 그려보라고 그래요. 그래서 계속 그리게 된 거죠. 아, 그 전에 ‘나의 하루’를 주제로 그려보라고 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그게 아마 홍대리의 전신이 아닐까 싶네요.”

 


  홍윤표 씨는 그렇게 조금씩 그런 자신의 작품들을 근무하던 회사의 사내전자게시판에 올려 보았는데요 동료들이나 상사들이 재미있다고 무척 좋아하는 것이었다. 매장직원들은 만화를 프린트해 고객들에게 나눠주기도 했고, 지사 직원들에게 반응이 대단해 한 편당 조회수가 5백회가 넘을 정도의 인기를 끌었다. 자신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살짝 비틀어지니 만화가 된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그래서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저는 ‘홍대리’같지는 않아요”

 

- 사람들은 홍윤표 개인과 만화속 홍대리를 많이 혼동할 것 같은데요. 사실 어디까지가 자신의 이야기신가요. 그리고 사람들이 홍대리를 홍윤표 씨의 분신이 아닐까 하고 보는 것에 대해 당황스럽거나 혼란스럽지는 않으세요?
  “저보고 회사에서 홍대리처럼 구는 건 아니냐고 그러시는 분들도 있는데, 사실 처음에 사회에 나와서 사무실에서 조심조심 굴었지요. 얼마쯤 지나서 회사생활에 대충 익숙해지니까 저도 좀 과감해지기도 했는데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심하게 굴지는 않아요.(웃음) 다행인 건 부장님이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좋은신 분이었어요. 직장동료들도 옆사람을 눌려야 내가 산다는 뭐 그런 분위기의 친구들이 아니어서 사실 느슨하게 직장생활을 했죠. 지각은 되게 많이 하는 편이었구요, 지금도 가끔 합니다. 아침잠이 좀 많아서요. 땡땡이도 사실 많이 쳤어요. 그 전에는 만화를 그리지는 않아도 만화책 보는 걸 정말 좋아했거든요. 회사가 시청 근처에 있는데 종1가까지 걸어나가면 만화가게가 많이 있었거든요. 그럼 사무실에서 머니까 아는 사람 만날 일도 없고 해서 거기도 많이 갔고 진짜 점심시간에 나와서 만화 보느라고 퇴근 무렵까지 안 들어 간적도 있어요. 그런 일이 상사들 눈에 좀 걸리면 군기를 잡는다고 저한테 ‘너 이런 식으로 회사생활 하면 재미없다’ 뭐 이런 식으로 무시무시하게 얘기를 해요. 그러면 또 한동안 열심히 일하구요. 그런데 직장생활 한지 3~4년쯤 됐을 때 어느날은 고참대우를 해도 되겠다고 생각을 하셨는지 부장님이 ‘우리 나가서 라면 하나 먹고 오자’, 하고 말해서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그런 열려있는 모습을 많이 본 것이 만화 그리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만화에서 보면 부장님은 부하들에게 혼을 낼 때 걸핏하면 결재 서류를 집어던지는데 그 부장의 모델은 홍윤표 씨의 부장님이 절대 아니란다. 계열사에 있는 입사동기를 찾았을 때 그 부서 부장님이 결제판에 있던 서류를 다짜고짜 그 친구에게 던지는 것을 보고 그 다음부터 부장님은 늘 서류를 던지는 것으로 그린다고 한다. 물론 “아무런 갈등도 없는 천국같은 직장생활을 했다면 책 한 권이 나오도록 만화를 그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그의 속내도 충분히 헤아려진다.

 


- 제목에는 ‘천하무적’ 이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 샐러리맨의 운명이라는 게 회사 내에서 그럴 수 없는 구조인 것이 사실이고, 특히나 IMF 이후에 구조조정의 여파로 파리목숨 같다는 자조섞인 말들도 나오곤 하는데요. 간호 주위에 그렇게 무사태평한 홍대리의 일상이 현실에 맞지 않다거나 하는 불평은 듣지 않으셨나요?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요. 홍대리처럼 좀 게으르고 제 멋대로 사는게 뭐 잘못인가요?


- 그래도 홍대리라는 인물의 캐릭터를 설정하는데 만화의 코믹성을 고려한 것 말고 또 남다르게 염두에 두신 부분이 있으세요?
  “얼떨결에 만들어진 주인공이고 형식인데 너무나 많은 분들이 주목을 해주셔서 저도 사실 당황스러웠어요. 홍대리는 사실 회사내에서도 또 사는 데 있어서도 아직 뭐가 중요한지 깨닫지도 못하는 나이고 위치죠. 그 면에 있어서는 저 스스로 사회에서 자충우돌했던 내용도 들어있는 게 사실이에요. 과연 사람이 세상을 사는데 뭐가 중요한건가, 명예가 중요한건가, 저도 아직 잘 모르니까 그런 질문을 해 가는 과정이죠. 제 스스로 생각해봐도 사실 만화에 대한 화법이 아직 완성이 된 상태가 아닌데 앞으로도 계속 그려나가다 보면 감이 자빌 것 같아요. 그리고 만화를 어느 정도 그리다 보니까 이제 저와는 완전히 구별된 홍대리라는 인물이 따로 살아 있는 것 같아요. 이건 정말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독특한 경험이에요.”


 

  홍대리가 지각하고 부장님 화를 돋구는 깨는, 간 큰 행동(?)을 거듭하는 것을 보고 어떤 이는 ‘생산의 도구나 소모품이 아님을 항변하는 작지만 완강한 몸짓’이라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퇴출’의 위협으로 그 체제 속에서 불안하게 머물 수밖에 없는 작디 작은 우리의 모습도 본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홍대리에게서 강한 동질감과 애중을 느끼는 건 아닐까.

 

 

발표하는 지면마다 폐간되는 불운도

 

- 아까 자신은 평번한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얼마 전에 양심수 하루 감옥 체험에 참여하신 것을 보고 얼핏 홍윤표 씨가 조금씩 공인이 되어 가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었어요. 거기 참여하기 전후에 가지셨던 느낌이 어떠셨나요?
  “그때 민가협 관계자분이 전화로 진지하게 부탁을 하셔서 덜컥 ‘예, 하겠습니다’, 그랬어요. 민가협이 어떤 단체라는 것은 나름대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힘이 되는 일이라면 함께 하겠다고 했는데 나중에 더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까 그게 사실 유명한 사람들이 참여해야 상대적으로 빛이 나서 목적에 취합한 성과를 볼 수 있는 것이거든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나설 자리는 아닌 것 같아서 저보다 좀 유명하신 분을 섭외하면 어떻겠냐고 간곡하게 거절을 했더니 저보고 꼭 해달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 예, 하고 다행히 마침 휴가기간이여서 참여를 했죠. 그 전날 저희 어머니한테 ”저, 내일 감옥가요“ 하니까 ”아니, 너 교통사고 냈냐“ 하시더군요.(웃음) 사실 감옥 체험을 한 저는 어쨌든 실내에 있으니까 지내기가 괜찮았는데 거기 교도관역을 한 양심수 출신 젊은 분들은 체험자들을 지킨다고 땡볕이 내리쬐는데 하루 종일 계속 서 있었거든요. 그 때 민가협 어머니들하고 대화를 많이 나누었던 게 저한테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주위에서도 좋은 일 했다고 칭찬해 주셔서 저로서는 더 어깨가 으쓱하기도 했는데 주최를 하신 분들한테 궁극적으로 별 도움이 못된 것 같아서 좀 미안했어요.”


- 홍대리 만화를 보면 요새 유해하는 박광수류나 다른 그림과 비교해서 필치가 좀 얇다 하는 느낌이 들어요. 현재 자신의 필치가 어떻게 형성됐다고 보세요?
  “저도 만화를 그리면서 제일 먼저 따라 그렸던 건 이현세 씨  만화였어요, 그 분 만화는 내용 뿐만 아니라 선의 느낌도 굵어서 그림만 봐도 내용이랑 뭔가 연결이 되잖아요. 저도 깨끗한 선을 그리려고 애를 써봤는데 그게 참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처음에는 삐뚤빼뚤한 선이 나왔죠. 그런데 이희재 선생님 작품도 선이 조금은 거칠지만 또 깔끔하게 그린 것보다 느낌이 좋거든요. 제 그림을 보고 그 선생님이 직선처럼 나오지 않으면 그냥 그대로 그려라, 나름대로 맛이 있을 거다. 하세요, 그리고 보통 만화는 페이지 전체로 보면 머리나 옷, 얼굴 윤곽의 명암을 먹으로 주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회색의 느낌이 있거든요. 그런데 제 그림은 머리카락같은 것도 다 안 칠해서 그림이 전체적으로 너무 허옇다고 욕을 많이 먹었어요. 그건 (그걸 다 칠 할 수 없을만큼) 제가 너무 바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도 욕을 먹으니까 오기도 생겨서 ‘그럼, 나는 내 식대로 해보겠다’ 하고 밀어붙이고 있어요.”


- 현재 연재를 하고 있는 매체는 어디 어디시죠?
  “월간 ‘작은 책’에 하고 있고요. 인터넷 잡지 ‘화끈(www.hotton.net)"을 통해서 연재한지 아홉달쯤 됐죠. 그리고 사보들쪽에서 연재를 하고 있고요. 앞으로 계속 이런식으로 발표를 하게 될것 같아요.”

 


  묘하게도 홍윤표 씨는 발표하는 지면마다 재정적인 문제등으로 폐간되는 불운한 경험을 계속 겪어야 했다. 처음으로 그를 ‘써준’ 전문 만화 월간지 ‘화끈’은 그의 만화가 실린 것이 폐간호가 됐고(지금은 인터넷 잡지로 바뀌었지만) 그 다음 ‘미스터 블루’는 서적 도매상 부도의 여파로 연재한 지 석 달 만에 갑자기 폐간됐다. 그다음 국내 유수 인터넷잡지에 연재를 하게 됐는데 그것도 8회인가 연재하다가 잡지의 광고영업이 부진해서 적자만 잔뜩 떠안고 폐간이 되어 버렸단다. 그것은 그가 무슨 불운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만화’ 관련 출판사업, 게다가 IMF등의 영향을 가장 빨리 받을 수밖에 없는 열악한 만화소비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리라.
  그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그가 속한 만화관련단체인 ‘우리만화발전을위한연대모임’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그는 “만화가를 업으로 삼고 회사를 그만 두었다가는 처자식 밥 굶기 딱 알맞은 상화”이라는 걸 통감하고 있다.

 

 

진지한 SF・가족 만화 그리고파


- 앞으로 어떤 만화를 더 그리고 싶으세요?
  “제가 예전에 관심을 가졌던 공상과학 만화도 제대로 그려보고 싶고, 가족애기도 만화로 옮겨보고 싶어요. 한 칸 만화도 진지하게 그리고 싶고요. 사실 만화공부도 제대로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어요. 지금 그리고 있는 홍대리만화는 소재나 그림면에서 갈 수 있을 때까지는 가보고 싶어요. 일년에 한권 분량씩은 만들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계속 매년 한권 씩 냈으면 하고 바라죠.”

 


  그런데 요즘엔 그의 심사를 거스르는 일 한가지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인터뷰가 있던 날 그의 만화계 후배들의 작업실에도 갔었는데 “형. 오늘 또 거기서 형것 베낀 게 나왔어”한다. sbs 드라마 ‘퀸’에서 벌써 네 번째 그의 만화내용을 표절한 듯한 똑같은 에피소드와 대사가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한 독자분이 퀸이라는 드라마에서 제 만화를 표절한 듯한 에피소드가 몇 장면 나오는데, 일본 만화를 표절했다고 하면 통신이나 언론에서 난리가 나면서도 우리 나라 작가인 제 만화를 표절한 것에 대해서는 너무나 조용한 것은 문제 아니냐고 이메일을 보내 오셨어요. 그때까지 그 드라마를 안봐서 부랴부랴 주말에 재방송을 봤는데 한 가지 더욱 한심한 것은 국내 드라마가 일본 것 표절한다고 문제되니까 스토리 판권까지 다 산 드라만데 거기서 또 아무런 문제의식없이 드라마 진행상의 에피소드를 제 만화에서 따갔다는 점이에요. 표절에 대한 문제제기를 본격적으로 하려면 이전의 방영분까지 면밀히 검토를 해야 하는데 조금만 더 지켜보고 공식적인 태도를 취하려 합니다.”

 


- 예전에 어떤 촬영감독인가는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고 암묵적으로 머릿속에 남아있는 잔영 때문에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표절을 하게 될까봐 아예 다른 사람들 작품은 잘 보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나는데요. 스스로 그런 우려는 안하세요?
  “사실 제 만화가 단순한 등장인물들로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을 그리는 것이라 다른 사람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내용이거든요. 그래서 전 남들이 따라 하기 전에 그리자마자 빨리 발표를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증 같은게 생겨요. 그런데 표절이라는 것은 사실 작가 자신의 양심에 비춰보면 그 대답은 나오거든요. 저도 가끔 뭔가를 그려놓고 이런 설정을 예전에 어디서 보지 않았나 자문을 하고 또 해봅니다. 그럴 때 비슷한 남의 작품을 본 기억이 없고 내 아이디어로 그렸다고 자신할 때에야 원고를 넘기죠.”

 

 

  다른 문화계와 마찬가지로 우리 만화계의 표절의 심각성에 대해 홍윤표 씨는 오랜 동안 깊이 생각해오고 있는 듯 했다. 어찌됐던 ‘표절’과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도 앞으로 그가 게속 해야할지 모르겠다.
  홍윤표 씨는 (주)코오롱상사에 5년여 다니다가 현재 프랑스계 외국인회사인 코제마로 옮겼고, 이제 직함은 과장이다. 토요일에는 쉬기 때문에 그로서는 작업환경이 많이 좋아진 셈이다. 그러나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마감에 쫒길 때도 있고 그때 그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놓칠 수가 없어 언제 어디서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필기도구와 종이를 들고 다닌다고 한다. 그런 자신을 보고 후배들이 ‘출장 만화가’ 라고 부른다며 웃는다.
  ‘홍대리’의 작가후기도 “회사에서 일하는 척하면서 컴퓨터로 쳤습니다”라고 끝맺으며 끝까지 뒤통수를 친다. 그에게 얻어맞은 뒤통수가 아프기는커녕 통쾌하기만 하다.

 

글 한혜영 / 사진 김학리 기자

작성자한혜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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