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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시설인권연대 송효정 활동가

본문

<함께걸음>이 ‘사회복지생활시설생활인인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이하 시설인권연대)’ 송효정(25) 활동가를 주목하게 된 건 한 통의 이메일 때문이었다.
지난달 8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반대’ 집회장에 장애운동 활동가들의 기습시위가 벌어졌다. 시위현장에 함께했던 그가 4년간 사회복지를 전공하며 배운 것과 다른 현실을 보며 느낀 솔직한 감정을 담은 글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던 것

 “집회장에서 제게 ‘정의’에 대해 이야기하셨던 선배를 봤어요. 저를 보자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법의 문제가 아니라 기득권 유지를 위해 후배 사회복지사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 화가 났어요. 기습시위를 하고 돌아오는 길, 어찌나 울었던지...”

 
 
아직 졸업반, 예비 사회복지사인 그가 시설운동의 중심축에 서게 된 동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시설에 대한 뜨거운 관심, 소위 ‘시설천사’를 꿈꿨기 때문이다.

“중학생 때만 하더라도 특별한 꿈이 없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꽃동네’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그때 인상 깊었던 게 자폐, 정신지체장애아들이 머물고 있는 시설이었죠. 이 아이들이 저를 ‘엄마’하면서 따라다니는데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꽃동네 안에 있는 다른 시설에서 느꼈던 것과 다른 뭔가가 남았다고 할까. 마지막 닷새를 그곳에서 계속 봉사했는데 ‘이렇게 사는 것도 행복하겠다’싶더라고요. 그래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죠. 학교도 일부러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에 들어갔는데, 꽃동네 안에 학교가 있는 게 아녀서 실망했죠(웃음)”

대한민국 대표시설 중 하나인 꽃동네서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했던 이가 시설인권 활동가로 나서게 된 데에는 특별한 뭔가가 있었을 듯싶다.
“휴학하고 꽃동네서 1년 반 정도를 일했어요. 남은 반년은 다른 곳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를 통해 연구소서 직장체험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어요”
우연찮게 시작한 연구소 장애우 문화센터 생활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그동안 제가 생각했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다 깨져버렸어요. 그동안 꽃동네서 본 장애인은 늘 제가 도와줘야 할 대상이고, 그 사람들 역시 저를 도움 주는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연구소에 와보니 아닌 거예요. 그냥 옆집 사는 오빠고, 언니인거 있죠. 말로만 듣던 당사자주의를 처음으로 경험했는데 엄청난 충격이었어요”

6개월간의 연구소 생활은 효정 씨에게 ‘장애인은 어떤 의미고,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끝나지 않은 고민을 안고 학교로 다시 돌아간 그가 본격적으로 시설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05년, 3학년 1학기로 접어들며 실습지를 찾게 되면서부터.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실습을 하고 싶었는데, 실습생을 안 받는다는 거예요. 잠시 방황했죠.(웃음) 그러던 중 수업시간에 성실 요양원이던가? 시설문제를 다룬 한 방송 프로그램을 봤는데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 방송에 (김)정하 언니가 나온 거예요. 그래서 바로 전화했더니 지금의 시설인권연대를 꾸리기 위해 연구소를 그만두고 준비 중이니 같이 일하자는 이야기를 들었죠”

하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시설인권연대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실습대신 자원 활동을 택했다고. 그렇게 두 학기를 보내며 시설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처음 사회복지를 시작한 게 시설(꽃동네)서 봉사하기 위함이었는데, 정 반대의 노선에 서게 됐으니 갈등이 얼마나 심했겠어요. 특히 꽃동네 분들과 오랫동안 맺어온 관계 때문에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죠. 방황도 많이 했는데, 어느 정도였냐면 시설인권연대서 실습 받고 있을 때였는데 머릿속이 너무 복잡한 거예요. 그래서 ‘생각 정리하기 위해 꽃동네에 다녀오겠다’고 하고선 훌쩍 떠났죠. 오히려 그곳에 가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며칠간을 꽃동네서 지내며 동기 수녀·수사님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며 나름대로 정리한 게 ‘우리나 시설종사자들 누가 틀린 게 아니라 방법론적으로 다른 거다’, ‘다만 시설에서 생활하는 당사자 입장에서 볼 때 우리가 하는 이야기가 옳은 길이니, 내가 선택한 길이 틀린 게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죠. 그렇게 마음먹으니 이전에 갖고 있던 죄책감이나 부담감도 떨쳐낼 수 있었고요”

참으로 힘들게 시작한 활동이다.
그러기에 그 누구보다 지금 하는 일에 대한 소신과 애정의 강도가 강할 것 같다. 그가 생각하는 ‘시설’은 뭘까.

“투명한 유리컵 하나를 탁 덮어놓았다고 표현해야 하나. 한번은 소규모 시설 내 소위 ‘짱’인 아줌마를 만났는데,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오갈 데가 없어서 시설서 생활하는 분이거든요. 비교적 외출이 자유로운 시설이었는데 이 아줌마조차 최근 4년간 밖에 나간 곳이라곤 시설 옆에 위치한 교회에 다녀온 게 다라는 거예요. 작은 교회도 아니고, 바로 옆에 엄청 큰 마트도 있는데 한 번도 다른 곳에 안 가봤다니 이상하잖아요.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내가 어떻게 그곳에 갈 수 있겠냐’는 거예요.

꽃동네를 비롯해 모든 시설이 다 마찬가지인데, ‘시설 생활인이니 응당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고, 이런 통제들이 당연하다’고 인식해요. 한번은 장애인 한분이 성경책을 가지고 와서는 성당에 다니고 싶다는 거예요. 하지만 문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 못가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그게 소원이에요’라며 짓는 슬픈 표정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분은 2층에 있는 교회 갔다가 1층에 있는 방에서 하루를 보냈는데,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렇게 평생을 살아야 하잖아요.

차라리 학대상황이나 뚜렷한 인권침해가 발생한 문제 시설은 그것만 해결하면 되요. 그러나 우리조차 갖고 있는 시설 생활인을 바라보는 인식의 문제는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해요”

그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행복하세요?”
“피곤하지만 가장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라며 미소 짓는 그를 보면서 왠지 모를 든든함을 느꼈다.

 

사회복지사 선배들께

저는 오늘 처음, 사회복지에 대한 후회와 실망 때문에 하루를 아프게 보내야 했습니다.

4학년 마지막 학기를 두고 ‘사회복지생활시설 생활인 인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이하 시설인권연대)’라는 곳에서 활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혹시 김포 ‘사랑의 집’ 사건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한 종교인이 미신고시설을 운영하면서 생활인들에게 지급할 국가 보조금을 횡령한 것은 물론, 정신지체 여성들을 성폭력하고, 문제제기를 하는 장애인들에게 항정신성 약물을 처방 없이 남용해 생활인 6명이 사망한 곳입니다.

자산만 7천억 원이고 시설 13개를 소유한 동양 최대 사회복지 재단인 ‘성람재단’에서는 생활인 10명중 4명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고, 보육교사들을 이사장 개인 농장에서 일을 시켜 신변처리조차 불가능한 생활인들은 방치하는 등 장애인에 대한 폭행과 성폭행을 자행했습니다.

시설인권연대는 이런 문제 시설들에 법적대응을 하고, 시설 생활인들의 시설 밖 생활에 대해 고민하고, 사회에 알리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사회복지시설장들을 무조건 ‘좋은 일 하는 사람’으로 인식해, 처벌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이름만 바꿔 또 다른 미신고 시설을 운영하는 건 더 이상 새삼스런 일도 아닙니다. 수십 년째 반복하고 있는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시설을 개방해 투명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 뿐입니다.

그래서 이를 요구하는 움직임들은 수년 전부터 시작됐고, 드디어 올해 11월 2일 법인 이사 중 3분의 1을 공익 이사로 구성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회복지사업법을 발의했습니다.

저는 오늘 바로 이를 반대하는 사회복지 보수계의 비상대책위가 벌인 결의대회에 기습 시위를 하러 갔습니다. 이 대책위에는 무려 법인과 시설 420여 곳이 가입되어 있더군요. 그래도 저는 우리(사회복지학도)의 선배들이 그 자리에 가서 기습시위를 할 수 밖에 없던 사람들(개정안을 준비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사회복지계의 이미지를 절하시키고 있는 시설문제 해결을 위해 이참에 동참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까지 품고 있었죠.

그러나 사회복지계 선배 수백 명은 그 곳에 모여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은 사회복지의 근간을 뒤흔드는 악법’이고 ‘사회복지운영 자율권에 대한 침해’라며 목소리를 드높였습니다.

 오늘 그 곳엔 저의 학교 동기와 나에게 꿈을 주던 선배와, 후배들이 있었습니다.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악법이라며 힘차게 팔뚝을 흔드는 선배들 모습이 너무 부끄러워 저는 눈물 한 바가지를 쏟아내야 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선배들은 예전에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역사회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사회복지 직업군은 그 누구보다 강한 인간애로 무장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사회복지는 더 이상 동정과 시혜로서 클라이언트를 대하면 안된다’고 했습니다.

저와 후배들은 그 가르침대로 활동했습니다. 도덕성과 인간애로 무장되어져야 한다기에 한 달 50만원 월급이 박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여름은 펄펄 끓는 아스팔트 바닥에서, 겨울은 비닐 천막에서 하루를 보냈어도 기뻤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돈 버는 사업을 위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복지시설을 운영해야 한다면, 처음부터 솔직하게 가르칠 것이지 왜 우리를 속였습니까?

왜 우리를 그리도 힘든 길에서 전문성과 도덕성, 인간애로 무장시켰습니까? 저는 오늘 처음으로 사회복지학도로 6년간 걸어온 제 자신이 가련하다 생각했습니다. 사회복지계에 몸담고 있는 선배님들. 혹시 그릇된 도덕성과 전문성으로 ‘사람장사’하고 있는 건 아닙니까?

오늘은 참 선배들이 원망스러운 그런 날입니다.

시설에서 갇혀 사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사회복지사업법 꼭 개정합시다 !!

2006년 12월 송 효 정

 

작성자전진호 기자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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