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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전동휠체어타고 ?해보고싶다”

[기획연재] 친(親) 전동휠체어 환경 만들기 마지막회 - 정리 좌담

본문

<함께걸음>은 '친(親) 전동휠체어 환경 만들기'라는 주제로 지난 8월부터 시작한 기획연재를 마무리 하면서 전동휠체어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고 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연재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누기 위해 좌담을 마련했다. 이 좌담에서는 참가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동휠체어를 둘러싼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앞으로 전동휠체어를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했다.

** 좌담 참석자

전윤선(이하 전)
얼마 전 전동휠체어를 도둑맞아 새로 전동휠체어를 구입한 전씨는 언제나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휠체어에 ‘소니아 간디’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안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으로 근디스트로피 장애가 있다.

심승보(이하 심)
전동휠체어 환경이 조성되면 고속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고 싶다는 심씨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면서 활동폭이 넓어졌단다. 근디스트로피 장애가 있다.

박명용(이하 박)
자립생활 개념이 알려지기 전에 자립생활을 하고 전동휠체어가 보급되기 전에 이미 오토바이를 개조해 타고 다닌 자유인. 현재 대전에서 살고 있으며, 뇌성마비장애가 있다.

      ▲ (사진: 전진호 기자)     오영철(이하 오)
전동휠체어를 타고 번지점프를 하고 싶다는 오씨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활동가다. 뇌성마비 장애가 있다.

김동수(이하 김)
개인에게 적합한 전동휠체어를 조정하는 코디네이터가 한국에도 도입됐으면 한다는 김씨.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활동가로 뇌성마비 장애가 있다.


전동휠체어 이용하고 생활 완전히 달라져

함께: 우선 전동휠체어 이용 전과 후가 많이 달랐을 것 같은데 어떻게 달랐나요?

오: 2001년 전동휠체어를 처음 탔을 때 마치 새로 태어난 것 같았어요. 전에는 어딜 가려면 자원활동가 구하고 차량 구할 고민부터 해야 했는데 전동휠체어 덕에 생각과 동시에 이동할 수 있게 됐으니 일상이 완전히 달라졌죠.

김: 전 클러치(목발)를 사용하다 안 되겠다 싶어서 2000년에 중고 전동휠체어를 했는데, 이용 후 가장 큰 차이는 시간과 돈이었어요. 클러치를 이용해 2, 3시간 걸리는 거리를 전동휠체어로는 1시간만에 갔으니까. 그리고 매달 15만원씩 들어가던 택시비도 아낄 수 있었죠.

박: 저도 비슷한데요, 뇌성마비장애우는 수동휠체어를 타면 누가 밀어주기 전에는 굉장히 답답합니다. 열심히 움직여도 깨작깨작, 조금 밖에 움직이지 않으니까 수동휠체어는 완전히 고문틀이죠. 근데, 전동휠체어를 타면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됐다는 건 비장애우 입장에선 공간이동이 가능해진 것과 맞먹어요.

사실 전 94년에 이미 오토바이를 개조해서 타고 다녔어요. 그래서 다른 장애우들이 전동휠체어를 처음 탄 느낌을 오토바이를 타면서 느꼈는데, 충격 그 자체였죠. 그땐 춘천에 살았는데, 거기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 뇌성마비장애우는 저뿐일 거예요.

함께: 위험하지 않았어요?

박: 거의 목숨 걸고 탔죠. 죽을 고비 여러번 넘겼는데 그래도 탔어요. 자기결정권 얘길 많이 하는데 이동 문제가 이런 자기결정권의 가장 밑바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중증장애우들에겐 전동휠체어가 바로 이런 기본적인 권리를 되찾아준 거죠.

   
  ▲ 심승보씨(사진: 전진호 기자)  
 

심: 전 3년 전까지 걸어 다니다 전동휠체어를 타면서 거의 20년만에 다시 달려봤어요. 그때 느낀 바람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전 근육병인데 아주 느리게 진행돼서 정말 다양한 상태를 경험을 했죠. 10대 초반에 뛰어다니다 10대 후반부터 계단 오르는 게 힘들어졌는데 20대 후반에야 근육병인걸 알았어요. 이 때문에 커서도 활동폭이 좁았죠. 직장도 집 근처였고, 데이트를 해도 집 근처를 벗어나지 않았어요. 귀찮으니까 영화도 안 보고, 멀리 가면 택시 타고. 그때 저도 택시비 엄청 들었죠. 걸음도 느리고 계단 오르는 게 힘들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니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점차 줄고 성격도 소극적이 되더라고요. 직장에서는 출장도 못가고 움직이는 게 어려워지니까 점점 업무에서 소외됐고요.

근데 그런 것들이 전동휠체어를 타면서 달라졌어요. 전동휠체어를 탄 첫해엔 1년에 영화를 20~30편 씩 봤죠. 서울대공원 공원 같은 곳도 자주 놀러가고. 활동폭은 넓어졌는데 비용은 오히려 줄었어요. 그러면서 자신감도 생겼죠.

전: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면서 경쟁력이 생긴 거네요. 독립성도 생기고. 저도 심승보씨랑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저는 3년 전에야 근육병인 줄 알았는데, 회사에 다닐 땐 식당이 4층인데 올라가기 어려워서 점심 굶기를 밥 먹듯 했죠. 출장도 못가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면서 직장을 그만뒀어요. 저 같은 근육장애우는 손에 힘이 없어서 수동휠체어는 사용할 수가 없어요. 그러다 친구가 전동휠체어를 줬는데 처음엔 괜히 장애우가 되는 것 같아 안탔죠. 그런데 한 번 타고나니까 너무 편한 거예요. 20대까지 느꼈던 자유를, 온전히 다시 찾은 느낌이었어요. 완전히 자유 독립 만세였죠.

위급 상황에 도움 요청할 곳 마땅치 않다

함께: 그런데 그 전동휠체어를 도둑맞다니 무척 난감했겠어요.

전: 딱 일어났는데 전동휠체어가 없어요. 처음엔 제가 다른 곳에 뒀나 했죠. 근데 자세히 보니 전동휠체어를 묶어둔 난간까지 떼서 훔쳐갔더라고요. 태평양 한가운데 무인도에 갇힌 느낌이랄까. 막막했죠. 전동휠체어가 없어진 후 일주일간은 활동을 못했어요. 어쩔 수 없이 새로 구입하긴 했는데 전동휠체어가 좀 비싸야죠. 의료급여에서 지원하는 209만원을 제하고도 400만원이나 더 주고 샀어요. 이거 잃어버리면 정말 끝장인거죠.

함께: 다른 분들도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면서 황당한 경험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김: 저는 전철과 승강장의 높이차로 생긴 턱을 다른 사람 도움을 안 받고 올라간다고 뒤로 후진했다 전력질주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전동휠체어는 문턱에 걸리고 저만 시트랑 같이 날아가서 전철 안으로 떨어진 적이 있어요.

오: 진짜 황당하다. 그거 타고 갔어?

김: 그걸 어떻게 타? 그냥 내렸지. 사람들이 모여서 쳐다보는데 얼굴 팔려서….

박: 오호라. 이거 완전히 전투기 비상탈출 장면인데? (모두 웃음).

   
  ▲ 오영철씨(사진: 전진호 기자)  
 
오: 전 음주가무 때문에…. (모두 웃음). 작년 일인데, 그 때도 음주가무를 즐긴 뒤라 제때 못 내리고 종점까지 갔어요. 근데 비까지 오더라고. 우산도 없고 배터리도 방전 직전이고. 뭐, 일단 지하철을 나와서 집으로 가는데 갑자기 전동휠체어가 도로 턱에 걸리면서 앞바퀴가 완전히 빠져버렸어요. 어두우니까 물이 고여 있는 게 땅처럼 보여서 턱이 없는 줄 알았던 거죠.

그렇게 꼼짝 못하는 상황이 되니까 오만 생각이 머리를 스치더라고요. 경찰차를 부를까, 구급차를 부를까, 그도 아니면 이대로 날을 새야 하나. 몸이 다 젖었으니 택시도 안 잡히고…. 결국 콜밴을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배 모씨가 잘 들어갔냐며 전활 했더라고. 그래서 콜밴 타고 데리러 오라고 했지. 돈도 없었거든요. 그때 진땀 엄청 뺐어요.

심: 119 부르지. 구급차 안타봤어요?

오: 왜요. 수도 없이 탔죠. 음주 가무 때문에. 그래서 더 이상은…. (모두 웃음).

전철, 물리적 환경만 아니라 운영상 문제도 많아

전: 저도 전철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죠. 보통 승강장에는 추락을 막기 위해 안전바를 설치하잖아요. 근데 4호선에서 운전가 제가 내려야 할 역부터 내리 두 역을 문이 안전바에 딱 가로막히게 정차를 하는 거예요. 비장애우들이야 안전바를 피해 내릴 수 있지만 전동휠체어에 탄 저는 그럴 수가 없잖아요.

처음엔 전화로 항의해 사과를 받았는데 다음에 또 그랬을 땐 차량번호까지 적어서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했어요. 그랬더니 운전기사가 직접 전화해서 사과를 하더라고요. 도시철도공사에서도 전화가 오고.

심: 저도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5호선 우장산역이었는데, 스크린도어와 전철 문을 엇갈리게 세운 거야. 결국 한정거장을 더 가서 내렸죠. 그래서 홈페이지에 민원 올렸는데, 전 미안하단 얘기는 없고 전동차 배차표만 답으로 보냈던데.

김: 그러고 보니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사건도 기억나네. 신당역에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거기도 환승하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어요. 그래서 평소처럼 승무원 불러서 전동휠체어 등받이를 잡고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는데 갑자기 '땅~!!'하는 소리가 크게 나면서 에스컬레이터가 멈추더라고요. 에스컬레이터의 벨트가 끊어진 건데, 전동휠체어에 탄 저를 위로 끌어 올리느라 난리가 난 적 있었죠.

함께: 얼마 전 전동휠체어를 탄 채로 그렇게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다 뒤로 굴러 여러명이 다친 사고가 보도된 적도 있었는데.

심: 일본에서도 그렇게 장애우가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기도 하는데, 그땐 승무원이 나와서 장애우가 내릴 때까지 앞, 뒤를 막아요.

김: 일본에는 에스컬레이터가 넓게 펴져서 휠체어를 타고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있죠.

저상버스, 수동휠체어 규격만 고려

함께: 지하철 편의시설 문제라던가, 혹은 고장이 났는데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어서 생긴 문제 등에 대해 얘기했는데, 전동 휠체어 이용자가 애용하는 대중교통이 지하철이라. 그런지 이와 관련된 얘기가 상당히 많네요. 혹시 저상버스 타본 분 없으세요?

   
  ▲ 김동수씨(사진: 전진호 기자)  
 
김: 전 저상버스 자주 타고 다녀요. 기다리는 시간만 없으면 지하철보다 훨씬 빠르거든요. 근데 저상버스에서도 황당한 일 많죠. 특히 지금 운행하는 저상버스들은 하나같이 수동휠체어 규격에 맞춰져 있어요. 그러니 전동휠체어 타는 사람은 이용하는데 불편이 많죠. 크기가 안 맞아서 바퀴고정도 안되고 안전벨트도 착용이 안돼요. 급정거라도 하면 끝이죠 

함께: 안산엔 저상버스가 7대가 있다고 들었는데...

전: 7대가 있긴 한데 한 노선에 전부 배치된 데다, 번차례로 오는 게 아니라 일반버스 뒤에 저상버스 7대가 한꺼번에 와요. 저희 센터에서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됐는데 얼마나 황당하던지.

김: 서울에선 일반버스가 5대쯤 지나가면 저상버스가 오는데 보통 30~40분 기다리죠. 저상버스에선 운전기사가 제대로 교육받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도 많아요. 원래 정류장에 바짝 붙여 정차하도록 돼 있는데 도로 한복판에 세우질 않나, 자동으로 나오는 경사로를 손으로 끄집어내려고 하질 않나, 경사로도 안 나왔는데 그냥 내리라고 하질 않나. 문제가 많아요.

함께: 지역은 또 좀 사정이 다를 거 같은데.

박: 그 정도면 양반이죠. 대전은 저상버스가 하루에 딱 3번 운행해요. 노선과 시간도 부정확해서 믿고 탈 수가 없죠. 지금 대전도 지하철을 절반 개통했는데, 지하철이 전부 놓이면 지하철을 접수하려고요. (모두 웃음).

함께: 장애우콜택시 같은 건 없나요?

박: 장애인이동봉사대가 3곳이 있어요. 이용하려면 적어도 3, 4일 전엔 예약을 해야죠. 그러니 급한 일엔 소용이 없어요. 게다가 곰두리봉사대의 경우엔 리프트 차량도 거의 없고, 운전자가 지체장애우기 때문에 장애가 있는 사람은 꺼려하죠. 차라리 차가 있는 학교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움직이는 게 훨씬 나아요.

복지관 중심 보다는 보편적인 이동 수단 제공해야

박: 제 고향 춘천도 문제 많았죠. 전 휠체어 이용하는 친구들이 많으니까 3명이 모이면 택시도 각자 한대씩 필요했어요. 그러니까 춘천 안에서 움직이는 게 도경계를 넘는 것보다 비쌌다니까.

심: 그러게. 장애우들은 돈도 없는데, 어디 움직이려면 비장애우들보다 돈이 더 들어.

박: 근데 춘천에 장애우용 차량이 없느냐 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이 얘기만 하면 스팀이 올라오는데, 그 조그만 도시에 복지관도 5개나 되고, 맹학교, 특수학교, 재활원 등등 많아요. 거기 모두 장애우용 차량이 있죠. 문제는 이 차량은 이 곳들과 연관된 사람이 아니면 이용할 수 없다는 거예요. 완전히 그림의 떡인 거지.

함께: 정부가 지원한 걸 텐데, 장애우가 아니라 복지관을 위해서 이용되는 거네요.

   
  ▲ 박명용씨(사진: 전진호 기자)  
 
박: 그런 곳에서 영철이랑 내가 거의 10년 전에 오토바이 타고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거죠. 본 것도 들은 것도 없는데, 오토바이를 요렇게 개조하면 타고 다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니까. 근데 3백만원가량을 들여서 오토바이를 개조하고 원동기 면허를 따러 갔더니 이게 개조한 거라 오토바이가 아니라 자동차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자동차 면허를 따래. 이건 운전면허 신체검사를 통과할 수가 있어야지. 제가 시험장에 있는 그 뻑뻑한 핸들을 어떻게 돌려요. 결국 계속 떨어졌죠.

함께: 그럼 어떻게 하셨어요?

박: 그냥 타고 다녔어요. 무면허로. 거기다 머리가 너무 커서 헬멧도 안 들어가~. (모두 웃음). 근데 그렇게 열악한 곳에서 살다 대전에 갔더니 대전은 더 낙후됐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느 지역이든 택시를 잡아보면 그 지역 장애우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알 수 있는데, 대전은 택시를 잡으니까 '가다 간질이라도 하면 어쩌느냐'면서 태워주질 않더라고요.

체형에 맞춘 전동휠체어 보급 필요하다

함께: 물리적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했는데 제도나 정책에는 문제가 없나요?

전: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전철역은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지 못하게 막아놨는데 이건 문제가 있어요. 대구지하철 화재사건 같은 사고가 나면 엘리베이터는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휠체어 리프트가 장애우 비상구인 셈이죠. 근데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사용을 못하게 해요.

심: 설치된 엘리베이터가 고장났을 때도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게 해야 하는데 지하철공사에서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역의 휠체어 리프트는 부속품을 아예 떼어 가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하더라고요. 3일 이내 엘리베이터를 고치지 못할 때만 부속품을 준다고. 결국 장애우는 비상구가 없는 셈이죠. 이건 개인이 아니라 단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 같아요.

김: 밖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가 지하철 역사가 아니라 역사와 연결된 다른 건물에 있는 경우 밤이나 주말에 건물을 폐쇄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4호선 신용산역이 그런 경우인데 여기만 그런 게 아니거든요. 이 경우엔 장애우를 위해서 역사가 문을 닫을 때까지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죠.

심: 의료보험 정책도 문제가 많아요. 현재는 전동휠체어 구입비용만 지원하고 전동휠체어와 관련된 소모품이나 수리비용은 지원하지 않는데 여기에 대한 불만도 많고 문제가 심각해요.

   
  ▲ 전윤선씨(사진: 전진호 기자)  
 
전: 사실 전동휠체어는 우리에게 다리와 마찬가지에요. 다리가 아픈데 보험에서 '한번 지원했으니 치료가 안 된다'고 하는 게 말이 되요?

오: 또 우리는 공산품처럼 제작된 전동휠체어를 구입하는데, 미국에서는 의료보험에서 개개인에게 맞춘 전동휠체어까지 보장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보험이 이용자에게 필요한 옵션까지 보장해야 맞는 거 같아요. 미국은 그렇게 1천만원짜리 휠체어도 보험에서 지급하는데, 우리는 나눔운동을 통해 대량으로 보급돼서 서로 비슷비슷한 모델을 타고 다니잖아요. 자기 몸에 보장구를 맞추는 게 아니라 보장구에 몸을 맞추고 있다니까요.

김: 독일이나 미국에선 업체마다 코디네이터가 있어서 보장구를 이용할 사람과 상담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기술팀과 코디네이터가 협력해 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보장구를 만들어 제공한다는 얘긴데 우리나라는 그런 게 없어서 아쉬워요.

오: 장기적으로 보면 이렇게 나눠주는 식으로 제도가 정착되면 안 될 것 같아요. 우리도 외국처럼 몸에 맞는 보장구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준들이 마련돼야 해요. 게다가 지금은 A/S에 대한 규정도 없어서 제품이 단종된 경우 보장 방법이 명확하지 않아요. 더군다나 지금 한국에 보급되고 있는 전동휠체어들은 한국에서 생산한 것도 아니잖아요.

전: 차량 단종할 때처럼 5년 동안 쓸 부품을 보유하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은 당장 A/S할 제품의 부품도 제대로 확보하지 않는 것 같으니 문제가 많죠.

전동휠체어 미래를 상상하다

함께: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마지막으로 전동휠체어와 관련해서 앞으로 변화됐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박: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 제일 불편한 게 날씨 문제예요. 가끔 비싼 유모차를 보면 앞에 투명 비닐이 씌여진 것들이 있는데 그게 굉장히 부럽더라고요. 그런 걸 달아봤으면 좋겠어요. 추울 때도 문제지만 비가 오면 우리는 우산을 쓰는 게 쉽지 않거든요. 또 학교 다니면서 느낀건데 전동휠체어에 책상도 접었다 펼 수 있게 달려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어요.

함께: 요즘처럼 추울 땐 등받이에 고급차처럼 열선도 들어오면 좋겠네요. 근데 현행법상 전동휠체어는 의료기기라 함부로 개조할 수 없도록 돼 있어서 생각한 것들을 실현하려면 장애유형이나 필요에 맞게 개조할 수 있도록 법이나 제도가 뒷받침 돼야 할 것 같네요.

전: 미국은 전동휠체어에 달리는 옵션이 굉장히 다양하던데 우리는 그런 게 제대로 발달이 안 된 거 같아요. 그런 다양한 제품들도 개발이 돼야겠지요.

함께: 현재는 전동휠체어를 둘러싼 환경에 장벽이 많아서 자유롭지 못한데 이것마저도 자유로워지면 뭘 하고 싶나요.

박: 전동휠체어를 타고 등산을 하는 거지.

오: 그런 전동휠체어도 이미 있어요. 비싸서 그렇지.

심: 저는 고속버스를 타고 여행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기차는 노선이 하나지만 고속버스는 코스가 다양하잖아요. 그럼 더 많은 곳을 볼 수 있을 텐데, 지금은 고속버스는커녕 주변 건물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으니….

오: 전동휠체어 타고 레저스포츠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전동휠체어를 탄 채 번지점프도 하고 행글라이더도 타보고 싶은데, 상상이니까 얘기하는 거지 사실 먼~ 얘기지.

함께: 그렇다면 이렇게 전동휠체어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박: 그냥 앉아서 제도나 환경을 그 뿌리부터 완전히 바꾸라고 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장애우가 많이 돌아다니는 거죠. 장애우들 스스로 돌아다니면서 직접 부딪히고 바꿔나가면 조금씩 바뀔 겁니다. 만약 우리가 일제 강점기에 우리 힘으로 나라를 되찾았다면 지금과는 달랐을 거라고 생각해요. 외부로부터 해방이 주어지니까 남북이 갈라져 싸우고, 청산돼야 할 과거들이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는 거죠. 장애 문제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제도가 알아서 바뀌길 바라는 것보다 장애우들이 직접 돌아다니면서 장애우 당사자의 힘으로 바꿔야 해요.

심: 그리고 그런 힘들이 결집돼서 하나의 힘을 발휘한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아요.

함께: 그동안 5회에 걸쳐 기획연재를 하면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당사자의 목소리로 듣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나눴던 이야기가 정책에 반영돼 앞으로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데 편리한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 (사진: 전진호 기자)    
작성자조은영 기자  blank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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