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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송장처럼 살 순 없죠”

강릉병원과 고독한 싸움 계속 중인 김음강 씨

본문

  지난 6월 재벌기업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장애우 환자를 인권유린한 사실을 통신에 알리면서 전국 통신인들을 들끓게 했던 장본인 김음강 씨. 교통사고 후 입원한 병원에서 하체가 발가벗긴 채 다른 환자와 보호자의 눈길을 또렷한 의식으로 다 받아내면서 수치심에 부들부들 떨었던 사람이 다른 아닌 사랑하는 그의 아내(김복수)였기에 결국 아내가 저 세상으로 떠난 지 몇 달이 지난 지금도 그는 병원측에 대한 분노를 삭일 수가 없다고 한다.
  김음강 씨는 아내가 당한 인권유린에 대해 병원측에 공식적인 사과의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으나 현재까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부인의 사후에도 그와 부인이 당한 인권유린과 의료사고를 비롯한 의료계의 문제점을 온 몸을 던져 세상에 알리고 있는 김음강 씨를 만나보았다.


- 먼저 그간의 사건경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죠.

  “4월 26일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해 강릉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의사는 아내의 배에 찬 가스를 빼야 한다면서 설사를 하도록 방치해 뒀습니다. 그 과정에도 아내가 대변독에 올랐어요. 그런데 5월 8일에 제가 면회를 갔더니 간호사들이 대변독 치료를 한다면서 아랫도리를 그냥 벗긴 상태에서 아무 것도 가려놓지 않아 하체가 다 드러나 있었어요. 그래서 병원 측에 ‘환자도 인격이 있으니 가려달라’고 요구했었는데, 그날 오후 1시에 또 면회를 갔을 때도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더라구요.

  집사람이 부상 때문에 말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인데도 병원을 옮겨 달라고 하도 간절하게 원하고 저도 병원의 처사가 너무 분노스러워서 다른 병원으로 옮기던 중에 그만 집사람이 죽고 말았습니다. 저는 병원측이 양심이 있다면 책임자처벌, 공개사과, 위령비설치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요구하기 위해서 병원을 찾아갔더니 미리 대기하고 있던 총무과 직원 5~6명이 저를 강제로 끌어내더군요. 저는 너무 억울해서 자료를 가지고 일간지 신문사들을 찾아갔죠. 일부는 사회부 기자와 만나 직접 이야기하고 일부는 신문사 직원과 면담을 한 후 자료만 놓고 왔습니다. 그런데 기사화된 건 주간신문인 ‘내일신문’ 한 군데 뿐이었고, 다른 방송국에도 제보를 했지만 현대그룹에서 운영하는 병원이라고 하니까 기자들이 한결같이 우리나라 의료계에서 사람 함부로 대하는 게 어제 오늘 일이냐며 뉴스거리가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통신에 이 사연을 올리게 된 거죠. 의외로 통신에서는 이 내용에 대한 반응이 수만 건이나 올라왔어요. 통신에서 한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많은 공방이 오간 적이 없다고들 하는데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여전히 꼼짝을 안해요. 언론이 이번 일에 대해서 이렇게 무시하는 이유가 결국 재벌기업과 연관된 문제라 광고로 먹고 사는 사정상 재벌의 눈치를 보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서 더 분동이 터져요.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 비굴할 거 아닙니까.  그래서 더 이상 언론에 매달려봐야 안되겠다 싶어서 방법을 바꿨죠. 시민단체를 찾아갔습니다. 장애우단체와 경실련, 인권운동 사랑방, 참여연대같은 시민단체 간사들을 만났죠. 그런데 우스운 건 장애우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장애인 인권보호회’라를 단체의 총무국장이라는 사람은 큰 사건도 아닌데 세상을 시끄럽게 하지 말라면서 저더러 억울하더라고 조용히 덮어두라는 겁니다. 또 ‘장애인연합신문’이라는 곳의 사장은 기사를 쓸 생각은 안하고 자신들이 중재역할을 하겠다는 겁니다. 제가 거절하니까 강릉병원과 경실련에 전화를 걸어서 마치 제가 중재를 부탁한 것처럼 말을 해서 저를 아내를 팔아 돈이나 뜯어내려는 사람으로 오해나 하게 만들었단 말입니다.


- 정작 교통사고를 낸 운전기사에게는 돈 한푼 받지 않고 합의를 해줬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부인이 사망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운전기사에게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강릉병원 쪽만 그렇게 공격하시는 이유는 뭡니까?

“통신에 올라 온 글을 봐도 그렇고 언론이나 시민단체도 이번 사안이 의료사고인지 인권문제인지 혼동을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차라리 의료사고라면 도와주기가 쉽다고 하는 분도 계시지만 이번 일은 명백한 인권문제입니다. 의료사고는 실수지만 인권문제는 인간에 대한 기본이 안돼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집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저는 가해자쪽에는 돈 한 푼 요구하지 않고 합의를 해줬습니다. 일흔 살의 노모를 모시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어찌됐건 실수로 사고를 낸 것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렇지만 강릉병원은 면회객이 다니는 공개적인 공간에서 아내를 발가벗겨 놓았습니다. 제가 커튼으로라도 가려 달라고 말했는데도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겁니다. 아무리 환자라고 하지만 인격이 있는 거 아닙니까?

  결국 모든 장애우 문제는 인권문제입니다. 그런데 헌법에도 명시돼 있는 인간의 기회균등이 장애우에게만은 예외에요. 많은 장애우들이 어렵게 사는데 더 이상 내몰려서는 안됩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안 그러면 산송장과 다를게 뭐가 있습니까? 요즘 사람들은 산송장처럼 너무 당하고만 사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 왔어요. 그리고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의식도 너무 없어요. 변호사들도 이 사건을 보고 피해보상액을 산정하는게 어렵다고 그래요. 물론 의료사고도 많습니다. 특히 장애우들은 더 많이 당하죠. 저를 비롯해 제 아내도 또 다른 의료사고 피해자이지만 강릉병원 문제는 성격이 좀 달라요. 그래서 강릉병원 문제가 해결 되는대로 전반적인 의료사고문제도 다뤄볼 생각입니다.


- 최근 김대중 대통령에게 진정서도 올리셨다고 들었는데요.

  “지난 번에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에서 세계인권상을 수상하면서 개인의 인권도 결코 무시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저와 같은 장애우의 인권은 무시되고 있는지, 김대중 대통령께서 이 사실을 알고 계실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중증장애우 1천여 명이 서명을 한 진정서를 대통령 비서실에 올렸는데 이걸 보건복지부에 넘기더니 다시 강원도청 의료담당관한테 넘겼는데 그 담당관은 피해자인 제 의견은 전혀 들어보지두 않고 병원측의 입장만 듣고 전결해버렸습니다. 사실 이제 더 이상 저는 기대할 곳이 없습니다.”


-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아내의 교통사고에 대한 보험비가 나오면 그 돈도 어차피 아내의 죽음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모두 쏟아넣을 생각입니다. 현행의료법에서는 고의적이 아니면 인권유린이라고 해도 처벌규정이 없다고 하지만 강릉병원을 상대로 형사소송이 안되면 민사소송이라도 낼 겁니다. 헌법소원도 고려중이에요. 제가 헌법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헌법에 인간의 존엄성이 명시돼 있는 만큼 의료계에서 엄연한 인격을 가진 환자를 무시하는 작태를 제 힘으로라도 반드시 바로잡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모은 모든 증거자료를 가지고 책을 낼 생각입니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에바다문제, 양지마을 비리, 강릉 병원 이 세 가지 사건의 공통점은 다 같은 인권문제이기 때문에 협의해서 공동 자료집을 낼 계획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명동성당에서 책과 전단지 자료를 가지고 단식투쟁도 할 겁니다. 그래서 제도권 싸움도 끌어내 봐야죠. 인권에 대한 법적인 부분을 입법화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푭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인권상 수상을 계기로 올해 안에 인권법 제정과 ‘국민인권위원회(가칭)’ 설치를 공언한 바 있다. 현재 법무부를 중심으로 후속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민변을 비롯한 민간단체들도 정부의 움직임과는 별도로 법 초안과 위원회 운영에 대한 상을 잡아나가고 있다.

  그 모임에서도 통신에 올라온 김음강 씨의 사례가 의미있게 거론되기도 했다. 앞으로 인권위원회 설립과 인권법이 김음강 씨 어깨 위에 놓인 짐을 얼마나 덜어줄 지 기대가 된다.

  “저한테는 사랑했던 아내의 문제인데 이것보다 큰 일은 없죠. 이것도 해결 못하고 또 다른 사회활동을 하겠다고 한다면 너무나 큰 모순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일은 앞으로 제가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라도 분명히 매듭을 지어야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디든 몸을 아끼지 않고 다닐 것입니다. 이미 유서도 작성해 놓았습니다. 이번 싸움만큼은 저 혼자서라도 죽을 때까지 파헤치겠습니다.”

작성자노윤미 기자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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