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법으로 정하고 있는 것만이라도 지키겠습니다”
본문
지난 12월 장애우계는 대선결과를 보며 무척 감격해왔다. 인동초라 불리는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 50년만의 정권교체, 장애우대통령 당선 등 여러 가지 화제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그런데 이번 지방자치선거에서 우리는 또 한번 그 때의 감격을 맛보았다.
영등포구청장에 당선된 김수일(58) 씨의 당선기가 김대중 대통령과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이다. 30여 년간 민주화투쟁을 하면서 10대, 12대, 13대, 14대 총 네 번을 영등포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차점자로 낙선한 경험이 있는 김수일 구청장은 김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제 2기 지방자치단체장선거에 출마해 영등포구청장으로 당선되었다. 흔히들 그이를 가리켜 4전 5기의 주인공이라고들 하는데 김수일 영등포구청장을 만나 당선 소감과 향후 활동에 대한 계획을 들어보았다.
-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그 동안의 선거운동 과정을 돌아보면 다른 후보에 비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는 점에 대한 감회가 새로우실 텐데요.
“우선은 저에게 많은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영등포구민들께 감사드립니다. 당선되고 나서 영등포구민들이 제게 왜 성원을 모아주셨을까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50년만에 이룩된 정권교체에 발맞추어 지방자치단체도 국민정부의 개혁노선에 동참해 달라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개인적으로 제가 이 지역을 중심으로 30여년간 4.19, 5.16, 6.29 등 우리 나라의 헌정사가 뒤바뀔 때마다 현장에서 민주수호 운동에 동참한 것을 기억하는 많은 분들이 이젠 자치구의 살림을 맡아 달라는 마음이 모아진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김 당선자께서는 소아마비로 지체장애를 갖게 되신 것으로 아는데요. 장애우등록을 하셨습니까?
“장애우등록은 96년 7월에 해서 4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 김 당선자께서는 선거 때 장애우와 관련해 어떤 공약을 하셨고, 앞으로 어떻게 지켜나갈 계획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단기적인 구호적 차원보다는 장기적으로 장애우가 자활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안정된 삶을 영유할 수 있도록 기술과 지식, 환경 적응능력 등을 쌓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IMF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선진국 수준의 투자는 어렵다 하더라도 장애인촉진 고용공단이 마련하고 있는 장애우기술교육시설을 적극 활용하고 또 인근 자치구와 협의를 해서 공동으로 장애우 1인 1기 습득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현재 구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보건소와 같은 의료기관이 30년이 넘는 오랜 전통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옛날 결핵 환자들한테 무료로 약을 나눠주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보건소에 최첨단 장비를 갖춘 물리치료실을 개설해 장애우지정치료 기관으로 이용할 것입니다. 또 현재 영등포구에는 4백39개의 의료기관이 있는데 장애우와 노인을 우선적으로 치료하는 기관에게는 혜택을 주어 지정 병원화할 계획입니다.
그렇지만 구청장 당선자가 장애우이기 때문에 영등포구가 장애우 복지에 있어서 만족할만한 수준일 것이라고 기대하시면 좀 부담스럽습니다. 제가 장애우이기 때문에 장애우의 심장을 더 잘 헤아릴 수는 있어도 장애우문제는 장애우 뿐만 아니라 비장애우도 심도깊게 논의하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야 겠죠.”
- 자라오시면서 장애로 인한 차별을 받아보신 적이 있습니까?
“충남에 있는 서산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모 고등학교에 입학하기로 마음을 먹고 그 학교에 편지를 했습니다. 그 학교는 육군 사관학교 진학을 적극 권장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고 실제로 연간 상당수의 학생이 육사에 진학하고 있었죠. 며칠 뒤 답신이 왔는데 한번 올라와 보라고 하더군요. 교장실에 들어갔더니 교장이 한 번 걸어보라고 하더니 제 장애로는 그 학교에 진학하기 어렵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 때 제 나이 15세였는데 그 좌절감이란 이루 형언할 수가 없었죠.”
- 선거 기간동안 장애로 인해서 어려운 점이 혹시 있으셨습니까?
“크게는 없었고 다만 넓은 지역을 도보로 다니면서 악수공세를 하고 인사하는 것이 비장애우에 비해 힘들었죠. 그래도 이번 선거는 개정된 선거법 덕을 많이 봤습니다. 마이크 한 대와 차량 하대를 가지고 유세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에 저는 국회의원 선거구의 두배나 되는 지역을 트럭을 타고 돌면서 사람이 많이 모인 지역에 정차해서 마이크 유세를 할 수 있었습니다.”
- 잘 아시겠지만 장애인고용촉진법에 의하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도 2% 이상을 장애우로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봐도 그것을 준수하고 있는 곳이 한 군데고 없습니다.
현재 영등포구에서는 장애우를 몇 % 고용하고 있고, 김 당선자께서는 앞으로 임기 동안 장애우의무고용제도를 어떻게 지켜나가실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영등포구의 장애우 채용 비율을 살펴봤더니, 약 20명으로 1.25% 정도의 고용률을 보이고 있더군요. 우리 지자체가 공무원을 임의로 채용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서울시가 공무원을 채용해서 배정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서울시와 긴밀한 유대를 가지고면서 협의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나 소위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이 단체장으로 있는 이상 최소한 법으로 정하고 있는 것만이라도 실행하겠다는 것을 약속드립니다.”
장애우가 단체장으로 있는 동안, 최소한 법으로 정해진 것만이라도 실행하겠다는 김수일 구청장의 말이 다른 어떤 미사어구보다 믿음직하게 다가온다. 좋은 시기에 자치단체장을 맡았으면 소신대로 더 많은 일을 할 수도 있을테지만 어려운 때 일을 맡은 만큼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그의 말대로 법으로 정해진 것만이라도 솔선수범해서 지키는 구청장이 되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