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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 1차 피해자는 장애인"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우석균 인터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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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라는 다큐멘터리가 영화관에 걸렸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등 무려 100개가 넘는 시민단체, 노동조합, 보건의료 단체 등에서는 ‘식코 보기 운동’까지 벌였다.

‘식코’는 미국의 현재 의료체제 안에서의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의료보험에 가입조차 못한 사람들은 물론, 보험가입자들마저 제대로 된 의료보장을 받을 수 없는 실제 현실을 말이다. 미국의 의료체계는 곪을 대로 곪아 있다. 보험회사의 거부로 기본적 진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식코 보기 운동’을 전개한 단체들은 예상한다. 우리나라도 이명박 정부가 제시하는 민영보험 활성화, 영리병원 허용,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처럼 의료제도 개편이 현실화 된다면, ‘식코’가 보여주는 미국의 현실은 조만간 우리의 실제상황이 될 거라고.

의료보험이 미국식으로 민영화되면 지금도 부실한 건강보험의 근간이 허물어질지도 모른다.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의료산업에 뛰어들고, 돈 많은 사람만을 위한 특화된 병원부터 시작된 의료보험 민영화는 결국 국민건강보험체계를 단숨에 무력화시킬 것이며, 다수들의 시민은 의료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식코 보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던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이자 성수의원 원장인 우석균씨를 만나 현재 한국의 의료, 복지체계에 대한 진단과 우리 의료체계에 곧 불어닥칠 무서운 폭풍의 정체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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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 ⓒ채지민 객원기자  
 
의료의 시장화가 불러올 폐해는 무엇인가.

어느 나라나 시장 원리에 따라 가장 먼저 피해를 보게 되는 사람들은 이른바 사회적 약자이다. 시장원리의 도입에 따라 생산적 복지라는 개념을 정부에서 말하기 시작했는데, 생산적 복지가 전통적 복지와 차별화하고 있는 부분은 ‘웰-페어’가 아니라 ‘워크-페어’라고 말한다.

한 마디로 일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됐을 때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장애인들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다.

복지나 의료부분에서의 시장원리 도입은 필요에 따라서 사람들에게 복지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기여한 만큼 혜택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보게 된다.

대개 노인, 장애인, 이주노동자 들 같이 이른바 ‘표 안 되는 사람들’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예산 절감이 이뤄진다. 이러한 것이 시장원리에 따라 의료급여의 축소를 가져오기도 하고,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은 ‘수급자들이 파스를 몇 천 장씩 쓴다.’는 등 낙인찍기를 통해 의료 재정의 합리화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복지제도가 어느 정도 완성이 된 상태에서 시장원리, 경쟁원리를 말한다면 어느 정도 논쟁거리라도 될 텐데, 복지제도가 만들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복지병을 운운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김성이 복지부장관도 청문회에서 한국의 복지병을 이야기했는데, 복지가 있어야 병을 말할 수 있지, 어떻게 복지환경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복지병을 운운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복지부분의 재정의 경우 OECD평균의 1/3, 의료 서비스 부분도 1/2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다. 국가 책임 축소 등을 말하고 있는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복지환경 안갖춰진 상태서 '복지병' 운운은 이해안돼

중증장애인의 경우 몸을 움직이는 것이 불편한 것 말고, 다른 질병을 가지는 경우도 많다.
수급자상태인 중증장애인의 경우 수급권을 벗어나기 위한 노동의지가 의료비의 부담 때문에 꺾이는 경우가 빈번한 상황이다.
빈곤한 사람들을 위한 의료정책에는 무엇이 있을 수 있을까.


의료급여는 국가의 호혜가 아니라,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한 사회가 해야 할 최소한의 조건이다. 게다가 장애인에 대한 처우는 그 나라 인권의 척도이기도 하다.

유시민 전 장관은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는데, 한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당연히 해줘야 하는 권리 부분을 혜택 차원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권적 개념에서는 거의 빵점의 수준이라는 증거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정부에서는 ‘고마운 줄 알라’는 정도를 벗어나, ‘돈 안 되면 오지도 말라’는 식의 기조로 정책을 펼칠 거란 것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현재 의료급여의 경우에 본인 부담금이 없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의료급여의 경우도 자기부담금은 있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1종 수급자의 경우도 대략 25%, 의료보험 2종의 경우 35% 정도를 부담한다.
왜 그러냐 하면, 의료 급여를 받는 사람의 경우에도 자기 돈을 내야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MRI, 병실비, 특진비, 심지어 식대의 일정부분도 자기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의료급여를 권리의 개념이 아닌, 주는 것 혹은 돈을 까먹는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나 이번 정부의 경우 의료 시장화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에 주목해야 한다.

건강보험 적용범위가 앞으로 줄어들게 되면, 의료급여 범위도 줄어들게 될 것이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이 약 32조 정도 된다. 그런데 이 중 정부에서 지출한 것은 24조, 민영에서 지출한 것은 10조 정도가 된다.

최근 민영보험 활성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8~10조 정도가 되는, 대략 가구당 60~70% 가량이 민영보험을 든 상황에서 더 이상 질병보험의 가입이 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에서 국민들의 본인 부담금이 10조원 정도인 상황이다. 민영보험회사가 자신들의 상품을 더 팔기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의 적용되는 지원의 범위를 축소시킬 수밖에 없다.

   
 
  ▲ ⓒ채지민 객원기자  
 
민영보험의 활성화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가.

민영보험회사의 특성상 건강한 사람만 가입시켜 돈을 주지 않는 것을 목표로 했을 때, 건강에 있어 약자들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건강보험 지원의 범위가 축소된 상황에서 민영보험에 들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문제는 생기지만, 문제는 건강보험을 들고 또 민영보험을 들 수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있다.

건강보험의 경우 운영비가 보험재정 전체의 3.7% 정도다. 아무리 건강보험 공단의 재정이 방만하다느니 철밥통이니 욕을 해도, 민영보험에 비하면 매우 적은 운영비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민영보험의 경우, 주식회사라 이윤도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그 운영비용이 40%에 이르게 된다. 이건 돈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하느냐 아니냐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민영보험이 활성화 되면 될수록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의료급여 환자의 경우도 의원을 이용할 때 일정 금액을 내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의원은 1달에 6천원까지 쓸 수 있다. 한 번에 1500원이니 한 달에 4번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쓸 수 있는 돈을 제한하는 것으로 인해 ‘너희는 한 달에 병원 4번만 가라. 그리고 그 이상 갈 때는 본인의 돈을 내라.’는 식으로 병원에 자주 가는 것이 피해를 주는 것이라는 심리적 위축을 준다.
사람이 한 달에 딱 4번만 아플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규제를 해놓은 건 명백한 건강보험환자에 대한 의료급여 환자의 차별이다.

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복지부도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병원에서 나타나는 경우를 보면, 4번 이상을 와야 하는 상황이 있다. 이렇게 되면 한 병원을 지정병원으로 등록해야 하는데, 그것도 상황에 따라 가야하는 병원이 다른 경우가 있어 지정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의료보호 환자 중 ‘병원에 자주 와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할 때가 가장 난감한 경우인데, 의료는 권리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는 것이다.

의료는 권리차원에서 다뤄져야

수급지 대상자인 장애인이 장기입원을 하면 생계비 지원을 깎는 경우가 있다.

병원에 있으면 주거비와 식비를 병원에서 해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원하지 않겠다는 논리인데, 누가 병원에 입원할 때 집 팔고 입원하나.

중증장애인의 경우 돌봐주는 사람이 없는데, 우리나라는 간병비 지급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 보호장구도 마찬가지다. 시장원리라고 했을 때 1,2종 다 합쳐서 전 국민의 3.8%만 의료 급여를 받는 사람이다. 이 정도면 국제적 기준으로 굉장히 낮은 편이다. 이러다 보니 차상위에 대한 문제도 생기는 것이다.

시장원리라고 했을 때 국가가 책임지는 부분인데,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섬기는 정부라는 말을 한다. 국민을 섬기는 정부가 되려면, 장애인을 국민으로 취급하지 않을 것이 아니라면, 민영보험의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현 정부가 네덜란드의 모델을 가지고 와서 건강보험의 민영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문제는 모델 전체가 아니라,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것만 가져온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의료체계는 3층 구조로 되어 있는데, 1층은 우리나라의 의료보호에 해당하며, 2층은 보통 우리가 말하는 국민보험이고, 3층이 중증 및 요양보험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중증질환, 요양, 이 부분이 의료 전체 재정의 40%를 차지한다. 국가가 이들의 삶을 책임진다.

이런 현재 상황 중에서 일부분만 가지고 와 민영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일단 1·3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중증에 걸리거나 요양이 필요하면 국가에서 책임진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게다가 2층 보험의 경우도 민영보험이 국가보험과 경쟁하게는 해놨지만, 중요하게 규제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병이나 장애에 따른 가입 거절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리스크 셀렉션, 위험 회피라고 하는데, 우리의 민영보험은 크림스키밍이라고 해서 건강한 사람들만 데리고 위험부담을 줄이겠다는 논지이다. 그런데 실제 모델로 삼은 네덜란드의 경우 연령별 성별로만 보험료 차등을 주지, 그 외의 것으로는 차등을 주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지급거절이나 가입거절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영보험 활성화는 의료 경쟁력 후퇴시킬 것

우리나라 민영보험은 100원을 가입하면 60원 정도만 돌려주게 되어 있지만(정보공개를 하지 않는 바람에 이 정도라고 추산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100원 중 85원 이상을 돌려주도록 이윤율을 규정하고 있다.

민영보험이 위험선택을 하지 않고 성별 연령별로 똑같이 보험료 산정을 한 뒤에 가입 거절 및 지급 거절을 못하게 해야 한다. 지금은 보험 가입한 지 2년 안에 병 걸리면 10% 정도밖에 지급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TV에 보면 띠링띠링 하면서 보험광고를 그렇게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그게 다 결국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제대로 못해주니까, 민영보험이 그렇게 활개를 치는 것이다. 민영보험에 못 드는 사람은 어쩌란 말이며, 앞으로 그걸 더 활성화 한다면 그만큼 국가가 해주는 보험을 줄이겠다는 것인데, 이게 바로 의료 경쟁력 강화란 말인가.

의료민영화와 관련해 정부에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는가?

아직은 없다.
하지만 지난 3월 11일 기획재정부가 경제운용계획 발표 중 10월까지 ‘공사보험정보공유’ 방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민영보험 활성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영리병원 허용 이렇게 세 가지를 말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법 개정이 필요한 과정이긴 하지만, 지금 구성된 국회가 보수화 돼 우려되는 실정이다.

작성자김형숙 기자  odyssey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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