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바퀴) 관련 제품으로 장애인 이동권 편의증진 앞장서겠다" > 함께 하는 세상


"휠(바퀴) 관련 제품으로 장애인 이동권 편의증진 앞장서겠다"

[만난사람] 오도영 국내최초 대기업출자 사회적기업 이지무브 대표이사

본문

이 땅에서 사회적 기업의 미래는 무엇일까? 3년 단위로 해체나 지속 같은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불안한 입장으로 지탱해야 할 일인가? 보다 안정적인 운영의 방법은 없을까?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게 ‘잠시의 숨통’으로 존재하는 대안 정도로 계속 머물러야 할까?

여기에 사족(蛇足) 하나를 덧붙인다면, 국가 차원의 모든 복지정책이 퇴조의 길로 내몰리는 시점에서 ‘사회적 기업’이라는 정책 자체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3년은 금방이다. 사회적 기업을 안정적 궤도에 올려놓으라는 그 시간 자체가, 극히 짧고 한정되어 있다는 의미가 된다. 뭔가를 준비하려다 보면 3년 정도는 순식간에 ‘훌쩍’이다. 정권 차원에서도 뭔가를 하려다 보면, 난데없이 반환점을 돌았다 한다. ‘레임덕’이라는 꼬리표를 달기 시작하는 것 또한 3년도 채 안 되는 기간 안에 벌어지는 일이다. 대안은 없을까? 뭔가 새로운, 뭔가 획기적인 시도나 도전 같은 건 난망한 일일까?

이 시점에서 한여름 열대야에 몰아치는 에어컨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대기업에서 사회적 기업을 제조업 형태로 출자 창업했다는 것, 게다가 그 기업의 생산품이 장애인 및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보조공학기기라는 사실이 전해진 것이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과 함께 하는 운전 관련 보조공학기기 생산전문 사회적 기업 이지무브(Easy Move)의 오도영 대표(CEO)를 만나, 그들의 지향점이 무엇이고 어떤 청사진을 간직하고 있는지를 묻고 들었다.

   
▲ 오도영 이지무브 대표이사 ⓒ채지민 객원기자

- 출장 준비에 바쁜 분을 붙잡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중국 출장을 떠나신다고 들었다
“공장 실사를 해야 되기 때문에 출장을 또 간다. 우리한테 납품을 해야 하는 업체들이 여럿 있는데, 장기적으로 우리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하는 얘기를 계속하고 있다. 일단 긍정적이다. 그래서 실제로 괜찮은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기에 직접 보러 가겠다고 한 거다.”

- 이지무브의 탄생은 상당히 고무적인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의 과정을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
“저는 저대로, 함께일하는재단(이하 재단)은 재단대로 각각의 기획이 준비되고 있었다. 재단은 사회적 기업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만들고 싶다는 취지로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과 접촉하고 있었고, 저는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이하 센터)에 근무할 당시부터 중증장애인들이 운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하고 있었다. 중증장애인들이 운전을 하려면 운전보조장치를 들여와서 차에 적용해야 하는데, 그 장치 비용이 엄청난 액수였다. 한 세트를 사는 데만 7, 8천만 원씩 들게 된다.”

- 말씀 중 죄송한데, 7, 8천만 원이라는 액수가 무엇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수동 컨트롤러 같은 걸 말씀하시는 건가
“조향조정장치가 다양하게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그 장치 하나만 하더라도 그냥 장착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엔진하고 주요 부분에 서브모터를 만들어 달아야 한다. 그게 굉장히 복잡하다. 컨트롤러 자체는 별 게 아닌데 전체적으로는 그만큼 비싸다는 거다.”

“당시엔 지금의 이지무브 같은 체제를 생각했던 건 아니었기에, 그 장치를 들여와서 운전보조장치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야겠다는, 또한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중증장애인들이 운전을 쉽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궁극적인 논의와 제도개선 등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현행법의 맹점들을 동시에 해결하고, 조금 더 나아가 운전 연습장을 하나 만들 계획이 있었다. 그래서 전국의 중증장애인들이 와서 운전보조장치가 장착된 차로 연습을 하고, 면허를 취득할 수 있게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가지고 있었던 거다.”

- 대표님의 그 기획에 대기업의 참여가 필요했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이런 사업들을 준비하기는 했는데, 실상 대기업 쪽으로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과 관계자들을 통해서, 현대차그룹 측과 전화를 주고받고 제안서도 전하며 접촉을 시작하던 상황이었다. 같은 시기에 재단은 사회적 기업의 활성화에 대해 나름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사회적 기업이 영세하고 자립도가 떨어지고 정부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업종은 주로 서비스에 집중하는 상황 아니었나. 그런 상태로는 3년 지원이 끝나고 나면, 우후죽순으로 무너지겠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었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을 창출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재단 차원의 연구가 진행되던 중이었다.”

- 대표님이 근무하던 센터와 재단이 각각 다른 주제를 가지고, 각자의 연구와 제안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얘기 같다. 그 두 가지 진행이 하나로 연결될 계기는 없었는가
“그 시점에 재단 담당자들이 센터의 저를 갑자기 찾아왔다. 여러 보조기기들을 접하게 됐는데, 그런 기기들을 보는 순간 ‘이걸 가지고 사회적 기업을 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는 의견이었다. 그런 내용을 문의하기에 괜찮을 것 같다는 저 나름의 의견을 전하고 별도의 토론을 나눠갔는데, 몇 달 뒤 함께 북유럽으로 갈 기회가 생겼다. 북유럽의 보조기구 및 보급 현황을 참관하기 위해 공무원들과 정치하는 사람들, 또 보조공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각자 자기 비용을 대는 형식으로 보조공학 복지선진국들을 탐방하고 조사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흔쾌히 동참해서 현지로 떠났는데, 한마디로 깜짝 놀랐다는 말밖에 할 게 없었다. 북유럽의 보조공학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거다.”

-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 나올 것 같다. 그동안 각종 자료를 통해서 북유럽의 수준은 대강 살펴보곤 했었는데, 실제 현지의 눈높이는 어느 정도까지 올라가 있었다는 건가
“우리나라에서 보조공학센터가 처음 만들어진 건 경기도지원센터가 최초이다. 지금은 전국 23개 지역에서 각각 센터를 설립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상태인데, 그래도 경기도센터가 130평 크기로 규모면에서는 가장 크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센터 크기가 130평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북유럽은 센터가 보통 2000평 규모이다. 현지에서 그 현장에 들어서는 순간, 무슨 대형마트에 들어온 듯한 그런 생각부터 확 떠오르는 거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컸다. 직원도 5, 60명이나 되고 한 해 예산만 100억이 넘는데, 그런 센터가 주마다 한두 개씩은 다 있다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인구가 500만 600만, 많아야 1천만 명도 안 되는 나라들 아닌가. 주라고 해봤자 작은 데는 몇 만 명, 큰 지역은 몇 십만 명 정도인 나라들이다. 우리나라는 이지무브 본사가 있는 여기 안양만 해도 62만, 경기도는 1천300만 명이라 한다. 규모면에서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이다.”

- 대형마트의 모든 진열대에 각종 물건들이 쌓여 있는 것처럼, 2000평의 규모 안에 모든 종류의 보조공학기기들이 가득하다는 게 아닌가. 상상만으로도 놀라움을 금치 못할 일이다.

‘야, 이 사람들은 진짜 대단하구나!’ 이 생각만 가득했다. 그래서 같이 간 일행들과 예산을 비교하며 조사해 봤는데, 덴마크의 경우 보조공학에 투자하는 국가의 공적자금이 우리나라 돈으로 따지면 한 해 8000억 원 정도가 된다. 인구 500만 명의 나라가 아닌가. 우리나라는 5000만 명 가까이 되는데, 인구비례로 따진다면 덴마크는 1년에 8조 원을 보조공학에 쓴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인가? 국가예산으로 보조기기에 지원한 게, 작년의 경우 5개 부처 다 통틀어서 1000억 원 정도이다. 인구비례로 볼 때 1000억 원과 8조 원은 상상 자체를 불허하는 얘기 아닌가. 게다가 각 주마다 특화된 센터들이 몇 개씩 따로 있다고 했다. 청각장애와 관련해서, 시각장애와 관련해서, 각종 재활과 관련해서 아주 다양한 별도의 센터들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거기만 가면 모든 게 원스톱으로 해결이 된다. 뭐든지 다 해결되는 것이다. 장애인이든 노인이든 구별하지도 않는다. 거기는 장애판정 같은 제도도 없는 나라들이기에, ‘당신은 여기가 불편하시군요?’ 하면 100% 다 지원을 해준다는 얘기가 된다.”

   
▲ ⓒ채지민 객원기자
- 정말 머나먼 남의 나라 얘기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상상의 범위를 완전히 뛰어넘는 수준 아닌가
“우리는 건강보험에서 보조기기를 80여 가지 지원한다. 그런데 북유럽 나라들은 먼저 카탈로그 같은 데이터를 준다. 거기엔 대략 3만 가지의 보조기기들이 담겨 있다. 그 중에서 전문가하고 소비자가 같이 보면서 고르는 거다. 몸에 맞는 거, 더 편안한 거, 더 좋은 걸 전문가가 장애유형에 맞게 꼼꼼히 확인해 준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사항이 있다. 우리나라는 그 중에서 제일 싼 것을 주지 않는가. 그런데 거기는 제일 비싼 제품으로 준다. 가격은 상관하지 않고 제일 좋은 게 우선이다.”

“거기 전문가들이 하는 설명이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이다. 자기네들은 1940년대부터 굉장히 오랫동안 보조기기 지원을 해왔단다. 그런데 모든 데이터를 다 조사해 보니까, 싼 걸 주면 고장이 많고 불만도 많아서 얼마 못 쓴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싸고 좋은 제품을 주니까 훨씬 오래 쓰고 고장도 없고 불만도 없다는 거, 결과적으로는 전체적인 비용이 훨씬 더 절감되더라는 얘기였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지원할 수 있는 품목 리스트에서 최고의 제품을 지원한다는 설명이었다.”

- 우리도 해외 사례들을 취재할 때마다 비슷한 내용을 듣곤 했다. 발상 자체가 우리와는 전혀 반대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후진성을 매번 확인하게 된다
“최고의 제품을 지원하니까 해당 산업이 질적으로 발전하게 되고, 국가 차원에서 집중 투자를 하다 보니까 시장이 자체적으로 확대되며, 결과적으로는 관련 산업 전반의 동시 발전이 형성됐다는 게 아닌가. 세계적인 보조기기 업체들이 유럽에 굉장히 많다. 복지증대와 산업발전이 함께 이룩됐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 현장을 목격했던 당시까지 우리 센터 차원에선 사회적 기업에는 직접적 관심이 없었고, 재단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도움을 전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북유럽을 직접 탐방하고 온 이후로, 재단에선 본격적인 확신을 가지며 보조기기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일본만 하더라도 시장규모가 1조3천억 엔 정도이다. 우리 돈으로 하면 10조 원이 넘는다. 1억5천만 인구에 10조 원이면 우리 기준으로 볼 땐 엄청난 수치이다. 그래서 재단과 토의를 거듭하면서, 우선적으로 제조업 기반의 공장을 일단 만드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 그 대목에서 궁금한 점이 있다. 보조기기산업의 국내 시장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는 보조기기업체들의 80% 정도, 정확하게는 79.2%가 유통관련업체들이다. 생산이라도 일부분 같이 하는 기업은 20.8%, 그 중에서 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따진다면 10% 미만으로 내려간다. 이 수치의 의미는 국내 보조기기시장의 80% 정도가 수입에 의존한다는 뜻이 된다. 당장 경기도지원센터만 해도 1천 점 정도의 기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당시 조사해서 데이터로 만든 바로는 국산제품이 10%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재단과 토론을 할 때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봤었다. 국내 내수가 된다 해도 사업을 하려면 세계시장을 바라봐야 하는데, 다른 나라들이 워낙 역사가 오래되고 높은 지명도를 가지고 있으니까, 어떤 방법으로 새로운 시장개척을 해야 하는가? 답은 대만제 제품에 있었다.”

- 그렇지 않아도 최근 들어 대만제 제품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대만제가 갑자기 늘어나게 된 이유 같은 게 있는가
“대만이 10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이동과 관련된 휠체어, 워커 등의 전 세계시장 70%를 장악해버렸다. 품질은 유럽이나 일본보다는 약간 떨어지지만, 가격이 30% 이상 저렴한 게 통한 것이다. 서유럽의 프랑스와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은 전통적으로 보조기기업체들이 강했다. 그런데 그게 10년도 안 되어 이탈리아의 경우엔 한 군데도 남김없이 다 망했다. 프랑스 역시 2년 전까지는 한두 개 업체가 살아남아 있었는데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한마디로 서유럽이 초토화 되어버린 셈이다. 독일제는 예외적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그건 시장의 위치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비교의 예가 될 순 없다. 독일제는 고기능의 높은 가격 제품을 중심으로 하는 전략이기에 대만제와는 급이 다르다. 스포츠용, 여가용, 전문가용처럼 최고급 제품 중심이 독일제의 생산방식이다.”

- 대만제의 등장이 세계시장을 그만큼 뒤집어놓았다면, 우리나라 기업도 기획과 전략을 치밀하게 수립해서 통용될 방법을 찾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는데 어떤가
“문제는 제품경쟁력과 가격경쟁력이다. 대만은 임금이 우리의 절반 수준이다. 대신 세금이 거의 없다. 휘발유 값도 우리의 절반 정도이다. 우리가 대만과 맞붙어 기술력이 비슷하다면 결국 가격차이가 승부처인데, 우리가 사회적 기업 형태로 제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최소한 대만에게 밀리는 일은 없지 않겠는가. 저의 판단은 그랬다. 그래서 재단 차원의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진행했고, 2년 동안의 시행착오 끝에 30억 규모의 사업구성이 결정됐다. 그런데 다 결정된 시점에서, 재단이 이 사업을 더 이상 이끌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 고생 끝에 결론을 얻은 건데 그건 또 무슨 일인가
“모든 건 재단이 중심이고 센터와 저는 보조기기에 관련된 기술적 자문을 전하는 입장이었는데, 재단이 이 프로젝트를 포기해야 할 벽에 부딪치게 된 거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하나는 제도상의 문제였다. 100% 투자를 받아 하기에는 증여세니 뭐니 해서 운영할 수 없는 제도, 다시 말해서 공익법인은 주식기부를 5%밖에 못 받으니까 현대차그룹이 100% 자본투여를 한다 해도 세금폭탄 때문에 지탱을 할 수 없게 된 시스템이 문제였다. 또 하나는 전문경영인을 찾지 못한다는 현실이었다. 사업을 좀 해보고 보조공학도 알고 복지의 패러다임도 아는 인물이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있다 해도 사회적 기업이 고액의 연봉을 주는 것도 아니기에 전문경영인 영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오랜 연구와 프로그램 진행이 결국 현실의 벽 앞에서 작년 9월에 좌초가 되어버린 것이다.”

- 뜻과 기획이 아무리 훌륭해도, 사회제도의 틀 앞에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열악한 상황 앞에서 이지무브 탄생으로의 전환은 어떻게 이뤄진 건가
“작년 가을 킨텍스 전시회를 하면서 현대차그룹 사람들과 다 함께 만나 얘기를 나누며, 이 프로젝트가 안 될 것 같다는 현실적 고민을 주고받았다. 제조업 기반의 사회적 기업을 한다는 건 너무나 위험하다는 것, 그런데 그룹 측에서 저한테 이런 제안을 꺼냈다. ‘당신이 맡아준다면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든 끌고 가보겠는데, 당신이 안 맡는다면 여기서 모든 계획을 끝내기로 하겠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나름 고민을 깊게 하면서, 주위의 의견을 계속 묻고 들었다. 이렇게 제안을 하는데 어떡해야 하나? 그랬더니 주변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하라고, 사회적 기업의 출구는 하나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대안모델이 하나 정도는 이제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전문경영인 자리에 엉겁결에 제가 위치하게 됐던 것이다.”

- 아, 그런 비화가 있었다는 건가? 센터에서 활동하다가 갑자기 전문경영인(CEO)으로 자리를 옮기니까, 현대차그룹 안에 무슨 친인척이라도 있는 게 아니냐는 수군거림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단 말인가
“현대그룹이나 현대차그룹은 제가 전혀 모른다. (웃음) 그런 소문은 전혀 근거가 없으니까 웃으면서 넘겨 달라. 준비하면서 실무자 정도만 알게 된 게 전부였다. 어쨌든 상황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변하고 나니까, 전체적인 밑그림을 처음부터 다시 잡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하게 됐다. 그래서 역으로 제안을 했다. 어차피 제가 맡을 거라면 운전보조장치를 가지고 핵심 아이템을 삼자. 애초부터 제가 제안했던 것도 있지 않은가. 이동편의를 위한 운전보조장치를 핵심으로 잡으면, 현대차그룹의 이미지하고도 맞고 여러 가지 형태의 지원을 받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당초 재단이 준비했던 사회적 기업은 여러 보조기기 국산화를 통한 생산과 사후정비 쪽이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운전보조장치에 주력하자, 그렇게 큰 줄기를 정리하게 됐다. 그때부터 비로소 현대차그룹의 주요 수뇌부들을 만나기 시작하게 됐다.”

   
▲ ⓒ채지민 객원기자
- 이지무브의 출범이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대기업이 사회적 기업을 이렇게 제조업 분야로 출범했던 경우가 그동안 없었다는 점 아닌가
“대기업이 참여해서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건 프로그램 단위로는 굉장히 많다. 그런데 주식회사를 만들어서 제조업에 뛰어드는 건, 30대 기업뿐만 아니라 전체 기업을 통틀어서 처음이다. 다른 그룹이 만든 비슷한 취지의 회사도 있지만, 우리와 전혀 다른 점은 그 회사들은 그룹의 자회사라는 사실이다. 자회사는 그룹 내 내부거래만 할 수 있다. 우리는 문을 아예 열어버린 거다. 대외적으로 경쟁하면서, 그룹과는 전혀 관계가 없이 독자적으로 영업을 하고 생존해야 살아남는 기업으로 출범한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지무브를 대기업이 출자해서 만든 첫 번째 제조업 기반의 사회적 기업이라고 인정한다. 그런데 처음 하는 거니까 어려운 점이 너무나 많다. 풀어야 할 난관들도 산적해 있고, 제도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 또한 너무나 많다.”

- 일본에 갔을 때 혼다자동차의 사회적 기업 형태를 참관한 일이 있었다. 거기하고 이지무브는 무엇이 다른가
“거기는 자회사이다. 사실 대기업 안에서 자회사(계열사)가 되면 너무 편하지 않은가. 보통 자회사나 계열사들은 그룹 내에서 모든 판매행위가 일어난다. 예를 들어 그룹에서 아파트를 짓게 되면 그룹 계열인 가구회사에서 다 납품하고 서로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건데, 우리는 그게 아니지 않은가. 그룹이 투자를 했지만 그건 그룹이 투자비를 탁 던져놓은 뒤 지분을 30% 갖고 나머지 70%는 공익법인에게 주는 방식이기에, 계열사가 아닌 완전히 독립된 별개의 사회적 기업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 계열사가 더 안정적이라고 하셨는데, 굳이 공익법인까지 참여하는 완전독립방식으로 운영하실 필요가 있는 건가
“그 질문을 종종 받는다. 조금 전에도 언급했던 내용인데, 자회사라면 내부거래만 해야 하지 않은가. 우리는 보조기기를 생산한다. 보조기기가 그룹 내에 얼마나 수요가 있다는 건가. 또한 자회사 형식으로 바깥에 나오는 순간, 30대 기업은 공정위의 법 적용을 받고 중소기업청에서 만든 법률에도 저촉된다. 조그만 영세시장에 대기업이 들어와서 자본력으로 잠식을 하면, 시장은 곧바로 유린이 된다. 그래서 중소기업청장의 직권으로 영업정지나 법인 취소를 할 수 있게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30대 상위권 기업이 이런 식의 회사를 사회적 기업으로 만든다는 건 사실 정말 어려운 일이었고 결단이었던 게 맞다. 더군다나 우리는 장애인과 어르신들처럼, 이동에 불편과 제약을 갖는 모든 분들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 게 아닌가. 굳이 그룹 울타리 안에 있을 이유는 하나도 없는 것이다.”

-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된다. 자회사 아닌 별도의 독립기업으로 투자한다는 건, 아무리 대기업이라 해도 모험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사회적 기업으로 그 결실을 이뤘다는 점은 인정받아야 할 대목이라 생각된다. 준비 단계를 넘어 이미 출발을 했는데,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를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
“보조기구 중에서 이동과 관련된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고, 현재 그렇게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린다면 세 가지의 아이템이 중점을 이룬다. 운전보조장치가 우선적으로 있고, 그 다음이 휠(바퀴) 관련 제품들이다. 휠체어 중에서도 기능성 휠체어 제품들, 우리나라에서 안 만드는 것들, 이쪽을 중점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좋은 제품을 만들어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주변의 많은 이들이 ‘지금까지 너무 하찮은 서비스를 받고 있다 보니까, 모두의 불만이 폭발 직전까지 가득 차 있다.’는 의견을 많이 전하고 있다.”

   
▲ ⓒ채지민 객원기자
- 맞는 말씀이다. 저가의 조잡한 수입제품들 때문에, 전동휠체어의 경우 잦은 고장으로 인해 몇 주에서 몇 달씩이나 외출 자체를 못한다는 장애인들의 불만과 하소연을 계속 듣게 된다. 정말 제대로 된 좋은 제품을 국산 기술로 만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이동권이 안정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다할 예정이다. 이건 일개 사회적 기업의 약속이 아니라, 초기 투자를 한 현대차그룹의 명예를 위해서도 반드시 실현시켜야 할 대의명분이자 목표가 되는 것이다. 운전보조장치 및 휠 관련 제품과 함께, 장애아동용 유모차와 같이 우리에게 꼭 필요하면서도 우리나라에 없는 제품들을 주목하고 있다. 그런 것들을 중점적으로 국산화해서, 내수를 확산하고 수출하는 기반을 만들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시팅(sitting) 관련 제품에 주력하려 한다. 이동수단을 이용하려면,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 있어야 하지 않는가. 보조공학용어로 표현하는 ‘착석 및 자세유지’를 위한 다양한 제품들을 연구 검토하고 있다.”

- 사회적 기업 이지무브의 멋진 미래를 함께 응원하고 싶다. 이건 장애인들을 비롯한 이 땅의 신체적 약자들의 이동권 확보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거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마무리 차원에서 질문 드리겠다. 사회적 기업이기에 취약계층의 고용도 분명히 고려하고 계실 텐데, 그 대목은 어떻게 준비되고 진행되는지를 알고 싶다
“이지무브가 공식적으로 설립된 건 지난 6월 4일이다. 지금은 초기니까 올해 전체 고용인원은 40명 정도, 내년에는 80명, 그 다음 해는 200명 정도 생각하고 있는데, 그 중의 40% 내외를 취약계층 고용으로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의 3년이 사회적 기업 이지무브의 첫 번째 프로젝트 기간이 된다. 그래서 저의 임기도 3년이다. 현대차그룹에서도 3년 동안 투자를 하는 것이고, 사회적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3년을 우리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초기의 시행착오와 제도적 보완을 위한 일정한 과정도 필요하겠지만,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춰서 내수는 물론 수출 위주의 기업을 반드시 만들겠다는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땅의 장애인 여러분들 그리고 부모님 세대인 어르신들께서 정말 안심하고 편안한 이동을 생활하시도록, 최고의 제품을 최선의 연구와 노력으로 개발할 것이다. 기대와 격려의 응원을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작성자대담 이태곤 기자, 정리 채지민 객원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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