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10% 신규채용의 열린 시정을 시민과 함께 펼치겠다 > 함께 하는 세상


장애인 10% 신규채용의 열린 시정을 시민과 함께 펼치겠다

[만난 사람] 서울특별시 시장 박원순

본문

단 한 사람의 최고책임자가 바뀌는 것만으로, 서민적 삶의 환경이 완전히 뒤바뀐다는 처절한 현실을 견디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이다. 그런데 최고책임자 한 사람이 바뀜으로써 정반대의 상황을 맞이한다는 또 다른 체험 속에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바로 서울시의 시민들이다. 최고책임자의 철학이 얼마나 크게 시민들 삶의 질을 변화시키는지, 생생한 현재진행형으로 그 실감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함께걸음>은 그 변화의 중심점을 찾아갔다. 서울특별시 박원순 시장이 이번 만남의 주인공이다. 딱딱한 답변서 형식의 문서도 없이 ‘날 것’ 그대로의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대화를 나눴기에, 그의 평소 생각과 철학이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그 대화 내용을 여기에 옮긴다.

 

   
 

일정을 잡기가 이렇게 힘든 경우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당초 기대보다 넉넉한 취재 시간을 마련해 주셔서 감사의 인사를 먼저 드리고 싶다

평일은 정말 분초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일정을 정하기 너무 어려워서, 부득이 여러분을 토요일 오후 늦게 모시게 됐다. 양해를 부탁드린다.

그동안 <함께걸음>에 몇 차례 기고한 적이 있으시니까, 독자 여러분도 시장님을 반갑게 맞이할 것 같다. 1988년 창간 이후로 월간 <함께걸음> 지면에서 서울특별시장과의 만남이 이루어진 건 이번이 처음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 한 월간지가 그 긴 세월 동안 이렇게 꾸준히 나온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게다가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닌 책이기에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응원을 보내드리고 싶다.

아주 소중한 말씀이다. 독자 여러분들이 더 큰 힘을 낼 것 같다. 시민사회단체를 이끌다가 서울특별시장이 되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래서 가시적으로 눈에 확 드러나는 성과들은 아직 많지 않겠지만, 정말 소중한 부분들에선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이 느껴진다. 시민들의 가치판단이 이전보다 훨씬 개방적으로 바뀌었고, 스스로 움직이는 주인의식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시장으로서 정책결정을 하기 전에, 항상 시민들의 의견을 먼저 묻는 과정을 공개적으로 보여주고 계신다. 그렇기에 ‘시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야만 시장님께서 결정하시는구나’ 하는, 그런 이미지를 많은 이들이 간직하게 된 것 같다

그 대신 우리 공무원 여러분들이 더 고생하시는 것 같아 죄송할 뿐이다. 위에서 그냥 결정해버리고 집행하라 하면 그만일 텐데, 제가 그런 식의 일처리를 하지 않다 보니까 본의 아니게 시 공무원 여러분들을 힘들게 만드는 것 같아 항상 죄송한 마음이다.

시민사회영역에서 자발적으로 얘기하고 건의를 하면, 그게 어떤 과정을 거치든 간에 최고책임자인 시장님한테도 분명하게 전달된다는 그 믿음이 생기게 됐다. 그건 사실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장애계의 기대 또한 적지 않다. ‘시장’이라는 직에 어떤 철학을 가진 인물이 존재하는가에 따라, 오랜 기간 너무 큰 괴리와 격차가 존재하지 않았나. 그래서 ‘박원순’이라는 인물이 서울특별시장으로 존재한다는 건, 그 무엇보다 확실해진 변화의 상징임이 분명하다. 이 대목에서 질문을 드리겠다. 장애인과 장애계를 바라보는 시장님의 관점은 무엇인지 알고 싶다

솔직하게 말씀드린다면, 장애인 문제는 <함께걸음> 여러분과 같이 현장에서 활동하시는 많은 분들과 함께하게 되면서부터, 저 역시 본질적인 인식과 의식을 갖게 됐다. 시민사회단체 활동 안에서 여러분이 저한테 그런 힘을 전해주신 것이다. 그런데 제가 장애인 문제에 관해서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가졌다 하더라도, 장애당사자 분들이나 장애인단체들만큼의 정보와 지식과 대안이 나올 수는 없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정말 좋은 장애인 정책이 마련돼서 서울시가 친(親)장애인적인 도시가 되려면, 장애당사자 여러분과 장애인단체들의 능동적 참여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시민공개추천을 통해, 서울시의 명예부시장으로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상임이사 양원태 님을 선정하지 않았나.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많은 분이라서 자주 자리를 만들곤 한다.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거, 제가 일상적으로 하지 못하던 아이디어와 정책들을 가감 없이 전해주고 계신다. 또한 서울시의회 이상호 의원님이 저한테 자주 미팅을 요청하면서, 여러 가지로 압박을 가하고 계신다. 그런데 사실 그게 바로 좋은 정책을 만드는 지름길 아닌가. 열린 마음과 열린 행정만이 보다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바람직한 건 장애인들이 자기 집에서, 또한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사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많은 장애인들이 생활시설 좁은 공간 안에 갇히듯 생존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갖가지 비리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이런 비리들에 대한 조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시장님께서 말씀하신 바 있다

서울에 재단 사무소가 있고 김포에 시설이 있던 어느 재단에서, 성(性)적인 문제를 포함한 여러 가지 비리가 발생했다는 게 제가 시장이 된 뒤에야 밝혀진 바 있었다. 저는 시 행정담당자들한테 단호하게 말씀드렸다. 이건 용서할 수가 없다. 이런 일은 이게 중하든 아니든, 한 번이든 두 번이든 간에, 이건 무조건 ‘원 스트라이크 아웃(비리 적발 시 예외규정 없이 단 1회 자체로 퇴출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이런 일들을 완전히 근절시킬 수 있는 게 아닌가. 시는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기에, 그 재단의 인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거라면 바로 취소시키라고 단호하게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그런데 법률가들의 검토를 거치다 보니 그건 너무 지나치다는 견해가 많아서, 해당 재단 이사들을 모두 물러나게 한 뒤 완전히 새로운 관선이사를 파견했다. 능력 있고 좋은 분들이 가서 활동하고 계신다.

오래 전부터 비슷비슷한 일들이 항상 벌어졌는데도, 전임 시장들과는 확실하게 다른 조치가 내려져서 장애계에선 적잖은 화제가 된 바 있다. 평소의 소신 자체를 그렇게 가지고 계신 건지 알고 싶다

다른 곳도 아닌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건 재단의 존립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한 메시지와 시그널을 보낼 필요가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 장애인 복지시설과 같은 기관들은 개인이나 그 단체의 명예 및 이윤을 위해 활동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야말로 희생과 헌신을 기초로 해야 하는데, 그런 불미스러운 사고가 지속적으로 벌어진다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이런 부분은 엄정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비리는 당연히 척결해야 하지만, 열악한 시설의 현실적 문제점들을 어떻게 대처하고 개선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옳은 말씀이다. 비리척결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보다 더 다양하고 긍정적인 지원정책이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립생활이 가능할 수 있는 시설이라면, 가능한 한 많은 지원을 해드릴 계획이다. 저의 기본적인 생각은 이렇다. 사실 시설이라는 곳은 ‘수용’의 개념이 너무 앞서고 있다. 하지만 저의 관점으로는 일정한 커뮤니티 안에 들어가서, 정말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스스럼없이 교류해야 하는 곳이어야 된다고 본다. 그게 바로 장애를 가진 당사자와 이웃들 서로가 진정으로 공동체성과 협력관계 등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식이라고 보기 때문에, 앞으로 진전되어야 할 부분이 아주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좋은 연결점을 지어주셨다. 현장에서 실제 부딪치는 현실은 이렇다. 시설에서 나올 수는 있는데, 지역사회로 나와서 살 수 있는 환경이 안 된다. 지역사회로 나와서 살고 싶은데도, 사회적으로 준비된 환경 자체가 거의 전무하다는 점이 실제 현실이라는 것이다

   
 
저는 그것이 바로 일자리 문제라고 본다. 어떠한 지역사회 속에서 그 지역주민들과 어울리기 위해선, 결국은 그 지역사회 안에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일반적인 사회적 고용 시스템 자체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시는 신규채용일 경우, 장애인을 10% 채용하도록 제도화했다. 기존의 의무비율은 3%이다. 이것 자체만으로도 큰 변화가 맞다. 서울시가 그렇게 바뀌어서 공무원들의 인식도 바뀌면, 또 다른 여러 정책들도 달라지게 되어 있다고 저는 보고 있다. 신규로 취업한 장애인 옆에 다른 장애인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면, 그렇게 환경이 바뀌게 된다면 여건과 인식 모든 게 다 다른 모습으로 변화될 것이다.

시민단체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신 영역 또한 그런 분야의 전문가 아니셨는가. 시장님의 발상의 전환이 유의미하게 받아들여진다

지금 제가 내세우고 있는 게 또 한 가지 있다. 서울시가 구매하거나 채택해야 될 여러 물건이나 용역 같은 경우에는 가능한 한 사회적기업, 장애인기업, 주부기업, 청년기업, 중소기업으로부터 구입하자는 것이다. 해당 분야에만 금년에 거의 3조 정도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 그렇기에 아예 판매시설까지 제대로 만들어 드리려고 준비하고 있다. 조금 전 시장실을 방문하셨을 때 전면에서 보신 건, 바로 사회적기업에서 생산된 물건들이 전시된 모습이었다. 시장실을 방문하는 공무원들이나 손님들 모두가 다 마주보게 되지 않은가. 사실 서울시 전체 안에 얼마나 많은 공간이 존재하는가. 이런 모든 사안들을 전문적으로 일하도록 하기 위해서, 이전 희망제작소에 근무하던 직원 한 명을 채용했다. 제가 ‘희망수레’라는, 이런 물건들을 전문적으로 판매하기 위한 사업체를 꾸린 바 있었다. 제가 서울시장이 안 됐다면, ‘희망수레’의 일을 정말 신나게 지금 하고 있었을 것이다. (웃음)

역시나 아이디어가 독창적이시라는 생각이 든다. 이전의 권위주의적 관료 시스템에선 운영될 리 없는 방식이었을 텐데, 시장님다운 시정운영방식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데 장애인 신규고용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가지고 계신지 알고 싶다

일본에는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중증장애인 카페나 베이커리 같은 게 많이 있다. 아주 굉장히 고급의 제품들이었다. 그렇다면 서울시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직접적인 금전적 지원이 어렵다면, 시가 가지고 있는 공간을 빌려드릴 수도 있다는 거다. 그래서 제가 이미 지시해 놓은 게 있는데, 예컨대 서울시청 신청사가 올 하반기에 준공된다고 예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 안에 여러 카페나 식당 같은 게 분명히 있을 게 아닌가. 그것을 장애인단체가 운영하게 하거나, 아니면 그 직원들을 시 차원에서 우선 채용하도록 구체적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각 부처별로 진지하게 의견조율이 진행되고 있다.

   
 

장애인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이동권 문제이다. 시설에 살든 지역사회에 살든 간에, 일단 이동이 자유로워야 하지 않겠나. 직업을 갖고 교육을 받겠다는 의욕과 욕구는 모든 이들의 공통적 욕망이지만, 실제 현실로는 밖으로 나가서 이동할 편의장치가 극히 열악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도입되어 운영 중인 저상버스 자체도 실제 장애인들의 이동편의와는 상당한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불편한 부분들이 너무나 많다. 이동이 자유로워야 장애인들의 사회진출이 보장될 텐데, 지금의 상태로는 외출 자체가 힘든 현실이라는 것이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시장이 되기 전에도 그런 관점으로 장애인 이동권 대책을 고민했었기에, 얼마 전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연구하고 도모하는 분들과 함께 서울시청에서 출발해서 서소문을 거쳐 돌아오는 과정을, 다시 말해 도보와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수단으로 함께 이동하는 공동체적 실천과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 정말 문제가 많았다. 장애인의 문제는 장애인의 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정답이라 느껴졌다. 당사자의 눈으로 직접 진행해 보니까, 제대로 된 대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거다. 단적인 예로, 지체장애인이 올라갈 수 있게 갖춰진 어느 식당을 들어가려 하다 보니, 시각장애인한테는 그 설비 자체가 전혀 도움이 안 됐다. 장애 유형별 특성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그런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시민들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게 확연히 눈에 띄게 된 것이다.

행정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 모든 각 부서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한다는 건 맞는 얘기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건 수요자, 그러니까 장애인 당사자의 눈높이를 헤아리고 이해해야만 답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을 여전히 간과하며 지나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솔직히 많이 남는다

   
 
말씀하신 뜻을 이해할 것 같다. 동감한다. 서울시 안에 여러 행정부서들이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인식이나 공유가 부족하다 보니까 그런 일들이 반복된다는 생각도 든다. 일차적으로 우리 공무원들이 올바른 시각을 갖게 만드는 인식개선 작업도 물론 중요하지만, 아예 장애인들이 직접 모니터링 요원이 돼서 특정한 정책의 모든 단계나 영역을 지적해 주시는 게 제일 나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미 진행된 사업이라 해도 뒤늦게나마 지적해 주시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게 되고, 진행되기 이전에 미리 말씀해 주시면 훨씬 효율적인 대처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는 의미이다. 아주 비근한 예로 청계천을 말씀드릴 수 있겠는데, 장애인의 접근성이 너무 열악하다는 지적이 많아서 그런 문제점들을 다시 생각해 보자고 위원회를 만들었던 바 있었다. 그런데 만들고 나서 보니까, 그 위원회에 속한 장애인이 아무도 없다는 게 아닌가. 그 점을 지적 받고 난 뒤에야,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살피지 못했다는 반성을 많이 하게 됐다. 장애인들이 이동하는 데 불편하다고 해서 만든 위원회에 장애인이 없다면, 어떻게 친(親)장애인적인 보행로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저는 어떤 일이더라도 언제든 지적해 주시면, 바로 고치면 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그것이 곧 열린 행정이고, 그런 열린 행정이 참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그 지적을 듣자마자 곧바로 시정하라고 지시했다.

시장님의 의견과 판단이 적절하게 이행되어, 여러 지적들이 올바르게 조치될 거라 기대한다. 소득보장 문제에 관해 질문 드리겠다. 소득의 문제는 물론 중앙정부가 기본적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대책이 있는지 알고 싶다. 일자리가 생겨야 소득이 발생하는데, 서울시만의 특성 있는 보장책이 아직 제시되지 않은 것 같다

수당을 드리는 것보다는 취업을 하거나, 스스로 자립생활이 가능할 창업이라든지 공동의 소규모 작업장을 많이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신규채용 10% 시행 같은 건 서울시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모든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많이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 그래서 이 자리를 통해 미리 말씀드리겠는데, 앞으로 서울시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많이 만드는 기업, 또한 장애인들을 많이 채용하는 기업, 또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공헌을 많이 하는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시가 그렇게 방침을 정한다면, 결국은 사회 전체로 장애인 채용을 확산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신규채용 10%가 아주 획기적인 방안으로 받아들여지기는 한데,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그게 확실하게 집행이 될지 의문을 갖게 된다

   
 
제가 그 정책을 밝혔을 때, 반대논리를 앞세우는 측에서는 이런 주장을 하기도 했다. 예컨대 서울시가 무능한 사람들로 가득 차게 만들 거냐는 식의 내용이었는데, 제가 그런 식의 관점으로 그 정책을 수립했겠나. 그건 절대로 말이 안 되는 논리이다. 단적으로 얘기해서, 전산직 같은 직종은 오히려 장애인들이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휠체어에 앉아서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조건만 잘 갖춰드리면, 그 분들이 발휘할 수 있는 집중도나 감수성이 훨씬 더 높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장애인들의 능력이 그렇지 않은가. 한쪽이 훨씬 더 고도로 발전하는 현상이 있기 때문에, 그 장점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아까 말씀드렸던 장애인 고용 사업장 등에서 나오는 생산물들을 우리가 집중적으로 구입해드리고 활성화시키는 것, 제 생각에는 이렇게 하는 게 그 어떤 소득보장보다 더 나은 대책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간접적이지만 굉장히 직접적인 효과가 있을 거라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긍정적 대안이 마련된다 해도, 결국은 사회적 인식의 문제가 가장 큰 장벽이 아닐까 싶다

제가 <함께걸음>에 권두언 같은 형식의 글을 썼던 게 기억이 난다. 일반적으로 장애인을 표현할 때 disabled라든지 handicapped 이렇게 쓰는데, 그 말은 영어로도 기분 나쁜 말이다.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differently abled, 예전에 어느 책을 읽다가 이런 말을 만나게 됐다. 그렇다. 능력이 다른 것이다. 예컨대 다리가 불편하면 손이 발전하고, 온 몸이 힘들면 머리가 발전하게 된다. 이게 공평한 것 아닌가. 장애인은 신체적 장애 대신 또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될 것이다.

좋은 말씀이다. 시장님을 바라보는 장애계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확인된 게, 지난번 활동보조 자부담금을 단번에 폐지시킨 일이 아니었나 싶다

제가 시장이 되고 처음 사인을 했던 게, 바로 장애인들에게 부과된 자부담금을 없애는 일이었다. 자부담금 전체 총액이 3억 정도였는데, 시 예산 규모로 볼 때는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이다. 그런데 생활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에게 그 부담을 돌렸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웠다.

예산 얘기가 나와서 질문 드리는데, 서울시의 재정자립도가 높은 편 아닌가

물론 다른 지방에 비하면 높은 게 사실이지만 그만큼 할 일들이 너무 많고, 더욱이 과거에 벌여놓은 것들 때문에 뒷수습을 감당해야 할 게 너무 많다. 현재 시의 부채가 7조나 된다. 7조원 규모의 채무를 감축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3년 안에 그걸 해결해야 하는데, 한 해 평균 2조씩 줄여가야 한다. 여러 가지로 힘이 많이 든다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예산타령만으로 꼭 필요한 지원을 회피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예산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시민들의 삶의 질이 바뀐다는 걸 확인하게 되는 것 같다. 조금 전 말씀 중에 서울시가 3조 규모의 물품과 용역 구입을 시행하고 있다 하셨는데, 그 내용을 보다 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

   
 
서울시의 물품 공공 구매가 약 3조 정도 된다. 아까 짧게 언급했었는데, 이 대목에 대해서는 제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현재 재무과하고 장애인복지과에서 구체적인 안(案)을 마련하고 있다. 그 내용을 말씀드린다면, 우선 올해부터는 민간 기업에서도 장애인 의무고용이 의무화됐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에 그것을 못 지키는 기업에 대해서는 감점을 줘서, 우리 시와 계약을 하는 데 있어 많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서울시 장애인 정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그 부분이 확실하게 들어가도록 할 것이다. 서울시 자체가 강제하지 않아도 기업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에, 자연스럽게 장애인 고용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 같다. 서울시와 일정한 사업을 하려는 모든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한데, 장애인 고용이 중요하고도 시급한 사회적 화두로 떠오를 것 같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 일반고용이 가능한 장애인들은 어떤 형태로든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이 가능한 편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이들이 있다. 바로 중증장애인들이다. 아무리 좋은 대책이 있다 해도, 거기서도 완전히 배제되는 게 중증장애인들이다. 보호작업장 등에서 기초적인 근로를 한다 해도, 평균 임금이 20만원 내외뿐이다. 최저임금 수준을 훨씬 밑도는 수준이기에, 장애인 가족들이 그 금액으로는 당사자들의 어떠한 미래설계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말씀을 듣다 보니까 여러 장애 유형별 정도에 따라서 서로 다른 욕구가 있을 게 분명하니까, 정책 또한 다르게 수립돼야 할 것 같다. 정책의 다양성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하신 말씀은 꼭 염두에 두고서, 이번 발표를 할 때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다. 소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 전하고픈 내용을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

저는 눈에 보이는 장애가 삶의 장애물이 돼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다. 여러분들의 바람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 인생의 유일한 장애는 나쁜 마음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무장애도시’가 되려면 지금부터 바꿔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지만, 나쁜 마음과 부정적 생각 대신 착한 마음과 긍정적 기대를 가지고 변화의 실마리를 찾아가도록 노력하겠다. 여러분들도 꿈과 희망을 갖고 함께 동행해 주시기를 바란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 동행하는 시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작성자대담/김정열 편집주간, 정리·사진/채지민 객원기자  walktou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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