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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연구 개발자들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만난 사람]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 변용찬

본문

대한민국 장애인들의 현실적 입장을 대변하겠다던 전국적 단위의 단체들은 여럿 있다. 하지만 지난 봄 총선의 비례대표 선정 과정을 통해 그 치부가 낱낱이 드러났듯이, ‘장애인들’을 위한 단체 활동이 아닌 ‘개인적 입신(立身)과 영달(榮達)’을 위한 수단적 활용이었음이 밝혀지면서 엄청난 실망과 공분을 장애계 전체에 남겨놓은 바 있다. ‘대한민국 장애인들의 실질적 권익과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한 단체들은 도대체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옥석(玉石)은 그렇게 가려지게 된 셈이기도 하다.

월간 <함께걸음>은 장애인 권익을 위해 초지일관의 정신으로 24년 달려온 국내 유일의 전문 월간지로써, 그 ‘옥석 가르기’ 작업에 앞장 서야 할 책임감을 받아들이게 됐다. 그렇기에 인권과 권익을 위해 실질적 연구와 활동을 진행해 온 단체를 선별해야 함을 기본으로 하면서, 최근 새로운 원장 선출로 분위기 일신의 계기를 맞고 있는 기관을 이번 호 만남의 대상으로 선택하게 됐다. 한국장애인개발원 변용찬 원장을 만나, 원장 취임 이후 앞으로의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함께 듣기로 한다.

 

   
 

원래는 취임하시자마자 인터뷰 요청을 하려고 했는데, 여러 일정상의 이유로 이제야 만나 뵙게 됐다. 물론 취임 이후 업무 파악의 시간도 필요한 게 당연한 일이기에,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난 이 시점에 만남을 요청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판단도 들었다. 이젠 편하게 질문을 드려도 되겠는가

그렇게 제 입장까지 배려해 주셨다는 데 오히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웃음) 아무래도 연구자의 입장에서 장애 전반의 문제를 바라보다가 행정을 책임지는 입장으로 바뀌다 보니까, 큰 틀에서 모든 걸 다시 판단해야 하는 시간이 좀 필요했다. 이렇게 찾아오셨으니까 이젠 가감 없이 말씀을 드려야 하지 않겠나. 긍정적인 내용으로 정리해 주시면 고맙겠다.

지난 2009년 6월호 <함께걸음>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활동하는 박사님으로서 이 지면에 나오신 적이 있기에, 자연스러운 관점에서 편하게 말씀해 주시면 될 것 같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하 개발원)의 원장으로 취임하신 이후, 개발원의 주된 연구정책 방향이 어떻게 바뀌며 진행되고 있는지를 먼저 알고 싶다

   
 
모든 분야를 다 연구해야 함은 당연하지만, 우선적으로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쪽에 더 큰 관심을 가지며 살펴보게 된 것 같다. 발달장애인 문제와 성년후견제 문제, 직업재활과 관련된 여러 정책들과 같이, 장애계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언급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현실적 부분들을 먼저 파악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론적인 연구는 학계에 계신 선생님들이 보다 더 확실하게 연구하실 게 분명하니까, 우리 개발원은 현장과 직접 연결되고 관계되는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자고 강조하는 중이다.

현장과 관계된다는 건 장애인 당사자들이 원하는 요구들 중심으로 가겠다는 의미인가

누구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는 식의 치우침은 개발원의 입장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 개발원이 표방하고 있는 중요한 기준점은 정부와 장애계의 중간 가교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물론 장애계의 의견을 보다 더 많이 듣고 정부에 전달해야 함은 당연하겠지만, 정부가 하고자 하는 정책들을 연구하며 장애계와 조율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고 본다. 장애계가 원하는 입장과 정부의 입장이 함께 반영되는, 그래서 중간 지점에서 섞일 수 있는 그런 역할을 지향하고자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런 역할을 담당한다는 게 가장 어려운 작업이 아닐까 싶은데

맞다. 현실적으로 중간 입장을 잘 수행하면 서로 윈윈(win-win)이 되어 다 좋게 되지만, 잘못하면 중간에 끼어 꼼짝 못하는 입장이 될 수도 있기에 그 중간점의 가치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개발원은 일정 부분 국가의 의견이 앞서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들도 있다. 현장의 장애계 현실이 아닌, 권력의 입장이 우선시되는 게 아닐까 하는 의견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그렇게 생각하는 입장도 물론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개발원의 연구자들 모두는 뚜렷한 자기 주관을 가지고, 객관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리겠다. 공식적인 통계와 조사 자료들을 바탕으로 연구하고 있기에, 한쪽으로 치우치는 연구는 하지 않고 있다. 또 그렇게 연구하면 안 된다. 그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기에 장애계의 의견을 가능한 한 많이 반영하면서도, 정부에서 받아들이며 실현 가능할 수 있는 타협점 내지는 중간점에 비중을 두며 연구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장애계와 정부 사이의 일정한 괴리 같은 게 존재한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판단하시는가

   
 
이 대목에 대해서는 개발원 원장이 아니라, 개인적인 의견으로 대신 말씀드리고 싶다. 장애계 입장에선 분명한 운동의 목소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실행은 못하더라도, 5년 내지 10년을 내다보며 목소리를 내는 게 가능하다. 물론 개발원 차원에서도 5년과 10년 차원의 연구개발은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연구를 하고 있지만, 실제 정책 집행에 있어서는 지금 현재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을 우선 살피게 된다. 그런 정책을 우선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지만 연구개발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건 아니고 일정한 시간적 과정을 거치며 그 답이 얻어지는 것이기에, 그런 면에서는 일정한 괴리감 같은 것이 존재한다는 게 맞는 얘기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번 만남을 위해 올해 개발원의 사업계획안을 전반적으로 모두 살펴봤다. 상당히 많은 의욕과 함께 업무를 추진하신다는 실감이 들었다. 그런데 장애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갖고 필요성을 강조하는 게 바로 성년후견제 도입임은 분명하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바는 정부의 준비가 너무나 허술하다는 사실만 확인될 뿐이다. 현 정부의 그런 안일한 대처에 장애계의 분노가 분출하고 있는데, 개발원 차원에선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지금 성년후견제 정착을 위해 세미나를 하면서, 계속 연구를 진행하는 중이다. 성년후견제는 모든 장애인들에게 ‘결정권’을 돌려주는 제도이다. 집안이나 바로 곁에 장애인이 있을 때 누가 장애인 의견을 결정하느냐? - 그게 바로 성년후견제 아닌가. 지체장애를 가진 분들은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스스로의 결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지적장애와 발달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에게 집중된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 친권자로서 결정을 대신 해주신다. 그런데 친권자가 없게 될 경우에는, 게다가 일정한 재산이 있는 경우라면 법원으로부터 한정치산이나 금치산이라는 걸 받아, 당사자 마음대로 결정을 못하도록 막아버리는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 아주 사소한 거래나 계약마저 못하게 된다. 흔한 표현대로 동네 슈퍼에 가서 식음료 하나만 사더라도, ‘걸면 걸리도록’ 장치를 해놓는 것이다. 이건 너무 비인간적이라고 본다. 아주 작은 부분마저도 자기 스스로의 의사결정을 아예 못하게 막는 게 아닌가.

   
 

의사결정의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결정한다는 게 그 범위 자체가 너무 넓어서, 어디부터 어디까지 손을 대야 할 것인지 난감할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걸 다 금지하는 형식보다는, 일정한 한도 내에서는 완화된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성년후견인도 종류가 많다. 변호사와 같은 법률가로부터 시작해서, 그냥 옆집 아저씨와 같은 사람들도 후견인이 될 수 있다. 그걸 ‘시민후견인’이라고 하는데, 주택 매매와 같은 중요한 거래도 있지만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사사롭게 결정해야 될 것들이 훨씬 더 많지 않은가. 그런데 성년후견인의 주무부서는 복지부가 아니라 법무부이다. 법무부는 법대로 원칙대로 하려고 하는 반면에, 복지부는 일상생활의 측면을 강조하는 편이다. 부정확한 요소들이 적지 않기에, 부처 간의 협의가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성년후견제 논의가 시작된 지는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도 그동안 결실을 맺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 보시는가

이 개념이 처음 등장한 건 사실 일본이 2000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한 이후부터였다. 그 이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성년후견제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장애아동 부모들이 중심이 되어 논의가 활발해졌는데, 일본에서 시작한 지 10년이 넘어가도록 우리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미흡했다. 본격적인 연구를 미루고 있었다는 거, 그러다 보니 막상 시행하겠다고 한 시점은 다가오는데, 이해당사자들 간의 다양한 의견들이 맞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 그렇지만 개발원은 관련사항들을 꾸준히 연구해왔다. 특히 인천의 한 복지관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중이고, 실제 현장의 결과와 연구 내용을 비교 검토하는 단계에 있다.

성년후견제도 소득 수준에 따라서 어느 정도 적용되는 범위가 달라질 것 같은데, 저소득층이나 수입이 없는 기초생활수급자들의 경우는 어떻게 적용되는가

아무래도 비용지불이 가능한 중산층 이상인 경우는, 변호사나 법무사와 같은 법률가들을 후견인으로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 저소득층 수급자라든지 차상위 같은 분들은 시민후견인을 활용하게 될 텐데, 그 비용은 정부와 지자체가 맡게 된다. 후견인은 아무나 선택하고 선택되는 게 아니라,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한해 자격을 갖게 된다. 또한 후견인은 반드시 후견감독기관의 감독을 항상 받아야 한다.

제도가 시행된다 해도, 후견인 선정을 놓고 의견이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예상되는데

유럽 같은 경우는 성년후견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하나의 사람을 독립적인 개체로 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일대일의 관계 성립이 보다 원활하다. 반면에 우리의 경우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하나의 집단으로 우선시하는 정서가 강하다. 그래서 가족 아닌 외부인을 후견인으로 선정하는 것을, 그 가족의 수치로 생각한다는 사례들도 들은 바 있다. 그러다 보니 가족 중 1인이 후견인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건데, 그건 시간이 지날수록 재산상속 등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여지 또한 많아진다. 그렇기에 법인이 파견하는 후견인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후견법인이 있는데, 그쪽에다가 위탁을 하면 후견법인 차원에서 발달장애인의 생활을 계속 관리하게 된다.

장애계의 최대 이슈라면 몇 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보는 분들이 아주 많다. 발달장애인법 제정에 대해서는 각 정당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특히 현 집권여당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에 본회의 통과가 가능할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이라 함은 주로 지적과 자폐를 의미하는데, 그동안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부모님들이 대신 권리를 주장해 왔다. 지금까지의 국가적 장애인 정책은 거의 대부분 지체장애인 중심이었는데, 드디어 발달장애인의 권익을 공식적으로 얘기하는 시대가 된 것이기도 하다. 이제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제일 중요한 건 발달장애인들한테 어떤 서비스를 줄 것인가, 그걸 어떤 전달체계를 가지고 줄 것인가, 또한 발달장애인에 대한 판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판정이라 하셨는데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가

   
 
우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발달장애인의 정의가 내려져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에 발달장애인들의 유형별 특성에 맞는 욕구를 파악해야 하고, 일률적이 아닌 개인 특성에 맞는 서비스가 주어져야 한다. 가장 주안점을 둬야 할 핵심은 그 모든 서비스를 어떤 전달체계를 통해서 실시할 것인가를 확정하는 일이다. 그 내용을 법에 담아야 한다. 더불어 기존의 서비스와 새로운 법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육부 등의 정부부처와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내용 또한 법에 포함되어야 한다. 실상 가장 이슈가 될 건 바로 이 부분들 아닌가.

발달장애인법 제정과 관련해서, 개발원 차원에서는 부모님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듣고 있는지 알고 싶다

각종 회의와 간담회 등을 통해서, 개발원의 연구자들이 현장의 생생한 의견을 계속 듣고 있다. 6월에는 발달장애인 정책토론회를 계획하고 있고, 8월에는 발달장애인 가족지원에 대한 국제심포지엄을 기획하고 있다. 외국의 저명하신 전문가 몇 분을 초청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원장님께서는 외국의 사례나 정책 같은 걸 많이 연구하신 걸로 알고 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과 복지체계는 어떤가

우리는 그동안 장애 유형 중에서 지체 중심으로 해왔다고 말씀드렸는데, 지체장애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차별금지와 편의시설을 완비하면 큰 문제없이 풀어갈 수가 있다. 그런데 발달장애의 경우는 거기에 더해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주어져야 한다. 미국을 예로 든다면, 미국은 발달장애인에 대해서 아주 특별한 지원을 많이 한다. 예산도 엄청나게 투입하고 있다. 또한 꼭 미국 사람이 아닌 외국인이라도 서비스를 확실하게 해준다. 그러다 보니까 한국에 살던 부모님들이 발달장애자녀를 데리고 미국에 간 다음 그렇게 좋은 서비스를 받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걸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미국은 센터 중심의 전달체계가 매우 뛰어나게 발달해 있어서, 발달장애인이 거기에 가면 욕구에 대한 사정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필요한 서비스를 그쪽에서 지정해 준다. 어디 가서 무슨 서비스를 받고 어디 가서 무슨 서비스를 받아라 하는 식으로, 발달장애인 중심의 서비스 체계가 아주 잘 갖춰져 있다.

발달장애인법 제정이 이렇게까지 관심을 끌고 있다는 건, 그동안 발달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상태로 살았다는 점을 반증하는 게 아닐까 싶다. 장애유형차별이라는 게 떠오르는데, 지체장애의 경우는 어느 정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이제 발달장애인을 위한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텐데, 아직까지도 정신장애인 관련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정신장애인 문제는 지나치게 의료적인 해결 및 처리가 중심이라는 게 문제이다. 정신장애인을 사회로 돌려보내려 해도, 사회복지시설의 지원이 미비하다 보니까 다시 입원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지 않나. 장기적인 병원 입원이 아니라, 사회복지시설과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는 틀로 어서 빨리 바꿔야 한다. 그 분들 역시 자기결정권에 많은 제약을 가지고 있고, 미약한 복지서비스의 확충을 원하고 있다. 발달장애인들의 목소리가 본격화된다면, 그 다음에는 정신장애인의 권익이 논의의 중심이 될 거라고 본다. 분명히 그렇게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발달장애인과 가시적으로 비교가 되는 게, 발달장애인 부모님들은 지속적인 목소리를 내고 계신데, 정신장애 부모님들은 오히려 감추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시는가

정신장애 부모님들은 연세가 높으시다. 발달장애인은 어릴 때부터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관계로, 상대적으로 젊은 부모님들의 활동이 많게 보인다. 반면에 정신장애는 20대 이후 또는 30대 이후 발생하다 보니까, 또한 시설에 갔다가 병원에 입원하는 등의 시간을 길게 보내기 때문에 가족들이 힘들어하고 지친 상태인데다가 대부분 연령대가 높이시다. 그렇다 보니 정신장애 부모님들의 목소리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는 늦거나 작은 경향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상당히 조심스러운 질문이 되겠는데,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와 관련해서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

이건 개발원 원장이 아닌,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말씀드리겠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지금과 같은 6등급 체계는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세분화할 필요는 없이 경증과 중증과 최중증, 이렇게 3단계 정도가 나을 거라고 보고 있다.

폐지보다는 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신다는 건가

그렇다. 경증 중증 최중증의 3단계가 훨씬 효율적이라고 본다.

그렇게 다시 구분을 짓더라도, 그 기준 역시 논란이 될 것 같은데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등급 자체가 없다면, 누구의 어디까지가 장애인지를 매번 재판정해야 한다. 지금의 기준은 너무 세분화되어 있는데, 그건 장애 특성을 고려했다고 하기보다는 행정편의적 측면이 많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등급 자체가 없어진다면, 새로운 서비스를 어떤 상태의 누구한테 어떤 기준으로 제공해야 하는가. 새로운 특정 서비스를 받고자 한다면 예외 없이 재판정을 받아야 하고, 그 서비스를 계속 받기 위해서는 또 다른 재판정을 받아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외국에는 장애판정이 없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고, 그들 역시 국가적인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그 진단 자료를 계속 들고 다니면서, 예를 들어 지하철 할인과 같은 서비스를 받을 때마다 매번 제출해야 한다.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라는 목소리 안에는 인권적 차원의 권리보장을 요구하는 절규가 담겨 있는데, 현 제도는 너무 세세한 규정이 문제라 하지만, 적용기준의 모호함 또한 합리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맞는 말씀이다. 등급에 따라서 서비스 내용이 완전히 달라진다. 최근 들어 등급제 논의가 활발해진 건 결국 활동보조서비스 때문 아닌가. 당사자 본인한테는 절실하게 필요한데도, 등급판정의 숫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열외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현실이다. 지금의 등급기준은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이기에, 수정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 단적인 예로 휠체어를 타는 1급이라 해도 두 손이 건강하면 작업능력이 있다. 그런데 팔이 없다면 작업능력 자체가 없다. 같은 1급인데도 중증과 상대적 경증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버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부분들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가 경증이고 무엇이 중증이며, 최중증과 중증의 구체적 차이가 무엇이냐 한다면, 개인적인 의견으로 말씀드리기엔 범위가 너무 넓어진다. 그렇기에 구체적인 토론의 장을 만들어서, 모두의 중지를 모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정책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전문가의 의견에 앞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는 열린 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장애당사자의 눈과 가슴으로 결론을 만들어가는 게, 가장 확실한 해답으로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저는 그렇게 확신한다. 

   
 
작성자대담 이승현 기자, 정리·사진 채지민 객원기자  walktou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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