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한 교육권 외치는 대학 내 작은 활동가들 > 함께 하는 세상


평등한 교육권 외치는 대학 내 작은 활동가들

대학 내 장애인권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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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고려대 장애인권위원회 신강희, 연세대 게르니까 정아영, 서울대 턴투에이블 하태우

대한민국의 대학 진학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69.8%다. 10명 중 약 7명이 대학에 진학한다. 하지만 ‘2015년 장애인 통계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은 17.3%만이 대학 이상의 학력을 나타 다. 이러한 차이를 줄이고 장애인의 고등교육 유입을 위해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이라는 대학 입학 전형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같은 전형이 모든 대학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해당 전형을 통해 대학에 입학한다고 해도 비장애인 위주의 대학에서 장애인 대학생들이 겪는 불편함과 마주치며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러한 대학 내 불편함과 맞서는 방식 중 하나로 ‘뭉치는 것’을 선택한 이들이 있다. ‘장애’를 주제로 한 동아리를 이끌어가는 대학생들이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학교 내 장애동아리 대표들을 만나 그들의 활동을 조명해 봤다

 

소수자 학생들의 공존을 꿈꾸는 연세대 게르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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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이하 연세대) 게르니카는 1996년에 만들어진, 역사가 깊은 장애인권 동아리다. 연세대에 특수교육대상자전형이 만들어지고 장애인 당사자들이 연세대에 입학하면서 만들어졌다. 장애학생을 위한 편의시설이나 비장애학생들 안에서의 장애인 인권의식이 부족했던 당시, 그런 환경을 바꿔보자는 의지를 바탕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게르니카는 학교를 상대로 꾸준히 장애학생의 권리를 주장해왔다. 게르니카 정아영 회장은 긴 역사 속에서 선배들이 해온 활동을 이어 크고 작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게르니카의 역할은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게르니카는 장애인권을 주제로 모인 장애, 비장애학생들이 서로 친목을 다지고 그 과정에서 서로 많은 경험을 나누는 곳임과 동시에, 연세대 내 장애학생들이 겪는 차별이나 불편에 대해 알리는 역할도 한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 모두 중요한 역할이지만, 특히 후자의 역할은 학교 내 장애학생 권리 보장을 이끌어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며 활동하고 있다.”

정아영 회장은 게르니카의 인상적이었던 활동으로 ‘아카라카’라는 학교 축제 시 장애학생 행사 참여 환경 개선을 꼽았다. 교내 행사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다양했다. 행사 공연이 열리는 공연장이 계단형이기 때문에 휠체어 이용 장애학생의 경우 앞자리에 앉아야 함에도, 학교 측에서 티켓을 확보해주지 않은 데서부터 장애학생의 접근성은 떨어졌다. 공연장에 모이는 1만여 명의 인파 속에서 장애학생들의 안전도 확보되지 않았으며, 스피커가 좌석과 가까운 위치에 배치돼 보청기를 착용한 청각장애 학생이 공연을 모두 관람할 수가 없는 등 공연장 내부에서의 문제도 적지 않았다.

이에 게르니카는 학교 측에 장애학생이 비장애학생과 마찬가지로 축제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그 결과 현재는 전체 티켓의 1%를 미리 보장 받을 수 있으며, 스피커 위치 조정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바리케이드 설치를 통해 이전에 비해 향상된 환경에서 축제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정아영 회장은 “개선된 일부 문제들 외에 아직 남아 있는 문제들도 꾸준히 학교 측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게르니카는 장애인권 동아리이지만, 학교 내 장애인권위원회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연세대 장애인권위원회는 교내에서 장애학생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을 인지하며 만들어진 행정 기관으로, 게르니카의 활동과 깊이 연관돼 있다. 게르니카가 좀 더 활동가 집단에 가깝다면, 장애인권위원회는 게르니카의 활동을 토대로 문제 개선을 위한 행정적인 처리를 전담한다. 이러한 파트너십은 게르니카의 활동이 단순히 목소리에서 그치지 않고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장애인권위원회와의 협업 외에도 게르니카는 학교 측으로부터 장애인권 동아리로서 중요성을 인정 받아 전망이 밝다. 연세대 장애학생지원센터는 합격자 발표 후, 장애인 합격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를 개최하는데, 게르니카는 설명회 자리에 모인 그 해의 장애학생들에게 동아리를 소개할 기회를 가진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자리에서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소개할 때에도 게르니카가 함께 소개된다. 이러한 기회들을 통해 게르니카는 장애인권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모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정아영 회장은 체계적인 홍보 외에도 최근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장애인권에 대해 관심도가 높았던 분이 우리 학교의 총장님이 되면서, 총장님 간담회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장애학생들의 이야기에 학교가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변하면서 연세대 내 장애학생의 권리 보장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는 것 같다.”

게르니카는 장애학생, 비장애학생뿐 아니라 학교 내 다양한 소수자 학생들과의 공존을 꿈꾼다. 장애인 외 다양한 소수자 학생들과 오픈 세미나를 여는 것을 소망하며, 파급력 있는 문화사업까지 엿보고 있는 게르니카는 학기를 거듭할수록 더 넓고 크게 성장하는 중이다.

 

평등한 접근성 이끌어낸 서울대 턴투에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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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을 시작한 지 이제 2년을 바라보는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 장애인권동아리 TurnToAble(이하 턴투에이블)은 활발한 활동으로 눈에 띄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관악산 위에 올라와 있는 서울대는 위치상 버스 이용이 불가피하다. 서울대로 향하는 버스는 여럿 있지만 이 중 신림역과 서울대 캠퍼스를 잇는 버스 노선은 5516번, 단 하나다. 5516번 버스는 일부 저상으로 운영돼 휠체어 이용 장애학생의 발이 돼 왔다. 그러던 중, 서울대의 과속방지턱으로 인한 버스 고장을 이유로 5516번의 저상버스가 사라지게 됐다. 5516번 버스를 이용해 등하교를 하던 장애학생들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등하교 수단이 사라진 셈이다.

턴투에이블은 이 문제를 그냥 넘기지 않고 5516번의 저상버스 재도입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우선 해당 버스를 운행하는 버스 회사에 저상버스 재도입을 요구했지만, 공식적인 기관이 아닌 턴투에이블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게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턴투에이블은 이어 학교측과 서울시에 5516번 저상버스 재도입을 요구했다. 학교 내 과속 방지 목적인 턱을 낮출 수 없다는 학교측의 입장과 저상버스 재도입을 강제할 수는 없다는 서울시의 입장에 맞닥들인 턴투에이블은 시간을 들여 대자보를 붙이는 등의 활동을 이어나갔다. 결국 서울대 측이 턱을 낮추면서 저상버스 재도입을 이끌어냈다.

턴투에이블 하태우 회장은 저상버스 재도입 외 최근의 활동으로 중앙도서관 신관 휠체어 접근성 개선건을 꼽았다. 서울대에 새롭게 만들어진 도서관 근처 편의시설의 휠체어 접근성이 낮고, 현실적으로 공부하는 공간에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문제였다. 하태우 회장은 애초에 도서관 신관 건축 과정에서 장애학생들의 접근성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축 도서관 근처에는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게 커피숍 등이 입점해 있다. 그런데 모든 매장에 턱이 있었다. 거기다 학생 편의시설로 만들어진 옥상 정원으로 접근하는 길이 계단로 뿐이라 접근이 불가능했다. 장애인 화장실도 모든 층이 아닌 일부층에만 있는데, 실제로 자리를 잡고 공부를 하는 층이 아니었다. 휠체어 이용 학생들의 손이 닿는 높이에 버튼이 있는 엘리베이터는 총 4개 중 1개뿐이었다. 이런 식의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 걸 완공 후에 알게 됐다. 우리는 이 도서관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편의시설 업체들을 일일이 방문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를 했다. 이후 협의 테이블이 마련됐고, 올해 초부터 보수공사에 들어가 하나씩 바뀌고 있는 중이다.”

짧은 시간 동안 바쁘게 뛴 턴투에이블은 자연스럽게 모든 장애학생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장애인권 동아리이자,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토양이 되는 것을 목표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컨텐츠를 통한 인식개선 꾀하는 고려대 장애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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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 장애인권위원회는 총학생회 산하로, 동아리 개념에서 다소 벗어난 특별기구다. 1998년에 설립된 장애인권위원회(이하 위원회)는 교내 유일한 장애학생 자체기구로서, 장애학생 인권침해 또는 차별 사례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학내 인식개선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축제 등에서 장애인 비하 발언이 나오면 대자보를 붙이거나, 부스를 설치해서 참여자의 인식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신강희 전 부회장은 부스 행사 시 장애체험의 형태를 지양하고 컨텐츠 위주의 진행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험 위주보다는 인식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컨텐츠를 개발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자면, 작년에는 자폐 범주성 장애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다룬 동영상을 제작해서 상영을 했다. 동영상처럼 수동적인 형태 외에 게임 컨텐츠를 만들기도 했다.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장애인이 돼서 등교부터 하교까지의 과정을 진행해보는 식이었다. 어떤 부분에서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비장애인은 편하게 활동할 수 있는 부분들을 장애인 학우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깨달을 수 있게 했다. 부스에 찾아온 비장애인 학우들이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는 부분이라 그런지 더 크게 와닿아 했던 것 같다.”

위원회는 그 외에도 여러 축제 문화에서 장애학생과 비장애인학생이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나가고 있으며, 학교 내 접근성이 좋지 않은 건물의 접근성을 높여달라는 요구도 꾸준히 하고 있다. 실제로 연세대와의 전통적인 대회에서 장애학생들도 응원에 참여할 수 있게 별도의 전용석을 설치해 장애학생들이 원활하게 참여할 수 있었고, 학교측으로부터 엘리베이터가 없던 건물의 설치 계획을 받아내 올해 초 설치에 들어간다. 신강희 전 부회장은 고려대 내부에서 여러 인권에 대한 담론이 심화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했다.

“학생회를 보면 전체적으로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깊어지고 있다. 장애인권뿐 아니라 여성인권 등의 다른 소수자 인권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인권주간 등의 행사도 꾸준히 하고 있고, 우리 장애인권위원회도 내년에는 장애 유형별 대응 자세나 장애인 관련 법과 제도를 정리한 장애인권 자료집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SNS를 활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우리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수월해져, 총학생회 계획수립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장애인권을 생각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같은 고민에 놓이는 장애인권 동아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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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장애인권 동아리들이 맞서온 불편함들은 닮은 구석들이 많다. 가장 1차원적인 문제인 휠체어 접근성은 배움의 장인 대학 내에서도 싸워서 따내야 하는 미션처럼 놓여 있다. 대학 문화라는 말이 있듯이 대학생으로서의 경험을 획득하는 것은 대학생들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권리이지만, 이 또한 장애인권 동아리들이 목소리를 내야만 주어진다. 장애인권 동아리는 대학 내 장애학생의 수가 적기 때문에, 만들고 유지하고 성과를 내는 과정이 쉽지 않다.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활동하지만 분명히 당사자의 목소리가 필요하기에 더욱 그렇다.

게르니카와 턴투에이블이 함께 인터뷰에 응하는 자리에서 정아영 회장과 하태우 회장은 서로 장애인권 동아리에 속해 있으면서 경험한 것을 나누며 학교 특성상 다르게 겪는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그리고 이제 막 장애인권 동아리를 시작하려는 한신대학교 배리어프리 동아리 임수현 회장은 이야기를 경청하고, 선배에게 조언을 얻듯 두 사람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쏟아냈다. 장애인권 동아리의 당사자성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임수현 회장에게 정아영 회장과 하태우 회장은 솔직한 조언을 연이어 내놓았다. 열띤 토론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흡사 장애인권 활동가들 같았다. 조언을 받은 임수현 회장은 “비장애인 학우가 많은 동아리지만, 우리 동아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당사자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며 성공적인 출발을 다짐했다

 

 

작성자글과 사진. 조은지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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