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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기억하세요. 여성긴급전화 1366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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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신고는? 119. 범죄신고는? 112. 아주 어린 시절부터 반복해서 익히고 외워왔기에, 특정한 긴급사안마다 누구든지 떠올리는 몇몇 전화번호들이 있다. 이제 그 암기목록에 새로운 번호 하나를 추가하자고 제안한다. ‘여성긴급전화 1366’이 그것이다. 위기상황에 처한 대한민국 모든 여성들에게 해당되고, 그 상황을 시급히 전파해야 할 이 땅의 남성들한테도 꼭 필요한 ‘SOS’가 된다. 결국 모든 국민의 안전을 위한 위기탈출의 해결책이 ‘1366’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여성과 아동에게 가해지는 폭력, 쉽게 드러나지 않는 가정폭력, 공공연한 성폭력과 성매매에 이르는 모든 적폐해결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노력하는 한 기관을 독자 여러분께 소개한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라는 존재를 알게 됨과 동시에, 우리 모두의 일상에는 유의미한 희망과 대안이 새롭게 생겨나리라 기대한다.

 

무관심해도 될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

‘성매매 미끼 강도짓에 집단 성폭행 시도 20대 4명 실형’, ‘숙식 제공하겠다며 가출소녀 성매매 시킨 일가족’, ‘제주에서 성매매 알선 건물 임대해준 건물주 벌금형’, ‘성매매 집결지 청량리588 철거 재개, 물리적 충돌 우려’, ‘월 1500만원 수입 위장 성매매 광고 판치는데, 경찰은 단속 근거가 없다?’, ‘자갈마당 고사작전 시작, 합동단속 보름 새 업주 5명 입건’, ‘여수 여종업원 사망사건 가해자들, 낮은 형량 받아’, ‘성매매 창구로 전락한 채팅앱, 청소년 성매수 알선 대거 적발’, ‘인터넷 불법정보 중 성매매 음란정보가 41%’, ‘여성 청소년에 수백 차례 성매매 시킨 20대 남성 3명 징역’….

이번 취재를 위해 성매매와 성폭행 관련 주요 언론기사를 검색해 보니, 관련 내용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위의 기사 제목들은 언론에 공개된 올해 2월 한 달 동안의 사건사고들 중 몇 가지만 뽑아 인용한 것이다. 굳이 옮기기에도 마음 불편해지는 기사와 제목들이 훨씬 많다는 건, 우리가 사는 이 땅의 현주소가 이러한 ‘현재진행형’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성매매, 성폭력, 성적학대, 착취와 유린이 우리 일상의 주변에서도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나의 일’이 아니라고 무관심하게 넘길 수 없는 이유가 그것이다. 내 가족과 내 지인들의 일로 닥칠 위험이 그만큼 큰 세상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거, 이젠 막연한 남의 일이라며 지나치던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나’를 위해, ‘당신’을 위해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서 말이다.

 

‘1366’은 긴급한 문제해결의 첫 단추가 된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여성가족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으로, 성매매방지 활동의 구심점 및 중앙 허브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지난 2009년에 설립됐다. 이후 성폭력방지사업을 수행하는 여성아동폭력피해중앙지원단(’10년), 가정폭력방지사업을 수행하는 여성긴급전화중앙지원단(’12년) 등의 사업이 추가되면서 성매매와 성폭력, 가정폭력에 직접 대응하며 역할의 범위가 확대돼 왔다. 이처럼 여성과 약자들에게 가해지는 모든 폭력의 근절을 통한 성평등사회를 지향하면서, 진흥원은 ‘여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지원을 통한 인권보호 허브기관’임을 조직의 비전으로 삼고 있다. 주요 사업으로는 성매매방지 인식개선 및 피해자 자립자활 지원, 성폭력피해자 통합지원센터 운영 및 활성화 지원, 가정폭력방지 인식개선 및 폭력피해자 초기지원 강화 등이 있다. 그 중에서 가정폭력방지 분야에서는 여성폭력 사이버상담신고센터 구축과 가정폭력 추방기간 신설에 따른 캠페인 확대를 최근의 주요 사업으로 펼치고 있다. 이 지면에 소개하고 싶은 진흥원의 활동 내용이 너무 많지만, 독자 여러분께 가장 유익하고 유용할 정보부터 우선하자면 ‘여성긴급전화 1366’부터 언급해야 함이 당연할 것 같다.

‘여성긴급전화 1366’은 긴급한 상황에 처한 여성이 하루 24시간 언제든지 연락해서, 시급한 구조와 도움을 받는 게 가능한 시스템이다. 전국의 광역시도 16곳에 하나씩 설치가 돼 있고(서울과 경기도는 각각 2개소, 전국 총 18개소), 대표번호로만 전화를 해도 현재의 위치와 가장 가까운 곳의 센터로 연결이 된다. 진흥원의 강월구 원장, 진흥원 산하 가정폭력방지본부의 변현주 본부장과 함께 3시간이 넘는 긴 대화를 나누면서도, 가장 중심이 됐던 내용은 단연 ‘1366’이었다. 실제사례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고 싶어서, 지금 이 순간 폭력을 당하고 있는 한 여성의 긴급전화가 걸려왔다는 가정 하에 설명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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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본부장 “폭력상황에 있는 내담자한테 ‘도와달라!’는 전화가 오면, 전화를 받은 상담선생님이 현재의 상황부터 파악하세요. 지금 있는 위치가 어딘지, 현재 폭력이 진행 중인지, 안전하게 피신할 곳이 있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한 다음, 지역에서 가장 빨리 출동할 수 있는 경찰서나 지구대에 곧장 연락해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부터 실시하죠. 경찰의 개입보다는 자신이 피할 수 있게만 도와달라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는 택시를 타고 센터로 곧장 오게 권한 뒤 교통비를 저희가 지급해드려요. 오는 동안 계속 통화하면서 센터의 위치를 기사님께 알려주고, 통화상태에서 상담자가 길로 나가서 내담자를 직접 만나 센터 안으로 모시고 와서 긴급보호에 들어가는 것이죠.”

전국의 18곳 ‘1366’ 센터 안에는 모두 긴급피난처가 마련돼 있어서, 새벽시간을 포함한 24시간 언제든지 긴급하게 피신해야 할 피해자들이 쉴 공간을 갖추고 있다. 센터 안의 긴급피난처는 잠시 안정을 취하는 곳이고, 이후 각 센터마다 운영하는 외부의 보호시설로 이동을 하게 된다. 인근 아파트 같은 공간에 가정집 같은 보호시설을 별도로 운영하는 것이다. 외부의 보호시설에서 지내는 건 하루 이틀, 길어야 사흘인데, 그 다음에는 다른 전문기관과의 연계가 진행된다고 한다.

강 원장 “시급한 상황을 일단 피한 뒤,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분들도 계시죠. 그런 분들은 그냥 되돌려 보내드리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문제 사항을 좀 더 파악한 뒤 가까운 상담소에서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게 연결해드립니다. ‘1366’은 초기지원체계라고 보시면 돼요. 전달체계가 단계별로 있는데, 보통 하루에서 이틀 긴급피난처에 계시다가 그 다음 단계의 상담을 해서, 어떤 기관에서 전문 지원을 받으면 좋을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 그 기준에 따라 더욱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받게 만들어드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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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6’은 ‘1년 365일에서 하루를 더 서비스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초기지원체계라는 건 실제 받아야 할 다양하고 세분화된 지원에 앞서, 가장 먼저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정이다. 진흥원이 제공한 자료들을 살펴보니, 긴급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각 지역의 가정폭력상담소가 총 2백 개소가 넘었다. 전국의 시와 군에 각각 1개소 이상의 가정폭력방지기관이 있다는 건데, 그 모든 상담소의 위치와 연락처를 개인이 확보하고 있을 필요까진 없다는 부연설명이 뒤따랐다. 어떤 경우든 ‘1366’ 다음 단계로 연계가 되는 단체들이기에, 긴급상황에 대한 전화번호는 ‘1366’ 하나만으로 충분하다는 얘기였다. 실제 예를 들어 한 여성장애인이 ‘1366’의 도움과 구조를 요청했을 경우 진흥원 차원의 1차 긴급피난을 시킨 뒤, 보다 전문화된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같은 단체와 협의가 진행된다고 한다. 그럴 경우 연구소는 자체적으로 해결방안을 마련하거나, 더 특화된 장애인보호시설로 연결하는 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여성이 자녀들과 함께 피신했을 경우, 보다 장기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전문보호기관으로 옮겨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게 가능해진다. 가장 필요한 도움이 무엇이든, 그 단계로 가는 첫 단추이자 징검다리가 ‘1366’이라는 것만 기억하면 될 것 같다. 진흥원이 지향하는 비전 또한 ‘인권보호 허브기관’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폭력인지부터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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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에 마련돼 운영하는 긴급피신처의 내부 모습. 긴급상황이 발생하는 24시간 내내 피해자 및 내담자를 맞이할 수 있도록, 기초적인 생활용품들이 준비돼 있다.

24시간 여성폭력피해자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여성긴급전화중앙지원단의 중앙센터 전화상담실 모습. 전국 16개 광역시도에 총 18개소의 ‘여성긴급전화 1366’ 상담실이 운영되고 있고, 일주일 평균 450여 통의 긴급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진흥원 안에 성매매방지중앙지원센터, 여성아동폭력피해중앙지원단, 여성긴급전화중앙지원단, 중앙위기청소년교육센터, 성폭력방지본부, 가정폭력방지본부 등 다양한 영역의 활동단위들이 있지만, 이 모든 건 각각의 폭력이 아니라 전부 하나의 뿌리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한다. 하나의 폭력행위가 동떨어진 우발성에서 난데없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 그 폭력이 발생하게 된 건 그동안 감춰져 있던 수많은 폭력행위와 직간접 경험의 누적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변 본부장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들을 가정폭력이라 하는데, 요즘 이슈가 되는 아동학대와 노인학대의 문제도 사실 초기에 국가와 해당기관이 적절하게 개입했으면 더 악화되지 않았을 문제가 돼요. 그런데 방치되고 누적이 되다 보니, 폭력피해자였던 어린 아이가 엄마가 돼서 아동학대 가해자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죠. 가정폭력으로 가정이 해체가 되고 학교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된 뒤 가출을 해서 성폭력의 피해자나 가해자가 되는, 게다가 그 성폭력이 성매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모두 인과관계로 연결돼 있는 거예요. 사실 이 지점이 가장 안타깝거든요. 초기에 국가의 개입태도가 굉장히 중요하고 각각의 전달체계에서 그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는 게 절실한데, 각각 떨어져서 살피다 보면 개별적으로는 일상의 작은 문제로 치부되는 거예요. 초기에 빨리 개입하지 않으면 사회적 비용도 많아지고, 마지막에는 결국 성매매 피해자의 자살, 죽이거나 죽는 걸로 끝나는 사례들이 실제로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국가와 사회는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강 원장 “저희 진흥원에서 다루는 폭력이 크게 세 가지, 가정폭력과 성폭력과 성매매인데요. 가정폭력은 모든 폭력의 시작이고, 성매매는 여성폭력의 마지막입니다. 성폭력은 그 중간단계의 과정이 되는 거죠. 정말로 자발적인 필요에 의해 성매매로 유입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제대로 된 보호를 못 받고 집보다 바깥이 더 편한 상황에 놓였던 아이들의 마지막 선택이 성매매로 흘러가는 거예요. 그런데 이 모든 폭력의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가정폭력이 임계점에 다다랐을 때는 분리하고 해체하는 한이 있더라도 여성과 자녀 같은 약자들부터 보호해야 하는데, 우리의 법체계는 ‘원가정 회복’, 그러니까 원래의 가정 틀을 유지시키는 걸로 결론을 내려요. 이혼에 대한 편견도 마찬가지죠. 폭력으로 인해 더 이상 유지가 될 수 없는 가정은 약자의 생존을 위한 대안부터 찾고 강구해야 하는데 우리의 제도는 가정 내의 강자, 즉 가부장제도의 틀을 벗어나려 하지 않고 있어요. 이런 가치관의 구조가 완전하게 전환돼야만, 성매매로까지 진행되는 가정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점을 찾을 수가 있는 겁니다.”

‘여성긴급전화 1366’을 먼저 강조하다 보니, 본문 전체가 폭력의 악순환과 문제점으로만 채워졌다는 건 못내 아쉬운 일이다. 진흥원 내부의 활기는 소개도 못하고 마무리하게 되는데, 그 빈 부분은 다음 기회에 새로운 만남을 통해 지면에 정리하고자 한다. 끝맺음으로 용어의 정의를 도표 안에 남겨놓는다. 여성폭력은 피해자의 90%가 여성인 성매매, 성폭력, 가정폭력, 이 세 가지를 의미한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이 세 가지 폭력은 결코 술자리 농담처럼 단순하게 치부될 일이 아님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 모두가 당면한 채 살아가는 현실의 일그러진 실상이기 때문이다. 그 폭력들의 정의가 어떻게 규정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폭력과 마주하는 우리의 마음자세를 다잡을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작성자글과 사진. 채지민 객원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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