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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들의 ‘모든 가능성’을 기획서 활자 안에 닫아놓으면 안 된다

사단법인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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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고 시행됨에 따라, 법 시행 이전과는 다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법 조항 하나하나에 담는 의미부여가 각기 다르다 보니, 필요 이상 내용에 집중하거나 본래 취지와 다른 부작용이 드러나는 등 현장에서의 혼란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05년 제나가족지원 센터로 발족해서, (사)한국발달장애인 가족연구소로 발돋움한 이 단체를 이번 만남의 자리로 초대한 것은 ‘발달장애의 특성?’ 같은 기본 내용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실제 현장의 엄마아빠들과 활동가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 시점의 실질적 의견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연구소의 김명실 이사장, 김예원 사무국장과 4시간 가까운 긴 대화를 나눴다. 다소 거친 표현이 등장한다 해도, 그것이 2017년 지금의 현실임을 같이 공유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대화의 모든 내용은 거두절미한 상태의 핵심 중심 문답으로 진행됐다.

 

발달장애인은 ‘반드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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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는 ‘멋진 친구들’이라는 발달장애인 교육인형극단을 운영한다. 인형극을 진행하는 배우이자 행위자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다. 그런데 인형극만 진행하는 게 아니라, 장애이해교육 등 현장의 다양한 활동을 직접 담당하고 있다. ‘그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 이전에, 어떻게 그런 환경을 만들 수 있었는지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멋진 친구들은 5명의 당사자 단원으로 현재 운영되고 있고, 참가인원의 늘어남과 줄어듦은 시기별로 차이가 있다.)

“작년까지는 정말로 싸움이 많았어요. 처음엔 헤게모니(권력의식)부터 구성이 돼서, 힘 있는 자와 눌리는 자로 구별이 됐었죠. 그런데 각자 자존감이 높아지다 보니까, 이젠 모든 구성원들의 힘이 다들 좋아진 거예요. 그러니까 ‘너 왜 그래?’ 하며 문제제기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거죠. 그래서 ‘난 너 때문에 기분이 나빠!’라는 의견을 대놓고 직접적으로 서로 꺼낼 수 있게 된 거예요.”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이하 연구소) 김명실 이사장은 발달장애 당사자들의 아주 사사로운, 대외적으로는 눈에 띄지도 않을, 하지만 엄청난 반전이 진행되는 순간순간의 의미를 실제 현장의 경험으로 끄집어냈다.

“당사자들끼리의 싸움이 시작됐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의미예요. 어느 날부턴가 한 명씩 번갈아가며, 자신들이 겪은 불합리함을 저한테 얘기하려고 왔죠. 저는 대답했습니다. ‘너희들이 한두 살 먹은 어린 애들이야? 회의하는 방법 배운 거 있잖아. 그건 이럴 때 써먹는 거야.’ 그렇게 한 2년 정도? 계속 꼬집어주다 보니까, 이젠 저한테나 활동가들한테 와서 얘기하는 친구들이 없게 됐어요. 밖으로 나가서 제3자한테 하소연하는 것보다는, 자기들끼리의 집단 안에서 한마디 더 나누며 해결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게 됐다는 거죠.”

하소연이 길어질 때, 김 이사장은 당사자들 앞에서 큰 소리를 쳤단다. ‘너희들은 멋진 친구들이 아니라, 다들 잘난 친구들이야! 왜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 건데?’ 그런 부딪침이 많아진 이후, 이젠 김 이사장 스스로 혼자만의 감탄을 내지르게 되는 상황이 많아졌다고 한다.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을 알게 된 거죠. 배려도 하고요. 이건 굉장히 중요한 발견인데, 발달장애인들은 ‘조금 늦는다’는 걸 실제로 확인했다는 거예요. 조금 늦을 뿐이라는 거, 기회를 주고 자율성을 주면 충분히 자신들만의 해결책을 만들고 그에 따라 실천한다는 거예요. 치고 박으면서 싸우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걸 우려하며 방어하지 마세요. 자신들 스스로가 얻어가는 게 있다는 상황의 반복에서 축적되는 것이 분명히 있으니까, 당사자들끼리의 조율이 내부적으로 가능해진다는 거죠. 그건 굉장히 큰 긍정적인 효과를 낳게 됩니다.”

 

당신의 ‘쉼’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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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연구소의 장점이자 가치라고 한다면, 모든 게 새로운 사업이었다는 거예요. 남들이 주저하던 실험적인 사업부터 진행을 했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는 일을 우리는 초지일관 해 왔다는 거죠.”

그런데 해당 업무가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사이를 오가면서, 서로의 업무 위치가 바뀌고 일부 중첩되면서부터 일이 힘들어졌다고 한다.

“단적으로 얘기한다면, 저희 연구소가 진행했던 여러 프로젝트, 정말 중요한 사업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것이 각 지자체의 단체들과 기관의 업무 전달체계 안으로 전부 다 흡수됐다는 거죠. 그래서 페이퍼(서류)가 됐어요. 10년 넘게 저희들이 해왔던 프로젝트의 선(先)경험들은 다 사라지고, 공무원 중심의 업무처리로 바뀌게 된 거죠. ‘선경험’이라는 거, 이건 실제 현장을 아는 사람들만이 확인하고 증명할 수 있는 겁니다. 그렇기에 사업계획서 안에 등장하는 문구만으로 머물면 안 된다는 거죠. 그런데도 나하나 신경 써야 하는 이들, 배려해야 하는 부분들, 고려해야 하고 절대 놓쳐선 안 될 부분들의 사업들을 담당자와 기관들이 놓치고 있어요. 현장에 있는 ‘선경험자’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는 거, 이건 분명히 지적해야 할 국가 정책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 이사장은 할 말이 많았다. 아니, 해야 한다. 시민사회단체에서 오랜 숙성을 거쳐 만들고 완성한 기획안인데도, 정부와 기관의 틀 안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당신들만의 의견’으로 전환되며 서류 안의 활자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희가 진행한 가족캠프가 있어요. 저희가 아주 오랜 준비과정을 통해서 마련하고 실시한 프로그램인데, 어느 한 기업에서 그걸 굉장히 크게 하자며 제안을 하더라고요. 저는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모임을 기본 열 가정에서 최대 열다섯 가정으로 규정지었어요. 그런데 백(100) 가정, 이런 식으로 바꿔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거죠. 이 대목은 아주 단순합니다. 정부든 기업이든, 일단 상부에 보여줄 수 있는 ‘모양새’가 나와야 하잖아요. 실제 현실은 그게 아닌데도, 후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참여 가정의 규모를 크게 늘리자는 거예요. 저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했습니다. 그런 숫자놀음에 저희 연구소 이름은 넣을 수가 없었으니까요.”

왜냐, 실제 힘겹게 생존하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강조한다. 함께 힐링(위안)을 할 수 있는 최대치의 가족은 열다섯 가족, 적정선은 열 가족이라는 것이다. 외적인 분량보다는 질적인 문제가 우선이고, 사람 자체가 먼저 존중돼야 하며, 특히나 이리 치고 저리 치는 일투성이인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부모 입장을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쉼’이라는 단 한 글자로 우리가 이렇게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잖아요. 그 한 글자 안에는 어마어마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기획안으로 나열하며 적기 시작하면, 그 기획안이 몇 십 페이지든 더 두꺼워지든 간에, 읽는 사람도 안 생길 거고 결제를 한 윗선에서도 안 읽을 거예요. 심지어 직접 작성한 사람들조차도 자기가 적은 내용을 모를 거라는 거죠. 정말 중요한 건 직접 손 한 번 잡아주는 건데, 모든 게 서류상으로만 진행되고, 그게 절대적인 성과물로 치부되는 이런 행정 중심의 문화가 가장 큰 문제점인 겁니다.”

 

바뀌고 있는 것, 바뀌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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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안에 한 명의 발달장애인이 있으면, 그 ‘1인’을 중심으로 모든 게 움직인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연구소의 관점은 늘 다르게 보였다. 4인 가족 기준이라 한다면, 발달장애 1인 중심이 아니라 ‘4인 가족’ 가운데 1인이 발달장애 당사자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것. 대화 및 상황의 틀을 그렇게 이끌고 가는 게 연구소의 입장이 아닌지 물었다.

“그게 가장 이상적인 거죠. 엄마는 엄마만의 공간이 있고, 아빠도 아빠만의 공간이 필요하잖아요. 비장애 형제들도 자식으로 대접받아야 할 공간이 분명 존재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당사자 1인이 늘 왕이 됩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 다 소중한데, 결국은 당사자 1인에게 모든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거죠. 그 문제 때문에 시작하게 된 게 바로 제나가족지원센터였고, 지금의 연구소 또한 그 문제를 가장 큰 도전점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자주 만나고 조금씩 대화의 범위를 넓혀가면서, 서로에게 익숙한 사람(이웃)이 된다는 거, 그게 바로 최상의 프로그램이다. 국가 차원에서 얼마든지 실천 가능한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담당하는 정부 부처의 책임자들이 이리저리 부서를 옮겨 다니고, 보이지 않게 저항하는 이들 또한 얼마간 존재하고 있단다. 하긴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의 4대강과 블랙리스트 같은, 그런 과오에 직접 관련됐던 이들은 아직도 해당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무리 정부가 바뀌었다 해도, 움직이는 관료들은 그 명령을 받던 면면들로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 분야 또한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가족복지라는 건 예방적 복지와 사후대처의 복지가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문제가 터지고 나서의 복지는 있는데, 예방적 복지는 없잖아요. 발달장애인법이 별도로 만들어졌지만, 사실은 장애인복지법만으로도 충분히 융통성 있게 활용할 수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영지침, 규정, 이런 것들이 너무 빡빡하게 돼 있으니까, ‘그럼 발달장애인들을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했을 때 아무도 대답을 주는 관계자들이 없었던 거죠.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니까, 자꾸 법을 만들어 강제규정을 명문화하는 거예요. 예방적 복지는 여전히 요원한 일이라는 거죠.”

 

조금 늦을 뿐, 반드시 성취한다

연구소는 자기옹호 프로그램을 주요사업으로 진행한다. 발달장애인들에게 ‘물고기를 먹여주기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가장 단순한 원리 같지만 가장 실천이 어려운 목표에 절대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되고 나서, 굉장히 큰 오해들이 발생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종사자들이 서비스를 할 때 전문가 입장, 제공자 입장에서 해왔잖아요. 기관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법이 만들어지면서 자기결정권이 명문화되니까, 욕구 충족을 자기결정권으로 잘못 이해해서 그것은 무조건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걸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래서 당사자들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다 하면 시말서를 쓰고 경위서를 써야 하는 구조가 됐는데, 이 구조는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행정일 뿐이라는 걸 반증하는 거죠.”

소통하고 조절하며 협상하는 과정 없이 원하는 걸 무조건 할 수 있게 하는 건, 발달장애 당사자들의 자립을 오히려 막고 방해하는 역효과만 낳는다는 점을 김 이사장은 특별히 강조한다.

“청소하기 싫은데 하라고 하면 인권침해라고 인권교육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 시설과 기관들이 지금 난장판이 되고 있잖아요.

시설에서 인권교육을 하면, 몇 개월 동안 모든 당사자들이 왕이 돼 있대요. ‘하기 싫은 건 안 해. 인권침해야.’ 그런 결론을 얻기 위해 실시하는 교육이 아니잖아요. 당사자들의 자립을 목표로 한다면, 설거지도 해봐야 하고 청소도 해봐야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요? 독립을 위해선 돈도 벌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하기 싫다고 거부하는 논리만 가르치고 있는 거예요. 강사들과 종사자들도 성과를 내야 하는데 무조건 잡아끌 수도 없고 설득도 안 되고, 서로가 엉망이 되는 것이죠.”

누구나 원하는 걸 모두 누리며 살 순 없다. 자기결정권은 그 자체로 절대적 가치를 갖지만, 자기결정에 뒤따르는 서로간의 배려와 양보와 협상이 왜 필요한지를 먼저 강조해야 한다. 강한 욕구가 있다 해도, 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이유와 상황을 헤아리며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만드는 게 자기결정권의 전제조건이라는 것이다.

“제가 앞에서 발달장애인들은 ‘조금 늦는다’는 점을 강조했죠. 그걸 실제로 증명해낸 게 바로 멋진 친구들이에요. 싸움과 고자질의 지난한 과정이 있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모두 다 전문가들입니다. 저도 굉장히 놀랄 때가 많아요. ‘이걸 하고 나서 다음 것을 연이어 하면 과부하가 되지 않을까?’ 그런데 해내요. 과부하가 되면 일단 멈추라고 했는데, 이 친구들은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해내요. 지금 활동하는 분야가 상당히 많아요. 성교육 강사를 하고,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장애이해강사로도 나가죠. 지금은 2년 과정의 프로젝트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발달장애인의 눈높이에 맞는 언어로 감수하는 작업도 하고 있어요. 이 모든 게 실제로 가능해졌다는 거죠. 조금 늦을 뿐이에요. 발달장애인들이 사회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서는 방법을 스스로 깨닫고 찾아냈다는 것, 저는 그게 연구소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고 판단합니다.”

 

모두와 똑같고, 실제로도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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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대화가 진지하게 진행되는 동안, 바로 옆 회의실에서는 차별금지법을 감수하는 멋진 친구들의 토론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들리는 음성만으로도 모두의 의견이 뚜렷했다. 잠시 양해를 구하면서, 멋진 친구들과 감수를 진행하던 김혜경 강사에게 이 작업이 갖는 의미를 물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발달장애 당사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설서를 만들고 있는데, 정말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지를 당사자 스스로의 입장에서 감수하는 거예요. 하나하나의 문장을 당사자의 눈높이로 확인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지금 막 토론했던 건데, ‘도구’라는 단어가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렇다면 무슨 단어로 바꾸는 게 좋을지를 대화 나누다 보니까, ‘물건’이라고 하면 잘 이해하겠다는 대안이 나왔죠. 인지적 능력이 좋은 분은 ‘도구’라 해도 알아듣지만, 이해력이 힘든 분들은 훨씬 편하게 이해되는 용어를 선호하는 거예요. 그렇게 장차법 전체의 법 조항을 하나씩 읽으면서, 당사자들을 위한 쉬운 문장의 장차법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 이사장과의 대화 자리에 함께한 김예원 사무국장은 물리치료사 출신이다. 모든 것을 분해하듯 분석하고 데이터를 만드는 데 익숙했던 탓에, 처음 연구소에 자리를 잡고선 접근법이 완전히 다른 이곳의 틀과 부딪침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또한 ‘멋진 친구’가 됐다며, 확신에 찬 음성으로 응답했다.

“저는 멋진 친구들을 보면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사람 관계나 사회생활에서 개인적으로 지친 부분들, 그게 멋진 친구들을 볼 때마다 굉장히 유쾌해지면서 치유가 되는 거죠. ‘그래, 삶이 별 거 없어. 이런 거야. 그런데 나는 왜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했지?’라는 힌트 같은 걸 많이 주시거든요. 그래서 제가 연구소로 와서 멋진 친구들과 지낸 시간 동안, 그렇게 인생을 살아가는 통찰이랄까? 그런 힘을 많이 얻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한테는 멋진 친구들이 힐링인 거죠.”

상담 전문가다운 색다른 관점의 평가였다. 그렇다면 공연 준비와 실제 공연을 곁에서 모두 경험했을 텐데, 발달장애인을 바라보는 일반사회의 색안경 낀 시선은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물었다. 이 또한 명쾌한 답이 이어졌다.

“저는 다르지 않아요. 제가 보는 건 발달장애인극단으로 멋진 친구들을 보는 게 아니라, 그냥 극단 멋진 친구들로 보는 거예요. 사실 여기 연구소에 와서 가장 감명 깊었던 건 ‘제 것으로서의 온전한 자기 자신’을 뜻하는 ‘제나’라는 순우리말과 같이, 모든 게 온전한 각자의 삶으로 보이고 존재한다는 점이었어요. 그냥 똑같은 인간이라는 거죠. 장애라는 불편함이 좀 있지만, 그냥 모두와 똑같은 삶이고 실제로 똑같아요. 멋진 친구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다 캐릭터가 분명하고, 개개인의 인생도 너무나 재미있는 얘깃거리를 갖고 있어서 제겐 큰 힘이 됩니다. 극단 멋진 친구들의 단장을 7년째 맡고 있는 백지승 선생님의 힘이 가장 크죠. 백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이만큼의 성과는 분명 어려웠을 거예요.”

마무리는 김명실 이사장이 맺었다. 이게 바로 문화예술이 갖고 있는 힘이라는 것이다. 발달장애인들에게 지원되는 문화예술이 불필요하고 소모적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해서 실제로 지원이 축소되고 끊기는 일도 반복되고 있지만, 그건 발달장애인의 삶을 모르는 행정편의주의와 왜곡된 편견일 뿐이라는 지적은 충분히 경청할 만한 내용이었다.

“복지관의 담당자들은 성과물이 나와야 하잖아요. ‘하기 전에는 이랬는데, 하고 난 후는 이랬다’는 걸 일일이 신경 써야 하는데, 제가 가장 확실한 성과를 내는 법을 말씀드릴게요. 누구로부터도 통제 받지 않는 자유를 누릴 수 있게만 해주면, 당사자들은 가장 즐겁게 즐기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문화예술활동인 거예요. 붙잡지 말고 놓아주세요. 답은 거기에 있습니다.”

작성자글과 사진. 채지민 객원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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