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학대는 ‘자기 미래’의 학대입니다 > 세상, 한 걸음


노인 학대는 ‘자기 미래’의 학대입니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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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인식개선 사진 공모전 대상 수상작-할아버지 얼굴에 미소를 선물하다(김미옥, 2007)

‘노인’이라 함은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 정도로 생각된다. 아니,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 취재를 진행하면서, ‘노인’이란 단어 하나에 이렇게나 많은 세상사가 집중돼 있다는 건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노인’이라는 두 글자의 진정한 무게감을 일깨워 준 소중한 만남 이었다는 결론부터 내리고 싶다. 이번 호 <함께걸음>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을 찾아갔다. 하나하나 핵심을 짚어 준 배숙경 관장, 놓치고 넘어가기 쉬운 부분들을 꼼꼼하게 지적해 준 김선태 과장과의 대화 내용을 이 지면에 정리한다. 노인은 단순히 주변의 어르신을 연상하는 정도로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나’와 ‘우리’의 내일임을 확인하게 된다.

 

학대, 바로 내 주변에 존재한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하 중앙노보)은 노인복지법 제39조 5항이 규정한 노인인권보호사업과 노인학대예방사업을 주요업무로 한다. 노인인권보호와 관련된 정책제안, 연구 및 프로그램 개발, 노인학대 예방의 홍보와 교육자료의 제작 및 보급,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심화교육, 학대받는 노인의 단기보호, 관련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 및 교류, 더불어 노인인권보호를 위해 보건복지부장관이 위탁하는 사항들을 수행한다.

중앙노보가 전체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담당한다면, 전국 지자체 중심으로 30곳에 설치된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이하 지역노보)은 실제 현장을 관장한다. 실질적인 행동은 지역노보의 주요사업이 되는 것이다. 노인학대 신고전화의 운영과 사례접수, 노인학대 의심사례에 대한 현장조사, 피해노인과 피해노인가족 관련자와의 상담, 피해노인의 의료기관 치료의뢰 및 노인복지시설 입소의뢰 등의 활동 내용만 봐도, 주요업무 중에서도 핵심은 ‘학대’임을 알 수 있게 된다.

“노인과 관련된 업무는 정말 광범위하죠. 가장 가깝게 접할 수 있는 게 노인대학과 경로당이 있고, 독거노인 문제, 치매, 어르신들의 일자리, 의료지원 등 전 분야에 펼쳐져 있지만, 제 경험으로는 그 중에서도 제일 어려운 게 학대인 것 같아요. 정말로 가장 풀기 어렵고 심각한 문제인 거죠.”

중앙노보를 4년째 책임지고 있는 배숙경 관장은 노인복지 분야에서만 27년차가 된 전문가, 말 그대로 베테랑이다. 그가 방점을 찍은 게 바로 학대 문제라는 건, 현장의 실제체험에서 얻고 확인하게 된 결론임이 분명한 일이다.

“얼마 전에 ‘2016년 노인학대현황보고서’가 발간됐어요. 가장 최신자료이고, 현재의 상황을 가장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증거자료가 되죠. 작년 노인학대 신고는 총 12,009건인데, 그 중에서 실제 학대로 확인된 게 4,280건이에요. 전년도 대비 12.1%나 증가했죠. 예전과 다르게 신고가 들어오면, 반드시 현장조사를 나가야 합니다. 일 년 만에 12.1% 증가됐다는 건 갑자기 학대가 늘어났다기보다는, 국민적 인권의식 향상에 따라 은폐돼 있던 노인학대 사례들이 드러나는 게 보편화됐다고 보는 게 맞을 거예요. 남의 가정 문제라며 모른 체하고 넘어가던 인식이 이젠 크게 개선되고 있는 거죠.”

실제사례들을 들여다보면, 학대라는 게 막연한 ‘누군가’의 피해가 아니라, 바로 ‘내 생활 주변’의 문제임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현재진행형’이라는 실제 현실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노인학대로 확인된 작년의 총 4,280건 중 89%가 가정 내에서 발생했다. 학대피해를 당한 어르신은 남성이 1,187명(27.7%), 여성이 3,093명(72.3%)으로 여성노인이 남성노인보다 2.5배나 더 많이 피해를 당했다. 학대피해의 주된 대상이 70대 여성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피해자가 있으면 가해자가 있죠. 저희는 ‘노인학대행위자’라고 부르는데, 남성이 3,113명(67.1%)이고 여성이 1,524명 (32.9%)이에요.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에서만 특이하게 강조되는 점이 있는데, 학대행위자의 1위가 바로 학대피해자의 아들(1,729명, 37.3%)이라는 거예요. 전통적으로 아들한테 많이 의지하다 보니, 역으로 아들이 학대행위자가 되는 경우가 월등하게 많다는 거죠. 그 뒤로 배우자(952명, 20.5%), 본인(522명, 11.3%), 딸(475명, 10.2%), 노인복지시설 등의 종사자(392명, 8.5%) 순으로 나타납니다. ‘본인’이 포함된 게 의아하실 텐데, 자기방임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혼자 사시는 독거노인들이 많아지다 보니까, 약도 제때 못 드시고 식사도 거르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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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인식개선 사진 공모전 대상 수상작-행복한 시간(조희표, 2016)

말로 하지 않는 S·O·S

노인학대의 학대행위자 중에서, 배우자인 경우의 비율이 갈수록 증가한다는 점은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이른바 ‘노노(老老)학대’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데, 이는 전체 사회의 환경변화라는 틀에서 들여다봐야 할 사항이 된다.

“수명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잖아요. 두 분 다 오래 사시다 보니, 학대행위자가 될 가능성도 같이 높아지는 거예요. 더욱이 요즘은 두 분만 따로 사시는 경우가 많잖아요. 게다가 간과할 수 없는 게, 학대행위자 1위인 아들 또한 노인이 돼서 ‘노노학대’의 당사자가 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인구 고령화, 노인부부가구 증가, 자녀의 노인화(化)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거죠.”

노인학대의 학대유형을 분류해 보면 정서적 학대(2,730건, 40.1%), 신체적 학대(2,132건, 31.3%), 방임(778건, 11.4%)의 순서로 나타난다. 학대라는 게 물리적인 폭력만 떠올려선 안 된다는 점이, 40.1%나 차지하는 정서적 학대를 통해 확인이 된다. 노인복지법 제1조 4항에 명시된 노인학대의 정의, 즉 ‘노인학대라 함은 노인에 대하여 신체적·정신적·정서적·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을 말한다’는 내용을 통해서도 학대의 범위가 전방위에 걸쳐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할머니들의 삶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빠를 거예요. 평생을 가부장적인 환경 안에서 사셨잖아요. 그 가부장의 권위에 순응하면서, 모든 걸 참고 속으로만 견디셨어요. 그러니 아들이나 남편한테 학대를 당해도 신고할 생각 자체를 안 하시고, 동네방네 소문나는 게 창피하다며 홀로 삭히시는 거죠. 이런 사례들은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노인문제 중에서도 노인학대가 가장 접근하기 어렵고, 가장 고난도의 대처방안을 찾아내야 하는 난제가 되는 거죠.”

혼자 마음을 풀기 어렵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상존하면 더더욱 복잡한 상황이 된다. 경제적 문제일 수 있고, 가정 간의 누적된 갈등인 경우도 있으며, 본인이나 가족의 질환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배숙경 관장은 사회적 관계망이 없을 때의 자기방임을 특히 주시한다. 산골짜기 같은 외진 데 혼자 사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화장실 시설은 물론 수도조차 없는 곳에 홀로 사시는 건데, 그런 삶이 전형적인 자기방임에 해당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분들의 생활을 예의주시하는 일이 지역노보의 주요업무 중 하나가 된다며, 배 관장은 현장에서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현장 활동가로 있을 때의 일인데, 제가 있던 기관에서 식사 배달과 밑반찬 배달을 가면, 항상 방실방실 웃으며 맞이하던 어르신이 계셨어요. 거의 10년 가까이 저희 기관의 지원을 이용하신 건데, 어느 날인가 저희 복지관에 직접 찾아오셔서 전혀 예상치 못한 말씀을 하신 거예요. ‘내가 친아들한테 두들겨 맞고 있다. 날 살려다오’라고요. 저희는 그 긴 시간 동안 그 분이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 채지 못했거든요. 항상 밝게 반기며 맞이해 주셨기 때문에, 일말의 의심조차 안 했던 거죠. 그런데 그 분의 눈빛과 표정을 자세히 살펴보니까, 그 어르신은 10년 동안 저희 활동가들을 관찰하셨던 것 같아요. ‘얘들이 내 문제를 해결해 줄까? 아닐까?’ 직업상의 직감이라는 게 있잖아요. 저는 그걸 느꼈거든요. 그래서 저희 기관의 관할 업무는 아니었지만, 사방으로 수소문해서 그 분을 양로원에 입소시켜 드렸죠. 오래 전 일인데도, 절박했던 그 눈빛은 지금까지도 또렷하게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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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인식개선 사진 공모전 대상 수상작-건강삼대 (김정화, 2012)

어르신들의 직감, 그 무게감

노인복지법에 명시된 노인학대의 여러 유형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도 마주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각각의 그 내용을 짧게나마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신체적 학대는 ‘물리적 힘 또는 도구를 이용하여 노인에게 신체적 혹은 정신적 손상, 고통, 장애 등을 유발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정서적 학대는 ‘비난, 모욕, 위협 등의 언어 및 비언어적 행위를 통해 노인에게 정서적으로 고통을 유발시키는 행위’이고, 성적학대는 ‘성적수치심 유발행위 및 성폭력(성희롱, 성추행, 강간) 등 노인의 의사에 반하며 강제적으로 행하는 모든 성적 행위’를 의미한다.

경제적 학대는 ‘노인의 의사에 반(反)하여 노인으로부터 재산 또는 권리를 빼앗는 경제적 착취, 노인 재산에 관한 법률 권리 위반 등 경제적 권리와 관련된 의사결정에서 통제하는 행위’이고, 방임은 ‘부양의무자로서의 책임이나 의무를 거부, 불이행 혹은 포기하여 노인의 의식주 및 의료를 적절하게 제공하지 않는 행위(필요한 생활비, 병원비 및 치료,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는 행위)’이다. 자기방임은 ‘노인 스스로가 의식주 제공 및 의료 처치 등 최소한의 자기보호 관련행위를 의도적으로 포기 또는 비의도적으로 관리하지 않아 심신이 위험한 상황이나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이고, 유기는 ‘보호자 또는 부양의무자가 노인을 버리는 행위’에 해당된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점은 위에 열거한 신체적·정서적·성적·경제적 학대와 방임·자기방임·유기의 모든 설명 내용 가운데, ‘노인’이라는 단어를 ‘장애인’이나 ‘아동’이라 바꿔 넣어도 모든 개념이 그 자체로 성립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가 추구하는 인권의 보장과 학대의 금지, 복지의 실현 등 모든 가치가 그 누구한테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보편성의 증거가 된다.

“학대받는 어르신들의 숫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노인인구의 증가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학대의 원인 또한 훨씬 다양해지다 보니까, 전체 총량의 퍼센티지(%)는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만큼이나 숨기고 감추려는 시도 역시 늘어날 거예요. 사회적 인식 차원에서 어르신 자신이 아들한테 맞고 지낸다는 걸 드러낼 수 없고, ‘내 업보다, 내가 못 배워서 애들을 잘못 키웠다, 내 탓이다’ 하는 자포자기에 빠져들 경우 또한 많아지게 될 테니까요. 그렇기에 후견제도 같은 명확한 법적 제도의 확대와 정착이 시급히 요구되는 겁니다.”

학대상황을 목격한 초면의 A라는 사람이 피해를 당한 어르신께 신고하라고, 대신 신고하겠다고 말하면 극구 만류한다. 괜찮다고, 아니라고, 그냥 못 본 걸로 해달라며 스스로 무마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학대상황을 목격한 이가 익숙한 얼굴일 경우엔 상황이 달라진다. 단적인 예로 금전상의 피해를 입게 될 경우, 눈치를 챈 은행직원의 도움에는 응하게 된다. 어르신들은 현금카드는 없어도 통장은 다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늘 마주 대하던 은행직원들의 의견은 신뢰하게 된다. ‘오랫동안 나를 지켜본 사람이니까, 나를 위해서 얘기했을 것이다.’ 이런 사례는 오랜 기간 말을 트고 지내던 동네 통반장한테도 마찬가지 경우가 된다. 어떤 상황이라도 어르신은 인생의 깊이만큼의 ‘직감’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노인이 웃는 세상, 우리 모두가 행복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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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법 제1조 5항을 보면, ‘노인학대관련범죄’에 어떤 항목이 해당되는지가 자세하게 나열돼 있다. 앞서 제1조 4항에서 ‘노인학대’를 규정하는 범주에 포함되는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풀어놓은 건데, 그 범죄의 종류 일부만 열거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상해, 존속상해, 중상해, 존속중상해, 폭행, 존속폭행, 특수폭행, 유기, 존속유기, 학대, 존속학대, 체포, 감금, 존속체포, 존속감금, 특수체포, 특수감금, 상습범, 미수범, 체포·감금 등의 치사상, 협박, 존속협박, 특수협박,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준강제추행, 강간 등 살인·치사, 명예훼손, 모욕, 주거·신체 수색, 강요, 공갈, 재물손괴 등,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범죄행위가 등장한다. 노인학대가 특수한 상황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 이 사회 질서의 틀과 똑같은 전체 범주 안에 모두 다 해당됨을 의미한다.

“저희는 ‘장애노인’이라고 표현하는데, 저희가 서비스를 전해드릴 때 제일 어려운 경우가 청각장애를 가진 분들이에요. 일단 대화와 소통이 안 돼요. 전화를 드릴 수도 없고, 수어통역사와 동행하기란 거의 힘드니까 서로 엉뚱한 얘기만 주고받게 되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도, 글자가 너무 작아서 확인을 잘 못하시더라고요. 청각장애를 가진 할아버지 한 분이 기억나는데, 어떻게 서비스를 드려야 할지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그 분을 도와주는 이웃 아주머니가 계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그 아주머니 전화번호를 구해서, 그 분을 통해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드릴 수 있게 됐죠. 이렇게 제3의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 또한 중요한 업무에 포함됩니다.”

배숙경 관장은 30년 가까운 경력이 쌓이다 보니, 예전 60대 시절 만났던 어르신들이 지금은 90대가 돼도 정정하신 모습을 보며 반가움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어떨 때는 거의 친구와 같은 관계가 될 때도 있다고 하니, 세월로 쌓인 인간관계의 끈이 얼마나 단단해졌을지 짐작이 갈만했다. 대화의 자리에서 중간마다 짧은 조언을 덧붙여 준 김선태 과장에게 물었다. 그 누구보다 실제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입장이 분명했기에, 노인학대를 중심으로 한 노인문제에 대해서 일반대중들이 ‘이것만은 정말 인식을 바꿨으면 좋겠다’는 사례가 있는지, 있다면 그 내용이 무엇인지를 독자 여러분께 전해달라고 했다. 여러 사항들이 있지만, 가장 먼저 떠오른 걸 그는 얘기하고 싶다 했다.

“만약에 시설에 계신다고 하면, 종사자들이 편하게 지내다 보니까 존대어를 안 쓰는 경우들이 생기게 돼요. 반말로 어르신들한테 말하는 건데, 그게 어떤 면에서는 좋은 문화일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막 대하는 입장으로도 볼 수가 있잖아요. 왜냐하면 학대가 발생할 수 있는 과정 중 하나는, 정서적 학대가 무의식 속에 신체적 학대로 이어지는 부분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에요. 서로 간에 존중해 주는 문화가 있어야 합니다. 종사자 입장에서도 어르신들을 대할 때 계속 존대어를 하게 되면 어르신들한테 존경하는 부분들이 생기게 될 테고, 일상에서도 좀 더 조심스럽게 마주대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어르신, 밥 먹었어? 왜 안 먹었어?’ 또한 일정한 수치심을 유발하게 되는 ‘어, 오줌 쌌네?’ 이런 식으로 얘기하다 보면, 어르신들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삭이게 돼요. 그 틀이 굳어지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학대로 진행하게 되는 거죠. 그렇기에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부터 정착이 돼야, 학대로의 발전을 미리 방지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주 좋은 부분을 지적했다며, 배숙경 관장이 의견을 덧붙였다.

“맞아요. 아주 중요한 대목이에요. 왜냐하면 보는 사람들의 눈도 있거든요. 사실은 남들의 시선이라는 게 굉장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우리가 길에서 부부지간에 존댓말을 쓰는 모습을 보면 멋있잖아요. 부모자식 간에 험한 표현을 쓰는 걸 보면, 다시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것처럼 말이에요. 순간순간 긍정의 시선을 느끼게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생활의 습관이 돼야 해요. 일부러 하는 것과 몸으로 체화(體化)된 건 전혀 다르니까요.”

배숙경 관장은 대화의 마무리에 색다른 화두를 던졌다. 우리 모두는 ‘노인’에 대해선 미경험자라는 것이다. “노인이 안 돼 봤잖아요. 그렇죠? 몰라요. 모르잖아요. 생의 주기 관점에서는 우리 모두가 다 노인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아직은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그 입장의 관점을 우린 알지 못합니다. 직접 경험하지 못했으니까요. 저희 중앙노보의 슬로건이 ‘노인이 웃는 세상, 우리 모두가 행복한 세상’인데, 저는 우리 모두가 마지막까지 지향해야 할 아주 중요한 비전을 담고 있다고 판단해요. 노인만 행복하자는 게 아니에요. 노인만 웃자는 것도 아니죠. 어르신들의 웃음은 그 가치가 다릅니다. 그 웃음은 전파가 돼요. 억지로 웃는 게 아니라,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으로 전달이 되는 거죠. 어르신들의 웃음을 만들어내는 건, 우리들의 적극적인 배려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웃음은 아주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웃는 세상을 우리가 함께 만들면 어떨까요? 그게 바로 우리 모두가 행복한 세상의 실현이 될 테니까요.”

작성자글. 채지민 객원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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