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선 부모가 먼저 행복해져야 합니다 > 함께 사는 세상


자녀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선 부모가 먼저 행복해져야 합니다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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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던 중, ‘바로 이 표현을 제목으로 정해야겠다’는 직감이 떠올랐다. 그만큼 강하게 공감됐기 때문이다. 한 단체의 대표로서 또한 당사자의 엄마로서, 얼마나 긴 갈등과 체념과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이겠는가. 말 자체는 단순하다. 누구나 그런 말 정도는 할 수 있다. 다만 그 말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무게감은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진다. 전국의 ‘엄마’와 ‘아빠’ 모두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생각을 되짚게 하고, 두 걸음 앞으로 나서며 이미 방전된 스스로의 배터리를 재충전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그 심정 하나로 이 글을 정리했다. 부모협동조합의 모범사례로 인정받으며, 지역의 자생적 삶을 펼쳐가는 이들을 소개한다.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만났다.

 

몰라서 안 보일 뿐, 길은 바로 옆에 있다

이번 취재에서는 사전준비 과정에서 읽게 된 어느 인사말의 한 부분이 시종일관 마음에 걸려 떠나질 않았다. 잔잔한 일상의 언어 같지만, 그 안에는 ‘엄마’로서 살아야 하는 수천 수만 가지의 말줄임표가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맞아. 나도 이랬어’ 하며 동감하는 엄마와 아빠들이 많으실 것 같다. 그래서 그 대목을 먼저 인용하며 내용을 풀어본다.

‘여러분은 어떤 꿈이 있으신가요? 저에게는 결혼 전 혼자 유럽여행을 다녀온 후 키워온 꿈이 하나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면서 살고, 내 나이 쉰이 넘으면 일 년의 한달은 새로운 나라에 이름 모를 도시에서 현지인들과 생활을 해보자는….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그들의 삶을 느낄 수 있도록 생활인이 되어보자는…. 그러면 최소한 한 달이라는 시간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에게는 자폐성 장애 자녀가 둘이나 있습니다. 이런 저에게 이 꿈이 가당키나 한 걸까요?’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아래 꿈고래)은 2015년 2월에 만들어졌다. 치료 중심이 아닌 놀이터의 환경으로 운영한다.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에 1호 봉담점의 문을 연 이후, 2호 동탄점과 3호 수원점을 차례로 열며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화성시는 서울의 1.4배나 되는 넓은 면적이다. 지역으로서 화성시의 가장 큰 장점은 누릴 수 있는 자연환경이 다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산이 있고 호수와 저수지는 물론, 서쪽 면은 모두 바다와 맞닿아 있다. 여러 고속도로가 관통하고 있고, 신도시로 급부상한 동탄 지역처럼 문화생활을 위한 기반도 마련돼있다.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고, 삼성전자와 기아자동차로 상징되는 대기업의 사업장이 대규모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이라는 관점으로 볼 때, 다른 어느 지역 부럽지 않은 다양한 조건들이 충족되는 것이다.

“2014년 봄 경기도장애인복지관에서 했던 부모교육 중에, ‘협동조합의 이해’라는 수업이 계기가 됐어요. 생각만 많던 시기였는데, 그 수업을 듣고 나서 구체적인 방법론이 떠오르기 시작한 거예요.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운영하면, 아이들의 미래를 빨리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커지게 된 거죠. 물론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던 전업주부 입장이었기에, 무엇을 어디서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몰라 시행착오를 크게 겪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정말 좋은 인연들을 만나게 돼서 부모협동조합을 정식으로 설립하게 됐습니다.”

꿈고래의 임신화 이사장의 명함에 깨알처럼 한 줄 새겨진, ‘공감왕자 동현이와 발랄공주 혜승이의 엄마’라는 자기소개가 인상적이다. 그는 혼자의 힘으로 시행착오를 다 겪은 후에야, 협동조합을 만드는 데 필요한 행정적 기반이 이미 잘 갖춰져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한다.

“협동조합이라든지 사회적경제조직을 만드는 데 유용한 중간조직기관들이 무척 잘 운영되고 있어요. 정부와 민간을 연결시켜주는 그 조직들이 교육과 컨설팅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죠. 저는 복지관의 개념보다는, 발달장애인의 문제를 비즈니스를 통해서 해결하고 싶었어요. 비영리사업보다는 제대로 된 영리사업을 통해서, 거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자는 의미가 훨씬 컸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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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협동조합이 만들어지려면 5인 이상이 모여야 한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만난다 해도 조합운영을 함께하자는 합의까지 이르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지역의 여러 부모단체에 사업계획서를 들고 찾아갔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답만 이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잠시 멈춰서 있는 동안, 뜻밖에 내미는 손이 다가왔단다. 이래서 기회는 준비된 자들만의 것이라는 말이 존재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저의 딸이 다녔던 장애통합 어린이집 원장님이 거의 유일하게 저의 취지를 공감해 주셨어요.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이후에도, 계속 저한테 ‘어머니, 협동조합 언제 만드실 거예요?’ 하며 문의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여력이 없는 상태가 돼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느 날 뜻밖의 제안을 저한테 전해주신 거예요.”

‘어린이집 바로 옆에 공간이 생겼는데, 그 건물주가 어린이집을 믿고 보증금 없이 월세만 받겠다고 한다. 우리 함께 시작해 보자’는 내용은 어디서든 쉽게 받아볼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제안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임 이사장과 어린이집 원장 두 명이 먼저 건물 계약을 하고, 겨울 내내 실내 인테리어 작업에 직접 매달렸단다. 조합원을 모으는 건 그 다음의 일이었다고 한다.

“모르니까 힘든 건데, 알고 시작하면 훨씬 수월하고 확실한 지름길이 있어요. 전국 어디에나 사회적경제지원센터라는 곳이 있거든요. 경기도는 ‘사람과 세상’이라는 사회적협동조합이 있고, 서울은 ‘신나는 조합’을 검색하시면 돼요. 교육과정이 잘 돼 있고, 중간조직도 상당히 잘 구성돼 있어요. 그런 조직을 살펴보고 이용하시면 됩니다. 따로 선배 협동조합들을 많이 확인해 보고, 직접 찾아가셔서 얘기를 들어보면 훨씬 큰 도움이 되죠. 길은 분명 여러분 옆에 이미 있습니다. 그동안 몰라서 잘 안 보였던 것뿐이에요.”

 

가입하고 움직이세요, 이젠 나오세요

부모로서, 교사로서 발달의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2차 장애를 예방하는 것, 그리고 성인이 돼서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점은 어느 부모든 당연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유전이 확실하다고 예정된 경우를 제외하고, 그 어느 부모도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장애를 맞이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부모연대가 뭔지도 모르고, 그나마 몇 년 지나서야 알게 되고, 귀동냥으로 듣는 정보도 막막하기만 하다. 결국 매달리게 되는 건 치료 그 자체가 된다.

“가장 간단한 예로, 네이버에 ‘발달장애’를 검색해 보세요. 그 생활 주변의 치료실만 화면 가득 뜹니다. ‘자폐’를 검색해도 마찬가지예요. 그게 전부 다 돈으로 구성된 상업논리의 화면이잖아요. 그러니 ‘부모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면 된다, 무엇이 중요하다’는 정보가 아니라, 무조건 어디든 잘하는 치료실이란 곳만 찾아 쫓아다니게끔 시스템이 돼 있어요. 그렇게 치료비용을 쏟으면 뭔가 해결된다는 식으로 유인을 하는 거죠. 잘 아시잖아요. 장애는 치유나 극복이나 완치 같은 개념이 없다는 것 말이에요. 그런데도 그런 부모들의 ‘약한 고리’를 악용해서, 돈벌이의 수익사업을 하는 곳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실제로 ‘발달장애’를 적고 검색해 봤다. 말 그대로 화면 가득이다. OO전문의원, OO심리상담센터, OO치료센터가 일일이 헤아리지 못할 분량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누군가에겐 평생 가슴속 바위인 발달장애가, 누군가에겐 아주 유용한 수익의 대상이라는 뜻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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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고래 3호 수원점의 내부 모습

“꿈고래에 처음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미취학이거나 초등 저학년의 부모님이시죠. 그 시기가 아이들 치료에 가장 집중할 때라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부모님, 특히 엄마들이 장애수용이 안 된 상태에서 오시기 때문에, 그저 무조건 빨리 낫기만을 원하고 계세요. 이건 완치처럼 치료가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꿈고래와 함께하면서부터, 그걸 깨닫게 됐다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사실 장애수용이라는 건 평생 가더라도 하기 힘든 거잖아요. 중요한 건 치료를 통해서 아이를 낫게 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모든 환경들을 내가 사는 지역에서 만드는 것’임을 직접 깨달으시는 게 우선입니다. 저는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치료에만 매달리다 보면, 더 강한 약을 원하듯 더 확실하다는 방법만을 찾게 된다. ‘서울의 어디가 좋다더라’, ‘누가 어디서 뭘 해서 효과를 봤다더라’ 하는 건 끝이 없다. 비용은 비용대로 밑 빠진 독이 되고, 모든 ‘매달림’의 결론은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자포자기의 상황으로 내몰린다. 임신화 이사장은 그 시점에서 스스로의 변환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모님들이 다들 너무 에너지가 소진돼서 더 힘드신 거예요. 저는 가장 간단한 해결책으로, 전국 단위의 부모단체에 가입하시라고 권해드려요. 당장 활동은 안 하더라도, 가입만으로도 아주 유용한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거든요. 그러면서 지역의 단체 같은 곳도 살펴보세요. 예전과 달리, 요즘은 지역의 복지관들도 상당히 잘 운영되고 있어요. 자조모임 또한 굉장히 활발하게 진행되거든요. 결론은 아이를 데리고 지역으로, 사회로 계속 나오시라는 거예요. 늘 만나는 극소수에 머물지 마세요. 틀 속에만 있다 보면, 아무런 대안도 찾을 길 없게 되잖아요. 이젠 나오세요. 밖으로, 더 넓게!”

 

세상은 직접 참여한 만큼 답이 돌아온다

지역에서도 요즘 ‘광풍’이 불고 있는 게 스터디(공부) 모임이란다. 무슨 대입 기숙학원처럼, 아이의 집중교육에 몰두하는 부모들이 많다는 것이다. 꿈고래는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저희가 집중하는 건 평생설계예요. 어릴 때는 부모님이 함께하지만, 우리 모두가 가장 염두에 두는 건 아이들이 성인기가 됐을 때의 삶이잖아요. 그런데 그걸 아주 나중의 일로 생각하시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정말 쉽게 말씀하신다는 거죠. ‘그건 나중의 일이야.’ 그런데 어릴 때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성인기는 갑자기 찾아옵니다. 그래서 평생설계로 준비해야 하는 지금 당장의 과제는 일상생활의 훈련이에요. 제3자의 눈으로는 사사로워도, 부모의 눈으로는 의식주 자체에서 아주 기본이 되는 빈자리들이 늘 확인되고 있잖아요. 꿈고래는 그 지점에 집중합니다. 또한 지역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거죠. 부모가 없는 상황에서도 우리의 아이들은 원하는 영화를, 원하는 음식(외식)을, 원하는 치료를 스스로 찾아가서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사실 거창한 집중교육은 그 순간의 반짝 효과뿐이다. 진정 중요한 건 몸과 마음으로 익혀서 일상 그 자체로 익숙해지는 건데, 그건 오랜 반복이라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만큼 했다는, 이 정도까지 했다는 집중교육으로 가장 효과를 얻는 건 오히려 부모의 자기위안이 아닐까?

“LH행복주택을 지을 때, 행복주택 안에 주민공동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걸로 개정됐잖아요. 그런데 새로운 규정이 만들어져서, 지역 내에 있는 사회적기업이나 사회적협동조합들이 주민공동시설에 우선 입주하도록 법제도가 만들어졌어요. 화성시에서 저희한테 배려를 해주셨거든요. ‘사실 꿈고래가 걷고 있는 길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민간에서 먼저 열심히 하는 부분들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일반 공모를 유보하시고 지정으로 주민공동시설을 먼저 배정해주셨어요. 꿈고래의 동탄점이 그렇게 탄생한 거거든요. 이 말씀을 왜 드리는가 하면, 꿈고래가 그렇게 입주했기 때문에, 다른 지역도 같은 경우가 가능하다는 점을 확실하게 강조해드리고 싶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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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의 사진과 반대 방향에서 촬영한 수원점의 내부 모습. 초상권 보호를 위해 아무도 없는 시간을 택해 촬영했다.

임신화 이사장은 꿈고래와 같은 형태의 부모협동조합을 설계하는 전국의 부모님들께, 앞으로 얼마든지 말씀을 전해드릴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사례들이 있고, 꿈고래가 언론에 등장할 때마다 다음 날은 하루 일과가 종일 전화 받는 일이라고 한다. 임이사장이 강조했던 언급 그대로, 이미 길은 있는데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나칠 필요는 이젠 없어도 될 것 같다. 길은 직접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는 게 증명됐기 때문이다.

마무리 차원으로 꿈고래 누리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진 몇 장을 언급한다. 아빠들이 모여서 정말 쾌활하게 만남의 시간을 갖는 장면이었다. 우리가 ‘엄마들’은 쉽게 떠올린다. 그런데 못내 놓치게 되는 게 ‘아빠들’이다. 꿈고래는 아빠들과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아빠들은 일단 술이 한 잔 들어가야 돼요. (웃음) 그러면 봇물 터지듯이 얘기가 쏟아져 나오거든요. 사실 아빠들이 훨씬 안 됐죠. 왜냐하면 엄마들은 이렇게 수시로 나와서 자신과 비슷한 입장의 엄마들을 만나 얘기라도 하면 되는데, 아빠들은 직장에 다니면서 ‘내 아이가 장애’라는 언급을 굳이 할 필요가 없잖아요. 대화의 상대가 아예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우연이든 엄마의 강요(?)든 간에 일단 참석을 하게 되면, 나하고 같은 입장인 누군가가 이렇게 곁에 있다는 사실에 큰 힘을 얻게 되세요. 또한 다른 아빠들의 육아과정을 생생하게 전해 들으면서, 정말 확실한 도전의식을 느끼시게 되죠. 부모협동조합뿐 아니라 최소한의 자조모임은 그래서 절실하게 필요한 겁니다. 주변에 있으면 함께하시고, 없으면 직접 만드세요. 나만의 문제가 우리 모두의 집단지성으로 해결된다는 확실한 실감을 체험하시게 될 테니까요.”

 

작성자채지민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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