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안정이 필요할 때 여기로 오세요!
주식회사 휴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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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 독자 여러분은 어떤 방법으로 휴식을 취하는가? 수면을 취하고, 음악을 듣고, 맛있는 것을 먹고, 여행을 가는 등 사람마다 다양한 방법이 있다. ‘휴식’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간에게 꼭 필요한 권리 중 하나이기에, 개인의 취향에 맞는 방법으로 그 휴식의 시간을 활용한다. 그런 휴식의 방법 중에서 어렵지 않고, 누구나 쉽게, 그것도 색다른 방법으로 보낼 수 있는 곳을 소개하려고 한다. 말 그대로 휴식을 취하는 방 ‘휴룸’을 소개한다.
누구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방, 휴룸
휴룸은 단어의 뜻 그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방’이다. 휴룸이라는 특정 공간에 있으면 사람의 심리를 안정시켜준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휴식을 취하는 공간과 차별성이 있다. 2019년에 설립되어 이제 막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주식회사 휴룸은 어떤 계기로 설립이 되었을까? 휴룸의 대표 한지민 씨와 마주 앉았다.
“저의 오빠가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어릴 때부터 복지관을 자주 따라다녔고, 거기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며 자랐습니다. 그때 오빠가 복지관에서 받은 치료 중 스누젤렌을 활용한 게 있었는데, 발달장애인의 심리안정에 정말 효과적이거든요. 하지만 국내에는 이 스누젤렌을 위해 필요한 제품을 연구하는 회사가 없어서 제품을 구하기가 어려웠어요. 외국으로부터 수입을 해야 하고, 고장이라도 나면 애프터서비스(A/S)가 어려워서 치료가 장기간 중단되는 문제점도 발생해요. 그래서 한국인의 정서에 적합하고, 가격도 해외기업의 그것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빠른 A/S가 가능한 심리안정실을 국내에도 만들기 위해 휴룸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한 대표가 언급한 ‘스누젤렌(SNOEZELEN)’이라는 단어는 빛·소리·촉각 등의 감각 자극을 이용해서 심리적 안정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스누젤렌으로 구성된 공간인 ‘스누젤렌실’은 발달장애인이나 치매 노인 등이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해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장애나 질병이 없는 경우라도 감정·육체적 노동을 하는 사람 누구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곳이다. 그 스누젤렌실을 한국에 특화되어 시공된 게 바로 휴룸이다.
“휴룸은 한자 ‘쉬다 휴(休)’와 영어 ‘방(room)’의 합성어라고 할 수 있는데, ‘휴식하는 방’이라는 뜻입니다. 원래 사용하려고 했던 ‘스누젤렌’이라는 용어가 발음도 어렵고 국내에서 상호로 사용하기에도 어려운 이름이에요. 그래서 좀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스누젤렌이 가진 뜻을 잘 담고 있으면서 사람들이 이해하기에도 편할 것 같아서 ‘휴룸’으로 이름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주식회사 휴룸 한지민 대표)
카메라에 담기 위해 방문한 휴룸의 체험실은 온통 순백색의 벽과 커튼으로 둘러싸여 있고, 은은하면서 향긋한 향기, 차분한 음악소리, 푹신하고 안락해 보이는 소파와 쿠션, 벽에는 빔프로젝터, 휠프로젝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외에도 바닥에는 광섬유로 제작된 가는 막대기처럼 생긴 무드등과 벽 여기저기에 사이드 조명등이 세워져 있는 등 공간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작업한 흔적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공간을 접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섬세한 공간으로 디자인할 수 있게 된 건지 궁금해졌다.
“처음에는 선행연구도 거의 없어서 해외에서 수입해온 제품을 연구해서 개발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빛놀이판과 같이 저희 휴룸만의 자체적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물기둥(스누젤렌의 주요 구성 요소 중 하나로, 조명과 기포가 어우러지는 시감각 자극으로 심신안정을 유도하는 수조)의 경우에도 기존 해외에 있던 스누젤렌 물기둥과 다르게 휴룸에서 자체생산하는 물기둥이 있습니다. 기존에 나와있는 스누젤렌 물기둥과는 조금 다른 형태죠.”
해외에 있는 스누젤렌 물기둥과 다르게 국내에서 개발한 물기둥의 특징은 ‘한국인의 정서’에 있다. 사람들마다 물기둥에 나타난 색을 보고 느끼는 감정이 다를 수 있는데, 최대한 한국인의 정서에 맞춰진 방향으로 물기둥을 개발 및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물기둥이 큰 규모인 것과 달리 휴룸에서는 소형의 물기둥도 개발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복지관 방문이 어려워진 사람들을 위해 집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가정용’으로 개발한 것이다.
“색의 경우 예를 들어 녹색은 서양에서 괴물이나 악마와 같은 캐릭터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그다지 좋은 색으로 보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녹색이 자연과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색을 대하는 정서에서부터 서양과 차이를 보이죠. 그래서 어떤 색은 비슷하게 생각하고 어떤 색은 다르게 생각하는지 디테일하게 연구해서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 서양의 경우에는 물기둥에서 변경할 수 있는 색의 수가 제한적이지만, 저희는 다양한 색을 물기둥에 표현할 수 있도록 제작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독일의 경우 물기둥에 적용되는 색은 총 4가지라고 한다. 반면 휴룸에서 제작한 물기둥은 무려 200가지의 색을 활용하고 있고, 색 뿐만 아니라 물기둥 내에서 다양한 패턴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양한 색과 패턴을 조종할 수 있는 리모콘도 개발했다.
(국내 최초로 개발한 심리안정 물기둥)
휴룸은 창의적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기업
“제가 아무래도 나이가 좀 어리다 보니까 회사를 함께 이끌어 나갈 사람들이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적은 분들을 선호하게 돼요. 그래서 직원들의 평균연령이 낮고, 제품개발자도 20대가 4명이에요. 연령대가 전반적으로 젊으니까 다들 무언가를 해보고자 하는 열정과 의지가 있다고 해야 할까요? 에너지가 있다고 해도 좋을 것 같아요. 휴룸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제품을 개발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그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게 되는 것 같아요.”
휴룸은 스누젤렌 제품을 개발할 때 기존에 있는 제품을 더 좋게 만드는 연구도 하지만, 새로운 것을 찾는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다양한 감각을 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구비해 두는 게 좋은데, 그런 측면에서는 휴룸의 젊은 직원들로부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그것이 어떤 아이디어인지는 회사의 1급 비밀(?)이기에 이 지면에 공개할 수는 없지만, 열정이 있는 회사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된다. 창업이나 새로운 무언가를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스누젤렌이라는 것이 사람의 심리를 안정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치료의 목적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스누젤렌 물기둥이나 관련 제품들은 복지관 등 심리치료를 위한 곳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휴룸은 스누젤렌실을 가정이나 복지관과 같은 ‘실내’에만 설치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실외’에도 설치하여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스누젤렌’, ‘심리안정’ 등의 개념을 알림과 동시에 시민들의 심리안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코로나19 사태만 해도 시민들에게 많은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가져다줬죠. 그렇게 쌓인 것들을 굳이 복지관까지 찾아가지 않고 야외에서 쉬면서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서울 마포구에서 창고로 쓰이던 공간을 개조해서 심리안정실로 사용하고 있구요. 모닥불이 타오르는 모습이나 파도가 일렁이는 모습 등 다양한 모습과 패턴을 통해 시민들이 심리안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단순히 영상만 보여주는 데 그치지않고 심리안정을 위한 소리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모닥불이 피어오르는 소리나 파도치는 소리처럼요. 영상이나 패턴에 맞춰 심리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잔잔한 음악도 있구요. 무료로 이용가능하니까 심리안정이 필요한 시민들이 많이 이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스누젤렌실을 실외에 설치했다는 사실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단순히 돈을 내고 치료를 하기 위한 목적에 그치지 않고, 설치된 곳을 지나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쌓인 심리를 ‘치료’할 수도 있고, 그저 순수하게 심리안정실을 ‘체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실외 심리안정실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서울발달장애직업훈련센터 심리안정 남자휴게실의 게임과 영상 콘텐츠(왼쪽)와 물기둥)
“제가 자주 가서 봤는데, 코로나19 사태라서 많은 분들이 오진 못했어요. 하지만 가족 단위 등 오시는 분들은 한번 오시면 체류 기간이 되게 길더라구요. 벽에 상영되고 있는 영상을 오랫동안 보시거나 스누젤렌에 대한 정보성 글도 꼼꼼히 읽어보시는 분들이 눈에 띄었어요. 물기둥을 보면서 휴식을 취한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방문하는 시민들이 이곳에서 편하게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다른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야외에 설치하는 심리안정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휴룸에 꾸준히 연락이 오고 있단다. 그래서 마포구처럼 실외에 설치되는 심리안정실을 다른 지역에서도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설치 및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또 요즘은 특수학교에서도 저희가 개발한 도구를 활용하고 있어요. 흥분도가 높은 학생의 경우 다른 교실로 이동해서 흥분을 가라앉히는 경우가 있는데, 다른 교실로 이동하는 그 과정 자체도 위험요소일 수 있거든요. 그래서 흥분도가 높아졌을 때 즉시 교실에서 분리된 공간에서 심리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개별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개인 텐트를 만들었고요. 촉각자극 제품처럼 소형 심리안정 도구를 제작해서 이동 중에도 심리안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심리안정에 도움이 되길
휴룸은 아직 설립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청년들이 주축을 이루어 꾸준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열정과 패기가 있는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무언가 하고 싶은 게 많을 텐데, 휴룸이 앞으로 지향하는 방향이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현재는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을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운영 방식을 생각하고 있는데, 사회공헌을 많이 할 수 있는 기업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스누젤렌 제품이 결코 저렴한 가격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아직 잘 모르고 있거나 알더라도 구입하는 것에 부담스러워 하는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휴룸에서 해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납품하여 설치할 수 있습니다. 저희 휴룸을 통해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심리안정을 할 수 있도록 제품을 기부 및 설치도 하고 있고, 제품의 조립이나 포장하는 작업 등 특성을 감안하여 장애인 직원을 채용하기도 합니다.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휴룸은 요즘 대세를 따라 유튜브를 통한 홍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마다 한 편씩 영상을 올리며 홍보하고 있는데, 심리안정과 관련된 영상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희귀한 자료다. 그래서 잘 활용하고 홍보가 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휴룸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사실 발달장애가 있는 오빠도 영향을 주었지만, 지금은 심리안정이라는 것이 꼭 발달장애인에게만 필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치매 노인도 있지만 업무의 특성상 소방대원들에게도 스누젤렌실이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하거든요. 또 이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심리적으로 안정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심리안정이 어디에서든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함께걸음> 독자 여러분도 저희 휴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서울발달장애직업훈련센터 심리안정 여자휴게실의 광섬유, 미러볼, 물기둥(왼쪽)과 자연채광을 활용하는 심리안정 효과)
작성자글. 박관찬 기자 ⊙사진제공. (주)휴룸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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