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은 우리의 평범한 이야기다 > 함께 하는 세상


‘강연’은 우리의 평범한 이야기다

이야기브릿지

본문

 
그동안 꼭 ‘장애’와 관련되지는 않아도 <함께걸음>에 소개했던 기관이나 단체, 모임 등을 다룬 코너명은 ‘함께하는 세상’이었다. 하지만 ‘함께하는 우리’와 ‘함께하는 세상’의 특징 구분에 애매모호함이 있어 2022년부터 코너명을 새롭게 했다. 기존 ‘함께하는 세상’에서 소개하던 코너는 <함께걸음>과 함께 세상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로 ‘세상, 한 걸음’으로 변경했다. 2022년 ‘세상, 한 걸음’에서 소개할 첫 번째 단체는 ‘강연’을 콘텐츠로 하여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야기브릿지’다.
 
강연 : 영보이스토리, 이야기브릿지의 시작
요즘은 너도나도 사업자등록을 하고 1인 기업이나 CEO가 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저마다 특색있는 콘텐츠를 통해 활동하면서 영역을 넓혀가거나 기반을 다지고 있다. 교육이나 공연, 봉사, 연구 등의 콘텐츠들을 우선 생각할 수 있는데, ‘이야기브릿지’는 ‘강연’을 콘텐츠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조금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어떤 계기로 ‘이야기브릿지’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김경한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7년에 청년들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는다고 해서 ‘영보이스토리’라는 청년 단체로 시작했어요. 강연에 대한 경력이나 실력이 전혀 없는 상태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게 좋겠다는 이유로 시작했는데, 그때는 정말 제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강연과 청년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만으로는 돈이 되지 않으니까, 청소년은 교육으로, 청년은 문화로, 중장년은 출판과 복지로 전 세대의 이야기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아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이야기브릿지라는 회사를 2019년 설립하여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뭐든지 시작하는 단계부터 쉬울 순 없다. 어쩌면 막연하게 ‘해보자’라는 생각만으로 시작했을지라도, 김 대표가 강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전국의 강연대회를 다니며 커리어를 쌓아온 과정들은 지금의 이야기브릿지가 탄생할 수 있도록 한 밑거름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지금은 이야기브릿지의 터전과도 같은 광주 지역에서 ‘강연’하면 첫 번째로 떠올릴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김 대표가 노력한 과정과 흘린 땀방울들은 이 지면을 다 할애해도 모자랄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강연이라고 하면 성공에 대한 이야기, 유명한 사람의 이야기를 떠올리는 보편적인 인식이 있죠. 하지만 제가 강연을 시작했을 때의 방향은 ‘우리 모두의 평범한 이야기’가 강연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어떤 특정한 주제를 정하거나 방향성을 잡지 않고 각자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들을 강연으로 할 수 있게끔 기회나 여건을 만들어보고 싶었던 취지가 기존 보편적 인식보다 훨씬 더 컸어요.”
 
이야기브릿지에서 하는 강연대회나 강연의 자리에서의 강연시간은 대부분 10분이다.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10분이라는 시간에 담아내면서 청중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힘들었던 일, 슬펐던 일, 극복하고 싶었던 일을 소재로 삼으며 강연을 시도하게 되면서 강연이 ‘상담’의 일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김 대표는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덕분에 강연에 대한 기존의 보편적 인식을 깨고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게 된다.
 
 
강연 : 성공이나 유명한 사람의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다
포털사이트에 이야기브릿지 대표인 ‘김경한’을 검색해 보면 이력이 등장한다. 2018년 대한민국 인재상, 2020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역혁신가상. ‘강연’이라는 콘텐츠를 확실한 방향성으로 잡고, 광주라는 지역을 주요 무대로 꾸준히 활동하면서 이뤄낸 결과다. 청소년이나 시민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강연’ 자체를 주제로 특강도 한다. 또 청년정책과 관련하여 다양한 위원회에 소속되어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문화기획을 통해 강연대회뿐만 아니라 도시재생을 위한 사업도 하고 있는 등 여러 가지를 망라하여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야기브릿지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강연대회죠. 제가 청년이기도 하고 청년강연대회를 5년 동안 꾸준히 해서 지금은 청년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전 세대를 대상으로 강연대회를 키워보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대학이나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서 청년을 주요 대상으로 하여 강연대회를 진행했어요.”
 
강연대회는 강연자가 강연을 하는 건데, 그래서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강연자의 얼굴 표정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강연자의 얼굴 표정만으로는 강연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청각장애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난 2021년 강연대회부터는 강연자의 강연 영상에 ‘자막’을 넣어 청각장애인도 강연대회의 청중평가단으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그만큼 대회를 거듭할수록 발전하고 있다.
 
“사실 강연대회를 10번이나 하게 되니 이젠 설렘이라는 느낌으로 하게 되는 건 확실히 덜하죠. 대신 그만큼의 경험과 연륜이 있어서 누군가에게는 이 강연대회가 절실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즉 나를 위한 대회라기보다는 남을 위한 대회로 바뀌어 가는 것 같아요. 초반에는 내가 뭔가 해봐야겠다거나 내가 돋보이기 위해 이런 행사를 했었는데, 이젠 청년 강연자들을 위한 대회라고 생각하고 노력해서 준비하게 됐어요. 이런 생각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브랜딩으로 가지고 가고 싶습니다.”
 
10번이나 되는 횟수의 강연대회를 거치면서 정말 다양한 강연자들의 강연을 듣게 되었을 것 같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강연대회에 나간 사람도 있지만, 강연대회가 누구에게는 정말 절실한 기회의 자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강연자들을 만나보았을 텐데, 이 지면을 통해 기억나는 강연자의 강연 스토리를 하나 소개해 달라고 했다.
 
“정말 많은 강연자와 스토리가 있었는데, 슬펐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가장 울었던 이야긴데 어떻게 보면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로 사연팔이하냐고 하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어려운 이야기를 강연을 통해 한다고 생각해요. 20대의 여자 대학생 강연자였는데 어렸을 때부터 가정환경이 너무 좋지 않았어요. 그렇게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까 부모님하고 좀 틱틱대고 사춘기에는 많이 싸우고 그랬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아프셔서 돌아가셨거든요. 그래서 본인이 어머니에게 제대로 못해드리고 틱틱대기만 했던 과거들이 너무 생각나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3년 동안 어머니의 사진을 제대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그런 내용이었어요.”
 
강연자는 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강연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입 밖으로 표현했고, 3년 만에 어머니 사진을 제대로 봤다고 한다. 방문을 쾅 닫거나 엄마한테 짜증내는 그런 모녀간의 소소한 일들이 훗날 후회로 남아 슬픈 것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강연자의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기에 그 마음이 더 크게 와닿았다. 실제 이 강연자가 강연대회에서 1등을 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강연을 들은 200명이 모두 울었는데, 심지어 강연자로 선발되기 위해 면접을 보는 자리(강연 시연)에서조차도 면접위원들을 울렸다고 한다.
 
“정말 진심이 느껴지는 강연이었어요. 앞서 언급했듯이 저는 처음엔 강연은 자기를 뽐내고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이 하는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강연대회를 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보니까 자기 인생에서 슬펐거나 힘들었던 이야기를 강연에 가져오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덕분에 저도 강연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도 했고 많이 배우기도 했어요. 강연을 통해 자신이 집중하고 있는 어떤 한 가지 분야에 대해서 열정을 보여주는 경우, 그것에 대해 집중하는 사람이 정말 멋져 보이기도 하고요. 아마 저뿐만 아니라 강연대회를 보는 많은 사람들이 다 공감할 것 같아요. 이런 점이 강연대회의 가장 큰 장점 같아요.”
 
 
강연 : 우리 모두의 평범한 이야기
강연 자체는 돈이 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강연을 하는 사람은 보통 원래 직업이 있는 경우가 많고 강연으로 사업을 하는 단체는 에이전시, 즉 중간에서 강연을 소개시켜주고 수수료를 받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그 외 강연을 가지고 활동하는 곳은 대부분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다. 하지만 이야기브릿지처럼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강연을 콘텐츠로 하여 사업적 비즈니스를 하는 곳은 거의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야기브릿지의 활동에 대한 노하우가 궁금해진다.
 
“그동안 이야기브릿지로 활동하면서 겪었던 경험들을 토대로 책을 출간해보려고 준비 중입니다. 총 두 권인데 한 권은 ‘당신의 이야기를 삽니다’라고 지었어요. 강연이라는 일을 하면서 느낀 것들과 경험 등 사례들, 그리고 강연과 이야기의 가치에 대해서 씁니다. 또 다른 한 권은 ‘서른, 단 하루도 치열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로 지었는데, 저의 청소년기부터 지금까지의 고난, 역경의 이야기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브릿지를 통해 가장 크게 깨지는 인식은 바로 ‘강연은 성공하거나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강연은 ‘우리 모두의 평범한 이야기’라는 새로운 정의를 많은 사람들에게 강연한다. 즉 ‘강연을 강연하는 것’이다. 김경한 대표는 사람들이 가진 이야기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누군가와 그 이야기를 공유할 때 큰 가치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실 자신의 이야기를 강연을 통해 말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그래도 한번 하면 더 하고 싶은 콘텐츠가 강연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첫발을 내딛는 게 힘들지만, 내딛고 나면 또 걷고 싶고 뛰고 싶어져요. 그래서 첫걸음이 중요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얼마든지 조언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강연은 내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도 좋지만 본인의 생각 정리가 되는 시간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정말 의미가 있는 콘텐츠예요.”
 
누군가 본인의 삶을 되돌아보고 싶거나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강연을 시작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김경한 대표는 그렇게 권한다. 그리고 그 강연의 첫 도전은 이야기브릿지에서 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야기브릿지는 누구나에게 다 열려 있고, 장벽이 높지도 않기 때문이다. 김경한 대표가 이야기브릿지를 통해 추구하는 강연에 대한 인식과 강연이 하는 역할이 광주를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그래서 김 대표의 바람처럼 주말에 영화를 보듯이 ‘강연하러 갈래?’, ‘강연 들으러 갈래?’라는 대사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어 강연이 하나의 대중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는 시작점이 바로 이야기브릿지가 될 것이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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