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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성장과 함께 커가는 안심마을 공동체

함께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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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심마을 지도(사진제공. 사회복지법인 한사랑)
 
 
하늘 위로는 비행기 소음이, 땅에는 30년 이상된 주거단지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마주보고 있고, 대형마트와 전통 오일장이 공존하는 곳. 대구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안심마을은 현대도시의 특징인 다양성과 복합성이 뒤섞인 공간이다. 안심마을에는 유기농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안심협동조합 땅과 사람이야기’, 매달 마을행복음악회를 주관하고 마을의 문화행사를 기획하는 ‘마을문화공작소 와글’, 그리고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사람이야기’ 등 삶, 교육, 장애 및 소수자 영역과 관련된 20여 개의 단체와 그 이상의 소모임들이 있다.
 
 
이들의 마을공동체 활동은 2008년 반야월 행복한 어린이도서관(아띠도서관)을 함께 만들면서 2010년부터 폭발적인 확장과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되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옛날 우리 지역은 동구 내에서 가장 저소득계층이 많고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아이들이 많은 동네였죠. 당시에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혀주고 싶었던 부모들은 버스 타고 40분씩 이동하여 효목도서관까지 가야 했어요. 생계유지가 우선인 지역이라, 문화는 불모지였던 거죠. 마을 사람들과 ‘이 동네에도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 엄마가 있는 아이든 아니든, 돈이 있는 집이든 아니든, 장애가 있든 없든 편안하게 책 읽을 수 있게….’ 하며 내뱉은 염원이 현실화 되었고 그곳이 ‘아띠 도서관’입니다.”
 
 ▲ 아띠도서관(출처. 안심에서 놀고 자란다)
 
 
아띠도서관이 안심마을의 마을공동체를 확장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긴 했지만 사실 그 이전에 마을 주민들의 흩어진 생각과 고민을 한데 모을 수 있는 ‘한사랑 어린이집’이 존재했다. 1992년에 설립되어 현재까지 32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이 어린이집야말로 통합 교육의 좋은 모델이 없던 시절, 안심마을 내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장애아이들도 평범하게 동네를 활보하며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을 안고 시작된 첫 번째 실험이었다. 
 
 
실험의 첫 시작은 마을에 있는 비장애 어린이집과 연합하여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의 정기적인 만남을 갖고 함께 노는 시도를 하는 것이었다. 통합교육을 비장애 아이들이 장애아이들을 보호해주고, 양보해주며 놀아주는 것이라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실험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자연스럽지 않은 놀이상황이 반복되니 비장애 아이들이 한사랑어린이집 아이들과 만나는 날은 등원 거부를 하는 일들이 발생하 기도 했다.
 
 
“여러 고민 끝에 이런 형식으로는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렇 게 통합어린이집을 만들게 됩니다. 비장애 아이들과 장애아이들의 수가 비슷해지고 또래문화가 형성되어가던 어느 날, 장애아이가 또래 언어를 쓰면서 비장애 아이와 싸우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이거다 싶었죠. 장애아이들이 일방적 돌봄과 배려의 대상이 아니라 비장애 아이들과 대등하게 맞붙을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그 순간들을 더 많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내기 위해 지금도 우리 어린이집은 고민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안심마을에서는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생애주기에 맞는 활동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한사랑어린이집’을 졸업한 아이들 중 비장애 아이들은 방과후 시간에 학원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데 장애아이들이 갈 곳은 마땅치 않았다. 마을의 어른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고민했고 그렇게 ‘사회적협동조합 마을애’와 ‘협동조합 둥지’가 생겨났다. 이 조합을 장애 아이들의 부모님끼리만 논의해서 만든 곳이 아니라는 것이 큰 특징이다. ‘한사랑어린이집’의 경험으로 이 마을 안에서는 장애와 비장애인들이 공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  한사랑어린이집에서 함께 놀고 있는 아이들(사진제공. 한사랑어린이집)
 
 
안심마을의 역사가 오래된만큼 이제 성인이 된 아이들이 많다. 자연스레 마을의 다음 고민은 일자리로 이어졌다. ‘사회적협동조합 사람이야기’는 발달장애인들이 마을 내에 있는 수많은 협동조합들에서 안정적이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역시나 다양한 시도 중에 있다. ‘협동조합 사람이야기’ 조윤식 사무국장에게 마을 내 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조건들을 물었다. “우선은 마을과 어느정도 관계를 맺고 있고 신뢰를 형성한 발달장애인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마을 기반으로 함께 살아갈 사람에 대한 지원을 하는 것이지요. 폐쇄적인 구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저희는 당사자들의 일자리가 ‘일’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이 지속되는 것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동료관계와 지역관계와의 소통 및 신뢰가 중요해집니다.”
 
 
▲   카페 사람이야기 혁신점에서 근무하는 종사자들
 
‘한사랑어린이집’을 졸업한 발달장애인 명준 씨는 현재 34세로 안심마을 안에 있는 유기농 농수산물 판매점이자 카페이기도 한 ‘땅과 사람이야기’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명준 씨는 성인이 되고 나서 한사랑어린이 집의 보육교사로 일을 하기도 했었다.
 
 
“어린이집에서 일할 때도 재밌었는데 아이들이 말을 안 들을 때도 있어 조금 힘들었어요. 그래서 여기로 직장을 옮겼는데 원할 때 커피도 내려 먹을 수 있고 재밌어요. 같이 일하는 친구들도 있고.”
 
 
 
 
이 협동조합에는 명준 씨 말고도 3명의 발달장애인 직원 보라, 호철, 민우 씨가 함께 일하고 있다.
 
“보라 씨에게 안심마을은 어떤 곳이에요?”
 
“안심하고 놀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곳. 일단 여기는 심심하지 않아요.”
 
보라 씨는 평생을 시설에서 지내오다 작년에 자립하여 30여 년 만에 혼자만의 공간을 갖게 되었다. 보라 씨는 안심마을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발달장애인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혼자 집을 얻고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원하는 TV 프로그램을 마음껏 보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었지만 늘 지원자들과 함께 해오다가 모든 것을 혼자 하려니 쉽지만은 않았다.
 
“자립하고 제일 힘들었던 게 밤에 혼자 자는 거였어요. 아무리 눈을 감고 자보려 해도 잠이 안오더라고요. 불을 켜고 자야 하나 어쩌나.. 결국 IL센터 센터장님한테 전화했어요. 저보다 먼저 자립한 센터장님이요. 집에 좀 와달라고. 멀리 살지 않으니까 바로 와줬어요. 다음 날에도 무서워서 그 다음 날엔 다른 동료한테 전화했어요. 몇 밤을 같이 동료들이랑 자니까 좀 익숙해지더라고요. 지금은 혼자 엄청 나게 잘 자요.”
 
 
 
 
▲  땅과 사람이야기 유니폼을 입고 있는 보라 씨
 
 
 “호철 씨, 어린이집에 배달 잘하고 오셨어요?”
 
호철 씨는 벌써 이 매장에서 10년 넘게 일을 해오고 있다. 마을지리를 잘 아는 만큼 호철 씨는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가끔 가져오지 말아야 할 물건을 가져오는 등 배달사고가 발생하긴 하지만 마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다시 갖다드리면 해결되는 문제였다.
 
 
호철 씨는 얼마 전부터 ‘공유주택(쉐어하우스)’에서 살기 시작했다. 자립지원주택, 임대주택과 같은 제도권에 속한 정책이 아닌 안심마을 구성원들이 필요에 의해 생산해낸 새로운 형태의 주택이다. 이 공유주택에는 두 명의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또 다른 두 명의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간다. 각자의 방이 있고 거실과 화장실, 부엌 등을 공용공간으로 함께 사용한다.
 
 
새로운 형태의 주택에 살아보고자 안심마을의 몇몇 구성원들은 출자금을 모아 건물을 매입하였다. 그리고는 ‘협동조합 공터’를 만들어 건물의 1층과 2층은 공유주택으로 사용하고 꼭대기층은 사무 공간 또는 기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임대를 준다.
 
 
명준 씨와 보라 씨 그리고 호철 씨 주변엔 늘 함께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도움이 필요할 때 전화하면 빠르게 달려와 줄 수 있고, 당장 살 집이 없을 때 함께 방안을 강구해 줄 수 있는 마을 사람들이 늘 곁에 있다는 것은 이들이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게 하는데 큰 힘이 된다.
 
 
“안심마을의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마을 기반의 삶, 즉 신뢰 관계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안심마을공동체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 협동조합의 특성상, 조합원 형태로 논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조합의 몸집이 너무 커지면 진입하기가 어려워지는 현상이 발생 하기도 한다.
 
 
장애 아동의 부모이자 ‘땅과 사람이야기 협동조합’ 점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지현 씨도 처음엔 안심마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고 느꼈던 순간들이 있다. 그래서 마을 공동체 밖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충분히 공감하면서 연대의 장을 넓혀가기 위해 공동체 내에서 늘 고민하고 토론한다고 전했다.
 
 
“마을 사람들이 저희의 가치에 더 공감해주고 함께 해주시기를 바라며, 우리들끼리의 리그가 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어요. 매년 5월엔 어린이 축제를, 10월엔 안심마을 축제를 하는데 그것도 다 더 많은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기 위함이죠.”
 
 
꼭 함께하지 않아도 서로 바라보고 응원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
마을 안에서 장애와 비장애 통합어린이집, 방과후 활동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아이들이 늘 함께 노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장애아이들 중 타인과 관계 맺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아이들은 마을 안에서 늘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자라왔기 때문에 서로가 좋아하는 것, 자주 찾는 공간 등은 잘 알고 있다.
 
 
▲ 안심마을 축제 모습(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안심마을 사람들’) 
 
 
한 번은 마을 안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명희(가명)가 집을 나가서 한참을 돌아오지 않았던 적이 있다. 명희의 부모님은 마을 사람들이 모인 밴드(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이를 함께 찾아달라고 올렸다. 어떤 마을 사람들은 바로 차를 타고 나가 마을 곳곳을 순찰하기도 했다. 그러다 명희의 친구가 ‘명희 아마 거기 있을 텐데요. 아까 낮에도 봤어요.’라고 이야기해줬고 그 덕분에 명희 를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눈이 되어주는 것. 이것이 바로 ‘안심하며 살아갈 수 있는 마을’이 아닐까.
 
마을 사람들은 이러한 모습을 ‘곳곳에 설치된 마을 CCTV’라고 표현한다. ‘아이들에 대한 애정’, ‘이웃에 대한 신뢰’라는 프리즘이 씌워진 ‘마을 CCTV’ 말이다.
 
 
발달장애인 민우 씨의 동료는 안심마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저희 조합 근처에 마트가 있었는데 민우 씨가 거기를 매일같이 가서 물건들을 구경했어요. 민우 씨의 루틴 중 하나였는데 마트 직원 분들도 민우 씨를 잘 알고 이해해주시고 그랬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 마트가 문을 닫은 거에요. 다른 마트가 들어섰어요. 그래서 저는 ‘아 민우 씨 이제 어디 가서 시간 보내시나..’ 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그 마트 직원분 께서 제가 민우 씨랑 같이 일하는 동료인 걸 알아보시고는 ‘저 새로 생긴 마트에서 다시 근무하는데 민우 씨가 요즘 안보이던데요? 민우 씨 보고싶은데~’ 라고 말하셨어요.
 
사실 좀 놀랐죠. 저희 조합이랑 아무 상관없으신 분인데.. 마을 사람들이 꼭 조합의 형태로 무언갈 같이 하지 않아도 이렇게 다 서로를 바라보고 있구나하고 그 때 느꼈어요.” 
 
 
▲  안심마을 축제 모습(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안심마을 사람들’)
 
 
작성자글과 사진. 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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