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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단 상생(相生), 두빛나래협동조합

두빛나래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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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취업포털 사이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과 대학생 10명 중 8명이 창업을 희망한다고 한다. 그들이 밝힌 창업 희망 사유에는 ‘취업의 어려움’, ‘단기간의 경제적 성공’, ‘좋은 아이템이 있어서’ 등이 있다. 얼어붙은 취업 시장 속 창업이 젊은 세대의 돌파구로 자리 잡으면서 지난해 신설된 창업기업의 수만 148만 개에 달한다. 여기, 남들이 흔히 말하는 창업 사유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지만, 일찍이 창업 전선에 뛰어든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있다. 바로 발달장애인 일자리 창출 기업 ‘두빛나래협동조합(이하 두빛나래)’의 이야기다. 이곳은 발달장애인 자녀와 엄마가 함께 일하는 가족 창업 기업으로, 누룽지와 커피를 생산하며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 내에서 자립하여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두 개의 빛나는 날개’라는 상호는 이러한 기업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창업이 고민의 결과라기보다는 필연적 선택에 가까웠다는 그들. 자녀를 위해 창업에 뛰어든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두빛나래의 최정화 대표를 만나봤다.
 
 
두빛나래의 대표적인 상품은 누룽지다. 왜 많은 상품 중에서도 누룽지를 택했을까? 그 해답은 발달장애인 학교 교육이 직업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그 단절지점에서부터 출발한다. 두빛나래의 사업장이 위치한 경기도 안산시에는 특수교육기관인 국립 한국선진학교가 있다. 이곳에서는 전문 직업전환 수업의 일환으로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누룽지 제조 교육을 한다. 문제는 졸업 후 학교에서 배운 누룽지 기술을 활용할 곳이 없다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그 기술은 학교 교육 수준에서 그치게 된다. 그 사이 공백을 매듭짓는 일이 2019년 선진학교와 학부모들 사이에서 시작되었다.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와 한국선진학교 MOU를 시작으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창업 교육이 이루어졌다. 창업 교육을 받으며 뜻을 같이한 사람은 총 13명. 창업 당시에는 7명만 남았다. 모두 발달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학부모였다. 최 대표도 사업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학부모였다.
 
↑두빛나래협동조합 최정화 대표 ⊙ 사진. 이은지 기자
 
최정화 “학교에서 처음 저에게 사업 제의를 했을 때만 해도 ‘나한테 이걸 왜?’라는 생각이 컸어요(웃음). 선진학교 학부모회 회장을 맡고 있긴 했지만, 그때 당시 제 아이는 중학생이었고 최중증이라 취업과는 거리가 멀었죠. 교육받으면서 문득 ‘내 아이만을 위해서 살기보다는 다른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을 해봐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다른 발달장애인을 위해서 활동하면 누군가도 내 아이를 위해서 활동을 해줄 테니까요. 학교에서 기회를 줬고 학부모들이 그걸 잡은 거죠.”
 
자녀와 같은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 ‘우리가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모인 학부모들은 두빛나래의 사내 이사가 되었다. 자녀를 위한 마음만 있었지, 가정주부들만 모인 터라 초기에는 배워가야 할 것도 많았다. 사업계획서를 쓰는 법부터 익히며 여러 공모 사업에 도전해 사업자금을 마련했다. 막상 일을 시작했을 때는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두빛나래는 이사들 간 이해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율하며 문제를 헤쳐 나갔다.
 
“저희끼리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이들을 너무 잘 뒀다고 이야기해요(웃음). 저희를 사회적으로 활동하는 엄마로 만들어 준 게 우리 장애 자녀들이 아닐까 하고요. 비장애 자녀도 엄마가 장애 형제만 보고 사는 게 아니라 사회생활 하는 걸 더 반기더라고요. ‘우리 오빠 장애인인데, 우리 엄마는 이런 일도 해’라면서 친구들한테 자랑도 하죠. 시간이 흘러 제 큰아이는 벌써 고등학교 졸업반이 되었어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발달장애인의 노동, 일 그 이상의 가치
 
두빛나래에는 한 가지 특별한 원칙이 있다. 바로 업무 능력이 너무 뛰어난 직원은 채용하지 않는 것이다. 능력이 뛰어난 직원은 다른 곳에 충분히 취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목표가 누룽지를 팔아 많은 돈을 버는 것에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발달장애인에게 직업 교육이란 기술을 뛰어나게 익혀서 취업하거나 생산을 많이 해내는 데에 목적이 있지는 않아요. 노동을 통해 사회에 적응하는 법을 학습하는 거죠. 직장 내 예절, 직업에 대한 자세 같은 거요. 또, 학령기에 자신의 집중력이 30분이었다면, 일을 통해 40분에서 50분, 1시간 정도 흐트러지지 않고 집중하는 법을 익혀나가는 거죠.”
 
이러한 가치관은 두빛나래의 생성공정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두빛나래는 누룽지 작업의 공정 하나하나를 세분화하여 한 사람당 하나의 공정만 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이 나눠지면 그만큼 일할 자리가 생기고, 일 하나만 잘해도 발달장애인에게는 직업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 두빛나래에서 사업을 확장한 커피 제품도 마찬가지다. 커피가 워낙 대중화된 상품이라는 우려에도 ‘발달장애 직원들이 그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려만 우선순위에 뒀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품질에 대한 확신을 줬다. 2021년에는 두빛나래 생산품인 ‘리얼 누룽지’가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소상공인 특별 제품 100선에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최 대표는 발달장애 직원들과 일하며 알게 된 점도 많다고 한다.
 
커피 만드는 모습 ⊙ 사진. 이은지 기자
 
“발달장애 엄마들은 교육을 많이 받거든요. 주로 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에요. 나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실질적으로 부딪혀서 경험하니까 종종 당황스러울 때도 있어요. 한번은 청소할 때 의자를 못 드는 직원도 있었고 빗자루질을 못 하는 직원도 있었어요. 발달장애가 몸이 불편한 장애는 아니니까, 처음에는 ‘왜 이러지?’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제 자녀를 돌이켜보니 가방 하나 드는 것도 안쓰러워서 늘 ‘엄마가 들어줄게’라고 했더라고요. 아이들에게 힘들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고 경험하지 못하게 한 거죠. 힘이 없는 게 아니라 요령이 없어서 못 하는 거였어요.”
 
그렇게 얻게 된 교훈은 다시 자녀 양육에 적용되기도 한다. 최 대표는 근래 발달장애인 학부모를 만날 때마다 아이들에게 충분히 힘들 기회를 주라고 조언한다고 한다. 향후 발달장애인이 사회에 나와 직업을 가지고, 일하고, 남들과 함께 생활할 때 일상생활에서 이뤄졌던 교육이 결국에는 다 필요한 부분이 되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의 노동, 그리고 지역활성화
 
두빛나래에서 누룽지를 만들 때 사용되는 쌀은 100% 안산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이다. 커피 패킹 디자인도 안산에 있는 ‘꿈꾸는느림보’ 사회적 협동조합 소속의 발달장애 작가들이 동아리 시간에 그린 그림이다. 발달장애인이 만들고 발달장애인이 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발달장애인의 취미가 정식 절차를 밟아 돈 주고 팔리는 작품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였다.
 
“저희가 늘 외치는 게 장애인들이 지역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거잖아요. 농가에서도 발달장애인이 우리 쌀을 가져가서 제품을 만든다고 하면 인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지역활성화와 발달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거죠.”
 
두빛나래 생산품 새벽愛 누룽지(좌측)와 두나 커피(우측)
 
두빛나래가 우리 사회에 남기는 이야기
 
두빛나래의 기업 정체성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상생(相生)’이다. 내가 누군가를 도우면 그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를 돕고 그가 또 다른 누군가를 돕는 가운데 우리 사회 전체가 풍요로워진다. 그것은 결국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영어로 치면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Win-Win’인 셈이다.
 
최 대표는 두빛나래의 기업 목표에 대해 일할 수 있는 발달장애인에게는 일할 기회를 주고, 그렇지 않은 발달장애인에게는 교육과 돌봄이 동시에 제공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퇴근 후 2시간 정도는 직원들이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직장 내 평생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싶다는 최 대표. 그런 최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안산이라는 마을, 본오동이라는 사업장 안에서 발달장애 직원들이 퇴근 후 자신이 가고 싶은 카페나 식당에 들러 자신이 번 돈으로 소비활동을 하고, 길거리를 지나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돌발 행동을 해도 그게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환경에서 안전하게 집에 돌아갈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장면처럼 그려지는 듯했다. 그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가 두 날개를 달고 먼 하늘까지 날아가지 않아도,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사회에서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소박한 소망이기를 바라본다.
작성자이은지 기자  lonely_long_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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