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일하고 싶습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뺏어가지 마세요. > 장애, 한 걸음


내년에도 일하고 싶습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뺏어가지 마세요.

동료지원가의 절실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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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조모임을 하고 있는 모습 ⓒ유달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사업은 2018년 겨울, 장애인들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에서 87일간의 농성을 통해 힘들게 만들어 낸 일자리 사업입니다. 중증장애인이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자조모임, 상담 등 동료지원 활동을 통해 취업 의욕을 고취하는것을 목적으로 현재 187명의 동료지원가가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년이면 동료지원가 예산 전액 삭감으로 전부 실업자가 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현재 동료지원가로 일하고 있는 분의 글을 통해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사업의 필요성을 알리고자 기고문을 작성합니다.
 
저는 발달장애와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는 중증장애인입니다. 2년째 동료지원가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안산 반월공단 근처에 있는 염색단지에 취업하면서 첫 직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같은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첫 월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월급은 120만 원이었고 저는 80만 원을 받았습니다. 기분이 이상했고 화도 났습니다. 사장님을 찾아가 똑같이 일했는데 왜 다른 사람들이랑 월급이 다른지 물어보았습니다. 사장님은 저에게 “너는 장애인이라 이것만 주는 거야. 이것도 고마운 줄 알아야지. 지금 법이 그래! 똑같이일해도 장애가 있으니까! 억울하면 고용공단에 신고해!”라고 말했습니다. 억울하고 기분도 나쁘고 화가났습니다. 전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그 후로 조선소나 다른 공장 등에서 청소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어디를 가든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무시와 차별을 받았습니다. 그런 무시와 차별이 저를 너무 힘들게 했습니다. 저는 무시와 차별을 받으며 일하는 게 견디기 힘들었고 오래 일을 할 수 없었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무시와 차별을 당하며 평생 청소만 하고 살아야 하나 화도 났습니다. 그러던 중 현재 다니고 있는 센터 1층에 운동기계 파는 가게가 있어서 들어가 보게 되었습니다. 주인분이 저에게 “우리 아들이 장애가 있는데 여기 센터에 다니면서 많이 밝아졌어.”라는 말을 했습니다. 호기심에 센터에 방문하게 되었고 많은 동료와 만나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동료가 많았습니다. 서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우리에게 그런 경험을 준 사람에게 화도 났지만, 속도 시원했습니다.
 
자조모임 활동을 하면서 지내고 있던 어느 날 동료상담가 선생님이 동료지원가라는 일자리가 있다며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동료지원가가 뭔지 몰랐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중증장애인을 위한 일자리였습니다. 월급 또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고 법으로 정해진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동료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고 저 역시 무시와 차별을 당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료지원가 일을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처음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청소일만 하다가 상담을 하려고 하니 이야기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동료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나도 할 수 있구나.’, ‘나 좀 괜찮은 사람이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컴퓨터도 배우고 상담일지도 쓰고 다른 선생님들처럼 사무실에 앉아 일도 하고 동료를 만나 이야기하는 게 좋았습니다. 상담을 통해 집에만 있던 동료가 센터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동료와 만나 이야기하면서 그들에게 자신감도 줄 수 있었습니다. 일하고 싶은 동료에게 일도 찾아주었습니다. 우리도 누군가를 위해 일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돈이 있어야 먹고 살고 동료와 함께 이야기하며 지내야 서로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장애인들에게 나같이 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고 우리만이 잘할 수 있는 일을 빼앗지 말아 주세요. 우리에게 일할 권리를 빼앗지 말아 주세요. 우리도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내년에도 장애인이라고 차별하지 않는 동료지원가로 일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세요. 감사합니다.
작성자글과 사진. 하창호 유달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동료지원가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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