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건, 장애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 사람 사는 이야기


가장 중요한 건, 장애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신인교 씨 이야기

본문

 
 
요즘은 장애인이라고 하면 선천성보다 후천성이 훨씬 많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가지게 되는 중도장애인이 그렇다. 비장애인이었다가 장애를 가지게 되면서 이들이 겪는 삶의 변화들은 오히려 소소하고 평범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아주 드라마틱하기도 하다. 신인교 씨의 삶도 그렇기에, <함께걸음> 독자 여러분에게도 신인교 씨의 이야기를 기승전결로 공유하고자 한다.
 
기 : 예상치 못했던 사고
화창한 봄기운이 완연한 4월의 어느 날, 신인교 씨를 만났다. 만나기 전 기자로서 으레 하는 형식적 절차처럼 신인교 씨에 대해 조사를 해 보니,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를 가지기 전에는 소위 ‘잘 나가는’ 엘리트 직장인이었지만, 장애를 가진 뒤에도 여전히,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엘리트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신인교 씨와 마주 앉아서 처음 그에게 던진 질문은 장애를 가지게 된 배경에 있었다.
 
“제가 자동차회사연구소에서 근무를 했었거든요. 차량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테스트 엔지니어로 8년 정도 근무를 했었습니다. 그 연구소에서 동계워크숍을 스키장으로 갔었는데, 거기서 스노우보드와 스키를 타는 그런 과정이 있었어요. 제가 스노우보드와 스키 마니아이기도 했는데, 아무튼 거기서 타다가 좀 심하게 다쳤어요. 그게 2008년 1월입니다. 13년이 지났죠.”
 
좋은 직장에서 일을 하고, 또 스키타는 것을 좋아할 만큼 운동을 즐기며 건강했던 삶이 예기치 못한 사고로 휠체어를 타야 하는 장애인의 삶으로 변한 것이다. 어쩌면 휠체어를 타는 것부터가 삶에서 큰 변화로 다가왔을 텐데, 장애인으로 살아가게 되면서 생긴 삶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사고를 당한 뒤 처음 한동안은 제 인생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장애 이전에 가졌던 직업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고, 여러 가지로 조금 불편해진 건 사실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나 불편해진 게 있어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제가 좋아하는 운동도 하고 있고 취미생활도 하고 있고 여행도 하고 있고 예쁜 사랑도 하고 있습니다. 결국에는 특별히 달라진 게 없더라고요. 그냥 똑같이 평범하고 즐거운 그런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운동을 좋아한다는 말에 운동에 관심이 많은 기자도 반색을 해서 갑자기 질문이 많아졌다. 어떤 운동을 좋아하는지, 장애를 가진 뒤 이전보다 운동 선택의 폭이 좁아지지는 않았는지, 휠체어를 타고 할 수 있는 운동은 어떤 게 있는지 등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휠체어테니스를 치고 있습니다. 휠체어는 운동용 휠체어가 따로 있어서 일반 휠체어보다 조금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되어 있거든요. 또 휠체어테니스도 엘리트스포츠와 생활스포츠가 따로 있는데, 저는 생활스포츠를 해요. 그런데 엘리트스포츠 선수층이 그렇게 두껍지 않기 때문에 생활스포츠를 하다가 조금 열심히 하면 전국체전에도 나갈 수 있어요. 저도 재작년에 서울시 대표로 단체전에 나가서 동메달을 땄었습니다. 그 외 웨이트 트레이닝도 합니다. 장애를 가지기 전에 워낙 스포츠를 좋아해서 다양하게 더 하고 싶기는 한데,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보니 약간 시간적인 제한이 있어서 그런 부분들이 조금 아쉽기는 하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면 피트니스 클럽에 갈 텐데, 휠체어를 타고 있으니까 피트니스 클럽 접근부터 쉽지 않을 것 같다. 또 가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운동기구의 폭도 그리 넓지 않고 피트니스 클럽 내 장애인 편의시설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을 텐데, 기자의 말에 신인교 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제 장애가 하지 쪽이다 보니까 상지 위주로만 운동을 하죠. 사실 이용할 수 있는 기구가 많이 제한적인 건 사실입니다. 제가 다니는 피트니스 클럽 같은 경우 휠체어를 탄 고객은 아마 저 하나일 거니까 사실 저를 위해서 편의시설을 갖춘다던가 이런 거는 쉽지 않을 것 같고요. 대신 제가 선택을 하죠. 휠체어를 타고 조금 더 이용이 용이하고 쉬운 피트니스 클럽이 어디가 있을 까? 이런 것을 확인해서 그렇게 이용을 하고 있는 편입니다.”
 
(삼성물산 모델로 활동할 당시의 모습)
 
승 : 모델, 합창단, 강사로까지 폭넓은 활동
신인교 씨는 장애를 가지게 된 뒤 비장애인일 때보다 오히려 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삼성물산 모델,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까지. 휠체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피트니스 클럽에서 선택할 수 있는 운동기구의 폭이 좁아졌지만, 장애인이 된 뒤 선택할 수 있는 활동의 폭은 비장애인일 때보다 오히려 더 넓어진 것이다. 
 
“모델은 예전에 했던 활동이고 지금은 하고 있지 않고요. 삼성물산 패션에서 저처럼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을 위한 브랜드론칭을 했어요. 휠체어를 타고 있으면 아무래도 옷을 입는 과정이 조금 불편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기능들을 넣은 제품들을 만들었어요.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 브랜드론칭 모델로 1년 정도 활동을 했었습니다. 사실 장애인 브랜드를 론칭하는 게 쉽지는 않은데, 이런 의미있는 시도에 참여할 수 있어서 굉장히 즐거웠고 의미있는 경험이었고요. 계속 하고 싶었는데 이제 저도 나이가 들어서, 젊은 친구들에게 기회를 줘야 되겠다는 생각에 빨리 은퇴를 결심했어요(웃음).”
 
신인교 씨가 모델에 참여했을 때만 해도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제품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이젠 다양하게 있다고 한다. 재킷과 코트, 셔츠, 바지 등 제품들이 쌓여가면서 점점 더 다양한 디자인들이 나오고 있단다. 그래서 앞으로도 더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제품들이 나오면 그만큼 장애인들도 본인이 원하는 옷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훨씬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신인교 씨는 올해로 창단 6년째를 맞는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의 창단 멤버이기도 하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데, 그래서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은 본인의 적성에 딱 맞는 활동이 되지 않았을까?
 
“원래 장애를 가지기 전부터 노래하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친구들, 선후배들 결혼식 때 축가를 많이 불렀거든요. 그만큼 노래하는 걸 좋아했는데, 장애를 가지게 된 뒤에는 노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다 보니까 조금 아쉬웠어요. 그러다 우연히 휠체어합창단을 창단한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참여해서 노래하고 있어요.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으로 연습하고 있고요. 올해 6월 16일에 롯데콘서트홀에서 정기연주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노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 그거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즐겁고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 공연 때 노래 부르는 모습)
 
합창단의 멤버는 창단 6년이 되면서 이젠 1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번씩 같이 연습을 하며 공연을 준비한다는 것, 지극히 평범한 사실일 수 있지만 이 사실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즐겁고 소중한 경험이라는 신인교 씨의 말이 괜히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어쩌면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휠체어’를 타기 때문이 아니라, 장애와 상관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활동을 마음껏 즐기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6년이라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을 텐데,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하나 들려 달라고 했다.
 
“제가 정기공연 첫 회부터 3회까지 앵콜곡을 담당했었거든요. 앵콜곡이 트로트 <무조건>이었습니다. 트로트가 신나는 곡이니까 관객들의 호응을 많이 받아서 좋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저를 떠올리면 한동안 트로트와 연결지어서 조금 쑥스럽기도 했어요. 요즘은 트로트 외에도 제가 좋아하는 다양한 곡을 앵콜로 부르고 있습니다.”
 
전 : 활동의 방점,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
운동과 (비록 은퇴했지만)모델, 합창단에 이어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는 신인교 씨에게 있어 활동의 방점을 찍는 역할이 되는 것 같다. ‘장애인이지만’이 아니라, 똑같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그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기자가 이 지면에 소개한 신인교 씨의 이야기보다 훨씬 더 좋은 이야기로 들릴 것 같다. 노래를 좋아하는 신인교씨의 목소리로 직접 풀어내는 강의니까.
 
“장애인식개선 강사로 활동하게 된 지는 6년 정도 됐고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의미가 있고 보람이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서 강의를 했을 때, 강의를 들으시는 분들의 조그마한 변화라도 발견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 모 교육청의 신규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었는데, 그때 교육대상 중에 장애를 가지신 분이 있는지는 몰랐거든요. 그런데 강의 후 절단장애를 가지신 분한테서 메일이 왔었어요. 제 강의를 듣고 큰 용기를 얻었다는 내용이었죠. 그런 내용의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굉장히 뿌듯함을 느낍니다.”
 
두어 시간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기자의 느낌에 신인교 씨의 장애인식개선 강의는 듣는 이들에게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노래를 좋아하는 그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강의이고, 또 그의 인생 스토리에서 파생되는 강의이기에 듣는 이들의 귀에 쏙쏙 들어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 같다.
 
“사실 의도치 않게 사고를 당해서 저도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재활을 해서 원직장에 다시 복귀하려고 노력도 했고, 운이 좋게도 원직장에 다시 복직할 수 있는 여건들도 마련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비장애인으로 생활하던 직장에 휠체어를 타고 다시 갈 자신이 없었던 거죠. 제가 했던 일들을 다시 잘 해낼 수 있을까? 이런 자신도 없었고….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장애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공직을 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도 마냥 긍정적이었던 건 아니었던 거고,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강의를 구성하는 제 인생 스토리가 완성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장애인식개선교육을 하고 있는 모습)
 
결 : 장애인도 그냥 다 똑같은 사람입니다
신인교 씨를 인터뷰하면서 그가 자주 언급하는 단어가 하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바로 ‘굉장히’다. 굉장히 즐거웠다거나 좋은 경험이었다는 등, 대부분 긍정적인 요소에 사용하고 있는 표현이다. 그만큼 매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굉장히’라고 의미를 부여할 정도니까.
 
“장애를 가지게 된 뒤에는 지금 이 순간, 현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내일은 뭘 하지? 앞으로는 뭘 해야 되겠다’와 같은 계획은 저한테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오늘 하루 최선을 다 하고 즐겁게 생활하는 것 자체 그게 제일 중요하니까요. 그런 것들이 모였을 때 앞으로 제가 만날 미래도 건강하고 밝고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과 활동들에 즐겁게 그리고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게 제 삶의 모토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아무리 내일 일을 미리 꼼꼼하게 계획표로 세워 놓는다고 해도, 그것을 내일 반드시 지키고 실천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 모두는 잠재적인 장애인’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처럼. 그래서 신인교 씨가 가진 삶의 모토는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삶에 가져야 하는 모토가 될 것 같다. 바로 오늘, 지금, 현재에 충실하자는 것. 
 
“저는 가장 중요한 건 한 가지, 딱 한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장애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죠. 제가 스스로 느꼈거든요. 저도 장애를 가지게 되고 많이 불편해지고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장애인으로 생활을 하면서 보니까 크게 달라진 건 없더라고요. 똑같더라고요. 물론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조금 달라지고 불편해진 건 사실인데,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노래도 부르고 강의 활동도 하는 등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거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제가 느낀 그대로 그 부분을 강의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신인교 씨의 인생에서 꼭 언급해야 하는데 빠뜨렸다고, 바로 ‘여행’이란다. 여행 역시도 장애를 가지기 전후를 따지지 않고 마음껏 즐기고 있다고 한다. 힐링의 시간이 되는 여행. <함께걸음> 독자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활동이라고 신인교 씨는 힘줘 말했다.
 
“장애 이전에 혼자 또는 친구들과 해외의 많은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굉장히 좋은 경험과 추억들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장애를 가지게 된 뒤 다시는 여행을 가지 못할 줄 알고 한동안 우울했었습니다. 하지만 장애로 인해 여행이 전혀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매년 국내 및 국외의 다양한 곳을 여행하며 역시 장애를 가지기 이전과 동일하게 좋은 추억들을 쌓고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제약이 있어 안타깝지만 사태가 잠잠해지면 국외로 여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함께걸음> 독자 여러분도 어려울 거라고, 힘들 거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하고싶은 활동이 있으면 방법을 찾아서 즐겁게 매 순간을 누리시면 좋겠습니다.” 
 
(영국 런던에 여행 갔을 때의 모습)
작성자글. 박관찬 기자 ⊙ 사진제공. 신인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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