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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빛나는 세상을 만들어가요. 정다인 씨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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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확진되어 아프거나 격리되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 3년의 시간동안 참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지금을 살아가고, 또 앞으로도 인생을 설계해 나가야 한다. 대망의 2022년을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주목하지 않고 있지만 어딘가에서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담담하게 살아가는 인생을 ‘사람 사는 이야기’에 소개함으로써 지친 마음의 <함께걸음> 독자들에게 빛나는 마음과 위로의 마음을 함께 전하고 싶다. 정다인 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어느 날 찾아온 장애
정다인 씨는 소위 ‘잘 나가는’ 간호조무사였다. 가정의학과, 내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피부과, 한의원 등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종류의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한 그야말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였다. 그렇게 다양한 병원에서의 경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더 좋은 곳에서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을 무렵, 언젠가부터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행정업무를 보려고 하면 서류의 글씨가 잘 안 보이고, 환자에게 주사를 놔야 하는데 주사기가 잘 안 보이는 거예요. 실수하면 안 되는 일이라서 더 집중해서 하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이 잘 보일 때와 비교해서 업무수행 시간이 느려지게 되었어요. 이상하게 생각해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니 망막색소변성증이라고 하더라고요. 청천벽력 같았죠.”
 
망막색소변성증이 무엇인지 찾아보니, ‘색소망막염(Retinitis Pigmentosa)’이라고도 불리는 망막의 시각세포와 망막색소상피세포가 변성되는 가장 흔한 유전성망막질환이다. 시각세포가 손상됨에 따라 초기에 야맹증이 나타나면서 점차적으로 시야가 좁아지고 결국 시력을 잃게 되는 증상이다.
 
“저는 병원 일을 계속 하고 싶었지만 눈이 잘 안 보이니까 쉽지 않아서 그만뒀어요. 그런데 병원에서 같이 일하던 언니(간호사)가 ‘다인이만큼 열심히 일하는 간호조무사도 없다’고 병원 원장님과 사모님에게 이야기해서 다시 일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땐 제가 가진 장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조금 천천히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해 합의한 뒤 다시 병원에서 일을 하게 됐어요.”
 
분명히 장애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했고 병원에서도 수긍을 했다. 그런데 다시 일을 하게 되니 병원에서의 대우가 확 달라졌다. 임금도 다른 직원들보다 낮게 지급하고, 업무수행 속도가 느리다고 계속 지적을 했던 것이다. 그런 대우를 받으려고 다시 병원에서 일을 하려고 결심했던 게 아니었던 정다인 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을 떠났다. 일을 그만둔 것이다.
 
“그때부터 3년 가까이 절망의 시간을 보냈어요. 난 앞으로 어떻게 될까? 눈이 완전히 안 보이면 어떻게 해야 될까. 시력을 모두 잃기 전에는 어떻게 해야 될까…. 정말 많은 생각을 하면서 지냈어요. 우울하고 힘든 시간들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비장애인일 때 간호조무사로 일하면서 언젠가는 더 발전된 모습으로 더 멋진 일을 하게 될 것 같다는 기대와 꿈이 있었는데, 그것들을 이루지 못하게 되어 슬펐어요.”
 
아버지, 그리고 해금
좌절과 절망의 터널 안에 있던 정다인 씨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해준 건 아버지와 해금이었다. 당시 정다인 씨의 아버지는 치매 증상이 있었는데, 자식들이 아버지를 보러 오면 다른 자식들은 제대로 기억을 못해도 정다인 씨만큼은 꼭 기억하고 알아봤다고 한다.
 
“아버지를 보러 가면 ‘우리 막내(정다인) 챙겨줘야 한다’라고 늘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언니들이 ‘아버지 저 알아보시겠어요?’라고 하면 기억을 못하시는데, 제가 여쭤보면 꼭 기억하셨어요. 아버지도 지체장애가 있어서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드실 텐데, 항상 저를 기억하시고 챙겨주려고 하시는 마음이 느껴질 때마다 나도 힘들게만 지내서는 안 되겠다고 느끼게 되었어요.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해주신 분은 바로 아버지 같아요.”
 
그렇게 용기를 낸 정다인 씨는 현재 동네 주민센터에서 행정도우미로 근무하고 있다. 본인의 장애특성에 맞게 업무를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또 2022년부터는 통합치유라는 분야에 대해 공부하면서 새로운 영역에 대한 지식을 쌓아가고 있기도 하다.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던 경험을 토대로 다시 그때처럼 즐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 정다인 씨의 삶에 새롭게 들어온 것이 있으니 바로 해금이다.
 
“아주 어린 시절에 우연히 해금의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 소리에 반해 해금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시각장애를 가지게 되면서 좌절과 절망에 빠지게 되었죠. 그때 어린 시절 아주 밝고 명랑하고 꿈도 많았던 내 모습을 회상하게 되었어요. 그 모습을 다시 찾고 싶었죠. 그게 해금이었던 거예요. 어린 시절 내게 행복을 주었던 소리의 악기인 해금을 내가 직접 연주하면서 슬픔을 위로받고 싶었고, 지금의 나를 나로 받아들이는 데에 해금이 큰 도움을 주었어요.”
 
정다인 씨는 해금을 ‘나를 나로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라고 표현했다. 해금을 배우고 연주하면서 어린 시절의 밝았던 모습을 추억하고, 또 지금의 본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금이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을 하고 공부도 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해금을 배우는 시간도 거르지않고 있단다. 해금은 정다인 씨의 안식처니까.
 
 
편견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정다인 씨는 중도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지원과 복지에 대해 지금도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시각장애를 가지기 전까지는 흰지팡이가 ‘나약함’을 상징하는 존재인 줄 알았다고 한다. 지체장애가 있는 정다인 씨의 아버지가 재활이나 치료를 받지 않고 오직 지팡이에만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지팡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비춰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엔 흰지팡이를 사용하는 것이 자신을 나약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여겨질까봐 거부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버지가 사용하던 지팡이와 흰지팡이의 다른 점을 알게 되었죠. 흰지팡이가 시각장애인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요. 쉽지는 않지만 시력을 모두 잃게 될 때를 대비해서 지금은 점자도 조금씩 공부하고 있어요. 시각장애를 가지게 되어 모든 게 절망적으로만 여겨졌는데 주민센터에서 일하면서 장애인에게 어떤 지원이나 복지서비스가 있는지 많이 배우고 있어요.”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삶을 모두 경험한 정다인 씨는 인터뷰 말미에 하나의 단어를 강조해서 언급했다. ‘빛나는’. 시각장애를 생각하면 어두운 이미지를 생각할 수 있는데, 오히려 시각장애에 연연하지 않고 더욱 아름답게, 환하게 빛나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고, 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빛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장애에 대한 편견없이 빛나는 세상 말이다.
 
“저는 해바라기 꽃을 좋아하는데요. 많은 사람들은 해바라기가 항상 해만 바라보고 있을 꺼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해바라기는 해를 바라보다가 해의 반대방향으로 등을 지고 있다가 해가 사라진 뒤에는 다시 해가 뜨는 방향을 바라보는 걸 반복하며 자라나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해바라기를 바라보며 밝은 미소를 지어요. 많은 사람들은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란 편견을 가지고 있어요. 이처럼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두운 세상을 볼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세상을 보는 건 눈이 아니라 마음이에요.”
 
그래서 정다인 씨는 비장애인으로 살아온 삶과 앞으로 장애인으로 살아갈 삶의 마음이 결코 다르지 않다고 믿는단다. 그렇기에 앞으로 많은 사람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이렇게 빛나는 세상을 마음으로 그려 나가고 싶다고 한다. 그렇게 사람들과 ‘함께걸음’하며 빛나는 세상을 그려 나갈 정다인 씨의 앞으로의 발걸음을 <함께걸음>도 응원한다.
 
 
 
작성자글과 사진. 박관찬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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