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은 컨테이너에서 지역사회로의 해방 > 사람 사는 이야기


비좁은 컨테이너에서 지역사회로의 해방

성환 씨의 자유를 향한 해방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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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이곳저곳을 누비는 성환 씨
 
 
제조업 공장에서 10년 동안 무임금으로, 사장에게 맞으며 일만 해 온 성환(가명)씨. 비록 긴 시간 어둠 속에 있었지만 그는 스스로 세상 밖으로 탈출하였다. “공장에서 나오는 그순간부터 해방”이었다고 말하는 성환 씨. 10년 동안 2평 남짓의 컨테이너에서 누구도 마주하지 않고 홀로 살아오다 해방을 마주한 뒤 지역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성환 씨의 이야기를 싣는다.
 
 
“그날 공장에 온 택배기사한테 내가 나 신고 좀 해달라고 했어.”
성환 씨가 10년간의 악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외부인의 신고였다.
 
10년간 어떻게 참다가 택배기사에게 신고를 대신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었느냐고 성환 씨에게 묻자 성환 씨는 “그냥 그날 했어”라고 대답한다. 그간 성환 씨가 공장을 찾았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성환 씨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귀 기울여준 사람이 그 택배기사였을지도 모르겠다. 또는 성환 씨가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세상 밖으로 문을 두드리고자 결심한 첫날일지도 모른다. 그건 오직 성환 씨만 아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성환 씨가 지옥 같던 그곳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탈출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이고, 누군가의 신고로 나올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성환 씨는 곧바로 지역 경찰서로 인계되었다. 그곳에서 이틀 밤을 지새웠다.
“나 그 때 경찰아저씨랑 친했어. 나 재워줬어 경찰이. 같이 커피도 마시고 그랬지”
 
성환 씨가 겪은 일은 경찰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2평짜리 컨테이너에서 홀로 생활한 것, 통신과 외출이 철저히 제한되었던 것, ‘인간제조기’, ‘거짓말 정신봉’이라고 적힌 농기구와 막대기로 몸의 이곳저곳을 맞은 사실, 수급비는 물론이고 일한 대가 역시 10년 동안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는 이 거짓말 같은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지적장애인을 축사에서 20년간 강제노역시키고 학대한 일명 ‘만득이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 만이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만득이 사건’ 이후 장애인 실태 전수 조사를 벌였지만 성환 씨의 학대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실태조사를 진행했던 지자체 직원은 현장에서 성환 씨를 만났지만 ‘일을 하지 않고, 임금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며 강제노역과 학대의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주변에 누구도 접근할 수 없도록 가해자가 쌓아올린 높은 벽을 유일하게 부술 수 기회였을지도 모르나, 조사원은 성환 씨의 벽을 지나쳐갔다.
 
“그 때는 아무데도 못 나갔어. 사람들도 못 만나고 밖에서 밥 먹어본 적도 한 번도 없어. 돈도 안주고.”
당신의 피해상황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또 묘사할 수 있는 성환 씨가 왜 전수조사를 시행했던 공무원에 의해 구출되지 못한 것일까. 성환 씨에게 질문했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 “누가 왔었다고? 난 못 봤는데. 그러니까 내가 택배 아저씨한테 신고해달라고 한 거지. 누구랑 대화한 기억이 난 안 나.”
 
 
 
▲ 성환 씨와 직장 동료가 함께 일하는 모습
 
 
“공장에서 나오자마자 정말 좋았어. 그때부터 해방이었지”
지역에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대규모 거주시설로 입소할 뻔했으나 장애인단체의 도움으로 거주시설로 향하던 차를 가까스로 서울로 돌릴 수 있었다.
 
성환 씨는 서울에 위치한 쉼터와 그룹홈 등에서 각각 2~3년의 시간을 보내고 천천히 자립을 준비해 5년 만에 혼자 살게 되었다. 성환 씨는 쉼터와 그룹홈에서 지내는 동안 사람들과도 매우 잘 어울리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여행지를 다니며 즐거운 추억을 쌓고 요리하는 즐거움도 알게 되었다. 쉼터와 그룹홈에서 생활이 재미있었으나 성환 씨는 혼자 살고 싶은 마음이 계속 커져 자립을 서둘렀다. 같이 살았던 사람들 중에 성환 씨가 가장 먼저 집을 구해 나온 사람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난 누가 나 간섭하는 게 제일 싫어. 지금은 좋지. 아무도 나 간섭 안하잖아.”
이제는 밤마다 술 마시고 성환 씨를 찾아와 나무라고 때리는 사람이 없어서 비로소 해방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성환 씨는 해보지 않은 일이 없다. 공장에서 나와 쉼터에서 사는 동안 일을 잠시 쉬었지만, 자립을 결심하면서부터 계속해서 호텔, 식당 등에서 일을 해왔다. 장애인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일자리를 알아봐 주고 적응지원까지 돕는 사업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성환 씨는 현재 용산에 위치한 대기업의 구내식당에서 식기를 세정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성환 씨는 직장에서 ‘반장님’으로 불린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호흡이 척척 맞는 듯 보였다. 동료가 접시가 가득 담긴 쟁반을 옮기려고 할 때 저 멀리서부터 달려와 군말 없이 번쩍 들어 옮겨주는 성환 씨. 구내식당 전체를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성환 씨의 모습을 보니, ‘도와줘요, 번개맨!’하고 외치면 반짝 하고 나타나는 번개맨의 모습과 닮아 보였다.
 
수개월째 성환 씨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성환 씨의 선임 직원은 그와 일하는 방식을 조금씩 조금씩 맞추어가고 있다. “처음엔 성환 씨가 어려워할 거라 생각하고 단순한 일만 줬어요. 그런데 하나씩 자세히 설명해주고 매일 매일 반복해서 설명해드리면 곧잘 하시더라고요. 저도 배우는 겁니다.” 함께 일하는 비장애인 동료들은 성환 씨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고정된 인식을 바꾸어가고, 성환 씨는 맡은 업무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하는 방식과 책임지는 일에 대해 배워간다.
 
 
 
▲ 슈퍼마켓 사장님과 안부를 주고 받는 성환 씨
 
 
▲ 집 앞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성환 씨. 지역주민들도 함께 보인다. 
 
 
 
“난 우리 동네가 제일 편하고 좋아. 내 단골집 많지 여기 ~”
성환 씨 집 인근 놀이터에서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대화를 하다 들어가던 중, 누군가 매우 친근한 어투로 성환 씨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들어가려고?” 그러자 성환 씨는 “응~ 나 이제 인터뷰 마치고 집 가지~”라고 답한다. 성환 씨는 슈퍼마켓 사장님과 자주 대화를 나누는 사이라고 한다. “진짜 열심히 사셔 이 아저씨.”
 
슈퍼 사장님과 대화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7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성환 씨에게 인사를 건넨다. “어,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그래 안녕~”
 
집 앞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사장님과 담소를 나누고 또 동네 꼬마 아이들과 인사를 주고받는 삶. 10년 전의 성환 씨의 삶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지만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  길을 걷다 달을 보라며 가리키는 성환 씨.
 
 
성환 씨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었던 최초 신고자 택배기사, 최초 구출자 지역 경찰, 이후 거처할 곳을 알아본 지역 공무원, 성환 씨가 받아온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민⋅형사소송을 지원해주었던 많은 단체와 변호사들, 그가 자립할 수 있도록 늘 곁에서 함께한 쉼터와 그룹홈 직원들 그리고 동료들, 마지막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과 현재까지도 금전적∙일상적인 부분에서 긴밀하게 도움을 주고 있는 이들까지.
 
성환 씨는 이 모든 이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성환 씨, 10년 전의 성환 씨에게 뭐라고 말해주고 싶으세요?”
“아이 뭐 그냥~ 잘 참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지. 나 같은 사람 또 안 생기게 해달라고 하고 싶어.”
 
 
 
작성자글과 사진. 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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