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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하는 아이와 함께 어우러 사는 사회가 오기를”

사람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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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을 그리는 김마리 씨
 
“늦어서 정말 죄송해요. 혹시 시작하기 전에 잠시 각성제를 먹고 해도 되나요? 사실 각성제를 먹어야 말이 잘 나오거든요.”
 
양극성 정동장애(2형), 불안장애, 성인 ADHD를 갖고 있는 김마리 씨(가명)는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사전에 늦을 것 같다는 연락이 있었음에도 연신 죄송함을 표하며 각성제 없이는 말이 잘 안나올 것 같다며 초조함을 내비쳤다.
 
타인과의 대화 각성제 없이는 불안
어릴 적 딴짓과 부정적인 심리상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동화책 작가로 참여하고 있는 김 씨가 처음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느낀 것은 어렸을 때부터라고 한다. 무뚝뚝하고 붙임성이 없는 성격으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초등학교 때에는 미술시간이 아닌데도 종이접기를 하고 그림을 그리는 등 딴짓을 하곤 했다. 이때마다 친구들은 이상하게 쳐다보고 선생님으로부터 자주 혼을 나기도 했다.
 
중학교 때에는 현재의 감정을 표현해보라는 단체 상담에서 다른 친구들은 ‘행복하다 기쁘다 즐겁다’ 고 표현했으나 그는 ‘답답하다 힘들다 무섭다 불안하다 우울하다’ 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면서 무엇인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SNS에 자살 유서를 올려 친구들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는 언제부터 왜 정신질환에 걸리게 됐는지 알 수없다고 한다. 사회성이 부족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기질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서인지... 모든 사람이 가면을 쓴 채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고 느끼는 본인의 예민함 때문인지... 알 수는 없다.
 
우울하고 불안해 무기력한 생활을 이어온 김 씨는그 생활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지만 부모님은 그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김 씨의 병원 진료 요청도 주저하다 고3때 하루 종일 우는 김 씨의 모습에 비로소 병원 진료를 허락하게 됐다고 한다.
 
만우절 거짓말 같은 정신질환 진단
부모의 위로와 가시 돋친 말로 상처
 
우울과 무기력함. 끊임없는 불안의 원인이 밝혀진 날... 병원 진료를 통해 정신질환이라는 진단명을 받고 그 실체를 알게 되었지만 김 씨는 물론 그의 부모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아주 생생하게 기억나요. 2020년 4월 1일. 막연하게 우울증이라고 생각은 했었는데...(진단명을 알게 됐을 때) 그냥 만우절이라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매주 남양주에서 파주, 그리고 서울까지 병원을 데려다주신 아버지는 “너는 이겨낼 수 있다. 넌 할 수있다”라는 말로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하고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어머니는 “같이 죽자”라며 김씨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기도 했다.
 
“부모님은 제가 이렇게 된 게 어렸을 때 첼리스트가 되고 싶은 제 꿈을 접게 해서 그런 것 같다고 자책을 하시기도 했어요. 사실 언제부터인지 또 왜인지 기억이 안나지만... 첼리스트가 되는 것을 반대하셔서 제가 이렇게 된 것은 아니거든요”
 
최근에 시작한 취미인 베이스 기타를 치는 김마리 씨
 
부모로부터 간절히 듣고 싶은 말
“사랑해, 끝까지 기다려줄게”
 
자책하는 부모의 모습에 김 씨는 단호하게 ‘NO’라고 강조하지만 아직도 부모님으로부터 들은 말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위로해 준 말도 힘이 되지 않고 마음의 상처를 준 말도 때론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히려 김 씨는 부모님으로부터 “네가 어떤 행동을 하든, 병원비가 얼마가 들든 너를 사랑하고 끝까지 기다려줄게”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고.
 
우울, 불안, 무기력에 때론 고군분투할 때도 있지만 김 씨의 삶에 대한 애착과 노력은 멈추지 않는다. 어렸을 때는 첼로를 벗삼아 첼리스트를 꿈꾸기도 하고 우연히 들어간 빵집 사장님의 권유로 베이킹을 시작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다양한 패션 옷 입기, 가곡 혼자 부르기, 베이스 기타 치기 등 나름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한발씩 내딛고 있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담수생태학자가 되어서 녹조류와 녹조의 원인이 되는 플랑크톤을 연구하는 일도 하고 싶어요. 세상에 일어나는 이상기후를 연구해서 지구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보호가도 되고 싶어요. 저와 같은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는 일도 하고 싶어요.”
 
고군분투 속 삶을 위한 새로운 도전
정신장애 이해 동화책 작가로 활동
 
최근에는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힘들었던 김 씨는 본인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여러 친구들을 만나며 인간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고 있다. “요새는 일주일에 여러 번 친구들을 만나서 노래방도 가고 밥도 먹 어요. 친구들을 통해 제가 사랑받는 느낌을 느껴요.”
 
같은 모임에서 만난 친한 지인의 권유로 최근 동화책 작가에도 도전했다. 휴학한 상태에서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지만, 같은 질환을 가진 사람들과 그 주변 사람들을 위해 동화책 ‘딴짓’의 글과 그림을 직접 쓰고 그리려는 욕심이 생겼다.
 
“동화책 ‘딴짓’에 나오는 지우는 어렸을 적 제 모습이 에요. ‘딴짓’ 속 지우는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해서 선생님한테 혼이 나 학교에 나오지 않지만 결국에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포용해 주는 내용이에요.(웃음)”
 
김 씨는 이 동화를 통해 세상의 모든 지우들에게 “‘너는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들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지우도 사회의 일원이며 필요한 자원이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지우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조금의 이해와 인정을 소망하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 김마리 씨가 글과 그림 작가로 참여한 동화책 '딴짓'
 
 
‘하루 조금씩이라도 먹을 것’
4시간 이상은 꼭 잠을 잘 것’
‘한마디라도 사람과 대화할 것’
 
그는 자신과 같이 정신질환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 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하루 3가지를 꼭 지켜나갔으면 한다고.
 
“첫째 하루에 조금이라도 먹을 것, 둘째 4시간은 꼭잘 것, 셋째 하루에 한마디라도 사람이랑 말을 할 것. 이 세 가지가 최소한 자신을 지키는 힘이 되고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의 근육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신병원이나 센터가 맞지 않거나 무기력함에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본인과 마음이 맞는 치료자분들이 반드시 존재하고 그분들이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정신병원뿐만 아니라, 지역 자살예방센터라든지 수많은 상담 센터가 있으니 그분들의 도움을 꼭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정신질환 당사자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자 주위에 사람들에게도 당부를 전한다.
 
“게으르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아서 정신병에 걸린 것이라거나 몸 부지런히 움직이면 병이 나을 것이라는 식의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할 수 없는 것들이거든요. 그런 말 대신 ‘네가 힘들어도 언제든 너를 사랑할 거야’와 같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김 씨는 정신질환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정신질환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나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정신질환이 치료되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게 될 수 없다면 인정하고 같이 살아가야할 존재라고 생각한다. 
 
△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에서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포즈를 취하는 김마리 씨
 
 
작성자글. 김성윤 기자 / 사진제공. 김마리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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