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 김종민 영화감독 > 사람 사는 이야기


당신의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 김종민 영화감독

사람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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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12월, 장애인의 인권증진과 차별금지에 힘쓴 이에게 수여하는 한국장애인인권상 인권실천부문에 김종민 영화감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 감독은 <하고 싶은 말>, <용기>, <중고거래> 등 다수의 단편영화를 제작하며 장애인의 삶, 더 넘어 사회 속 소수자들의 삶을 필름에 담아내고 있다.
 
세 살 때 있던 사고
소수자에 대한 관심은 나 역시 소수자이기 때문
그는 자신이 소수자의 이야기를, 특히 장애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나 역시 소수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 감독은 세 살 때 계단에서 갑작스럽게 쓰러지며 머리를 부딪힌 후 신체 좌측에 편마비가 생겼다. 그래서 지금도 씹기, 키보드 타이핑, 표정 변화 등 다양한 불편을 겪고 있다.
 
청소년 시절에는 남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싶어 주변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항상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고, 아무리 더운 날씨에도 긴팔과 긴바지를 고집했다. 당시엔 발음이 어눌해 말수도 적었으며 놀림 받는 것이 싫어 자신을 놀리는 친구들과 싸움도 잦았다. 방황 아닌 방황을 했던 청소년 시기, 그는 우연하게도 ‘영화’를 만나게 됐다.
 
어느 날 아버지가 사 온 비디오테이프 플레이어
그 후로 홀린 듯이 빠져버린 영화
 
그가 영화를 좋아하게 된 것은 아버지가 비디오테이프 플레이어를 사 오면서였다.
 
“비디오가게에 가서 천 원 주고 영화 <장군의 아들>을 빌려왔어요. 당시 천 원이면 학생인 제게 큰 결심이 필요했죠. 근데 그걸 내리 다섯 번을 봤어요. 진짜 너무 재밌어서요. 비디오는 본 걸 또 볼 수도 있는 점도 좋았고요. 영화를 처음 본 건 아닌데 이때부터 ‘영화란 게 이런 거구나’ 하면서 완전히 빠졌죠”
 
강렬했던 영화의 기억. 그렇게 영화는 김 감독의 삶에서 주연이 되었다. 비디오가게는 단골이 되었으며, 심지어는 하루에 서너 편씩 영화를 보며 일상을 보냈다. 일 년에 본 영화가 800편이 넘던 때도 있다.
 
△ 영화 제작 당시(사진제공. 김종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는 제게 애증의 존재였어요. 너무 좋아하지만 동시에 저를 힘들게 하는 존재라서요. 근데 이제는 영화가 제게 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 같습니다. 이젠 제 일부가 되었죠.“
 
무작정 두드린 영화 산업
장애인이라 안 된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 더 열심히
영화를 좋아할 뿐 처음부터 직업으로서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한때는 부모님이 바랐던 공무원이 되려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데 공무원 준비를 하면 할수록 영화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알 수 있었다. 영화가 너무 좋고, 나도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부모님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영화 제작사에 문을 두드려 보기로 결심했다.
 
‘해보고 잘 안되면 그만두면 되지’하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주변 지인의 소개로 영화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스태프 구인 글에 연락하여 영화 <여선생 vs 여제자>의 제작부 막내로 시작하게 되었다.
 
△ <여선생vs여제자> 제작부 스태프로 근무할 당시 김종민 감독(사진제공. 김종민)
 
“정말 꿈꾸어왔던 일이었죠. (…) 그러나 막상 일을 해보니 실상은 술도 정말 많이 먹어야 했고, 그 속에서는 외설적인 이야기도 많이 오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영화 스태프가 되면 매일 영화 이야기만 하고 영화 속에 파묻혀 사는 삶이 되리라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아 한때는 실망도 했었죠”
 
그럼에도 영화가 좋기에 버텼다. 제작부 막내에서 제3연출까지. 스태프로는 총 7년을 있었다. 
 
이후에 ‘이제 진짜 나의 영화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어 나왔다.
 
김 감독은 당시 다른 스태프들에게 ‘역시 장애인이라 안 돼’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한다.
 
장애인의 삶 다룬 수 편의 독립영화 제작
상업영화에 대한 목표도 있어
김 감독이 제작한 영화는 모두 장애인의 삶을 다루고 있으며, 출연하는 배우도 장애인이다. 그의 작품 <하고 싶은 말>에는 발음이 되지 않는 장애인이 출연했고, <중고거래>에는 평생 연기를 몰랐던 평범한 장애 여성이 배우로 출연한다. 이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 때 그는 더 깊은 고민을 한다. 공개된 작품들은 그 고민의 결과들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연기에 있어서는 서툰 점들이 있으시죠. 그럼에도 제가 그분들과 영화를 만들었던 건 진짜 ‘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그가 겪은 삶의 행적을 카메라로 비춘다고 생각하며 제작합니다. 다큐멘터리 찍듯이 출연하는 배우에게 편한 상황을 만드는 게 가장 좋죠. 대사 전달이 어렵다면 관객에게 다른 전달 방식이 있을까 생각하면서 카메라, 조명 등 여러 방법을 사용하는 거고요”
 
△ 독립영화 <희귀한> 촬영 당시, 촬영물을 배우와 공유하는 김종민 감독(사진제공. 김종민)
 
그렇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때, 김 감독이 상업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도 이에 대한 목표가 있다면서 말이다.
 
“완성된 장편 시나리오가 두 편이 있는데 요약하면 이것들도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이 시나리오를 들고 몇 년째 제작사 문을 두드리는데 장편영화는 흥행이 중요한 지표이다 보니 제작사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운 경향이 있죠. 그럼에도 계속 도전하고 있습니다”
 
운동선수, 상담가, 작가 등 다양한 활동
영화를 위해서, 영화를 지탱하기 위해
김 감독에게는 다양한 직업이 있다. 창던지기 선수, 심리상담가, 작가 등 여러 분야에서 재능을 퍼뜨리고 있다.
 
“전부 영화를 위해서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에 운동을 시작했던 것도 제작부 스태프 일을 하면서 체력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낀 후부터였어요. 그리고 영화는 결국 사람들의 이야기잖아요. 상담가는 사람을 더 잘 알기 위해서 공부하다가 그 연장선으로 하게 됐던 거고요. 작가는 코로나 시기에 영화 제작을위해 여건상 사람이 모일 수 없으니 영화 대신 글로 써 발간하게 되었던 거예요.”
 
김종민 감독의 영화 같은 삶. 그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공감과 울림을 전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언젠가 그의 영화가 스크린 위에 펼쳐져 관객들에게 ‘나누고 싶은 말’이 되기를 조심스레 바라본다.
 
△2024년 한국장애인인권상 인권실천부문을 수상한 김종민 감독
작성자글과 사진. 동기욱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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