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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치아 가치는 자아실현입니다-보치아 국가대표팀

최중증장애의 도전과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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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치아는 장애인 운동경기 중 최중증장애가 참가 가능한 유일한 종목으로, 뇌병변장애와 운동성장애(근육장애)만 참가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공 던지기에서 유래된 이 경기 형태는 고대 로마시대에 전성기를 누렸다고 기록돼 있고, 후에 론볼과 나인볼 등으로 파생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982년 덴마크 국제대회에서 국제경기종목으로 채택된 뒤, 1988년 서울 장애인올림픽대회를 계기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1990년 9월 10개 단체 선수 76명이 참가한 제1회 전국뇌성마비인보치아대회를 시작으로 해, 지금은 전국적으로 100개 이상의 시설 단체 및 특수학교에서 보치아를 실시하고 있으며, 현재 보치아를 하는 활동인구는 1천 명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경기장 크기는 12.5m×6m 규격으로, 경기장 바닥은 평평하고 매끄러워야 하기에 실내체육관에서 주로 거행된다. 275g(±12g)인 무게로 둘레가 270mm(±8mm)인 적색과 청색의 공으로 백색의 표적구를 향해 던져서 표적구와 가까운 정도를 점수로 합산해서 승부를 낸다. 경기종목은 4가지로 나눠지는데, BC1과 BC2는 공을 던지거나 굴려서 시합하고, BC3은 홈통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며 신체 일부분으로 공을 밀어 경기한다. BC4는 운동성장애인 선수들만 참가가 가능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보치아 국가대표팀을 만나면서, 올림픽의 선전을 기원하는 독자 여러분의 응원을 미리 전하고 왔다. 대표팀을 책임진 임광택 감독의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을 중심으로 본문을 정리하고자 한다.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라는 모든 선수들에게 이 지면을 통해 응원의 함성을 다시 크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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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집중력과 사고력이 필요한 보치아

경기도 이천의 깊숙한 지역에 위치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세계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우리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하는 곳이다. 출입문부터 안내데스크까지 통제가 강화됐다는 건 올림픽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와 같다. 종목별로 선수들이 모여 토론을 하거나, 훈련에 매진하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선수용 휠체어에 앉은 선수들은 모두 다 건장하고 탄탄한 몸을 드러낸다. 그 사이로 전동휠체어를 탄, 한눈에도 중증으로 보이는 이들이 체육관 방향으로 하나둘씩 이동한다. 바로 보치아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보치아 자체가 최중증장애 선수들이 하는 종목입니다. 중증장애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남녀의 구분이 없는 혼성으로 경기를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보치아는 다양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볼도 6개만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각각의 상황에 맞는 집중력과 사고력이 상당히 높게 녹아드는 종목입니다. 그냥 보면 단순히 공을 던지고 굴리는 게 전부인 것 같지만, 경기 자체가 너무 많은 경우의 수를 갖기 때문에, 놀이나 게임이 아닌 스포츠로선 최고의 집중력과 사고력 없이는 불가능한 경기인 것이죠.”
보치아 국가대표팀을 책임진 임광택 감독은 훤칠한 키에 다부진 몸을 가졌다. 운동선수 출신이냐고 물으니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했는데, 체육교사의 꿈을 이루기 전에 ‘대퇴골두무혈성괴사’라는 질병으로 인해 고관절을 모두 인공관절로 바꿔야 했다고 한다. 지체장애 4급인 중도장애가 됐고, 일반적인 보행은 가능하지만 달리기나 등산 같은 건 무리가 따르게 됐단다. 체육교사의 꿈을 접으면서 만나게 된 게 장애인체육 분야였고, 2002년 부산 아태장애인경기대회 때 보치아 종목을 담당하게 되면서 그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게 됐다고 한다.
“장애인체육이라 하면 세계 최강인 양궁 대표팀을 먼저 떠올릴 분들이 많으실 텐데, 언론의 사진기자분들이 플래시를 가장 많이 터트리는 종목은 최중증장애를 가진 보치아 대표팀이죠. 한마디로 ‘그림이 잘 나온다’는 건데, 그 플래시처럼 한순간 반짝하는 관심으로 끝나버리는 게 늘 아쉽습니다. 보치아는 대중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이제는 비장애인들에게도 훌륭한 경기 종목이 되고 있어요. 특히 노인스포츠 분야에선 게이트볼을 대체할 종목으로 각광 받고 있고, 실제로 제주도에선 노인 보치아대회가 이미 개최되고 있습니다. 또한 레크리에이션을 가미해서 요양원 등의 재활스포츠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죠. 장애 비장애가 함께 어울리는 방식으론 최고의 종목이기에, 장애 비장애 간의 인식개선과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볼 때는 이 보치아 만한 게임은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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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치아 국가대표팀 취재가 진행되고 있을 때, 때마침 올림픽 유니폼이 선수들에게 처음 공개됐다.

우리는 세계 최강이다!

선명한 영문 국가 명칭 ‘KOREA’를 가슴에 새긴 운동복을 입는다는 건, 대한민국 최고의 자격을 가졌다는 의미와 같다. 고도의 집중력과 사고력을 요한다는 게 이 종목의 강점이라면, 국가대표팀의 감독으로서 느끼는 아쉬움이나 애로사항 같은 부분도 분명 있을 것 같았다.
“국가대표 같은 경우는 이런 좋은 시설에서 훈련하고 있지만, 지역으로 갈수록 지도자가 없습니다. 지도자가 없다는 건 선수층도 그만큼 얇아진다는 걸 의미하죠. 보치아는 최중증의 장애를 가진 당사자들이 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경기력이 단기간에 급격히 올라가지 않습니다. 워낙 중증이다 보니까, 지도하는 사람들도 장기간의 훈련을 집중적으로 해야 하는데, 경기력 향상이 더디고 당장의 성과가 나오지 않다 보니까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도자나 선수 지망생들 모두 마찬가지로 긴 호흡을 갖기가 힘들다는 거죠. 또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체육관까지 오는 이동 자체가 난망한 상황이 많아요.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는 지하철이 있고 장애인콜택시 같은 수단도 이용할 수 있지만,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이동편의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에, 지망생들의 참여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난점이 있습니다.”
보치아가 어떤 종목이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건지를 묻는 이들이 있을 때마다, 임광택 감독은 무조건 직접 해보라고 즉석에서 권한단다. 그만큼 진행방식 자체가 간단하고, 정말 쉽게 재미를 느끼게 되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치아 국가대표 선수들은 최중증장애 당사자들이기에, 훈련을 하면서도 스스로 식판에 밥을 혼자 떠서 담을 수 없는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선수 1인당 1명의 인원이 더 필요하다. 경기보조를 위해서, 감독과 코치로서 선수들과 함께할 동일한 인원수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치아 종목 중에서도 최중증장애로 구성된 BC3 선수는 경기보조인을 둘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상의 모든 걸 케어(도움과 관리)해야 할 입장이기 때문에, 대부분 가족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의 경기보조인도 아내와 어머니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BC1과 BC2 종목 선수들은 직접 공을 던지거나 굴릴 수 있어서 경기보조인이 없지만, 마찬가지로 최중증장애이기 때문에 감독과 코치가 일상적인 생활 동선에선 보조인의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중증장애가 기본조건인 종목이라 하지만, 그래도 정식 올림픽 종목이라면 다른 무엇보다 실력으로 먼저 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국가대표팀의 수준은 어느 정도가 될까?
세계 3강 안에 포함된단다. 얼마 전 세계대회에선준우승에 머물렀는데, 사실 1위와 2위와 3위의 실력은 아주 근소한 차이라고 한다. 세계 3강은 태국과 한국과 영국이라는데, 마침 전부 다 ‘국’자로 끝나는 나라 이름들이라서 나름 단번에 외우기가 쉬웠다. 볼을 던지는 경기 종목에선 태국이 강국이란다. 신체 일부를 이용해서 홈통으로 볼을 굴리며 내려 보내는 BC3 분야는 우리나라가 독보적인 강국이라고 한다.
“그 밑으로는 중국과 브라질 등의 나라들이 있는데, 이번엔 브라질 리우에서 장애인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에 브라질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엄청난 지원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계속 듣고 있습니다. 개최국이니까 집중을 하는 것이겠죠. 어려운 상대가 떠오르고 있는 만큼, 우리 대표팀도 더 긴장하며 열심히 노력해야 할 입장에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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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감 떨치는 최선의 결과를 기대한다!

가장 단순한 대답을 기대하면서, 부담 없는 마음으로 다음 질문을 던졌다. 이번 올림픽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 아니냐고 말이다. 그런데 만남의 시간 중 가장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보치아를 하는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삶 자체를 이해하는 감독이 아니고선 할 수 없는 대답 같아서, 묻고 들어야 했던 입장에선 납덩이를 품에 안은 듯 마음 전체가 단번에 무거워졌다.
“올림픽이라는 게 경기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무조건 메달을 따는 그런 영역이 아니다 보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린다면 엄청난 부담감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뜻하지 않은 변수들이 많이 생깁니다. 비장애 입장의 선수들이라면 그 부담감이라는 게 얼마나 들고 어떻게 해결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우리 보치아 선수들은 보치아 자체를 직업화할 수가 없습니다. 이 보치아 말고는 직업재활이라든지 직업 자체를 가질 수 없는 중증장애이다 보니까, 올림픽의 메달을 통해서 연금과 생계비가 유지된다는 건 생존의 문제입니다. 그 부담감이라는 게 상상을 초월하죠. 그런 부담감이 이 선수들의 삶에선
정말 중요한 절대적인 목표의 갈림길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비장애의 젊은 남성 운동선수가 올림픽 같은 세계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따서 군복무가 면제되고 평생 연금을 받는 그런 차원이 아니라, 보치아 국가대표 선수들의 입장은 생존 그 자체의 문제라는 것이다. 비장애 선수들은 메달을 따지 못해도, ‘건장한 몸’으로 할 일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보치아의 경우는 그게 아니라는 임광택 감독의 의견은 대화의 자리를 일순간 비장감으로 돌변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메달을 따지 못하면 또 똑같은…, 어떤 일정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없이는 또다시 수급권자가 돼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보치아 실업팀은 제가 감독을 맡고 있는 충청남도 보치아팀 하나밖에 없어요. 그나마 실업팀 선수들은 급여라도 받지만, 그 외의 선수들은 수급권자로 다시 돌아가든가 아니면 다시 또 힘겨운 삶의 여정을 제각기 알아서 시작해야 합니다. 비장애 대표선수들이 올림픽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과 우리 선수들을 비교한다는 거…, 그건 비교 자체를 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영역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마음이 아팠다. ‘국가대표’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이면에는 이런 적나라한 현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걸 미처 확인하지 못하며 지내왔다는 게 반성의 수준을 넘으며 가슴을 짓눌렀기 때문이다. 대화가 10초 정도 침묵으로 정지됐다. 그 침묵을 깬 건 대표선수들이었다.
‘하하하’ ‘호호호’ ‘깔깔깔’, 저마다 함박웃음으로 훈련에 임하는 모습들이 너무나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된다!’는 확신을 그들이 스스로 전달하고 있다는 게 확신 그 자체로 느껴졌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왔던 게 바로 우리 보치아 대표선수들 아닌가.
“국내 유일의 보치아팀이니까, 저희 충청남도 보치아팀을 마지막으로 소개시켜 드려야 할 것 같네요. 2013년 8월 7일에 창단했습니다. 선수 5명, 감독 1명, 주무 1명, 그렇게 총 7명으로 구성돼 있고, 단장은 안희정 도지사님이십니다. 도지사님께서 장애인체육에 큰 관심을 가지고 계셔서, 전국에서 최초로 창단의 결실을 맺게 됐죠. 다른 일반 실업팀 운영과는 모든 게 다릅니다. 일단 특장차량이 있어야 하기에, 리프트 설비를 갖춘 25인승 버스가 지원됐고요. 편의시설이 다 갖춰진 숙소도 제공이 됐습니다. 보치아팀을 만들겠다고 계획을 밝혔던 몇몇 지자체들이 있었는데, 워낙 중증장애이다 보니까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중도에 포기한 사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게 참 많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생활체육으로 바라본다면, 충분히 활성화가 가능한 게 보치아입니다. 더 많은 보치아 실업팀들이 생겨서, 안정적으로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되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보치아는 최중증장애만의 스포츠가 아니라, 이젠 국민 모두의 생활체육이 됐기 때문입니다.”

 

작성자김은정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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