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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내일의 주인공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간의 주인입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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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인권, 스쿨어택, 학생인권조례, 서울학생인권조례, 학생인권, 두발자유, 체벌금지 등, 인터넷 검색어에 이런 용어들을 대입하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하나의 이름이 있다.
‘아수나로’라는 네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지는 것이다. ‘청소년 참정권’이라는 말은 가끔씩 들리지만, ‘청소년 인권’이라는 말은 터부시되는 대한민국의 굳은 타성을 하나씩 깨고 뒤집어가는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단체인 아수나로. 청소년인권행동의 현주소가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를 함께 들여다본다

우리에겐 우리의 세상이 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Asunaro)는 2004년에 설립된 ‘청소년인권연구포럼 아수나로’를 모태로 한다. 2006년 2월 18일에 현재의 명칭으로 출범한 뒤, 가장 활발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 청소년인권단체이기도 하다.
‘아수나로’라는 이름은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류의 소설 <액소더스>에 나오는 청소년단체의 이름에서 가져왔다. ‘측백나뭇과의 상록 교목’이라는 사전적 의미와 함께, ‘불멸’과 ‘불사’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일체의 권위를 거부하고 진정한 평등과 민주성을 지향하기 때문에 모임대표, 팀장 등의 직위 자체가 아예 없고 본부도 두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큰 사안에 대해서는 일이 생길
때마다 별도의 팀을 꾸리고, ‘담당’이라는 일시적 책임자를 정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 지역모임이 활성화돼 있으며, 소식지 개념의 청소년신문인 ‘요즘것들’을 발간하고 있기도 하다.
“붙박이 개념의 활동가는 없어요. 사실 활동비도 드릴 수 없는 환경이라서, ‘공간지기’라는 역할을 돌아가며 맡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화요일과 목요일에 잠깐씩 나와서 업무를 보고,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죠. 회의가 있을 때는 많은 활동가들이 모이는데, 다들 학교를 다니거나 알바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낮 시간은 안 되고 저녁에 주로 모임을 갖습니다.”
아수나로의 두 활동가를 만났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고 하니, 자신의 이름을 ‘치이즈’와 ‘난다’라고 밝혔다. 아수나로는 본명을 부르지 않고, ‘활동명’이라 칭하는 애칭으로 활동한다고 한다. 애칭을 사용하는 이유부터 물었다.
치이즈 ---------- “워낙 그 틀이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답할 말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곤 해요. 일단 딱딱하지 않은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돼요. 일반적인 호칭을 안 쓰거든요. 형, 오빠, 누나, 언니, 이런 표현을 쓰지 않고 직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그냥 이름으로 부르는 게 어색한 상황이 됐어요. 사실 한국 사회에서 열 살 많은 사람한테 이름을 부른다는 건 많이 부담스럽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활동명을 쓰면 ‘난다님’, ‘치이즈야!’ 하며 가볍게 부를 수 있고, 그게 훨씬 서로의 관계를 가깝게 만드는 것 같아요.”
난다 ---------- “익명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이 크죠. 그냥 본명을 써도 상관은 없는데, 활동명이
훨씬 편하게 서로를 인식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학교나 집에선 십대 학생들이 이런 활동을 하는 걸 드러내놓고 반대하잖아요. 감시와 같은 검색을 통해 본명이 밝혀지면, 학교로 호출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어요. 처음엔 본명을 가리는 방편으로 시작을 했고, 그 틀이 하나의 문화로 굳어지게 된 거죠.”
 

우리의 활동은 모든 게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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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수나로의 치이즈 활동가

치이즈 ---------- “사실 학교에서는 여전히 실제 학칙으로도 규정돼 있어요. 예를 들면 ‘학교 외부 활동을 할 때는 학교장의 허락을 받아야만 가능하다’는 식의 학칙을 가진 학교가 거의 대부분이거든요.”
치이즈 ---------- “선동하지 말라는 규정도 있어요. 아수나로의 소식지인 ‘요즘것들’에 인터뷰를 했던 지역의 어느 활동가가 있었는데, 어떻게 추적이 됐는지 곧장 교장실로 불려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외부요인에 의해 저희들의 활동이 제한되고 경직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서로의 신원정보는 철저하게 보호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수나로의 주요 활동 연혁을 살펴보면, 2000년대 들어서서 얼마나 많은 변화와 몸부림이 진행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두발자유 요구 거리시위(2006), 고교별 명문대 합격자 현수막 철거운동(2007), ‘4.14 미친학교를 혁명하라’ 집회 주최(2007), 촛불집회 참석(2008), 일제고사 반대운동(2009), 학생인권실태조사 실시(2009), 청소년 연애 탄압 실태조사 ‘사랑은 19금이 아니야!’(2010), 실종신고-제대로 된 교육과 학생인권을 찾습니다(2011), 학교폭력희생자 추모 및 학생인권조례 시행촉구 집회(2012), ‘청소년의 표를 내놔라!’ 대선일 투표소 앞 1인 시위(2012), 해병대 캠프 참사 비판 공동 기자회견(2013), 스마트폰 통제 어플리케이션 ‘아이스마트키퍼’ 반대활동(2014) 등, 우리가 지내오면서 언론을 통해 접했던 내용들이 고스란히 나열된다. 이 모든 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활동이었던 것이다.
난다 ---------- “소규모로 활동하는 단체들이 제법 있어요. 그런데 대외적으로 노출은 거의 안 되는 편이죠. 왜냐, 노출과 동시에 단체 색출과 같은 탄압 비슷한 게 들어올 테니까요. 아수나로를 아시는 분들이 어느 정도 계시지만, 사실 일반인들한테는 비청소년 중심으로 운영되는 큰 규모의 청소년 단체들이 훨씬 더 익숙한 이름들이 될 거예요. 나라에서 운영하는 관변단체 같은 청소년 단체들이 여럿 있거든요.”
지난 시절 동안 아수나로가 남긴 발자취는 뚜렷하게 남겨진 게 많다. 현실화가 된 것이 있고 현재진행형인 게 훨씬 많지만,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미진한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2016년 현재의 최대 이슈는 무엇일까?
‘학습시간 줄이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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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수나로의 난다 활동가

난다 ---------- “지금 일단 소강상태이긴 한데, 여전히 가장 큰 이슈로 내세우고 있어요. 국회와 정부에서 받아들일 건지 집중하며 눈여겨보고 있는 상황이죠. 지난 5월 5일 퍼레이드 때도 제출을 했지만 아직 진행이 되진 않고 있는데, 20대 국회가 시작됐으니까 거기에 맞춰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할 거예요. 그동안 모았던 서명용지를 전달하면서, 정책과 관련법을 바꾸자고 요구하는 활동을 계속 할 겁니다.”
치이즈 ---------- “지역마다 자기 지역에 맞는 활동을 우선 전개하는데, 서울 같은 경우는 청소년 흡연문제를 다루기 시작했어요. 학교와 사회는 학생들의 흡연에 대해 무조건 금지뿐이고, ‘3회 이상 걸리면 퇴학’처럼 강제성만 들이대고 있거든요. 그게 과연 정당한가, 이 문제부터 시작해서 실제 현실이기도 한 학생들의 흡연문제를 어떻게 풀고 답을 내야 하는지를 공론화할 겁니다.”
 

우리는 바로 ‘오늘의 삶’을 산다
아수나로 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점은 무엇일까. 치이즈 활동가는 최근 어린이날의 언론을 손꼽았다. 작년까지는 아수나로가 제기한 문제들을 몇몇 언론이 베껴 쓰는 수준으로, ‘청소년’이라는 대상이 아주 살짝 언급된 게 전부였단다. 그런데 올해 어린이날은 어린이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현실을 다룬 기획기사가 제법 많이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낮은 현실에 대해, 학생인권의 수준이 낮은 원인에 대해 분석하는 기사들이 등장하는 걸 보면서, 치이즈 활동가는 자신의 활동 결과가 아니면서도 마음 가득 뿌듯함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난다 활동가는 학생인권조례가 경기도교육청을 통해 처음 발표됐을 때를 잊지 못한단다.
단순하게 ‘좋다’는 표현으로 요약할 수 없는 수많은 우애곡절을 겪어 마음은 여전히 심란하지만, 실현될 줄 몰랐던 학생인권조례가 공식화됐을 때는 울컥하는 심정으로 자신들의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쉬웠던 점도 있었을 거라 물으니까, 두 활동가는 서로를 잠시 마주보다가 동시에 똑같은 한마디를 내뱉었다. “너무 많지 않아요?”
난다 ---------- “저는 아쉬웠던 부분도학생인권조례 제정 당시를 떠올리게 돼요. 개인적으로도 정말 절박했어요. 이게 안 되면 어떡하나.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엄청나게 반대여론이 컸잖아요. 학교가 붕괴되고 윤리와 도덕이 상실된다는 식의 억지논리가 보수언론에 도배됐었잖아요.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그런 주장을 펼치시는 분들한테, 저는 한 가지만 꼭 물어보고 싶어요. 학생인권조례를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읽어보셨냐고 말이에요. 실제 읽어보면 사실 별거 아니거든요. 그냥 학생들한테 이런 자유가 있고,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몇 가지 사항들이 적혀 있을 뿐이에요.
그런 기초적인 이야기마저도 안 먹히는 사회라는 거, 그런 기본조차도 짓밟혀야 한다는 게 이 땅의
현실이라는 거죠.”
치이즈 ---------- “요즘 많이 느끼는 건,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연결 짓지 못한다고 할까? 뭐든지 ‘나만 아니면 된다’는 사고방식에 매몰되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든다면 성인들이 자기가 군인이었을 때는 군인들의 처우가 어땠고, 군대의 인권상황이 어떻다는 걸 심각하게 고민했을 거 아니에요. 대학생들 또한 자신이 중고교생이었을 때 얼마나 답답한 현실이었고,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회의하며 견뎠을 거예요. 그런데 전역을 했다거나 졸업을 해서 ‘거기서’ 벗어나면 ‘이제 난 괜찮아.’ 하는 망각으로 빠져든다는 거예요. 왜 그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문제는 풀리지 않는 연속성을 가지며 해결되지 않는 걸까 하는 문제를 깊게 바라보고 있어요.”
두 활동가는 고등학교를 이미 졸업했다. 한 명은 대학생이고, 한 명은 사회생활을 하고 있단다. 막상 대학생이 되고 사회인이 됐을 때의 당혹감을 지금도 잊지 못한단다. 머리염색을 하면, 음주를 하면, 흡연을 하면, 민소매 상의를 입으면, 화려한 액세서리를 사용하면 모든 게 징계였고 정학 아니면 퇴학이던 게 불과 보름 전이었다는 거, 그런데 그 모든 게 일시에 다 허용되고 자유로워진다는 세상으로의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보름 전엔 모든 게 금지였는데, 보름 후엔 모든 게 개인의 자유라는 거! 언제까지 청소년의 인권이 이렇게 유보되고 제한된 현실 속에 숨을 죽여야 하는지 더 큰 고민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보름 전과 보름 후’라는 표현이 하나의 화두가 될 것 같다. 항상 기성세대들이 떠들어대는 건,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라는 푸르른 청사진같은 구호였다. 하지만 그 한마디를 뒤집으면 이렇게 된다. ‘그러니까 지금은 안 돼!’라는 것이다. ‘백세인생’이라 하는데, 언제는 되고 언제는 안 되는 규제가 ‘기성의 잣대’로 결정돼선 안 될 일이다. 13살의 인생은 13살만큼의 주인공이다. 17살의 나날은 17살만큼의 책임과 능력이 있다. 그들은 유보된 내일의 주인공이 아니다. 그들의 인생은 바로 오늘 현재의 하루하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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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채지민 객원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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