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아있다! > 화보


나는 살아있다!

[사진 한 장 그리고 독백]

본문

   
 
햇수로는 3년 전 겨울, 아마도 성탄절 며칠 전이었다고 기억되네요.
공무원과 철거업자(?) 비슷한 인물들이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거대한 차량장비를 몰고 갑자기 들어오더니,
울창해서 늘 보기 좋았던 단지 내 모든 나무들을 절반씩 반 토막 내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가지들을 다 잘라내더니, 몇몇 나무들은 아예 뿌리 쪽 밑동까지 절단해버렸습니다.
나무들이 너무 크면 폭풍우에 넘어져 엄청난 민폐와 민원이 발생하니, 그걸 미리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나요?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게 이어졌지만, 그들의 전기 톱날은 멈출 줄 몰랐고…,
결국 울창했던 마을의 풍경은 아주 민망한 나무줄기들만으로 처량한 맨몸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그 후로 2년, 동네에선 나뭇잎이라는 걸 볼 수가 없었죠.
알몸 같은 반 토막 줄기들만 즐비했으니,
주민들은 가을의 낙엽이라는 풍경을 아예 겪어보지도 못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정말 속상하고 화가 치밀었습니다. 저만의 심정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만 2년이 흘러가던 지난 연말 무렵,
갑자기 눈에 확 띄는 장면이 아파트 단지와 동네 전체에서 일제히 똑같은 모습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그래서 속상한 마음으로 체념하고 있었던 그 모든 나무들에서
헤아리지도 못할 만치의 잔가지들이 일제히 솟아나듯 뻗어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생존을 위한 모든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뿜어낼 수 있는 모든 가지들을,
어떻게든 본래의 모습으로 다시 살아나고 싶다는 절규 비슷한 몸부림이 아주 처절하게 느껴졌습니다.
‘아!’ 하는 감탄사가 제 입속에 가득 맴도는 동안,
저는 그 나무들한테서 이런 외침을 생생하게 들었습니다. - “나는 살아있다!”
네, 이젠 확실하게 믿게 됐습니다. 자르고 짓밟고 밀어버리며 싹을 없애려 해도,
되살아나는 건 본래의 질서와 본질적 생명이라는 겁니다.
생명의 외침으로 가득 채워진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저는 아주 경쾌하고 흥겨운 마음으로 그 모든 외침들을 들었습니다.
“나는 살아있다!” “우리는 살아있다!”는 그 모든 반 토막 나무들의 외침을 말입니다.
덧붙임) 전국 각지에서 불합리와 거짓에 맞서며 분노의 투쟁을 계속하고 계시는 모든 분들,
지지하고 존경하며 진심의 응원을 보내드립니다.
“나는 살아있다!”가 아니라, 이젠 “우리는 살아있다!”로 다시 뭉칠 봄이 됐습니다.
마침 새싹이 피어나기 시작하더군요. 네, 우리는 그렇게 다시 살아나는 겁니다.
 
작성자채지민 객원기자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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