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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수 없어 더 머나먼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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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도 다 챙겼고 승차권도 구입했습니다.
이제 차만 타면 고향의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마중 나온 가족 또는 지인과 함께 움직이면 되니까,
집이나 목적지까지 가는 일은 걱정할 게 없죠.

그런데 탈 수 있는 버스가 없습니다.
현지에 가면 모든 게 해결되는데,
거기까지 갈 방법이 없는 겁니다.

‘대책을 마련하겠다.’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습니다.
5년 전에도 같은 말, 10년 전에도 똑같은 대답이었습니다.
고향까지 가는 고속버스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중증장애라는 이유로 탑승을 못한답니다.

‘KTX를 타고 가면 되잖아.’
누군가 참 속편한 말을 합니다.
KTX가 전국 모든 도시와 방방곡곡으로 다 갑니까?
중간에 내려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타면 되지 않느냐고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고속버스도 못 타는데,
전국 각 지역의 버스는 중증장애인 탑승이 가능하답니까?

대책을 마련할 생각 자체가 없죠.
그렇게 시간은 세월로 흘러가고,
고향은 꿈에서나 만날 지구 저편으로 멀어집니다.
LA국제공항과 프랑크푸르트국제공항은 갈 수 있는데,
같은 대한민국 안에 있는 고향은 갈 방법이 없습니다.

미국보다, 유럽보다 먼 우리들의 고향….

2017년 추석에도 우리는
비장애인들 중심으로 탑승 가능한 고속버스를,
그리고 그 버스의 출발을 묵묵히 바라만 봐야 합니다.

‘대책을 곧 마련하겠다’?
차라리 대답을 하지 마십시오.
긴 명절이 더 슬퍼집니다.

 

덧붙임 : 사진은 지난 2014년 4월 20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진행했던 탑승투쟁 당시의 현장 촬영 이미지입니다. 막아서던 경찰들이 중증장애인들에게 최루액을 난사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던 바로 그날이었죠. 아마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도 대답은 ‘대책을 곧 마련하겠다’였습니다.

작성자글과 사진. 채지민 객원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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