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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승마체험 레져버디 참가기

"함께 더불어"의 진정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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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도움을 주고받는 기존의 자원봉사 개념을 넘어서서 같은 취미를 가진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여행이나 연극/콘서트 관람/스포츠 활동 등의 문화생활을 함께 즐기면서 궁극적으로는 마음을 나누는 진정한 친구로 맺어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레저버디 프로그램을 보면서 점차 성인기로 다가가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지금 성인기를 앞둔 장애우, 특히 취업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는 정신지체장애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당장에 급한 것이 과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떻게 살아가게 해야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겠만, 이러한 고민 속에는 우리 자녀들이 그나마 조금 더 인간적인 생활을 영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레저버디 프로그램은 특히 성인기 장애우들의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하는 한가지 대안이 됨과 동시에 자연스런 장애우들과의 접촉을 통해서 장애우에 대한 사회인식 개선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승마체험-레저버디

복지선진국이라는 일본에서 장애우들의 여가 활용을 위한 정책으로 개호 ( Care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는 장애우를 단순히 도와줘야 하는 상대로만 인식하여 도와주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제도를 장애우 입장에서 당당하게 개호보조인을 선택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는 제도로 생각을 할 수도 있겠으나 이세상 모든 일이 권리와 의무의 관계로만 규정지어지는 것이 아니고 서로가 서로를 돕고, 함께 즐기고,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되어 더불어 살아간다면 오히려 이러한 세상이 더욱 살 맛 나는 세상이 아니겠는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차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9월 레저버디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아들 광수와 함께 참여하게되었다. 레저버디 원래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광수 혼자 보내야 했겠지만 처음 참여하는 부모의 어쩔 수 없는 마음에 시간을 내어 나도 함께 참여했으며 9월의 레저버디 내용은 승마체험이었다
광수 중학교 졸업식 때 다른 건 못 타도 3년 개근상장 하나는 탈 정도로 학교수업을 절대적이다 못해 신성시 해왔던 생각을 이번에는 잠시 접고 선생님과 상의를 해서 1교시 수업만 하고 프로그램이 진행된 안성의 은석종마장으로 갔다.
다른 팀들은 대개 서울에서 왔기 때문에 아침 9시 반에 연구소에 모여서 10시 출발, 11시 30분 안성도착이란 스케줄로 움직였지만, 광수네는 집이 수원이라서 연구소측에 양해를 구하고 안성에서 합류를 했다.

파란 잔디를 깔고 있는 그림 같은 식당에서 맛있는 식사를 기다리는 중에 지금 초등학교과정의 자녀를 둔 부모님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인사가 끝나자마자 그 부모님들로부터 광수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의 생활,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 후 생활에 대해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고 이에 대해 그 동안의 경험담을 말씀드리면서 우리 부모님들의 걱정거리가 한결 같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이러 부분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결책이 있어야하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종마장에 도착해서 30 여명의 참가자들이 2개조로 나누어 승마체험을 했다. 2년 전 제주도에 갔을 때 그곳 종마장에서 말을 타고 몇 바퀴 돈 경험이 있어서인지 전혀 어색함이 없이, 오히려 말을 타는 중간 중간에 기분이 좋아서 소리 지르고 박수를 치는 바람에 말이 놀라지나 않을까 걱정을 해야할 정도로 말을 타며 좋아하는 광수 모습이 보기 좋았고, 말을 내리기 전에 사진을 찍자고 하니까 두 손을 번쩍 들고 온몸으로 V자를 만드는 포즈는 더욱 좋았다
"광수가 조르면 하나님도 안 들어주곤 못 배긴다"는 예전부터 들어왔던 주위 분들의 이야기는 여기서도 효력을 발휘하여 남들은 한번씩밖에 잡을 수 없었던 승마기회를 나중에 스탭들 옆구리를 쿡쿡 찔러서 한번 더 가질 수도 있었고...
광수를 챙기느라고 마지막에 말을 탄 나도 내릴 때 카메라를 들이대자 광수랑 똑같이 온몸으로 V! 찰칵! 폴라로이드사진기로 찍어서 현장에 붙여 논 사진들 속에서 광수랑 내가 찍은 똑같은 포즈의 사진. 어느 누군가 이름을 붙여 놓았다. 이름하여 "만세 브라더스"
승마가 끝날 무렵 평소에 종마장을 이용하는 수원의 다혜네 식구가 와서 다혜가 말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혜는 수원에서 장애아동수영프로그램에 올 9월부터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수영은 아직 서툴다지만 말 탄 지는 거의 1년이 된지라 말을 타고 달리는다혜의 모습은 가히 역사 드라마 속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였다. 
요즘 재활승마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말을 이용한 치료프로그램의 효과가 입증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관계자를 통해 들었고 특히 시각장애인이나 뇌성마비장애인들에게는 눈에 보일 정도의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관계자의 말보다는 저에게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다혜 부모님으로부터 실질적인 체험담을 들은 것이 훨씬 실감나게 다가왔다.

승마가 끝나고 같이 참여하신 분들이 인근 고구마 밭에서 캐온 고구마를 구어 먹고, 쪄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동안 자폐아를 키우면서 장애의 한쪽 면만을 보던 시야를 좀더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다양한 종류의 장애를 가진 분들의 어려움도 볼 수 있었지만 그보다는 매사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장애우들의 의지를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레저버디에 같이 참여하셨던 비장애우들과 장애우들과의 관계를 바로 옆에서 눈으로 지켜보면서 우리가 늘 이야기하는 "함께 더불어"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다.
또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진행해주신 많은 분들의 이러한 수고가 한 알의 씨앗이 되어 우리자녀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와서 살아갈 때에도 보다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돌아오게 되었다. 이날 행사를 준비해주시고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글 노석원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을 두고 있는 노석원 님은 현재 수원시장애인부모회 회장으로 활동중입니다

 

작성자노석원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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