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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대안생리대 만들기 워크샵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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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대안생리대만들기워크샵

      ‘닿자마자 쏙! 늘 깨끗해요’,  ‘초강력 흡수제! 냄새 걱정까지 날려줘요’, ‘한꺼번에 떼어지는 접착테이프! 뒷처리까지 간편하답니다.’
여기에다가 ‘그녀가 부드러워졌어요. 비밀이 뭐죠?’, ‘그녀가 마술에 걸렸대요.’라는 환상까지 보태지면? 당신은 아마 한번쯤 뒤돌아보게 될 것이다.
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인 ‘생리’. 사용해도 걱정, 그렇다고 쓰지 않을 수도 없을 것 같은 일회용 ‘생리대’.
‘그동안 내가 쓴 생리대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아마 이런 고민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여성은 없을 것이다. 정말 다른 대안은 없을까.
기자는 이런 궁금증을 품고‘대안 생리대 만들기 워크숍’에 참가해보기로 했다.


〈썩지도 않을텐데...〉
기자의 첫 생리에 대한 기억.
유난히 몸이 가라앉는 느낌으로 힘이 들던 어느 저녁. 몸살이거니 해서 따스한 아랫목만 자꾸 파고들었다. 처음 느껴보는 축축함에 이불을 젖혀보니 피가 묻어 있었다. 어머님은 “너도 이제 시작이구나”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씀을 하시며 ‘후리덤’을 내어주셨다.
이후 기자는 ‘점점 좋아지는 흡수력’을 자랑하는 일회용 생리대로 약 20여년 생리를 해오고 있다. 하지만 기자를 괴롭히던 고민 하나, ‘썩지도 않을텐데...’
그렇다고 말로만 듣던, 어머니가 할머니가 쓰셨다는, 그 옥양목 기저귀를 하고 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워크숍에 참가하면서 기자는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연령층도 다양한 여성 20명 남짓, 그 중에는 남성도 있었다. 이들은 수건, 각종 면 티셔츠, 가위, 실 등을 준비해왔다.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싶지 않아요.”, “자궁근종을 앓는 친구에게 산부인과에서 일회용 생리대를 바꿔 쓰라는 이야기를 듣고 다른 방법을 찾고 싶어 왔어요.”, “환경문제에 관심 많은 아내에게 만들어 주고 싶어요.”, “생리대에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들어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참여하게 된 이유는 각자가 달랐지만, 이들 또한 기자와 같은 맥락의 고민을 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만드는 법을 안내하는 여성주의 모임 피자매 연대((Blood Sisters) 매닉(가명)의 자세한 설명에 귀를 쫑끗 세웠다.

〈다이옥신과 살충제를 흡수중인 여성들〉
일회용 생리대의 해악을 알리고자 워크숍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매닉.
그녀는 “요즘 월경 페스티발에 가보면 일회용 생리대나 탐폰(질내 삽입형 일회용 생리대)을 무료로 나눠주죠. 탐폰이 여성에게 자유를 줄 수 있는 것처럼. 진정한 의미의 월경 페스티발이라면...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일회용 생리대는 타지 않아서 묻고 있는데, 한 개가 썩는데 100년 정도는 걸린데요. 보통 여성이 평생 쓰는 일회용 생리대가 12,000여개 라는데, 생리혈에 녹아있는 다이옥신이 우리의 자연으로 흘러들면 어떻게 되겠어요?”라며 “내가 쓴 생리대가 썩지 않고 산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블러드 시스터즈(Blood Sisters)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는 낸시는 대안 생리대의 의미를 세가지로 제시했다. 여성의 건강, 환경문제, 그리고 정치적 의미가 그것이다.
낸시는 “일회용 생리대는 남성에 의해 움직이는 대기업에 의해 조장되는 여성 지배이데올로기”라며 여성의 몸을 상업화하여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생리는 더럽고 감추어야 할 것, 수치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사회풍토를 조장하여 여성들로 하여금 생리혈에 대한 혐오감을 갖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지 탐폰에 ‘다이옥신’이 들어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제품을 표백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다이옥신은 암과 자궁내막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탐폰의 재료인 면화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살충제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매닉은 “탐폰에는 일종의 펄프 성분이라고 할 수 있는 ‘레이온’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레이온은 과학적으로 독성 쇼크 증후군(TSS=Toxic Shock Syndrome: 갑자기 혼절해서 죽기도 하는 증후군)의 주범이죠.”라고 말했다.
질이 여성의 몸에서 가장 흡수력이 강한 점막으로 되어 있다는 것과 연결시켜본다면 생리중인 대부분의 여성들은 다이옥신과 살충제 성분을 흡수하는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생리대에 관한 고정관념 깨기〉
많은 여성들이 면 생리대 하면 ‘기저귀’를 떠올린다.
그러나 워크숍에서 만들어낸 대안생리대는 크고 두툼한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보통 일회용 생리대 정도의 크기, 생리양에 따라 넣었다 뺄 수 있는 패드, 게다가 날개를 만들어 똑딱 단추까지 달면...하얀색 생리대가 주는 부담스러움, 그 고정관념까지 깨진다. 세탁하기 쉽게 짙은 색이면 금상첨화겠네 하고.
참가자들은 어머니 대(代)까지 쓰던 면 생리대가 십여년 사이에 갑자기 기업의 일회용 생리대로 대체된 것을 의아해하면서, 그것이 좋은 방향으로 계승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그리고 이미 대안 생리대를 사용하고 있다는 참가자는 “흡수되는 느낌이 참 좋아요. 가렵지도 않구요. 내 손으로 생리대를 만들어 쓰는 것도 재밌어요.”라고 말했다.
워크숍에 참가했던 이들은 자신이 만든 생리대를 보면서 “손으로 만든 생리대가 이렇게 예쁘고 간편할지 몰랐다.”,“청소년들이 가사시간에 이것보다 더 어려운 한복 만드는 방법도 배우는데, 이런 것부터 가르쳐야 하지 않느냐.”, “속옷 빨아 사용하는 것처럼, 어릴 때부터 생리대를 세탁해서 쓰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기자는 이 워크숍을 통해서 생리대가 단지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간의 몸이 차별 받지 않으며 도구로 사용되지 않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할 수 있었다.
아내가 두 아이를 낳는 동안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며, 아내를 위해 평생 면 생리대를 빨아줄 것이라는 한 남성의 이야기가 비단 기자에게만 감동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실천.
여러분들도 이들의 인포샵(Infoshop : 급진적인 생각과 비폭력 직접 행동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공간)에 동참해 보심이 어떠실지.

※ 관련 싸이트 소개
   www.gladrages.com(미국 글래드그래그스 : 대안 생리대 관련용품 정보 및 주문 사이트)
   www.anarclan.net/blood.htm(블러드시스터즈 홈페이지)
   www.moonfree.womenlink.or.kr(여성민우회 영문싸이트)


글 사진 최희정 기자/ 사진제공 http://www. anarclan.net/blood.htm

 

작성자최희정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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