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장승 마을의 추석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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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두 이젠 늙었나 보우. 생전 안 그러더니 자식들을 다 기다리는 걸 보니…”
“고것들 참 실하기도 하다. 늙은이 농사 치곤 만족이지?”
“아이구, 시원하다. 여기 사는 사람 아니면 이 맛 모르지.”
도시로 나가 함께 살자는 자식들에게 할아버지는 늘 같은 말씀을 하셨다.
하늘 한 쪽에서 일기 시작한 구름이 퍼져가는 게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영감님! 어서 일어나세요!”빗소리에 섞여 대문을 흔드는 소리에 잠을 깼다. 빗소리뿐인 어둠 속에서 이장이 소리치고 있었다.
결국 계곡의 물길이 마을로 넘어 닥쳐 휩쓸고 내려갔다.
“그래도 사람이 상하지 않아 다행이야. 다른 곳에선 사람이 여럿 상했대요.”
노인을 배웅하던 사람들이 모두 달려들어 흙 속에 묻힌 장승을 꺼내 다시 세웠다.
“쯧쯧… 추석에 송편이면 됐지 뭘 얼마나 차리겠다구. 청승 그만 떠시고 자, 떡이나 만듭시다.”
글 정진숙(동화작가)
작성자정진숙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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