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동화] 새
본문
"다 속이 허해서 그런 거여. 통 먹질 않으니 왜 안그렇겄어."
할머니는 도요의 속도 모르고 자꾸 엉뚱한 말만 합니다. 도요는 그런 할머니 눈길을 피해 고개를 돌립니다.
"안되것다. 얼른 입맛을 돌려야지. 내 후딱 장에 갔다 올 테니 잠깐만 있거라."
""
심심합니다. 집에는 도요하고 장대 위의 새밖에 없습니다. 공연한 짓인 줄 알면서도 도요는 새에게 말을 건네 봅니다.
""""할머니 말이 맞아. 몸이 허해져서 헛소릴 들었나 봐… 근데 할머니는 왜 여태 안 오는 거야."
도요는 새를 보지 않으려고 일부러 딴청을 하며 할머니를 기다립니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릅니다. 할머니를 돌아오고 그제야 기가 산 도요가 목소리를 높입니다.
"왜 이제 와? 저거 좀 치워 버려. 보기도 싫단 말이야."
""
"너 매사냥이라고 들어봤지? 네 증조 할아버지가 바로 뛰어난 매사냥꾼이셨어."
이제 도요는 할머니가 없어도 심심하지 않습니다. 그럴 땐 새하고 얘기를 하거든요. 할머니가 너무 슬퍼하셔서 할 수 없던 엄마 아빠 얘기도 새하고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요.
도요는 지난밤 일이 걸려 마음이 무겁습니다. 할머니가 전화가 통화를 하는 소리에 잠이 깼는데 할머니 말만 듣고도 미국에 사는 고모 전화란 걸 금방 알 수 있었어요.
"못 간다. 나 힘든 거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그러구 싶다만 도요를 어떡하구. … 그건 안될 말여. …"
고모는 할머니를 미국으로 모셔 가려고 하는 것이지만 할머니는 도요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시는 것입니다. 두 분의 통화는 또 옥신각신 하다가 결론 없이 끝이 났습니다.
""""할머니 또 밭에 갔었어? 그러니까 자꾸 다리가 아프지. 이리와 봐. 내가 호-해줄께."
""
""
""
"
할머니는 도요의 볼에 입을 맞추며 엉덩이를 두드립니다. 도요는 더 말을 못하고 입을 다물고 맙니다.
"엄마 아빠가. 멈춰 서서. 날 돌아보고 있어. 내가 부르는. 소리를… 이제 들었나 봐."
""
"…"
""
쏟아져 내리는 햇빛이 너무 강해서 햇빛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저 햇빛 속에 있으면 뭐든지 빛이 되어 날아갈 것 같습니다. 그 햇빛 속에서 새소리가 들려 옵니다.
도요는 잠시 할머니를 생각해 봅니다. 이제 고모에게 가셔서 편히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할머니의 소원은 도요가 훨훨 자유롭게 되는 것이라고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
""
텃밭에서 김을 매던 할머니는 눈부신 빛으로 싸여 날아가는 하늘을 가로질러 새를 보았습니다. 그순간 한 가지 생각이 머리 속에 스칩니다. 할머니는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
글 정진숙(동화작가)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