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민의 테마에세이] 눈물에 펜을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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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시계 덮개 열고
손가락으로
분침 바늘을 거꾸로 돌려 봅니다
시간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기에
잃어버리고 지내야 했던 그 시간
그 자리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거꾸로 걸어다니고
달리던 방향 반대로 차들이 움직이게 만들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리라 믿으며
있는 힘껏 시계 분침을 되돌려 보았습니다
그 자리에 그대 머물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제가 고집하고 있던
저만의 인생을 선뜻 내놓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하는 그대 마주칠 수 있다면
잿빛으로 가득 물들어 있던 저의 인생
그대 이름으로 표백시킬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힘없이 부러져 버린 분침을 손에 쥐며
한숨부터 길게 내질러 봅니다
보이지 않는 한숨 위에 떨어진 눈물 방울
구름처럼 맴돌아 허공 위에 떠돌고 있군요
우습지도 않은 행동이라는 걸 알지만
그렇게라도
그대 있던 시간에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그렇게라도
그대 호흡 남겨지던 순간에 멈춰 있고 싶었습니다
눈물에 펜을 찍어
그대 이름 불러 봅니다
펜 끝에 고인 눈물 찍어
가릴 수 없는 한숨 지워내려 애를 씁니다
피눈물에 묻어나는 그리움 한데 모아
그대 이름 불러 봅니다
가장 커다란 외침에 내지르는 음성으로
그대 머물고 있을 거리 위에 홀로 서성이며
오늘도 저만의 아픔 털어내고 덜어냅니다
그대 여운 가득 묻혀진 채
제 가슴 속으로
되돌아오리란 걸 알고 있으면서도
부러져 버린 분침 한 손에 들고
이젠 시침까지 돌려 봅니다
태엽이 풀려나는 파열음 듣고 있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방법은
지금 제겐 그것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허망한
손놀림인 줄 잘 알면서도
얼마나 덧없는 손장난인 줄을
이미 거울 속의 지친 얼굴처럼
선명하게 알고 있었으면서도.
글/ 채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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