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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만져주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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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에 앞서 글을 보는 친절한 메뉴얼

독자분 들 안녕하시리라 믿는다. 이번에 아랫도리 풍경으로 연재를 시작하게 된 조항주라고 한다. 그동안 낯 두껍게도 ‘성 칼럼리스트’라고 스스로 이름 붙여놓고도 글을 쓰지 않은 것은 자기검열에 빠져 글쓰기가 촌스러워졌다는 자기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날씨가 화창한 월요일 문득 생각해 보니, 촌스러움이 영혼을 파먹든가 말든가 아무렴 어떤가 싶어졌다. 연재를 시작하기로 한 이상 다소 모양 빠지는 일이 발생한다 해도 연재를 부탁한 편집국장에게 덮어씌울 참이다.

서로가 약속하고 싶은 것은 내 글을 읽으면서 검열보다는 ‘상상’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 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정숙하고도 촌스러운 지적질은 피했으면 한다. 왜냐하면 나도 독자들에게 요(!) 정도의 미덕은 기대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칼럼 말미에 연재되는 ‘로이에게’는 정직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져서 따로 쓰여지는 것인 만큼 독자분들의 지지와 애정을 기대한다.

나는 이렇게 시작하겠다.

 

   

 

최근 ‘활동보조인 양성과정’이 정규화 되면서, 여기저기서 ‘장애인의 성’과 관련된 강의요청이 들어오곤 한다. 가서는 ‘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제 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몇 년 전과 달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언제나처럼 말하는 데 한참을 뜸들이거나 에둘러 얘기하는 법이 없다.

그러나 말하는 자신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하면 상황은 다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그동안 결혼생활이 30년인데, 제가 성을 모르겠어요?”, “이 나이에 무슨…새삼 sex는~” 언뜻 보면 모두 다른 이야기 같지만 결국은 한 가지 이야기다. 성에 관해서는 ‘박사’가 다 됐으니 성에 관해서는 배우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 발짝 더 나아가 성에 관해 물으면 이내 심각한 딜레마 속으로 들어간다. 왜 성에 대해서는 유독 다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일까?

활동보조를 받고 있는 장애인들도 마찬가지다. 딜레마의 근원은 그 오래 전 상식이라고 믿었던 성에 관한 왜곡에 있다. 섹스는 성기삽입으로만 가능하다고 믿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자신과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은 전부 발기불능이라고 믿는다는 이야기, 그리고 여성의 성기에서는 상큼한(?) 레몬향이 난다고 우기는 데까지 대면하게 되면 본 필자는 참 난감해진다.

여기까지 읽고는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연재하기로 한 당장 오늘부터 흥미를 끌기 위해 ‘좌 삼삼 우 삼삼’, 혹은 백만 돌이가 한다는 피스톤 운동기법이니 하는 종류의 섹스 테크닉쯤을 이야기하기 위해 사설이 이리 길었던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성기삽입만이 최고라는… 쌍팔년도식 이야기들은 아직 현실에서도 변치 않고 나타나며 그러한 왜곡이 개인에게는 ‘사랑(?) 없이는 안 되는, 치료되지 않는 외로움’으로 등장하곤 한다는 것이다. 사랑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그러니까 자신은 ‘그’(나 아닌 다른), 아무도 만져주거나 스스로의 체온을 나눠주지 않은 채 어떤 메시아가 나타나 몸을 부비어 줄 것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자신의 ‘장애’를 특효약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그러나 한번만 생각해 보자. 골방에 앉아서 울고 있다고 해서, 아무도 체온을 나눠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매번 누구 탓을 하곤 한다. 나이가 많이 먹어서, 장애 때문에 상대방을 만져줄 수 없다고 말이다. 그리곤 ‘피해자’이기만 한 양 한다. 우리 아랫도리에 대한 바깥풍경은 어떤가? 2004년도쯤 들었던 말이었나, “우리도 성욕이 있는 존재에요.”에서 결코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흔한 말로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 법이다. 굵고 긴 성기가 아니라도 좋다. 아니 꼭 성기가 아니라도 좋다. 몸의 어느 한 구석이라도 상대편에게 부비어 주거나 어루만져줄 수 있다면 오늘 당장 해보도록 하자. 만약 나를 부비어 줄 그 누군가가 없다면 스스로 내 몸을 어루만져주도록 해봤으면 싶다. 자주 내 몸을 혹은 그(녀)를 만져주었을 때 테크닉도 생기고 체온도 나눌 수 있는 법이란 말이다.

젠장! 모양 좀 빠지면 어떤가 말이다. 오늘 당신에게 묻고 싶다.
충·분·히… 만져주고 있나?


성에 관한 편지 - 로이에게

   
태어나지도 않았고 그럴 기미도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 로이가 궁금해 할 만한 것들을 들려주려 한다. 내 딸 로이에게 말이다.

지금 와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로이, 네가 가끔씩 뜬금없는 질문을 해댈 때마다 아빠 된 나로서는 무척 곤혹스러웠단다. “아빠! 저는 어느 별에서 왔어요?” 라든가 “난 어떻게 수정이 되었나요?” 라고 물을 때 말이다. 그것보다 더 곤혹스러운 질문은 말이다.

아…… 갑자기 생각해보니 당황스러웠던 질문이 한둘이 아니었구나. 여기까지 읽고 네가 답답해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래, 난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것은 나이 먹는다고 달라지지 않는단다. 왜냐구? 글쎄…. 세상은 무엇에 비교할 수 없단다. 벗겨 봐도 그 실체를 알 수 없거든. 네 삼촌 에이디는 ‘세상은 좆같아서 그 크기를 알 수 없다’고 했지만 말이다.

그렇지. 그런 질문이 있었구나. “아빠! 저를 낳을 때 섹스파트너는 누구였죠?” 라고 물을 때 말이다. 그래, 많은 지구사람들이 성교를 통해서 아이를 얻기도 한다지만, 그런 게 무슨 대수겠니? 이렇게 많이 큰 네 모습을 보니 네가 한 가지 방식으로만 아이를 만든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리라 믿게 되는구나. 한 가지 방식만으로 우기는 사람들이 꽤 있다만, 그거야말로 편견이거든. 어쨌든 네가 궁금해 하는 몇 가지 사실을 이제 알려줘야 할 것 같구나. 이제 내가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얘기해야 할 것 같단 말이다.

혹시라도 이 아빠가 갑자기 지구를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그런 망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사라진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로이! 그렇게 입을 삐쭉거리지는 말아다오. 네 엄마도 내가 인상을 쓰거나 입을 삐쭉일 때면 꼭 한마디씩 했었단다.

먼저 네가 어느 별에서 왔는지 하는 것이란다. 이 질문에는 별로 신통한 대답을 얻을 수 없겠구나. 이건 이를테면 말이다. 흠, 한번 생각해보렴. 지금 현재를 생각해보자구나. 같은 지구에서 살고 있지만 어디서 왔는지는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아빠라고 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로이!

그러니 그런 질문들은 사양한다. 로이! 사실 나도 잘 모르겠거든. 어른이 된다고 해서 모든 걸 다 알 거라고 생각지는 않겠지. 이 아빠는 네가 그 정도로 현명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이쯤해서 고백해야 할 것이 있단다.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는 말이다. 네가 아들이었으면 했단다. 지금 와서 얘기지만 로이, 이 점은 날 용서해라! 페니스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지구에 오랫동안 살다보면, 어떨 때는 자신의 성별이 바뀌었으면 싶을 때도 있거든.

하지만 난 널 사랑한단다. 페니스 따위가 있든 혹은 없든 말이다.

 

 

<필자소개>

   

어렸을 때는 너무 어른스러워서 아무도 귀여워하지 않았고,
거꾸로 지금은
나이 든 어른이 애같이 유치하고 덜떨어졌다는 소리를 듣는다. 아무래도 사회성 부족이 원인이 아닐까싶다. 고백하자면 말이다. 아무래도 우리별 사람들이 나를 못 찾고 있는 것 같다.

 

 

 

*그림은 마음대로 퍼가셔도 좋으나, juno1004@hotmail.com으로 미리 알려주는 센스있는 사람이 나는 좋다.

작성자조항주(성 칼럼니스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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