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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쓴 글, 선으로 그린 세상

[문화 현장 - 손상기 드로잉전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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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 : 샘터화랑
장애를 가지고 극한의 가난을 견디면서 6백여 점의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서양화가 손상기. (1949~1988)

그는 어깨를 덮는 장발, 창백한 안색에 붉게 충혈된 눈, 1m40㎝를 겨우 넘는 키, 척추만곡증으로 튀어나온 등과 가슴으로만 기억되는 것이 아니다. 손상기는 하얀 캔버스에 느꼈던 공포를 글로 이겨냄으로써 문학과 그림을 접목시키고, 자신의 의식을 뚜렷이 화폭에 옮기려 했던 인물이었고, 이러한 점에서 화단사에서 독특한 자리를 점하는 작가라고 평가되고 있다.

손상기 드로잉전이 지난 7월 31일까지 청담동 샘터화랑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손상기의 작품의 바탕이 된 글과 그림을 드로잉을 중심으로 관련 원화와 함께 소개함으로써 손상기와 그의 작품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전시는 <하루의 삶을 누린 일기처럼>과 <사회를 바라보다>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하루의 삶을 누린 일기처럼>에서는 손상기의 개인적인 글과 자화상, 가족, 자라지 않는 나무, 그의 죽음과 관련된 드로잉이 전시됐고, <사회를 바라보다>에서는 그가 사회를 바라보았던 시선을 느낄 수 있는 글들과 서울 공작도시, 난지도 등을 그린 드로잉과 원화를 전시했다. 또한 접대부나 노동자, 장애인 같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그린 드로잉을 통해 손상기의 사회를 향한 따듯한 시선도 느낄 수 있었다.

손상기는 생전 잡기장에서 자신을 ‘낙타’에 견준 바 있다. 남도의 고향 여수에서 전주로, 다시 서울 화단으로 이어진 이 외로운 낙타의 발걸음 곳곳에, 표적 없는 장애인의 분노와 고독, 사랑이 있었고, 울화를 붓질로 다독거려준 그림들이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다.

<함께걸음>은 작품을 실제로 감상하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화가 손상기의 작품을 지면으로 옮겼다.

   
▲ 25.5x34.8cm, 종이에 드로잉※손상기 作

   
▲ 공작도시 -난지도에서, 34.8x25.5cm, 종이에 드로잉, 1984 ※손상기 作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은
생채기 난 꿈을 실현시키려는 욕망에서이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의 상실,
이로 말미암아 암흑 속에서 고독에 오한을 느끼며,
아픔에 신음하는 내면의 언어를 추려내어
가혹하고 엄격한 훈련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내가 표현하는 것은 꼭 그리지 않으면 안 될 필연적인 나의 모습이고,
즉 상실이 빚은 어둠 속에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며
어떤 것에서 헤어나기 위해 고함지르는 나의 모습인 것이다.
이런 나의 작업은
곧 하루의 삶을 누린 일기처럼 진실을 포함해야 하는 것이며,
이 진실의 강한 밀착만이 나를 호흡하고 있고
바로 이것이 그려져야 예술이라고 알고 있다.”

–손상기 作-

   
▲ 나의 어머니, oil on canvas, 143x110cm, 1984 ※손상기 作
   
▲ 나의 어머니 드로잉, 24.8x25.5cm, 종이에 드로잉 ※손상기 作


“그림은
작가의 경험, 체험의 소산이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항상 내가 포함되어 있는 현실 인식으로 작업에 임해야 한다.
이제까지는 자신의 문제에 급급했었는데,
현실이란 것, 역사라는 것,
그리고 많은 사람의 아픔에 대하여 직시하게 되었다.
그들과 더불어 부대끼며 사는 삶,
거대하고 메마른 도시에 서정을 심는 삶이면 싶다.
그리고 가끔 스스로에게 충고, 격려하는 걸 잊지 않는다.”

– 손상기 作-

   
▲ 자화상, 27x21cm, 동이에 드로잉 ※손상기 作
   
▲ 전시현장인 청담동 샘터화랑
작성자김태현 기자  husisara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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