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 영화관에서 느낀 벅찬감격...그러나 장애인 위한 정당한 편의제공은? > 문화

얼마 전부터 4D 상영관에서 영화 아바타를 상영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SF영화를 좋아하기에 꼭 보고 싶은 영화였다. 3D로 보려고 했지만 늘 매진이어서 보지 못했던 차에 4D로 상영한다고 하길래 용산의 4D 상영관에 예매를 했다. 4D로 상영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가격도 비싼데도 벌써 좌석이 꽉 차서 내 좌석은 거의 앞쪽에 예매할 수밖에 없었다.

4D극장은 처음으로 가보는 거였는데, 좌석의 흔들림 때문에 콜라는 알루미늄 팩에 포장해주었고 입체안경을 주었다. 앉은 좌석에는 발판이 있었다.

영화는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마치 내가 판도라행성에 가있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주인공이 바람을 맞으며 하늘을 날 때는 나도 바람을 맞으며 하늘을 나는 듯 했고, 또한 좌석도 상하좌우 정신없이 흔들렸다. 주인공이 나동그라질 때는 좌석등받이에서 무언가가 내 등을 꾹꾹 찔렀고 주인공이 숲을 질주해 풀잎을 스칠 때는 발판의 무언가가 내 발을 건드렸다. 판도라의 숲에서는 지긋한 숲 향기도 맡을 수 있었다. 정말 오감을 체험할 수 있었다.

영화를 다보고 나서 정말 장애인에게 4D 영화상영관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유형에 따라 영화를 관람하는 방법이 약간씩은 다르겠지만, 4D영화는 한 쪽의 감각으로 치우치는 게 아니라 오감(아마 미각은 빠질 듯하다)을 만족하기 때문에 ‘영화를 본다’라기 보다는 ‘영화를 체험한다’ 라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장애인이 4D 영화상영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을까?
장애를 말하기 이전에, 나는 안경을 쓰고 있는데 그 위에 입체안경을 써야 했는데 두 개의 안경을 썼기 때문에 자꾸 입체안경이 흘러내려 영화의 몰입을 방해했다.

또한 4D는 4D 전용 좌석에 앉아 있어야만 좌석을 중심으로 여러 장치들로 오감을 체험할 수 있는데, 과연 휠체어장애인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휠체어 내려 일반좌석으로 옮겨 앉아야 되는 것인가?


지금 아바타의 흥행몰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역대 최고 흥행작인 타이타닉의 박스오피스 전 세계 흥행기록도 갈아치워 버렸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은 화면해설이 되지 않아 외화인 아바타를 볼 수 없다. 특히 4D 영화상영관에서 상영할 때 화면해설을 해준다면 오감을 만족하겠지만 늘 그렇듯이 화면해설은 나중에서야 혹은 아예 DVD로 나올 때 지원이 된다. 영화가 유행할 때 함께 보고 얘기해야 하지만 나중에 본다는 것은 늘 유행 지난 옷을 입는 격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 21조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어 시․청각장애인이 영화를 관람할 때 정당한 편의제공을 당연히 받을 수 있게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영화상영관의 장애인 편의제공은 장차법에서 스크린 기준 300석 이상 규모의 영화상영관들로 한정 되어있고 그것도 2015년이 돼야만 시행되는데, 이 또한 하루빨리 개정되어야 될 것이다.

장애인도 소비자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생산자가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장애인도 4D 영화상영관에서 영화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