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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기적은 무엇입니까

[이영문의 영화읽기]영화 ‘인빅터스(Invictus, 2009)

본문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은 지독한 자기연민과 증오를 이겨낸 결과라고 제가 일전의 영화평(벨기에와 프랑스 공동합작영화 ‘아들’)에 쓴 적이 있습니다. 인간으로서는 참으로 위대한 일이기도 하지요.

27년을 백인들에 의해 감옥에서 보낸 뒤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된 만델라는 그 위대한 일을 했습니다. ‘굿바이 만델라’가 정치범 만델라와 백인 교도관 사이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라면, 오늘 소개할 ‘인빅터스(Invictus, 2009)’는 스포츠를 통한 화해와 용서에 초점을 맞춘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어른답게 연륜을 만들어가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연출로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동안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만델라를 연기하는 모건 프리먼과 럭비팀 주장 프랑수아로 열연한 맷 데이먼의 연기는 시종일관 스크린을 압도합니다. 스포츠 영화이지만 관객들은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하게 되고, 소통에 대한 영화이지만 또 다른 2002년 월드컵의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잠시 영화 속을 들여다봅니다.

   


1995년 대통령에 선출된 만델라는 국민들 사이의 화합과 용서에 대한 화두로써 럭비 시합을 선택합니다. 스프링복스 럭비팀은 만년 최하위 약체팀으로 백인 전용의 운동입니다. 만델라는 흑인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한 흑인들의 염원을 뒤로 한 채, 럭비팀의 월드컵 경기를 지원하는 결정을 내립니다.

영화 속 그를 지켜보며 저는 인간이 과연 자신의 본성을 벗어난 일에 대해 진정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적어도 그는 정치적 이유만이 아닌 인간적 이유로 그 일을 했습니다. 그들이 꿈꾸는 기적이 일어났으며, 남아공 럭비팀은 월드컵에서 우승하였습니다.

원 제목 ‘인빅터스’ 앞에 ‘우리가 꿈꾸는 기적’이라는 수식어를 담은 영화 수입 관계자들의 의도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영화 ‘인빅터스’는 ‘어떤 일에도 굴복하지 않는’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처럼, 불굴의 의지를 불태우는 남아공 럭비팀의 우승 과정을 영상에 적절하게 잘 담았습니다.

27년의 수감생활 동안 만델라를 지탱하게 했던 유명한 시 제목에서 따온 ‘인빅터스’는 스스로의 운명에 대한 주인의식과 영혼에 대한 선장으로서의 만델라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간접적 예시에 있습니다. 황혼의 미국적 삶을 ‘그랜 토리노’라는 자동차에 상징시키듯이 이스트우드는 ‘인빅터스’를 또 다른 인간의 상징으로 표현합니다(실제로 이 영화의 또 다른 제목은 ‘인간의 조건(human factor)’이기도 합니다). 자기 연민을 이겨낸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단아한 웃음과 진정성은 만델라 특유의 모습이며, 아마도 모건 프리먼은 만델라의 마지막 분신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난 뒤, 용서와 화해가 아닌 복수와 응징이 교차하는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는 것은 매우 힘이 듭니다. 직전 정권의 업적들을 뒤집는 일부터, 경제적 신분계층과 종교계층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현 집권당의 오만과 불손은 이미 그 도를 넘었습니다.

과연 우리가 꿈꾸는 기적은 무엇일까요? 아침에 자고 나면, 마치 악몽을 꾸듯이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끊임없이 우리 주변을 맴돕니다.

어떤 지도자와 더불어 살고 있고 살아가야 하는가를 이 영화는 묻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지금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2010년 한국 현실에 대한 절실함으로 다가옵니다. 창밖에는 3월의 때 아닌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봄날은 옵니다. 건강하십시오.

작성자이영문 (아주대학교의료원 정신건강연구소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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