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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알면 세상이 즐겁다] 아마추어 무선 "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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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알면 세상이 즐겁다]

 

 

아마추어 무선 "햄"
 

 

  79년 교통사고로 전신마비장애를 갖게 된 서상복(41·대구시 서구)씨는 하루 종일 누워지내야만 하는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그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 목소리가 그리워졌다. 그러던 어느날 뉴스에 소개된 아마추어 무선(이하 햄 : HAM)을 알게 됐다. 간단한 시험을 치루고 기본장비만 갖추면 방안에서든 차안에서든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사람들과도 대화를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87년부터 시작한 햄은 젊은 대학생 친구들도 만들어줬고 큰맘을 먹어야 한 번 바깥외출을 할 수 있었던 그가 같은 처지의 장애우를 위한 자원활동단체를 조직할 수 있게 했다. 그는 그 단체의 회장을 맡아 열심히 활동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막중한 일을 해낸 것도 바로 햄을 통해서다.
  94년 어느 겨울날 평소대로 햄을 하던 중 팔공산 부근에서 다급한 메시지를 받았다. 팔공산 정상에서 한 아주머니가 다리가 부러져 걸을 수도, 주위 사람들이 옮길 수도 없는 상황에서 동사를 할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을 다행히 햄을 하는 어떤 사람이 보고 다급하게 구조의 손길을 찾는 것이었다. 헬기가 그 아주머니를 찾아 구조를 하게 되기까지 정상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사람들과 경찰들을 서씨가 햄으로 상황을 적절히 중계하며 연결시키는 역할을 해서 콘 화를 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핸드폰과 컴퓨터통신을 합한 전천후 정보매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햄은 언어청각장애우를 제외하고 남녀노소 누구나가 기본장치만 있으면 참여할 수 있다. 또 처음에 마이크 등 기본적인 장비를 갖추는데 30∼40만원만 투자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단,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는 절차가 있다. 국내 전파법에 의하면 "아마추어 무선국을 개설하고자 하는 자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가 체신청장으로부터 무선국의 허가를 받은 후에라야 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일종의 개인 방송국을 갖는 것이므로 허가절차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다.
  아마추어무선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시험은 일년에 십여 차례 실시된다. 가장 쉽게 딸 수 있는 3급의 전화급 필기시험은 통보보안, 무선긱취급방법, 전파법규 등 세 과목이 실시된다. 전신급은 기기취급법 대신 정파공학시험을 보고, 고급단계인 1, 2급은 통신영어 과목이 추가된다. 또 영문부호를 중심으로 한 실기시험도 본다. 시험은 각 과목의 평균이 60이상이면 합격된다. 그러나 한 과목이라도 40점 이하면 안된다.
  그런데 필기시험과목 등 아마추어무선 기본 입문을 위해서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과 산하 지부에서는 자체적으로 강습을 실시하고 있다. 하루 세 시간씩 3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면 통신보안과 무선기기취급법 두 과목의 시험이 면제된다. 강습비는 일반의 경우 9만원(학생 7만원) 정도이다.
  시험에 합격했으면 60일 이내에 신청서, 사진(증명사진 1매), 수수료(3천5백원) 등을 가지고 한국무선국관리서업단 지사에 가서 신청, 교부받는다.

  무선국 개설을 위해서는 허가가 필요하고 또 체신청으로부터 가허가장이 나오면 기기와 안테나 설치를 완료하고 준공신고 후에 검사를 받는다. 검사에 합격하면 약 1주일 후 정식 허가장이 우송되어 오고 이때부터 송신을 할 수 있다. 이렇게 검사절차가 약간 번거롭지만 무선기기를 취급하는 대리점에서 대개 이러한 절차를 대행해주기도 한다.
  그러는 과정에 개인별로 고유한 콜사인이 주어지는데, 이것은 교신할 때 각자의 이름과 같은 역할을 한다. 말을 시작할 때나 마칠 때 자신의 콜사인을 반드시 밝히는 것이 예의인데, 콜사인은 고유한 규칙에 따라 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만 들어도 어느 나라, 어느 지역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햄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다양한 계층의 사람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것 외에 자신이 얘기를 나눴던 사람과 엽서를 주고받는 또 다른 재미도 있다. 상대방의 콜사인을 기록해 두었다가 어떤 전파상태에서 교신을 했었는지를 밝히면서 자신의 콜사인이 새겨진 엽서에 간단한 감사의 글을 적어 보내는 것이 또 하나의 관례이기 때문이다.
  장애우 가운데 현재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그룹은 서울 곰두리차량봉사회. 이들은 장애인의 날 기념식과 같은 각종 행사 때 참석하지 못한 회원들에게 행사 진행상황을 알려주며 적절한 도움을 주고받는다. 또 미처 자격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회원들에게는 선배회원들이 스터디그룹을 조직해 함께 공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핸드콘트롤 때문에 일반인들보다 한 쪽 손이 덜 자유로운 지체장애우를 위한 차 안에 핸드프리 장치와 같은 무선기기를 설치하는 등의 정보도 주고받는다. 또 삼육재활센터 직업전문학교에서도 동아리활동의 하나로 이 햄을 활용하고 있다.
  한편 시각장애우들에게도 비교적 일찍부터 햄이 취미로 활용되고 있다. 김광석씨는 이 부문에서 선구자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때 인근지역을 통과하던 햄 회원들이 눈부신 활약을 해서 수많은 자원활동자들을 불러모았던 것도 햄 전체 회원들이 자부심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례다. 곰두리차량봉사회 나경선 회장은 "특히 119 재난신고 때 햄 회원이 직접 신고할 경우 신고를 받은 경찰서와 소방서 측은 사후처리가 어떻게 됐는지를 신고당사자에게 해주는 것이 관례일 정도로 재난사고 때 햄 회원들의 활동은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글/ 한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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