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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부정될 수 있지만, 책임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영문의 영화 읽기] ‘굿나잇 앤 굿럭(Good night and Good luck,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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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파이내셜 타임즈가 한국 정부를 ‘괴물’에 비유하였습니다.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에 대해 국민들이 자신들을 괴롭히고 위협하는 주체인 괴물로 생각한다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아무리 해외 기자의 시선이라고 하다라도 참담함을 금치 못합니다.

그 기사를 보고 상상해봤습니다. ‘괴물’의 머리는 당연히 이명박 정부이고,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아마도 수구보수언론들과 강제로 방송을 장악한 세력들이겠지요. 끝없는 그들만의 리그를 위해 현 정부는 온갖 불법과 파렴치한 행동, 거짓말을 밥 먹듯이 행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천안함이 두 동강 난 채 침몰하였고, 검찰내부에서는 스폰서를 통한 접대사건이 터졌습니다. 상식을 넘어선 몰염치와 무법천지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무한 권력을 견제해야할 언론의 사명의식은 실종된 지 오래이며, 검언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대한민국을 덮고 있습니다.

이번 달 영화 선정에 애를 먹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총체적 난국에 대한 묘사를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 근원에 정직하지 못한 언론이 있다는 판단을 하였고, 미국의 1950년대 매카시즘과 맞선 실제 언론인의 사례를 빌려 언론의 진정한 사명이 무엇인가를 알고자 하였습니다.

물론 미국 언론 또한 변질되고 자본에 끌려 다니는 꼴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나름의 사명을 다한 모습입니다. 헐리우드의 매력남 조지 클루니가 감독, 각본, 조연을 맡은 영화 ‘굿 나잇 앤 굿럭(2006년)’입니다.

‘시 잇 나우(see it now)'라는 CBS 시사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에드워드 머로(데이비드 스트래던 분)와 프로듀서인 프레드 프렌들리(조지 클루니 분)는 1954년 3월 당시로는 위험한 기획을 합니다. 공산주의 발언으로 미국 전체를 공포에 몰아넣던 매카시 상원의원에 대한 대응 프로그램을 준비한 것이지요. 최근 문화방송의 PD수첩이 기획한 ‘검사와 스폰’를 연상하게 합니다.

영화는 흑백화면에 머로와 매카시의 대립 장면을 그려넣습니다. 좌우분할에 의한 두 사람의 화면이 보이는 시컨스는 이 영화의 명장면이 될 것입니다. 3주간의 긴장감이 도는 대결 속에 매카시는 자멸하고 머로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습니다. 4년 넘게 매카시의 공산주의 사냥에 끌려 다니던 언론들은 이제야 진실을 말하지만, 머로는 후배 앵커를 자살로 잃게 되고, 자신 또한 개편당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머로와 프레드가 왜 그렇게 했느냐는 것이지요. 자신의 은퇴 환송연에서 그는 담담하게 말합니다.

역사를 부정할 수는 있겠지만,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국민들이 오락프로그램에 열광한다고 하지마라. TV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교훈적일 수 있다. 그것을 쓰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지 않다면 TV는 바보상자일 뿐이다. 굿나이 앤 굿럭(그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의 마지막 멘트였지요).

   

요즘 방송들이 변질되고 있다는 얘기들을 합니다. 점점 바보상자가 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이명박 정부의 집요한 공작에 의한 것이라고 합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습니다. 나약한 언론인과 소명의식 없는 학자들에 대한 책임이 숨겨진 말들일 뿐입니다.

절대권력을 가졌던 왕의 시대에도 목숨을 내걸고 상소를 했던 사간들이 살았습니다. 정작 한국 언론에 필요한 것은 상황에 대한 분석이나 해설이 아닌 진실추구를 위한 행동입니다. 지금은 수구의 보도가 되어버린 동아일보의 투쟁이 그러하였고, 한겨레를 만들 때의 정신이 그러합니다.

정치권의 사냥터가 되어버린 현재의 한국 언론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필요합니다. 불현듯, 리영희 선생이 떠오릅니다. 그가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지 궁금합니다. 역사는 그저 반복될 뿐입니다.
작성자이영문 (아주대학교의료원 정신건강연구소장)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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