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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간 기자들, 한국의 노동빈곤을 말하다

『4천원 인생 :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일기』, 안수찬 외, 한겨레출판

본문

[인권오름]

   
이 책은 작년 4개월 동안 한겨레21에 ‘노동OTL 시리즈’로 연재되었던 기사들이다. 기자들이 한 달 간 소위 ‘위장취업’의 경험을 쏟아 낸 결과물이다.

'식당 아줌마'라 불리는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을 다룬 ‘감자탕 노동일기’, 대형 마트에서의 노동을 다룬 ‘히치하이커 노동일기’, 가구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를 다룬 ‘불법 사람’ 노동일기, 난로 공장에서의 노동을 다룬 ‘9번 기계’ 노동일기. 이렇게 구성된 책은 2009년 최저임금 시급4000원(2010년 현재 최저임금은 시급4110원이다)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 그래서 일하고 있지만 가난한, 노동빈곤(워킹푸어)을 말하고 있다.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나에겐 그랬다. 그렇지만 글을 읽는 동안 나는 몇 번이나 먹먹해지는 가슴과 붉어진 눈시울을 주체하지 못하고 읽기를 멈추곤 했다. 불쌍하다거나 안쓰럽다거나 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또 다른 기만일 것이다. 다만 시급4000원에 인생을 통째로 저당 잡혀 버린 ‘잔인한 삶’에 대한 회한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그 ‘잔인한 삶’은 곧 나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나는 또 다른 이유로 자주 읽기를 멈추어야 했는데 그것은 짜증스러움 때문이었다. 한 달 동안의 위장취업을 통해 한겨레 기자들이 느꼈을 고통과 우울은 글에도 고스란히 묻어났는데 이것은 나를 짜증스럽게 했다. 현장에서 함께 일하고는 있지만 어쨌든 그들은 ‘기자’였기에 ‘기자’로 사람들을 만나고 판단하고 그래서 우울해하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그런 시선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혹시 더 열심히 ‘스펙’을 쌓아서 시급4000원 인생을 살지 않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하진 않을까? 혹시 살인적인 노동 강도와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다만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버티고 버티며 위안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내용이 기만적인 자기 위안으로 상황을 긍정하는 것으로 작용하면 어쩌지? 아, 이것은 나의 삐뚤어진 마음 때문에 생긴 기우였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 ‘가난한 것은 게으르고 무능한 개인 탓이다’라고 습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이 책에는 그야말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아직도 내 삶을 지탱하게 해 주는 무수히 많은 노동이 어떤 모습으로 내 곁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면 역시 이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우리 삶을 지탱하게 해 주는 노동이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동 세계엔 서서 일하는 저주받은 자와 앉아 일하는 복된 자, 두 부류만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공장 노동자는 쉴 새 없이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반자동화 기계로 서 있다...경기 부천에서 공고를 나온 염철수(28세)씨는 “멍 때려야 시간이 간다”며 “그땐 완전 기계예요, 기계.”라며 한숨을 쉰다. ‘멍 때린’채 라인의 노예가 된다. 의식이 비집고 들어설 틈이 없다.(p.216, 219)

육체적 고통, 침묵의 고통, 차별 따위가 라인 따라 쉴 새 없이 전해진다. 하지만 공장 라인의 진정한 악질은 같은 노동자를 증오하게 하는 데 있다. ... 거짓 표정 지으며 상대를 기계로 대한다. 그의 인간성을 부정하고, 내 인간성을 파괴한다.(p230)

자본주의에서 노동은 단순화되고 도구화되고 분업화된다. 더불어 노동자의 신체와 정신도 조각나고 단순화되고 급기야 기계가 된다.

조각난 신체와 노동을 다시 되찾아 오는 일,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당장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최저임금투쟁의 계절이다. 내년의 최저임금이 얼마가 될 것인지 결정하는 싸움이다.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과 ‘기본소득’을!

작성자양미 (서부비정규노동센터(준) 상임활동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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