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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연극, 프로의 세계에 진입하다

[공연안내] 극단 휠 정기공연- 춤추는 휠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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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20~30대에게는 낯선 단어인 ‘보릿고개’를 막 벗어나던 1970년대 중반, 현대 사회를 대표하는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가 우리 기술로 만들어져 미국과 캐나다에 처음으로 수출됐다. 그 당시 수출 당사자인 현대자동차는 물론 국민 모두가 기뻐했고, 방송과 신문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가 됐었다.

자동차는 단순한 공업제품이 아니라서 대규모 생산시설과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수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고, 이를 지원해 줄 수 있는 광범위한 사회적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으면 만들 수 없다. 그런데 불과 얼마 전까지 치러진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자동차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 수출까지 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국내외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이런 자동차수출과 비견할 수 있는 일이 장애인계에서도 일어났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사회활동은 고사하고 집 밖으로 외출하는 것조차 힘겨워 하던 중증장애인들은 장애인 운동의 일환으로 연극을 직접 제작하기 시작했다.

단체마다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장애인의 문화적 접근 확보, 장애인의 주체적 문화욕구 충족, 올바른 장애인식을 정착시키고자 하는 것이 연극을 하고자 하는 공통된 목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운동의 일환으로 연극을 제작하다 보니 전문성이나 후원 등의 여러 문제로 인해 일회성이나 단기간 공연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배우나 제작진들의 실력 향상에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관객층도 장애인계를 벗어나기 힘든 구조였던 것이다.

장애인 극단 ‘휠’은 2010년 정기공연을 통해 이러한 그동안의 관행을 벗어나 여타의 전문적인 연극에 비해 전혀 손색없는 공연을 선보였다.
   
▲ ⓒ김라현 기자
   
▲ ⓒ김라현 기자

흔히 장애인들이 만든 연극이라 하면 ‘왠지 조금은 완성도가 떨어지는 공연일 것’이라는 생각을 떠올릴 수 있을 텐데, 극단 ‘휠’의 ‘춤추는 휠체어’는 인과 관계의 짜임새가 돋보이는 대본, 정교하게 만들어진 무대, 숙련된 배우와 신인 배우가 조화를 이루는 연기 등이, 마치 전문적인 연극 공연처럼 자연스럽게 돌아간다.

이 때문에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로의 모든 연극들이 그러하듯 연극을 즐기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당당히 광고도 펼치고 입장료도 받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작가 아엘 아쌍의 동화 ‘춤추는 휠체어’를 원작으로 한 이 공연은, 빙판 사고로 하반신에 장애를 입은 전직 피겨스케이터인 19세 루이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때 피겨스케이터 선수로서 미래가 보장되어 있던 루이즈는 불의의 사고로 더 이상 공연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로 인해 휠체어를 타야만 하는 중증 장애를 갖게 된 루이즈는 마음에 큰 상처를 받고 사람들을 피해 외딴 마을에서 조용히 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루이즈는 정원 깊은 곳에서 비밀의 문을 발견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기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 ⓒ김라현 기자

주인공 루이즈 역은 이번 연극에서 연기에 처음 도전한 지체장애 1급인 문영민 씨(26, 대학생)가 맡았고, 뇌변병장애, 언어 장애, 자폐 성향 등을 갖고 있는 극단 소속 배우 6명과 비장애인 배우 3명이 출연하고 있다.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춤추는 휠체어’
연출: 한순희
원작: 야엘 아쌍
공연기간: 2010.10.1~10.31(매주 월요일 공연 없음)
공연시간: 화~금(오후 8시), 토(4시 반, 7시 반), 일(4시 반)
공연장소: 대학로 바다씨어터(4번 출구 뚜레쥬르 골목)
출연진: 문영민, 배한성, 김성민, 김용선 외
관람료: 일반 1만5천원, 대학생 1만원, 장애인 및 청소년 5천원

작성자심승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방송모니터단)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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