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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대학생, 합창에 도전하다

[기고] 장애인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장끼스쿨’ 참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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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라현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청각장애를 개성으로 활용하고픈 강환이라고 합니다. 현재 서울에서 넌버벌 퍼포먼스 수화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맹연습 중인 대학생이죠.

우연치 않은 기회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이하 장애우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장애인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인 장끼스쿨 ‘보컬트레이닝’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그 모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네요.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모임에 신청한 것은, 처음엔 저의 발음교정 위해 신청한 것이 정말 단순한 계기였습니다.

제가 말하는 것에서 고쳐야 할 점은 억양이 어눌하고 발음도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죠. 청각장애는 처음에 발음을 배울 때 비장애인처럼 소리를 골라듣는 감지능력이 떨어지고, 소리가 정말로 있는지 인지능력도 떨어지는 경우가 대다수거든요. 그래서 말하는 것을 가르칠 때, 한석봉 어머니가 어두운 곳에서 떡 썰면서 붓 놀리게 하는 것처럼 반복, 또 반복하게 함으로써 소리를 자기 자신이 스스로 느끼고, 다른 사람의 입모양과 혀놀림을 그대로 흉내 내도록 가르칩니다. 하지만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것만큼 자기가 내는 소리를 자기가 느끼기가 힘들다는 점도 포함되기 때문에 매우 어렵습니다. 저는 그런 무서운 시절(?)을 보내면서 어눌하지만 저만의 말투를 얻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조금만 더 다듬는다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사소한 욕심 하나에 보컬트레이닝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자판을 두드리는 제 심경은 좀 미묘합니다. 왜 그럴까요? 힘들어서? 역시 농인은 노래와 인연이 없다고 생각해서? 아니면 너무 재미없어서?

아닙니다. 보컬 트레이닝을 신청한 계기가 위에 말한 이유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농아인이 노래에 도전한다’는 점과 소리라는 것에 문제를 느끼는 농아인임에도 불구하고 그 문제와 더욱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싶어하는 제 스스로가 흥미롭게 느껴졌다는 거죠.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12월 1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공개될 것입니다. 하하.

   
▲ ⓒ김라현 기자

잠시 다른 길로 샌 듯 하네요. 저는 보컬트레이닝 수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나왔는데요, 보컬 트레이너인 ‘노마’선생님이 처음 수업이 시작된 후 저를 만나고 나서 무척 당황한 표정을 보여주셨습니다.

아마도 장애인들과 접한 적이 거의 없으신 선생님은 제 발음과 소리에 적잖이 놀라신 것 같았습니다. 덕분에 일주일에 두 번 있었던 보컬트레이닝 수업 끝날 때마다 10분~20분가량 더 연습을 하고 나가야했네요.

우리는 기본적인 소리의 개념과 복식호흡, 발성, 그리고 바이브레이션이란 기술을 가지고 노래 연습에 돌입했습니다.

노마선생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호흡을 강조하고 또 강조해 주셨습니다. 복식호흡을 가르쳐 주신 거였는데, 사실 이 호흡법이 저에게 도움이 된 점이 적지 않았습니다. 농인이 말을 할 때는 의도적으로 목에 힘을 주게 되는데, 이 수업을 통해서 자연스러운 발성과 제 특유의 어눌한 억양을 완화시키기 위한 호흡을 습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호흡법을 매일 밤 잠들 때마다 항상 연습하면서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을 하며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에이오우, 아에이오우에이오우, 도레미파솔라시도, 미레도레미, 도 미 솔 음계에 맞춰 발성하는 훈련에 돌입하면서, 제가 원래하던 뮤지컬 연습도 박차를 가하게 되면서 제 일상은 활대에서 쏘아진 화살처럼 바빠지게 되었어요. 발성연습이 뮤지컬 연습에 도움이 된 건 당연하구요.

사람들이 어느 정도 발성에 익숙해지니 노마선생님이 푸근한 웃음을 지으면서 수강생에게 숙제를 연이어 내줍니다. 우리의 수업은 10번, 매 회의 커리큘럼에 따라 합창곡 3곡과 각각 개인이 한 두 곡씩을 부르기로 했습니다, 저는 4곡을 부르기로 했지만, 어떤 사람은 5곡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합창곡은 ‘아름다운 세상’,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I will’ 세 곡이었고, 개인곡은 여러 후보곡을 보여주고 고르는 거였는데, 저는 제 목소리에 맞는 ‘섬집 아기’를 부르게 됐습니다. 사실 이것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원래 정엽의 ‘Noting better’를 부르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이 곡은 음폭이 넓고 변화가 커서 너의 목소리로 소화하기가 힘든 곡이다. 하지만 부르고 싶다면 도와주겠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저는 제 운명을 노마선생님께 맡기는 선택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가 ‘섬집 아기’네요.

   
▲ ⓒ김라현 기자
합창곡 4곡을 외우는 것, 처음에 겁도 많이 났습니다. 그런데 지하철 안에서도 연습하고, 사람들과 항상 같이 부르는 연습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외워져서 이젠 제 애창곡이 될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며칠 전에는 배웠던 4곡을 노래방에서 열창했더니 99점을 돌파했답니다. 역시 노마선생님의 열혈수업의 힘은 대단합니다!

이쯤 되니까 얼마 전 봤던 TV프로그램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됐던 합창단 편입니다.

그 방송에서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이렇게 4 파트로 구분하고 사람들의 역할을 정해주었는데, 우리 수업에도 그걸 정했습니다. 전 과연 어떤 파트였을까요? 정답은… 무소속이었습니다. 흑흑! 선생님이 제 파트를 정하시는데 조금 망설이시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조금 더 노래를 잘 할 수 있고, 남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 바로 정해주셨을텐데, 아직 부족한 게 많은 초보니까 그러신 거겠죠. 그런 선생님을 보면서 ‘아, 조금 더 소리에 관심을 가져볼 생각을 했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했구나.’하고 약간 자책감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딱히 대단하게 화음을 넣어 연습하지는 않았습니다. 노래에 따라 여성파트만 화음을 넣어주는 정도였지요. 선생님은 그냥 담당을 정하는 것보다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를 정해주는 게 훨씬 더 팀끼리 유기적으로 연결하기가 쉽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수강생이 15명이 넘었거든요.

그 방송에서 박칼린 선생님의 유명한 대사가 있죠. 합창단원들이 노래를 할 때 음이 떨어지면 “플랫! 플랫!”이라고 외치셨는데, 과연 노마선생님은 그런 호통이 없었을까요? 선생님은 소리를 더 잘 낼 수 있도록 호흡법을 가르쳐주시려는 의미로 “배 더 당겨! 당겨!”라고 하시면서 가끔씩은 손수 약손(?)으로 수강생의 배를 어루만져(?) 주셨습니다. 그러면 수강생은 그 손길에 노래를… 아니, 괴성을 지르기 시작하는 거죠. 전 다행히 그 손길을 느끼지 않은 행운의 수강생이었군요. 하하.

노래수업 중반에 이르면서 발표회와 기념 앨범 얘기가 나오게 됐습니다.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건 아니고 수업에 참여했던 사람들끼리 나눠 갖기로 한 거지만, 제 목소리가 담긴 앨범이 나온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더군요. 자연히 앨범 자켓 사진에 대한 얘기도 나왔습니다.

전 비틀즈의 앨범처럼 사람들 모두 다 건널목을 건너는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인원이 너무 많아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 아쉬웠습니다.

지난달에는 앨범을 제작하기 위해 녹음실도 다녀왔습니다. 난생 처음 가수들처럼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려니 많이 떨렸지만, 노마선생님의 약손(?)을 느끼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더니 생각보다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 ⓒ김라현 기자
보컬트레이닝 수업을 받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라면, 여느 날과 다름없이 수업 끝나고 남아 선생님과 함께 보충수업을 할 때였습니다. 그때 도레미파솔라시도까지 음계를 정확히 목소리로 내는 것에 중점을 둔 보충수업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확실히 모르겠는데, 제가 그때 다른 날과 달리 정확히 음계를 내었나봅니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을 말이죠. 한창 집에서도 민폐를 끼치며 큰 소리로 연습을 하던 성과가 그 때 나왔나 봐요.

노마선생님이 그때 두 번째로 당황한(?) 얼굴로 허둥대면서 제 옆에서 구경하던 분들께 뭐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처음에는 하나의 음도 제대로 내지 못하던 제가 어느 순간 소리를 정확히 내니 너무 기쁘고 감동받았다고 하시더랍니다. 당황한 게 아니라 너무 놀라셨던 거죠.

선생님이 덩치가 좀 있으신 편인데 허둥대다가 저에게 다가오셨습니다. 선생님은 너무나 감동스러워서 저를 부둥켜 안아주고 싶으셨던 건데, 전 그때 제가 잘하지 못해서 답답한 마음에 저를 살짝 쥐어박으려고 접근하는 줄 알고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노마 선생님께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노마선생님!

농인은 청각에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소리를 인지하지 못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 수업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정말 후회할 뻔 했네요. 서울에 올라와서 외로웠던 제 생활에 보람차고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만들고 갑니다. 정말 좋았던 수업과 인연이 저를 한없이 기쁘게 하고 저를 더 나아지게 만들었네요.

   
▲ ⓒ김라현 기자
보컬트레이닝 수업을 진행했던 장애우문화센터 관계자 분들께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많이 신경써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왜냐하면 수업에서 농인이 유일하게 저 혼자고, 나머지 수강생은 뇌병변 아니면 지체장애인, 아니면 비장애인밖에 없었거든요. 문자통역을 해준 자원봉사자 분도 처음엔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지만, 제가 어느 정도 유의점과 제가 원하는 포인트를 이야기하고 나서는 옆에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며 열심히 통역 해주셨고, 그 과정에서 많이 친해졌습니다. 수업에 참여하셨던 분들도 저를 예쁘게 여겨 친근하게 대해주셨고(제가 워낙 친근하게 하려고 노력한 것도 한 몫 한 거겠죠?^^)

12월 13일에 있을 발표회까지 무사히 마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습니다.
장끼스쿨, 점프하다! 파이팅!
작성자강환 (한국농대학생연합회 부회장)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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