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큰 하늘은 그대 등 뒤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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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 입에서, 특히 젊은 연령층에서 ‘존재감’이라는 용어가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존재’라는 철학적 주제가 아닌 ‘존재감’이라는 합성 용어는 아직 저에게 낯섭니다. 정여울씨와 같은 문학평론가는 ‘존재감’이 ‘존재’보다 더 중요한 용어로 쓰이는 기이한 사회현상을 비판합니다. 심지어는 이제 ‘미친 존재감’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합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학벌과 실력을 갖추고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청년실업 세대들, 굳이 언급하자면, 88만원 세대를 중심으로 그들의 ‘존재’를 애써 외면하는 기성세대들에 대한 조롱과 반발로써 ‘존재감’이라는 용어가 나온 것이라는 얘기지요. 뒤집어 보면, 기성세대는 ‘존재감’이 큰 사람이지만, ‘존재’ 그 자체로는 가치가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봅니다. 어렵게 공부하고, 힘들게 들어간 대학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았지만, 빚진 등록금 갚기도 어렵고, 취직은 되지 않으며, 사회를 변화시킬 동력이 없는, 그러나 어느 세대보다 문화의 혜택을 받으며, 아름답게 성장한 서글픈 ‘존재’, 88만원 세대들의 항변이 담긴 ‘존재감’이라는 용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일탈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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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상을 통해 알게 된 주차 관리인 장군봉(송재호 분)은 김만석과는 반대로 아내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유순하고 가정적인 남편입니다. 평생 성실하게 택시기사로 일했고, 세 자녀를 모두 출가시켰습니다. 그는 치매에 걸린 아내 순이(김수미 분)를 돌보며 하루를 살아갑니다. 매일 일어나는 일상을 순이에게 도란도란 얘기해주는 군봉과 눈을 깜박이며 나란히 누워있는 순이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누더기같은 장판과 천장, 벽이지만 그들의 눈에 별이 쏟아집니다. 그리고 치매와 암으로 고통받는 아내를 위해 마지막 소풍을 갑니다. 바닷가에서 만석과 군봉은 평생을 같이 한 친구보다 더 깊은 교감을 하게 됩니다. 두 사람의 동반 죽음을 자식들에게 알리지 말아달라는 군봉의 부탁을 들어주는 만석에게 알 수 없는 분노와 서글픔이 몰아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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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에게 사랑은 생명력을 일으키는 원초적인 꿈입니다. 노년의 사랑을 통해 인간의 존재와 사랑의 위대함을 생각하게 하는 이 영화를 저는 단순히 노인자살의 현실적 문제로 부각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만석과 이뿐의 사랑이 아름답듯이, 군봉과 순이의 사랑과 죽음 또한 아름답습니다. 어쩌면 아직 경험하지 못한 연륜이지만, 노년의 사랑 또한 인간을 새롭게 하고 깨닫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큰 하늘은 우리의 등 뒤에 있는 법입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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