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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빛의 음악(The Music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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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즐리 캐머린 지음/ 정주연 옮김/출판사 :이제이북스

제목 : ‘두 개의 뇌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

담당 의사로부터 이러한 통보를 받은 오에 겐자부로는 어떠했을까?
소설가로서 경제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이미 성공했던 그였고, 일본 영화계의 거목이었던 이타미 가문의 영예인 유카리와 선망의 결혼식을 올렸던 그에게 이 통보는 어떠한 의미였을까?

겐자부로의 첫 아들은 두개의 뇌를 갖고 태어났다. 엄밀히 말해 뇌의 일부가 두개골 밖으로 탈장되어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수술을 하더라도 생명을 보장할 수 없고, 천만다행으로 생명을 건진다고 해도 심각한 심신장애와 간헐적인 간질을 동반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아이. 수술을 앞두고 수많은 번뇌 속에서 겐자부로는 아들에게 ‘빛’이란 뜻의 히카리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를 두고 겐자부로는 “아이에게 눈을 찾아줄 수 없다면 이름만이라도 시각과 관련된 것으로 지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애우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이 심했던 60년대 일본사회.
겐자부로의 94년 노벨문학상 수상 소설 「개인적 체험(1964)」에서 뇌헤르니아에 걸린 아들로 인해 번뇌하던 주인공 버드는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이후 그의 소설들 「절규(叫び聲)」(1964), 「만연원년(萬延元年)의 풋볼」(1964), 「조용한 가족」, 「인생의 친척」 등의 작품에서 그는 자신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반영해간다.

「빛의 음악」은 바로 그러한 겐자부로 소설의 모티브가 되어온 아들, 히카리에 대한 이야기다. 여덟 살에 특수학교에 입학한 히카리는 유독 소리에 대해 민감했다. 어렸을 때부터 모차르트, 쇼팽, 베토벤 등 클래식을 반복적으로 틀었던 그의 아들은 17, 18세기 서양음악에 관심을 보였고, 한 소절만 듣고도 작곡가와 곡명을 맞혔다. 이런 아들의 음악적 재능을 가족들은 놓치지 않고 피아노와 기보법을 가르쳤고, 히카리는 대중적인 클래식 작곡가로 성장해간다.

「빛의 음악」은 ‘성공한 장애우’에 관한 단순한 감동 기록물이 아니다. 장애우의 삶에 있어 일반적인 성공의 기준을 잣대로 들이대는 것 자체가 인간 가치의 몰이해로부터 출발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오히려 이 책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장애우 주체의 의지보다는 장애우에게 주어지는 환경의 중요성이다. 왜냐하면 주체의 의지와 잠재력만을 이야기한다면 재능 없는 장애우는 차별 받아도 괜찮다고 곡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신장애우이었던 히카리의 경우에는 더욱 외부적 환경이 중요했던 것도 사실이다. 재능을 가진 것은 히카리였지만 그걸 계발한 것은 부모와 사회가 아니었을까?

 이 책이 장애우에 대한 외부환경적 두 가지 축, 즉 부모(보호자)와 인식 및 제도,에 말하려고 하는 것은 “인간을 인간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의 당당한 부모운동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지금의 우리 현실을 볼 때, 차이를 차별로 보는 당사자는 오히려 더 가까운데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 조병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간사)

 

작성자조병찬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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