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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문의 영화읽기]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유쾌한 일상의 반란
영화 ‘위 캔 두 댓(Si Puo Fare, 2008,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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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심각한 정신질환을 가진 친구나 친지가 계신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그들을 정신병원에 장기간 수용하는 것은 그분들이 가진 원래의 기능조차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정신과 입원환자들의 평균 입원일수는 OECD 국가 중에서 두 번째입니다. 다행히도 아직 일본의 정신과 입원일수가 더 길지요. 이 같은 장기입원의 배경에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신병은 절대 낫지 않는다” “정신병은 유전병이다”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 “난폭운전자는 모두 정신질환자다” 등의 사회적 편견은 수없이 많습니다. 편견은 잘못된 정보로부터 시작합니다. 한 사람의 잘못된 경험을 일반인들에게 퍼트리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저에게는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직업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고, 결혼도 하며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희망의 증거가 있습니다. 사회적 편견은 바로 우리의 그릇된 경험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유쾌한 일상의 반란에 관한 영화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영화에는 ‘협동조합’이라는 민주적 절차와 사람들의 연대와 협동이 주요 테마로 등장합니다. ‘논첼로(Noncello)’라는 사회적 협동조합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영화 ‘위 캔 두 댓(We Can Do That, 원제 Si Puo Fare, 2008, 이탈리아)’입니다.

   
 

패션의 도시 밀라노에 넬로라는 친구가 살고 있습니다. 열정적으로 노동조합에서 일하지만, 우습게도 애인으로부터는 지나친 좌파라는 이유로 공격당하고, 노조에서는 개량적 시장주의자로 낙인이 찍혀 폐쇄된 정신병원의 협동조합에 파견을 가게 됩니다. 안티카 협동조합 180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정신보건법(바자리아법)에 의해 퇴원한 후 어설프게 만든 협동조합입니다. 우편업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들을 보며 넬로는 일은 편하지만 재미나 보람도 없는 일을 할 것인지, 일은 힘들지만 유익한 인테리어 사업을 할 것인지를 제안합니다. 영화의 반전은 여기서부터입니다.

관객들은 왜 갑자기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매우 창조적인 인테리어 마룻바닥을 만들어 내는지 모릅니다. 이것은 조현병(정신분열병)이 있는 분들에게 가끔 나타나는(모두가 그런 것이 아닙니다. 100명 중 한 명도 안 됩니다) 초현실주의 예술성이 발휘돼 새로운 디자인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살바도르 달리의 예술세계와 조현병환자분들의 그림은 많은 유사성이 있습니다. 독보적인 디자인으로 이들의 인테리어 사업은 성장합니다. 그러나 어느 시대,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성장의 그늘은 나타나는 법이지요. 정신질환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시작으로 절망과 희망, 사랑과 우정, 그리고 연대와 협동의 과정을 거쳐 안티카 협동조합 180은 자리를 잡아나갑니다. 이제 그들의 활동은 이탈리아 정신보건개혁의 아이콘이 됐습니다.
 

   
 

어떤 나라에서든 보건개혁은 어려운 법입니다. 그런데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정치적으로 부수고 새롭게 해석한 나라가 바로 이탈리아입니다. 프랑코 바자리아법으로 불리는 180호(Law 180)가 바로 개혁의 시작이었습니다. 영화의 협동조합 이름에 180이 붙은 연유도 이 법의 이름과 연관돼 있습니다. 이 법에 따라 1980년 1월 1일부터 전면적으로 국립정신병원들의 입원실이 문을 닫습니다. 모든 환자는 지역사회로 이동해야 하고 정신보건센터, 사회복귀시설에 다니게 됩니다. 의사들은 모두 가운을 벗고 거리로 나갑니다. 환자들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가정방문을 통해 그들을 현장에서 바로 치료합니다. 불필요한 입원을 줄이고, 아니 최대한 입원을 억제하고 지역사회에서 그들을 치료합니다. 왜냐하면, 정신과 입원치료가 갖는 인권의 억압을 최대한 하지 않으려는 의도 때문입니다.

1960년대 초반 이탈리아 고리찌아 지역의 국립병원장으로 부임한 바자리아는 ‘자유가 치료다’라는 명제를 남겼습니다. 자유와 치료는 결코 병행하기가 쉽지 않은 화두이기에 오늘도 많은 정신보건전문가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신질환이 심각한 상태에서는 일시적이지만 이성의 마비가 일어나기도 하고, 타인의 자유를 명백하게 침해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바자리아의 말은 절대적 명제로 저에게 남아 있습니다. 50년의 세월을 두고 바자리와 저는 각각 다른 나라의 국립병원장이라는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위 캔 두 댓. 이 영화를 보면서 수많은 얼굴이 스크린 위로 지나갔습니다. 수많은 동료와 정신질환 당사자들과 가족들의 얼굴이 겹쳐졌습니다. 아직도 미흡한 체계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과거보다 나아지고 많은 분야에서 새로운 정신건강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 깊은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작성자이영문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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