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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 문단/시1]생각해 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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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겠어요

아침에 먹다 남은 차디찬 밥덩이를 난로에 얹고
김치 국물을 부어서 썩썩 비비다가
문득 들은 그 소리
"생각해 보겠어요"

텔레비전에는 병든 닭처럼 풀죽은 너희들과
홍수 때마다 수제의연금 잘 걷기로 소문난 어떤 아나운서

"사랑의 손잡기 -소년 소녀 가장과 함께"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를 가득 메워주신
방청객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우리는 때로 너무 강한 빛에만 익숙해져
그 밝음에 밀려나 주위를 서성이는 어둠을 잊은 것은 아닐까요

우리 주위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사정으로
어린 나이에 가계를 꾸려가야만 하는
만 삼천여 소년 소녀 가장이 있습니다
그 중 두명의 얼니이를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김영진군과 박수진양입니다
여러분 박수로 맞아주시기 바랍니다

"수진이는 언제 엄마가 제일 보고 싶어"
수진이,
김치도 잘 담근다는여섯살
달걀같은 서울 아줌마들은 새하얀 손수건으로
눈물 찍어내기 바쁘구나

하지만 너는 끝내 대답하지 않았지
그래, 도망갔어 너네 엄마는

프레스가 먹어버린 니 이빠의 두팔 대신
새까맣게 얼어터진 손으로 시장바닥을 헤메고
시레기를 줍던

아니야, 꽃겨난거야 니네 엄마는

머쓱해진 사회자가 영진이에게
"영진이 좋겠네 엄마 돌아오시면 다시
함께 살 수 있어서"
아아, 그러나
머뭇거리던 열두살 네 입에서는 창백하게
"생각해 보겠어요"

영진아, 수진아
너희는 꼭 살아남아야 해
잡초처럼, 생인손처럼
아빠를 망가뜨리고 엄마를 꽃아낸
세상을 뒤집어 엎을
억센 쟁기로

작성자무명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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