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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와 한국 소설

장애와 문학 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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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홍일 대구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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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에 초점을 맞춘 한국 소설 다시 읽기
장애에 초점을 맞춰 대표적인 한국 소설을 다시 읽어 본다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이것이 앞으로 일 년 동안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필진이 고민해보려는 핵심 이슈다. 장애(인)를 중심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낯익은 용어가 된 장애학에 기댄다는 의미도 된다. David T. Mitchell과 Sharon L. Snyder는 그들의 저서 Narrative Prosthesis(2000)에서 장애학을 “신체적 또는 인식적 다름을 지닌 사람들에게 열등한 삶을 강요하는 것에 대한 도전”으로 설명했다. 즉 장애학은 육체적, 정신적 다름을 열등함의 근거로 간주하려는 모든 믿음과 태도의 본질을 드러내 보이고 그에 대한 대안을 추구하는 다양한 노력과 시도의 집합인 것이다.  
장애와 소설의 교차는 긴 역사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높은 빈도를 보인다. 이 점은 우리나라의 대표 소설가라 할 수 있는 작가들이 거의 예외 없이 장애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을 생산했다는 사실이 잘 보여 주고 있다. 1920년대와 30년대 한국 소설을 대표하는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1925), 김동인의 <광화사>(1930), 계용묵의 <백치 아다다>(1935), 김동리의 <무녀도>(1936), 채만식의 <탁류>(1938), 박계주의 <순애보>(1938) 같은 작품들에 다양한 유형의 장애를 지닌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김미영(2006)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일제 강점 시대에 생산된 37편에 이르는 소설에 장애 인물이 등장했다. 1940년대 이 후 장애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로는 절단 장애인이 등장하는 하근찬의 <수난 이대>(1957)와 조선작의 <영자의 전성시대>(1973), 시각 장애인이 등장하는 이청준의 <서편제>(1976), 성장 장애인을 중심으로 하는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1978), 언어 장애인이 핵심을 이루고 있는 염재만의 <느미>(1978), 발달 장애인의 가족을 그린 전상국의 <아베의 가족>(1979), 시각, 언어, 청각, 성장, 지체 장애 등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이 등장하는 유익서의 <비를 타고 오른 망둥이>(1980), 시각 장애를 지닌 안요한 목사의 일생을 다룬 이청준의 <낮은 데로 임하소서>(1981), 정신 장애인에 대한 마을 사람들을 태도와 착취를 다루는 이문열의 <익명의 섬>(1982), 지체 장애인이 등장하는 안희성의 <베로니카의 노래>(1985), 자폐 장애인이 주인공인 김원일의 <아우라지 가는 길>(1996), 한 청각 장애인 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한 공지영의 <도가니>(2009), 그리고 청각 장애인이 등장하는 신경숙의 <새야새야>(2012) 등을 들 수 있다. 그동안 소홀히 되어 온 듯한 느낌이 드는 최석영 같은 당사자들이 장애인인 작가들에 의해 생산되고 (때로는 장애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을 추가하면 이 같은 장애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의 목록은 대단히 길어질 것이고, 따라서 한국 소설에 장애(인)가 편재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여도 무리가 없을 정도가 된다
 

인문학적 장애학
이와 같은 광범위하고도 불가분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장애와 소설/문학의 접점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비교적 최근의 일로서, 1990년대 인문학적 장애학의 우산 아래 활동하는 학자들에 의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Mitchell과 Snyder가 Narrative Prosthesis에서 제시한 정의를 다시 한 번 빌리자면, 인문학적 장애학은 “육체적 또는 정신적 다름을 열등함의 근거로 간주하려는 예술과 정치를 포함한 모든 문화적 믿음과 태도의 본질을 드러내 보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접근 방법이다. 그리고 인문학적 장애학의 패러다임을 수용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문화적 접근 모형을 토대로 해 장애와 소설/문학의 관계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보통이 아닌 몸>(2015)에서 원저자 Rosemarie Garland Thomson이 한 설명을 빌리자면, 문화적 접근 모형이란 “장애를 인종, 젠더, 사회계급, 민족, 그리고 섹슈얼리티와 함께 고려돼야 할 또 다른 문화적 연관으로, 그리고 신체적으로 정당화된 차이로 재구성함으로써, 몸과 정체성의 문화적 구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히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접근법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문화적 접근 모형을 수용하는 문학 연구자들은 장애란 문화적 해석과 사회적 구성 과정을 통해 형성된 다양한 다름 중의 하나이며, 따라서 인종이나 성과 같은 다른 육체적 다름에 부여된 것과 비슷한 관심이 장애에도 마땅히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일부 문화적 접근 모형에 기댄 사람들은 Paul Abberley의 사회적 장애 이론을 수용하기도 한다. 장애인을 사회적 열등화와 주변화,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차별을 경험하는 소수 집단으로 파악하는 사회적 장애 이론을 수용하는 사람들은 육체적, 정신적 손상을 입은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금전적, 환경적, 심리적 불이익을 확인하고 그에 반대하며 동시에 장애인의 삶의 양식의 가치를 존중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설은 장애인 작가에 의해 생산된 것과 비장애인 작가에 의해 생산된 것을 포함한다. 이 두 유형의 소설 모두가 깊은 관심과 분석을 요구한다. 소설가의 주요 작업은 문학적 재현을 통한 이미지 생산이다. 그리고 작가의 문학적 재현을 통하여 생산된 이미지는 소설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항력을 행사하는데, 이것이 작가와 그 작가가 속한 사회와 관련된 생각과 태도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우리의 관심과 분석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나아가 장애인 작가에 의해 생산되는 소설과 관련해서는 창작 외적 사항, 예를 들면 장애인의 창작 활동을 할 권리, 그런 권리를 보장하는 여러 가지 사회적 장치 마련과 같은 문제와도 관련이 된다.
문학의 대표적 장르라 할 수 있는 소설은 결코 부정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모든 관심과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 중의 하나는 장애(인)에 대한 개인적, 사회적 인식과 태도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사고와 태도에 큰 영향을 주는 소설과 장애(인)의 접점에 관심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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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진 소개
이 같은 필요성에 공감한 여섯 명의 사람들이 뜻을 같이 해, 앞으로 일 년 동안 매달 장애와 관련된 한국 소설을 선택해 글을 쓰기로 했다. 이 여섯 명의 필자들은 방귀희 교수, 우충완 박사, 김미선 작가, 차희정 박사, 심영의 박사, 그리고 이 글의 필자 손홍일이다. 대체로 널리 알려진 비장애인 소설가가 생산한 장애인이 등장하는 소설이나, 장애인 작가가 생산한 소설을 매달 한 편씩 택해 그 소설과 관련해 확인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애 관련 이슈들을 살펴 볼 것이다.
사실 이 필자들은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장애인 당사자들이다. 방귀희 교수, 김미선 작가와 차희정 박사는 지체 장애인이고, 우충완 박사는 시각 장애인이며, 이 글의 필자는 저신장 장애인이다. 필자들의 장애만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 같아 이들에 대한 약간의 소개가 필요해 보인다.
우선 숭실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방귀희 교수는 사실 소개가 필요 없을 만큼 장애인 예술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현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회장이며 한국장애학회 이사인 방 교수는 장애인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법한 <솟대문학>을 1991년 창간 현재까지 그 발행인으로 있으며, <샴사랑>을 비롯한 다수의 소설을 출판하였고, 장애인 문화 예술과 관련된 전문서, 논문, 글들을 여러 매체를 통하여 발표해왔다.
우충완 박사는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대학교에서 장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로 장애학의 관점과 질적 조사 방법을 사용하여 장애와 다문화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우 박사는 현재 서울과 그 부근의 여러 대학교에서 장애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그의 주요 연구 분야로는 장애학, 특수교육, 다문화교육 등을 들 수 있고, 그의  논문은 <미디어, 젠더 & 문화>, <미디어와 공연예술>, <지체, 중복, 건강 장애 연구> 등 여러 학술지에 출판됐다.
한국장애인연맹(DPI) 여성위원장과 부회장을 한 적이 있고 현재는 한국장애예술인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미선 작가는 1994년 <동서문학>으로 등단하여, 장애인 시점에서 쓴 소설 <눈이 내리네>, <버스 드라이버>를 포함한 다양한 글들을 활발하게 생산해 오고 있다. 김 작가의 소설은 자주 문학 연구자나 비평가들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어, 금년에도 그녀의 소설에 대한 연구가 <현대소설연구>에 실려 있을 정도이다.
아주대학교에서 현대소설을 연구해 학위를 받은 차희정 박사는 주로 해방기 이주민, 재만 조선인, 조선족 문학을 연구하다 그 범주를 확장하여 소수자 문학으로서 장애인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이채로운 경력의 신진 학자이다. 차 박사는 다수의 장애인 문학 관련 논문을 발표하였고, <상실과 욕망>이라는 제목의 장애인 창작 문학 비평서를 출판하였다. 현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장애인 창작 소설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심영의 박사는 전남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94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방어할 수 없는 부재>가 당선된 것을 필두로, 1995년에는 제7회 전태일 문학상에 그리고 다시 2006년에 계간지 <문학들>이 주관한 제1회 5·18문학상에 당선된 화려한 경력의 작가 겸 학자이다. <현대문학의 이해>, <텍스트의 안과 밖> 등과 같은 전문 서적을 출판하기도 한 심 박사는 현재 전남대를 중심으로 강의와 연구와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끝으로 이 글의 필자는 미국 아이오아대학교 미국학과에서 미국 흑인 문학을 전공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대구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재직 중이다. 장애인 당사자인 필자는 항상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장애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인문학적 장애학에 기대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장애와 미국 흑인 극작품의 접점에 대한 연구 논문을 다수 발표했고, 인문학적 장애학 관련 번역서 <보통이 아닌 몸>을 출판했으며, 현재 한국장애인재단의 지원을 받아 번역한 <미학적 불안감>의 출판 준비를 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지닌 여섯 명의 필자들이 장애와 한국 소설의 교차점에 초점을 맞추고서 서로 다른 시각과 접근 방법으로 여러 가지 장애 관련 이슈들에 대하여 다양한 폭과 깊이를 지닌 글들을 일 년에 걸쳐 제시할 것이다. 이들은 모두가 장애가 그저 여러 다름 중의 하나라는 점을 수용할 수 있도록 기존의 환경을 조정하거나 아예 새로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시각과 자세로 접근할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이 큰 울림이 되어 장애, 장애에 대한 개인의 생각과 태도의 변화, 장애와 관련된 사회적 노력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다시 한 번 뜨겁고 진실된 관심을 갖게 되는 일종의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 여섯 필자의 공통된 바램이다. 그리고 이 같은 노력에 기꺼이 소중한 지면을 내어 준 <함께걸음>에 미리 깊은 감사를 드린다.

작성자손홍일 대구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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